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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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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1화. 거악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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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을 만드는 일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주된 재료는 심연에 썩어 넘쳐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사용했다. 몇 번이나 정제해서 순도 높은 것들만 사용하여 만든 고오오오급 마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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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빛을 재료로 마왕을 만들었으면 분명 신성한 녀석이 만들어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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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신성함)이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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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재료부터 깐깐하게 검수하여 마왕의 토대를 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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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더불어 풀 네임 ‘발가르 칸 가르데나’에게 친히 선사한 《얼어붙은  탄식》은 무려 서사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최소한 서사 등급은 되어야 마왕의 급에 어울리겠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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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승격 기능까지 사용하면서 천공섬 아르고스는 쿨타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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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도 만들었고, 무기도 줬으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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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이 생각보다 순순히 내 말에 따라서 살짝 놀라기는 했다.

       생긴 것은 벌크업 한 세균맨이 흑화하고, 거기에 많이 사악해진 모습이어서 좀 많이 쫄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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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걱정이었던 마왕 목에 목줄 달기도 완수했으니, 이제 당장 해야 할 일은 거의 다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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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빛으로 묶인 언약 : 발가르 칸 가르데나는 지상의 존재를 죽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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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메시지 창으로도 확인을 받으니 참으로 든든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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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뭐 하나 까먹은 게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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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였지?

       잠시 생각하다가 박수를 짝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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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마왕성을 안 만들어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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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장 핸드폰을 잡아서 다시 심연을 보려다가 이내 그만뒀다. 

       여느 때처럼 귀찮음이 몰려와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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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성 정도는 알아서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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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차례 수를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연에는 악마가 바글바글하다.

       발가르의 능력이라면 악마들을 쉬이 다스릴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을 부리면 성 하나 정도는 금방 만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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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건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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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도 뭐 하나를 잊은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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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 불을 잠그고 나오지 않은 것 같은, 혹은 비 오는 날에 창문을 열고 나온 것 같은 미묘한 찝찝함이 머릿속을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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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통을 부여잡고 한참이나 끙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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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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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넬름한테 마왕에 대한 걸 안 알려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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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악마의 왕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케넬름에게 이런 중요한 것에 대해 하나도 공유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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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대판 삐져있겠는데…

       다음에 케넬름을 만날 때에는 맛있는 거라도 준비해야 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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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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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보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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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신적인 존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케넬름은 전혀 삐져있지 않았다. 아주 조금, 정말 아주 티끌만큼 서운한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포용과 용서의 대명사, 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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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이런 일로 삐지거나 토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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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 이런 엄청난 일을 준비하시면서 저한테 말도 안 해주시다니. 너무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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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삐지지 않았다.

       이건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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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케넬름은 스스로에게 삐진 것이 아니라며 중얼거리는 동시에 거울을 바삐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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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풍경을 비추는 거울이 빠르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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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죠! 정말이지 숨는 거 하나는 벌레처럼 잘 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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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넬름이 찾고자 하는 것은 도망자 신세로 심연에 숨어있는 대악마들이었다.

       현재 그녀가 생존을 확인한 대악마는 모두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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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넷이 전부다.

       그렇게나 많고 많았던 대악마들이 모두 소멸하거나 탄탈로스에 끌려가서 이제 고작 넷이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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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 마왕을 악마의 왕으로 만드실 거라면 간부급 인력은 당연히 필요하겠죠. 제일 어울리는 건 역시 대악마들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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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의 헤드헌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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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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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외진 곳에 꼭꼭 숨었는지 찾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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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대악마들은 이미 발가르를 만났고, 그의 밑으로 들어가기로 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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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늦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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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는 데 한참이나 걸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 생각하며 케넬름이 발가르의 모습이나 구경하려는 생각으로 거울을 돌려 발가르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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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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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뭐,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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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악을 토한 케넬름이 몸을 일으켜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망치를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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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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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속의 발가르가, 그의 섬뜩하고 까만 흑안이 케넬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어찌 신의 눈동자를 빌려 보고 있음을 눈치 챈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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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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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너머의 발가르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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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쥐새끼처럼 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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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콱! 허공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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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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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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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허공에 떠올랐던 거울이 산산이 부서져 흩날렸다. 난생처음 겪는 일에 케넬름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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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도 모자라서 파훼했다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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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신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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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살아있을 적의 말버릇이 나온 것도 모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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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된 분이시여. 도대체 어떤 괴물을 만드신 건가요.”

       

       저 괴물을.

       통제할 수 있을까.

       

       밀려오는 경각심에 케넬름이 표정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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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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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어. 마왕이시여. 방금은 도대체?》

       《감히 훔쳐보려는 녀석이 있어 대응한 것이다. 신경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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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의 주변에 부복해 있던 대악마들은 발가르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훔쳐봤다고? 누가, 어디서? 애초에 그런 기색조차 느끼지 못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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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흠. 일단 계속해서 저희의 소개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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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의 돌발 행동으로 끊겼던 자신들의 소개를 이어가는 대악마. 시작은 대악마들의 대표로 나섰던 커다란 늑대 형태의 대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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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이름은 펜리르입니다. 안개와 폭풍을 다룰 수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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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리르는 아주 커다란 늑대의 모습을 한 대악마였다. 과연 안개와 폭풍을 다룬다는 말처럼 커다란 갈기 주변으로 옅은 안개가 회오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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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나선 것은 귀가 촉수처럼 길게 늘어진 대악마. 비단 귀뿐만이 아니라 머리카락과 신체의 모든 부위가 촉수처럼 축축 늘어져 땅에 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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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힉! 히히힉! 내, 내 이름? 히히힉! 테, 테니아! 테니아가 내 이름이야아! 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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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인지 계속 웃음을 흘렸다. 펜리르가 대신 설명하기를, 테니아는 광기와 두려움을 다룬다고 하였다. 실실 웃음을 흘리는 테니아가 괴상하게 휜 작대기를 지팡이처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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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음으로 단단하고 커다란 근육을 자랑하는 대악마와 온통 까만 망토 같은 것으로 몸을 가린 대악마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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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웁! 대장이라니! 크우웁! 이런 비실비실한 대장이라니! 크우웁! 나, 아리오크의 이름이! 크우우웁!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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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 는… 저 바보랑… 상관 없… 어… 마왕님… 강… 해. 따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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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꾸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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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이 근육이 가득한 대악마 아리오크가 발가르의 권위를 의심하며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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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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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가 흘린 기세가 퍼져가며 비통하게 울부짖는 원혼의 귀곡성을 울리자 덜덜 떨며 금방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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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이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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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를 닮았는데 제일 정중한 펜리르.

       촉수를 질질 끌고 다니는 미치광이, 테니아.

       근육이 가득한 멍청이 아리오크와 온몸을 꽁꽁 싸매고 말을 더듬는 프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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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이 강하다 못해 유별난 대악마들만 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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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아무렴 좋다.

       중요한 것은 간부급 역할을 할 부하가 생겼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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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약한 녀석들의 이름 따위는 기억하지 않는다.》

       《그게 도대체 무슨…?》

       《그러니 내가 너희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라. 너희들의 쓸모를 나에게 증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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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분을 향해 감히 살심을 품은 녀석들이지만.

       당장의 사명을 위해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장기말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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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댸장ㅡ! 그렇다면 이제! 쿠우웁! 전쟁! 전쟁을! 피의 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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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가 부담스럽게 커다란 가슴 근육을 쿵쿵 두들겼다. 그 뒤에 가득 늘어선 악마들의 눈도 이글이글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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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쏟을 곳이 필요한 건가. 몰골이 흉흉하고 기세가 날카롭다. 하루 이틀 쌓인 원한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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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의 눈이 악마들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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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득한 살기와 복수심이 아른거렸다.

       분노와 복수, 피의 전쟁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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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힘이 없어서, 이들을 모을 구심점이 없어서 표출할 수 없었던 것들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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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슬픔, 복수, 원망, 살육.

       악마들의 진득한 살심이 발가르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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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거점으로 삼을 터도 마련하지 못했거늘.

       벌써부터 전쟁을 부르짖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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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향한 전쟁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곳으로 오면서 발가르도 한번 보고 기억할 정도의 무언가가, 심연에 존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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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에서 가장 낮은 곳, 그곳에 자리 잡은 것들을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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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도처에 흐르는 진득한 부의 감정은 가장 낮고 깊은 곳을 향해 흐른다. 본래라면 용왕이 지키고 있었을 자리였고, 지금은 거대한 성 같은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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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 크히히히! 거, 건방진 놈들이야! 악마를! 히히힉! 짐승처럼 사냥해!! 잡아간다니까?! 히히히힉!》

       《해골마를 탄 녀석들이 거대한 건물에서 나와 수시로 악마들을 잡아갑니다. 벌써 많은 수의 악마가 잡혀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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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리르의 눈이 끈적한 살기를 흘렸다. 살짝 벌어진 송곳니 사이로 낮은 울음소리가 흐른다. 펜리르의 몸 곳곳에 벌어진 커다란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날카로운 것에 할퀴듯 찢어진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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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당한 적이 있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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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들 사이에 동족의식 같은 따뜻한 단어는 없다.

       애초부터 동족 포식을 통해 강해지는 비정한 종족이 악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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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심연에 자리 잡은 탄탈로스는 굴러들어 온 커다란 돌이었다. 그것도 대악마와 하급 악마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싸움을 거는 미치광이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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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 녀석들은… 너… 너무… 마,마마… 많아… 요… 야,야야약해 빠진 벌레…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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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가 검은 장막을 거칠게 흔들며 줄기줄기 살심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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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기병.

       떼로 몰려다니며 기병 전투의 정석을 보여주는 탄탈로스의 사냥개들. 대악마조차 그 수의 폭력에 주춤하며 밀린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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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모인 악마 중 대부분이 밤의 기병대에게 간신히 도망친 이들이었으니, 쌓이고 쌓인 원한의 칼은 탄탈로스를 향하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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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군다나 탄탈로스의 사냥개들은 이름에 담기도 혐오스러운 ■의 종복들. 이쯤 되면 탄탈로스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를 향해 전쟁을 부르짖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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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탈로스라. 그것이 오면서 봤던 것의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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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된 분께서 자신에게 내린 천명, 심연을 지배하라.

       그를 위해서는 우선 심연에 자리 잡은 커다란 이물질부터 정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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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이고 곪은 불만은 역병처럼 내부를 병들게 한다. 외부의 적으로 방향을 돌려서 표출시키는 것이 가장 좋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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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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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의 입장에서 탄탈로스와 싸우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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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다. 나, 발가르 칸 가르데나가 너희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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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탄식으로 저편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겨눴다. 탄탈로스의 심장을 노리듯, 매섭고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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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탈로스를 찬탈하라. 움직이는 모든 것을 죽이고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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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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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탄식에 새겨진 음각에서 사이한 푸른빛이 흘러나온다. 통곡하는 망령의 노래가 이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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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희들의 앞에서 모든 것을 부술지어니. 너희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너희들의 군주가 누구인지 목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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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충성심을 얻어내기 좋은 기회다.

       군주가 가장 앞에서 싸운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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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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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의 몸에서 검고 탁한, 그러나 정순하게 사악한 기운이 파도처럼 뿜어졌다. 경악스러울 정도의 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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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너희들도 힘으로 나에게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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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모든 것은 힘으로 증명된다.

       

       

       옳고 그른 것, 필요성, 정당함과 대상의 가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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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자는 복종하고, 강자는 군림한다.

       강자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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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길 만마의 왕으로 태어난 발가르에게 힘의 논리는 숨 쉬듯 당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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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 칸 가르데나의 칼날이 탄탈로스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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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탈로스를 부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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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마의 왕이 그리 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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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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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응답하듯, 억눌려 있던 악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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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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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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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핑 도는 것이 몹시도 어지러웠고, 손도 약간 떨리는 게 느껴진다. 심장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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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부장님? 제, 제가 어디를 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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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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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잘못 들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장님이 하하 웃으며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기를 기도했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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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아. 박 주임은 이번에 신규 인사 발령이 났어. 아마 이번에 준비하는 신규 대형 프로젝트로 가게 될 것 같은데, 곧 그쪽 담당자한테 연락이 올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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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님이 시원하게 벗겨진 두피처럼 환하게 웃는다. 내 귀에는 부장님의 말이 끊어진 테이프처럼 희미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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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발령? 신규 대형 프로젝트?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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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 부장님… 그, 신규 프로젝트면… 혹시 이전 전임자나 업무에 관한 히스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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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어야 한다. 제발 있어야 한다.

       전임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업무 기록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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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지. 이번에 회사가 처음 준비하는 프로젝트인데 전임자나 히스토리가 있을 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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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지는 사형선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밧줄이 내 목을 옭아매 교수대에 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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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대형 프로젝트, 인수인계나 업무 기록 없음.

       이게 무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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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맨땅에 대가리 박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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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말로 회사원이 갈 수 있는 지옥 중 가장 끔찍한 업무와 야근 지옥이 예약되어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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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이 썩어가려 했지만 애써 티 내지 않았다. 여기서 티 내면 진짜 다시는 못 돌아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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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하하하… 회, 회사에서 꽤 준비를 많이 한 프로젝트인가 봐요…?”

       “그럼. 우리 팀에서 한 명만 추천해달라고 해서 내가 우리 박 주임을 바로 넣었지. 이야. 주임이라고 얼마나 뭐라고 하던지. 내가 무리 좀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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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님이 활짝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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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님, 도대체 왜… 어째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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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시간에 숨어서 게임하던 거 걸렸을 때?

       외근 갔다가 찜질방에서 부장님이랑 마주쳤을 때?

       똥칸에서 게임하던 걸 들켰을 때?

       업무용 컴퓨터로 유튜브 보다가 들켰을 때?

       이어폰 끼고 일하다가 부장님이 부르는 거 못 들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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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억울해!!’

       ​

       내 업무는 전부 다 끝내고 놀았단 말이야! 억울해!!

       ​

       “우리 박 주임이 일 하나는 정말 빠릿하게 잘 하는거 내가 알고 있지. 그런데 말이야… 그, 뭐라고 할까. 보고 있으면 더 잘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게 보여. 난 그게 참 아쉬워.”

       “ㅡ!”

       ​

       알고 있었다.

       부장님은 내가 일부러 일을 설렁설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

       도대체… 언제부터?

       ​

       몸에 힘이 빠진다. 부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우리 박 주임. 내가 박 주임 정말 아끼는 거 알지?”

       “…… 네…”

       “이번 일은 정말 큰 기회야. 응? 알지? 가서 많이 배우고 오길 바라네.”

       “……”

       “내가 박 주임 실력을 믿으니까 이렇게 추천도 해주는 거야. 거 너무 싫게만 생각하지 말고, 정말 좋은 기회니까 힘껏 노력 좀 해봐.”

       “……….. 네……”

       ​

       내 월급 루팡의 꿈이…… 멀어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과 함께 해 주신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최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글의 방향성이 사라져 중구난방으로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그렇기에 독자님의 말씀은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아픈 말이지만 그렇기에 옳은 것이고, 저 또한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보석 같은 말씀은… 이 모자란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되었음을…!!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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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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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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