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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1

        드디어 나만의 캠핑장이 완성되었다.

       

        임시 둥지로 쓸 만한 건물과, 식수원을 담당하는 나무.

        거기에 캠핑장을 지키고 관리하는 관리 인원과, 캠핑장 한가운데에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까지!!

       

        “음. 이제야 좀 볼만해졌구나.”

       

        이걸 방송 콘텐츠로 했어도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내가 만들어낸 캠핑장은 멋졌다.

        아마 인간들도 내 캠핑장을 본다면, 한번 놀러 오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크르르르르…….

       

        캬르릉!!

       

        꾸물꾸물…….

       

        화르륵!

       

        캠핑장의 전경을 바라보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무정란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무엇을 해볼까?”

       

        사실 꼭 캠핑장은 아니더라도, 만약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방송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비슷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헤니시아의 무정란이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방송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의 규칙에 맞지 않다나?

       

        물론 나 역시 헤니시아의 무정란이 인간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먹는다’라는 행위에 한정할 뿐이다.

        내가 한 것처럼, 씨앗의 거름으로 사용하는 방식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인간보다 강대한 육체를 가진 짐승들도 견디기 힘들어하는데, 당연히 인간들이 먹으면 안 되지.’

       

        나도 이걸 인간들에게 먹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인간이었던 것’이 되어 버릴 테니까.

       

        다만, 그 외의 용도로 사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생각까지는 했다.

        예를 들자면…… 숲이 파괴된 곳에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거름으로 삼아 숲을 재건하는 방송이라든가?

       

        “그게 뭐가 위험하다는 것인지…….”

       

        = 으아악!

       

        = 포식 식물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 전투 준비!

       

        뒤에서 소란이 들려왔기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헤니시아의 무정란으로 자라난 식물 중 하나가 내 권속 하나를 물고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했더니, 흔한 작은 사고가 있었군.

       

        나는 그 소란에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저 정도 소란은 금세 진정될 것이고, 다치는 이들도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이상 변종이 되어 버린 식물은 내 권속들에 의해 단숨에 베어졌다.

       

        ‘먹지만 않으면 이렇게 유용한 것을…….’

       

        왜 인간들은 이걸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든 인간들은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위험하다고 했고, 방송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자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만든 ‘방송 플랫폼’에서 방송하는 방송인으로서, 나는 그들의 요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방송 플랫폼 회사의 규정이 그렇다면, 일개 방송인인 나는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나저나…… 이제 무엇을 한다?”

       

        생각보다 캠핑장 건설이 빠르게 끝나버렸다.

        물론 그 대가로 ‘하루’라는 시간을 사용해 버리긴 했지만, 지금 하늘이 어두워졌지만, 어차피 나에겐 의미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와 내 권속들은 3일 정도는 잠을 안 자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이라면 2일에서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을 뺀…… 그러니까 약 32시간 정도만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내 권속들은 잠을 자지 않으니 온전한 48시간을 영위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버렸다.

       

        “아이들아. 너희의 의견이 필요하다.”

       

        = 음…….

       

        “으음…….”

       

        나는 내 권속들을 모아 두고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인간과 아예 신체 구조와 사고방식이 다른 나보다는, 그래도 인간과 신체 구조가 비슷한 내 권속들이 더 잘 알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족보행 하는 나보다는, 그래도 이족보행 하는 녀석들이 같은 이족보행 동물을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사냥은 어떻습니까?”

       

        “사냥이라…….”

       

        어깨에 도끼를 걸친 오크 권속이 의견을 냈다.

        사냥이라…… 사냥…….

       

        “나쁘지는 않은데…….”

       

        확실히…… 사냥이라면 인간들을 비롯한 수많은 포식자들이 하는 행위이긴 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이쪽 차원의 인간들도 사냥을 하긴 한다.

        다만, 사냥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사냥은 ‘생존’을 위한 행위지, ‘유흥’을 위한 행위가 아니지 않더냐.”

       

        사냥을 하는 것은, 바로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사냥을 하는 것이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사냥하지 않는다.

        그것이 기본이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사냥을 하는 것은…… 좀…….”

       

        “그…… 유흥을 위해 사냥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나도 안다.”

       

        내가 차원을 돌아다닌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그중에서 지성체들과 관계를 나눈 경험도 많고, 그 과정에서 지성체들이 행하는 ‘유흥을 위한 사냥’도 여러 번 구경했던 몸이다.

        인간을 비롯한 지성체들이 ‘유흥’만을 위해 ‘사냥’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냥 나는 내키지 않는구나.”

       

        “쩝.”

       

        인간과 같은 지성체들이 유흥을 즐긴다면, 나 역시 ‘사냥’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유흥’을 즐기려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러니 철저하게 내 취향을 생각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사냥’이라는 항목은 제외되었다.

       

        = 그렇다면 낚시는 어떻습니까?

       

        “낚시?”

       

        상체는 리자드맨, 하체는 기제목의 형태를 한 권속(이쪽 차원의 ‘켄타우로스’와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이 발언했다.

        ……낚시라?

       

        = 낚시는 반드시 물고기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더냐?”

       

        나는 자예에게 물었다.

        그러자 자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호오.”

       

        다시 권속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게다가 이런 기후를 가진 곳이라면, 분명 ‘그것’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

       

        ‘그것’이라니?

        호기심을 자극하는 권속의 말솜씨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권속을 바라보았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권속들도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모은 권속은, 팔짱을 낀 채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 물이 어는 곳에서만 할 수 있는 낭만의 낚시! ‘얼음낚시’ 말입니다!

       

        “오오! 얼음낚시!”

       

        처음 들어 보는 낚시 방법에, 나는 크게 흥분했다.

        얼음낚시라니…….

       

        “그렇군. 얼음을 낚는 낚시인 것이냐?”

       

        행성의 극지방에는 보통 거대한 얼음 조각이 둥둥 떠다니기 마련이다.

        그것들을 낚시로 하나씩 낚아 올리는 것이 바로 얼음낚시라는 것일까?

       

        = ……네? 그게 뭡니까?

       

        “…….”

       

        아무래도 권속들의 반응을 보니, 이건 아닌 모양이다.

        나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했다.

       

        “농담이다.”

       

        “…….”

       

        = …….

       

        입술에 바른 침이 추운 기후에 의해 빠르게 얼어붙었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자, 얼어 버린 침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 얼음낚시란,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고 낚시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구나.”

       

        권속의 추가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얼음낚시’라고 부르는 것이었나?

       

        = 그거 ‘동고레’잖아?

       

        “아이피셔 아닌가?”

       

        “……명칭 통일하라고 새끼들아!”

       

        권속들 사이에서 소란이 벌어졌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무시했다.

        자주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내 권속이 꺼낸 ‘얼음낚시’에 주목했다.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낚시를 한다고?

       

        “흠…….”

       

        사냥과는 달리, 반드시 물고기의 생명을 빼앗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낚시라면 낚싯대를 사용하는 만큼, 그것을 다루는 과정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킨다면, 그렇게 낚아 올린 물고기를 요리해 먹을 수도 있겠지.

       

        “……좋다. 얼음 낚시를 하자꾸나.”

       

        = 오오오!!

       

        “낚싯대 챙겨 와!”

       

        = 낚싯대가 당장 어딨어? 그냥 만들어!

       

        내 말과 함께 권속들이 일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각자 재료를 구해 낚싯대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요리사들! 아까 도축하고 남은 뼈 좀 보여 줘!”

       

        “그걸로 낚싯바늘을 만들자고.”

       

        = 얼음 낚시하다가 괜찮은 것들 잡으면, 좀 가져와라. 내일 아침 거리로 쓸 거니까.

       

        = 알았다!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내 권속들도 저렇게 활기차게 움직이는데…… 나도 저들에게 뒤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어디 보자…… 나는 무엇으로 낚싯대를 만들어야 할꼬?”

       

        잠시 고민해 보다, 일단 금속을 뽑아내어 낚싯대를 만들었다.

        탄성과 단단함을 겸비한 금속으로 ‘낚싯대’를 만들고, 미스릴을 실 형태로 뽑아내어 ‘낚싯줄’을 만든다.

        낚시바늘은…….

       

        콰직! 콰직!

       

        “…….”

       

        나의 시선이 캠핑장의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선 좀 전에 내 권속들의 손에 의해 제초된(?) 포식 식물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낚시바늘로 쓰면 딱 좋겠군.

       

        “되었군.”

       

        그렇게 만들어진 낚싯대를 한 번 휘둘러보았다.

        그리고 내가 휘두른 궤적 그대로 파공성이 울려 퍼졌고…….

       

        퍼어어어어엉!!

       

        “?!!”

       

        = 뭐, 뭐야?!

       

        “헉?!!”

       

        ……내가 낚싯대를 휘두른 그대로 땅과 숲이 갈라졌다.

       

        “…….”

       

        = …….

       

        “…….”

       

        “…….”

       

        나를 비롯한 권속들이 입을 다물었다.

        우리의 시선이, 내 손에 들려 있는 낚싯대로 향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아니…… 낚싯대가 아니라 왜 보구를 만드셨지?”

       

        “와. 그냥 전략 병기인데?”

       

        = 저거 낚싯대 맞나?

       

        내 낚싯대를 바라보며 권속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낚싯대를 이리저리 살피다, 슬그머니 옆에 치워두었다.

        이건 지금 못 쓰겠다.

       

        그렇게 나는 3번의 실패(?)를 겪고서야, 마침내 만족할 만한 낚싯대를 만들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렇게 드래곤님은 낚시(?)를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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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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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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