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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1

   예술 교단의 사도인 프레테라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게 된 후로 삼 일이 지났을 무렵.

   

   다시금 그를 마주하게 된 조이의 표정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험악했다.

   

   가만있으면 화가 난 것처럼 보이고, 웃음을 지어도 누구 하나를 끝장내버릴 생각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조이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진심어린 혐오감은 예술 교단의 사도로써 온갖 사람들을 만나 온 프레테마저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저어. 파트란 영애?”

   “왜 부르시죠?”

   “표정이 영 좋지 못 하셔서.”

   “…제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시나요?”

   

   프레테가 물음을 던짐에 따라 조이의 표정이 한층 더 썩어 들어갔다.

   

   자신의 변태성에 자각이 없단 사실이 그녀를 더 분노케 했던 것이다.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데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수많은 경험을 쌓았을 사람이 자그마한 여자아이에게 욕정하면서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자각하지도 못하다니.

   

   상대가 예술 교단의 사도만 아니었어도 공작 가문의 힘을 빌려 어디 감옥 깊은 곳에 처박아 버리는 건데.

   

   “대충 짐작 가는 구석은 있습니다. 지난 번 알른 영애의 아름다움에 감동했을 때의 모습을 보신 거겠죠.”

   “네. 잘 알고 계시네요.”

   “그걸 보셨다면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제게 해명의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그 추하디 추한 모습을 보여 놓고 해명할 게 있다고?

   

   하.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예술 교단의 사도란 인간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궁금하니까.

   

   조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레테가 환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우선 전 알른 영애께 자그마한 흑심도 품고 있지 않습니다.”

   

   …이 인간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따위 모습을 보여 놓고 자신의 순수를 증명할 수 있다고 보는 거야?

   

   예술 교단의 사도라는 사람이 이렇게 바보 같을 줄이야.

   

   다음에 아버님께 이야기를.

   

   “여신께서 인정하신 아름다움의 체현을 눈앞에 뒀는데 어찌 헛된 마음을 품겠습니까!”

   “…네?”

   “그 고귀하고도 고결한 외모의 앞에서는 자그마한 흑심도 정화되어 경이로 바뀔 지어니! 사도로써의 명예를 걸고 그 분을 바라보는 제 마음에 부정은 없습니다!”

   “아니. 저기.”

   “마침 기회가 생겼으니 하나하나 말씀을 해드리겠습니다! 우선은 그 눈을 먼저 이야기를 해야겠죠! 그 어떤 보석보다도 짙으면서도 반짝이는!…”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는 눈이 크기를 부풀리는 것처럼 자그마했던 흥분에 광기에 이르는 현장을 지켜보던 조이는 자연스레 루시와 비슷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이런 사람을 내버려둬도 괜찮은 걸까?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수갑을 채워야 하는 게 아닐까?

   

   “프레테님.”

   

   살아오며 처음으로 마주하는 광기 앞에 조이가 질려버린 그 때에.

   

   조이를 대신해 페이비가 평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의 부드러움 대신 죄인을 다그치는 엄격함을 담아서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는 또 어떻… 예?”

   “주신께서 말씀하시기를 과함은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함이라 하셨습니다. 프레테님께선 알른 영애의 고결함이 백 마디 말로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것 참. 죄송합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네요.”

   

   이럴 때 보면 페이비는 부러울 정도로 어른스럽다니까.

   

   나도 공작 가문의 영애로써 저런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프레테님.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까요?”

   “예. 일단 옷부터 보시죠.”

   “벌써 완성이 됐나요?”

   “벌써는 아니죠. 며칠이나 걸렸으니까요.”

   

   …옷의 디자인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며칠 만에 옷을 완성시켰는데 거기에 며칠이나 라는 표현이 맞나?

   

   어디 평민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 입는 가죽 쪼가리 같은 것도 아니고 귀족의 드레스를 제작하는 건데?

   

   “이 쪽이 성녀님의 것이고, 이 쪽이 파트란 영애의 것입니다.”

   

   테이블 위에 드레스가 올려진 순간 조이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프레테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드레스는 온갖 드레스를 보았던 조이의 입장에서도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단순히 고급스럽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것 이전에.

   

   조이의 앞에 내밀어진 검은 색 드레스는 공작 영애다우려 애쓰는 그녀의 취향에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누군가 조이의 머릿속에 들어와 그녀의 바람을 바깥으로 꺼내 놓은 것처럼.

   

   이것이 예술 교단의 사도인가. 프레테라는 사람의 인성이 어떻든 간에 능력 하나는 진짜구나.

   

   거의 일 분 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조이는 슬며시 눈을 돌려 페이비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확신했다. 페이비의 마음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녀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분명한 행복을 의미하고 있었으니까.

   

   “마음에 드신 듯하니 해설을 드려도 괜찮겠네요. 우선 비단은 바리트의 것을 썼습니다. 갑작스레 의뢰를 받은 것인지라 있는 것으로 해결을 해야 했거든요.”

   

   바리트의 비단이라면 바리트 던전 중층에서 채취한 고치로 만든 비단을 이야기하는 걸 텐데.

   

   그거라면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고급이지 않나? 어지간한 귀족들조차 쓸 엄두를 못 내는 물건이잖아.

   

   “대신 여신의 권능을 빌려 축복을 내렸으니 양해해주십시오.”

   “축복이라 함은?”

   “별 대단한 건 아닙니다. 몸에 옷이 자동으로 맞춰지는 것과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언제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것뿐이죠.”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건데요.

   

   일반적인 교단의 사제가 축복을 내린 옷만 해도 값어치가 껑충 뛰는데 교단의 사도가 직접 축복을 내린 물건이라면.

   

   …나 이거 진짜로 받아도 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부담스러운데?

   

   “디자인 같은 경우엔 알른 영애께서 제게 주신 것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알른 영애요?”

   “오해하진 말아 주십시오. 단순히 영애께서 부탁했기에 그렇게 만든 건 아니니까요. 여러모로 생각한 끝에 그 분의 요청사항이 옳다 판단 내렸을 뿐입니다. 평소에 두 분을 세심히 살펴보신 게 티가 나더군요.”

   “…그렇군요. 영애께서.”

   

   조이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언젠가 루시가 선물해 준 목걸이를 붙잡았다.

   

   평소의 루시는 이런 데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주변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 준다.

   

   당장 악몽에 시달리며 던전에 발을 디디는 것조차 하지 못하던 자신을 일으켜 세워 준 것이 루시이지 않던가.

   

   분명 이 드레스 안에도 루시의 막대한 고민이 스며 들어가 있겠지.

   

   “정말 감사합니다. 소중히 입겠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조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목소리를 냈다.

   

   이런 소중한 선물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으으으. 알른 영애께 진 빚이 안 그래도 많은데 여기에서 더 늘어나다니.

   

   이젠 영애가 날 얼빵이라고 불러도 불평하나 못 할 것 같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레테님. 이런 멋진 옷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감사라면 알른 영애께 해주시죠. 저는 그 분의 부탁을 들은 것밖에 없으니까요.”

   “허나.”

   “정 감사를 표하고 싶으시다면 이 옷을 솔라딘의 3왕자 저하와 켄트 영애께 전해주시겠습니까?”

   

   프레테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새로운 옷을 꺼낸다.

   

   남성이 입을 연갈색의 정장과 연한 푸른색의 드레스는 방금 전 테이블 위에 올려 졌던 것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멋진 것들이었다.

   

   “이건?”

   “알른 영애께 받은 대가에 비해 제가 드릴 것이 너무도 부족하다 싶어서요. 다른 친구 두 분께서 입을 것도 함께 만들었죠.”

   

   루시에게 직접 전해주면 부담스러워 할 게 분명하니 대신 전해달라는 프레테의 말에 조이가 눈을 끔뻑인다.

   

   “…알른 영애께서 대체 어떤 식으로 대가를 치렀기에.”

   “제 목숨을 바치라 해도 기꺼이 내걸 만한 대가를 주셨지요.”

   

   바란다면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을 예술 교단의 사도가. 그리고 이 끔찍한 변태가 만족할 만한 대가라면 설마.

   

   “그 분을 제가 직접 꾸밀 수 있게 허해주시다니!”

   

   사춘기 여자애다운 망상을 하며 마력을 집약하던 조이는 녹아내리는 프레테의 표정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흐아아. 지금 떠올려 봐도 행복해서 죽어버릴 것 같군요. 제 손길로 알른 영애의 아름다움을 더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방금 전 페이비가 했던 충고는 잊어버린 걸까.

   

   열기가 잔뜩 서린 말로 자신의 행복을 묘사하는 프레테의 모습에 조이가 이마를 짚었다.

   

   “페이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신의 사도라는 분들이 다 이런 건 아니죠?”

   “조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신께서 택한 사도라는 것은!… 크흠. 아무튼 이 분이 좀. 아니. 다소 많이 특이할 뿐이랍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하마터면 여러 사도분들의 인격을 의심할 뻔 했어요.”

   

   *

   

   소울 아카데미의 종강을 기념해서 이루어지는 파티의 당일 아침 아카데미의 거리는 평소와 비할 수 없이 북적거렸다.

   

   아카데미의 입학식과 더불어 가장 많은 손님들이 몰려드는 종강 파티는 장사꾼들의 입장에서는 대목이고,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축제의 현장일 지어니.

   

   이 시기에 거리가 소란스러운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 년도의 북적거림은 평소보다도 더했다.

   

   “던전의 실물은 학지에 실린 것보다 더 흉악하군.”

   “저런 걸 학생들이 공략한단 말인가? 소울 아카데미의 수준이 높긴 높군.”

   “심지어 저를 제작한 것도 아카데미의 학생이지 않나. 역시 대륙 제일이라 여겨지는 교육기관 중 하나야.”

   

   평소의 손님에 더해 아카데미의 던전을 체험하러 온 이들이 추가되었기에.

   

   이번 년도 최고의 던전이 될 것이란 평이 자자한 것이 소울 아카데미에서 만들어낸 던전이다.

   

   그 던전의 실물을 공략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던전 공략에 열성인 이들이 가만있을 리가 있나.

   

   누군가는 존경심을 담아. 누군가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누군가는 자랑거리를 만들기 위해. 또 누군가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소울 아카데미를 찾았고 그에 따라 아카데미의 거리는 사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허나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아카데미 거리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의 근처는 어느 대마법사가 마법을 펼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그 곳의 사람의 통행이 적어서는 아니다.

   

   당장 분수대에서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발을 디디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버글거리고 있었으니까.

   

   다만 분수대의 앞에 루시 알른이 서 있기에.

   

   그리고 그녀가 보란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기에.

   

   분수대의 인근에는 텅 빈 공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루시 알른이 악명이 널리 퍼짐에 따라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현상이었지만 여기에는 과거와 한 가지 차이점이 존재했다.

   

   여러 호사가들이 그녀를 두려워하며 달아나긴커녕 멀찍이서 그녀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차이점이 말이다.

   

   “저 아이가 루시 알른?”

   “과연. 예술 교단의 음유시인이 칭송할 법하군. 너무도 아름다워.”

   “…허어. 잠시나마 그녀의 악명을 잊을 뻔 했어.”

   “미친 게 아니라면 다가가지 말게. 좋은 꼴은 못 볼 테니까.”

   “내가 그걸 모르겠나? 2왕. 어이쿠. 입이 방정이지.”

   “아카데미의 기말 던전을 제작한 것도 저 아이라던데?”

   “놀랍군. 아직 많이 어린 듯 한데 말야.”

   “심지어 무력과 지력 양 쪽에서 아카데미 최고의 자리를 거머쥐고 있다고 들었네.”

   “그건 명확한 사실일세. 전교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더군.”

   “참 아쉬운 일이야. 저 성미만 좋았어도.”

   “위대한 주신께서는 공평하단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이런 소문이…”

   

   경탄과 경외에서 시작된 호사가들의 이야기가 질 낮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려던 그 때.

   

   저 멀리에서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하하! 다들 우리 귀여운 딸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 고맙네! 아비되는 자로써 기뻐 어찌할 줄을 모르겠군!”

   

   베네딕 알른.

   

   대륙 모든 무인의 존경을 사는 이이자.

   

   그가 전장에 서던 때를 기억하는 이에게는 공포로 군림하는 사람이며.

   

   왕가조차도 쉬이 대하지 못하는 왕국의 영웅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보 아버님. 많이…”

   “오오오! 루시! 루시이이이이!”

   

   상당히 멀었던 거리를 한 번의 뜀만으로 좁힌 베네딕은 커다란 소리와 함께 착지하기 무섭게 자신의 딸을 끌어안았다.

   

   “이전에도 수정구로 몇 번이나 말했지만 이 아버지는 네가 너무도 자랑스럽다! 여기저기서 우리 루시의 칭찬이 흘러나오는 데 어찌나 기쁘던지!”

   “저기…”

   “또 예뻐지기는 얼마나 예뻐졌는지! 수정구로 보았을 때도 내 눈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는데 실물로 보니 천사께서 내게 환상을 보여주시는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야!”

   “아니 잠…”

   “그치만 한편으론 이 아버지는 우리 루시가 걱정되기도 한단다! 이렇게 예쁘고 멋진데 능력까지 뛰어나다니! 어느 되먹지 못한 녀석이 우리 루시를 건드릴까봐 마음이 두근!…”

   “바! 보! 아! 버! 님!”

   “…어어. 루시?”

   “제발 그 냄새나는 입 좀 다물고 이 무식한 팔에서 절 떼어놔 주시겠어요?!♡ 점점 더 바보 아버님이 싫어지거든요?!♡”

   “그런! 미안하다! 루시! 제발 싫어한다는 말만큼은 거두어다오오오오!”

   

   딸아이의 말 한 마디에 피를 토하는 괴물을 보며 호사가들은 입술을 우물거렸다.

   

    참으로 재미난 광경이기는 하다만.

   

   이 광경을 못 본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한들 내 말을 믿어주기나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베네딕의 출현.

—–

XX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루시의 귀엽고 아름다운 모습을 말끔하게 묘사하려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님의 허어어엌ㅋㅋㅋ을 외치다 숨이 멎는 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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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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