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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1

    <341 – 원작에는 없는 빌런들>

     

    디오게네스 교수는 1학기 상급반 강의를 맡았던 플라톤 교수에게서 흔치 않은 호평을 들었다.

     

    “981기 1년생들은 어떠냐고? 훗. 제법 근성이 있는 녀석들이오. 시키는 건 대체로 잘 따라오는 편이지.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서 2학년 커리큘럼까지 진도를 빼야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한이오.”

     

    매년 요즘 1년생들은 빠져가지고,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이 게을러 터져서, 온갖 꼰대소리만 하던 플라톤의 긍정적인 평가!

    평소에 칭찬에 박한 플라톤 교수였기에 디오게네스 교수도 눈이 높아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980기 학생들도 나름 일치단결하여 서로 협동하는 모습은 나쁘지 않았지만… 과연. 플라톤 교수가 이들을 980기와 비교하여 높이 친 이유를 알겠군.”

     

    수준이 높다. 상급반 학생 전체의 고점이 다른 년도에 비해 가시적으로 뛰어났다.

    기사학부 지망생의 경우, 다른 기수라면 마나연공법의 수련에 이렇게까지 절박하지는 않았다.

    수련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에 아직 여유가 있고, 강의를 들으면서 성장하는 폭도 크고, 대체로 절박하지 않기에 허락된 성장치가 남아있으니까.

    이번 981기는 달랐다.

    1학기의 수련을 엄청나게 열심히 한 것인지, 부족함을 느끼고 방학에 맹렬히 훈련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다들 절박함의 수준이 2학년급으로 올라왔다.

     

    ‘더 이상 신체단련으로 능력치가 오르지 않는 막막함, 강의에서 얻을 가벼운 깨달음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의 선행학습과 학구열. 이런 정체된 수준에서 성장을 꾀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 뿐이지.’

     

    고강도의 실전을 치르며 칭호와 업적, 보상을 쌓아 정체된 경지를 넘어서는 것.

    혹은 마나연단법으로 신체를 압축하여 연마하고 마나연공법으로 마나의 총량과 사용효율을 늘리는 것.

     

    “후자는 사실상 일맥상통한다. 마나연단법도 결국은 마나를 다루는 훈련법. 마나가 늘지 않으면 신체의 압축률과 강화율에도 한도가 있다.”

     

    강화라는 말에 유독 움찔거리는 학생이 몇몇 있었지만 설마 제국에서 금기시되는 강화에까지 벌써 손을 뻗은 1학년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디오게네스 교수는 마나연단법도 한계에 달할 정도로 정말 수련을 열심히 한 1학년들이구나 하며 기특해하였다.

     

    “그러니 돌고 돌아서 결국 이 <상급반 마나증진> 강의가 중요해진다. 마나량의 증가가 곧 정체를 맞이한 여러분의 성장을 재촉할 유일한 수단이니까.”

     

    학생들의 눈에 의욕이 가득 찼다.

    이 강의가 자신들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은 표정들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마나를 늘릴 방법을 알려주마.”

     

    교수는 그대로 흙바닥에 털썩 앉았다.

     

    “마나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 그것은 모방이다. 마나가 많은 종족들은 하나같이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자연마나 보유량을 늘리지.”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땅에 엉덩이를 붙이는 시원찮은 980기 학생들과 달리, 마나만 늘 수 있다면 그깟 흙쯤이야 좀 묻어도 상관없다고 거침없이 앉는 981기 학생들!

     

    “가령 개수인의 경우에는 흙을 뒤집어쓰고 땅에서 뛰놀며 대지에 깃든 자연마나를 습득한다. 이는 지면에 가라앉은 흙 사이에 스며든 마나를 폐부로 호흡하고 피부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마나증진 현상이다.”

     

    무언가 싸함을 감지한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흙을 뒤집어써…?”

    “저게 맞아?”

     

    당황한 학생들에게 디오게네스 교수는 훗 하고 웃으며 냉혹한 현실을 들이밀었다.

     

    “지금부터 강의가 끝날 때까지 흙 위에서 시간을 보내라. 힌트는 주었으니 마나를 흡수하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라. 이것이 나 디오게네스가 창시한 <본성주의 마나학>의 입문과제이자 <상급반 마나증진>의 첫 걸음이다.”

     

    학생들은 울상을 지으며 흙 위를 서성거렸다.

    흙을 끼얹고 뒤집어쓰면 마나가 는다고는 했지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지?

    어색하게 손으로 흙더미를 파헤쳐서 무릎 위에 끼얹는 학생들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런 흙 놀이 수준으로는 안 돼.

    변방파벌 학생들은 과감하게 흙 위에 데굴데굴 몸을 굴렀다.

     

    “에이잇, 이왕 더럽힌 몸 아주 끝까지 굴러주마!”

    “으엣퉤퉤. 손오천 이 자식, 흙먼지가 다 튀잖아!”

    “으하핫. 흙먼지가 아니다. 이건 마나다!”

     

    옆에서 흙을 끼얹음 당한 벽력성천신교 수녀 니세가 무뚝뚝한 얼굴로 메이스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흙이 좋다면 이 성스러운 메이스로 원 없이 드시게 해드리겠습니다.”

     

    쾅쾅 지면을 갈아엎는 공격에 마구 솟구치는 흙더미와 서로 스플뎀을 맞으며 마나수련은 뒷전이 되고 흙 먹이기 대전이 되어가는 변방학생들의 수련!

    제국학생들은 차마 저런 개판에 가세하지는 못하고 서로 폐는 끼치지 말자고 무언의 타협을 이루었다.

     

    “요컨대 땅을 갈아엎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 아닌가~? 그럼 땅을 깊이 파서 안에 들어가서 마나연공법을 실행하면 모이는 마나가 늘겠네♡”

    “오오. 역시 매스각키 황녀님의 지모는 저희 삼대공신가문을 웃도십니다. 어찌 그런 뛰어난 생각을 하셨는지 감탄스럽습니다.”

     

    기회는 이때라고 냉큼 아부를 떠는 호너 후라이드치킨에게 매스각키 황녀가 킥킥 웃으며 재촉했다.

     

    “뭐해~?”

    “예?”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야지♡ 빨리 땅 파♡”

    “…”

    “응원은 해줄게?”

     

    흙놀이파의 변방과 생매장파의 제국.

    디오게네스 교수는 뜻밖에도 이들을 좋게 보았다.

     

    ‘알고 저러는 건지 모르고 생각 없이 저지른 건지 다들 핀트는 제대로 잡았군.’

     

    개수인의 마나증진 수련법은 땅을 갈아엎는 것과 지면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손오천을 비롯한 변방 학생들은 전자를, 매스각키 황녀를 비롯한 제국 학생들은 후자를 단숨에 파악하고 수련에 돌입했다.

    어느 쪽이 우수하고 다른 쪽은 못하다고 폄하할 수도 없다.

    땅을 갈아엎으며 새어나오는 마나는 양이 많고, 깊이 판 지면에서 연공을 하면 마나흡수효율이 늘어나니 모두 수련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오히려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들은 모두 칭찬할만했다.

     

    ‘오히려 헤매는 건 이쪽이군.’

     

    난리 통에 어울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연구를 하는 카시아를 비롯한 C그룹 학생들.

    파벌의 추세에 휩쓸리기 싫은 학생들도 그런 C그룹 근처에 모여 조용히 수련을 개시했다.

    오크노디와 싱.

    두 사람도 그런 부류에 속했다.

    모래사장에 놀러오기라도 한 것처럼 흙더미에 몸을 묻고 말똥말똥 눈을 깜빡이는 괴짜부터 그냥 흙바닥에 엎어져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녀석까지.

    종잡을 수 없는 C그룹 학생들 사이에서 흙을 빤히 쳐다보기를 3초, 오크노디를 흘끗하기를 3초.

    한참을 망설이다가 흙을 입에 집어넣는 카시아는 아주 가관이었다.

     

    “으엣퉤퉤.”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아무리 본성이 쫓는 수련법을 권장하는 디오게네스라도 C그룹 학생들은 수련법의 길을 잡아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하던 그는 외따로 떨어져 앉은 오크노디와 싱을 주목했다.

     

    ‘음?’

     

    동방의 연공자세인 가부좌를 취하며 무릎 위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싱.

    그에게서는 굳이 무리해서 지면을 갈아엎거나 땅속으로 내려가는 대신, 사방에 퍼진 기를 탐욕스럽게 흡수하는 강한 포집력이 느껴졌다.

     

    ‘동방의 마나연공법이라 불리는 내공심법은 과연 특이하군.’

     

    행위를 통해 마나를 자신에게 인도하거나 특별한 장소에서 지기를 응축시키는 학생들과 달리, 싱은 무차별적으로 주변의 마나를 끌어당겼다.

    자신의 내면에 거대한 토양을 쌓아올려 흙의 마나가 스스로 모여들도록 만든다.

    개수인을 넘어서 대지 그 자체가 되는 토납법의 존재와 내공심법의 발상에는 솔직히 감탄했다.

    그런데 그 뒤에 오크노디가 손을 얹는 순간, 감탄이 경악으로 뒤바뀌었다.

     

    ‘아니, 저딴 미친 짓을!?’

     

    디오게네스는 기겁하며 두 사람의 주변에 마나역장을 펼쳤다.

    연공 중인 사람의 신체에 손을 얹어 길을 연결하고 상대의 연공에 개입한다.

    상호마나가 체내에 스며들며 이질적인 기가 혈도를 상하게 만들고 심하면 내부주요장기를 파괴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다.

    마탑에서도 같은 계열을 넘어서 같은 학파를 연마하는 사제지간에서, 기사들도 같은 스승에게 같은 수련법으로 정진한 동문끼리나 흉내낼 수 있는 위험천만한 짓이 오크노디와 싱 사이에 벌어졌다.

    이건 억지로 말리다가 까딱 잘못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동방과 서방. 내공심법과 마나연공법. 무엇 하나 같을 것이 없을 학생들이 이질적인 기를 서로 맞물리려고 들다니!’

     

    긴장하며 지켜보던 디오게네스의 눈에 기이한 광경이 포착되었다.

    싱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이 더욱 거칠고 포악스럽게 그의 전신을 주파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기의 흐름은 속도가 느릴 때보다도 더욱 안정적이었다.

    비포장도로에서의 50km/h와 포장도로에서의 120km/h에 안정성의 차이가 있듯이 기의 요동침 자체는 더욱 줄어든 것!

    물론 사고가 나면 120km/h에서 더 크게 일어나겠지만 싱의 제어력은 그런 사고를 허용할 정도로 열악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크노디의 인도가 훌륭했고, 이를 받아들이는 싱의 믿음도 대단했다.

     

    ‘대체 이 학생들은 정체가 뭐지?’

     

    학생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겠다는 취지에서 생활기록부를 펼쳐보지 않는 디오게네스 교수였지만 이번만큼은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싱(생활기록부)

    ○교내평판

    -위험한 동방검객. 선을 긋고 자신의 간격에 들어오는 자에게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른다.

    -재단의 장학생후보. 2학기가 시작되고도 이사장의 저택에서 오크노디와 함께 일주일 간 돌아오지 않은 유일한 학생. 재단의 포섭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험한 아동성애자. 자신보다 5살 이상 어린 여학생의 주변에 얼쩡거리는 모습을 보았다는 제보가 100건 이상 존재한다.

    ━━━

     

    “…”

     

    대단한 믿음을 지닌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이 악질 아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눈으로 변했다.

     

    “이거 아주 모범적인 본성주의자로군.”

     

    본성을 따르는 수련법을 중시하는 그에게 어린 학생과 사귀는 것은 금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11살은 너무했다.

    싱이 아니라 오크노디가 더 위험하겠어.

    다른 학생들에게는 다크프린세스라는 멸칭으로 불릴 정도로 겉도는 아이에게 접근해서 자신의 욕망을 펼치려고 들다니.

    아주 음습하고 불쾌한 녀석이다.

    오크노디도 그런 싱이 어지간히도 싫었는지 가방에서 바짝 탄 석탄덩어리나 다름없는 음식을 꺼냈다.

    저딴 걸 먹는다고 폭발내성이 오를 리가 없잖아.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뜻이겠지.

     

    와삭와삭.

     

    그런데 이 남자, 정말로 먹었다.

    심지어 심법의 안정도마저 정말로 상승했다.

    그 광경을 본 디오게네스는 황당하게도 깨달음을 얻었다.

     

    ‘탄 음식이라고 마냥 쓰레기라고 여겼던 건 내 선입견이었구나!’

     

    흙을 파헤치고 끼얹으며 노는 개수인들의 불결한 놀이에서도 마나증진의 힌트가 있듯이 탄음식의 섭취에도 무언가 숨은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린 아이에게 손을 대는 것도?’

     

    자신보다 어린 아이도 건드리는 쓰레기 같은 싱의 성적취향조차도 자신조차 모르는 마나증진의 힌트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에이 설마.”

     

    디오게네스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여겼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정말로 탄 음식에 숨겨진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그럴 일이 있을까?

     

    ‘일단 탄 음식을 먹여보고 효과를 검증해야겠어.’

     

    물론 조교들한테 먼저 먹여야지.

    아니, 그랬다가 교수평가가 나빠지면 나만 손해잖아?

    적당히 정보를 흘려서 다른 교수의 실험실에 있는 조교들이 대신 탄 음식을 먹게 해봐야겠다.

    분명 재학생에게 돌을 먹이는 미친 교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교수 이름이 위어드 교수였던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숨 쉬듯이 빌런을 양산하는 흑막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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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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