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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2

       먼지구름 속에서 원더스타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행색은 객실 10여 개가 무너진 파괴의 현장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답지 않게 깔끔했다. 지저분한 벽화 위에 혼자만 새 물감으로 덧칠한 것 같았다.

         

       “이걸로 끝입니까?”

       “교, 교주님…….”

         

       마리오 삼 형제는 절망적인 한숨을 토했다. 차라리 그가 무지막지한 괴물의 형태로 변해 자신들을 격파했다면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통 인간의 형태로 딱 필요한 수준의 힘만 써서 자신들을 제압했다.

         

       “저, 저희가 졌습니다…….”

         

       삼 형제는 고개를 떨궜다.

         

       “당신들에겐 아직 비장의 수가 하나 더 남아 있지 않았나요? 사람들을 군체로 묶어서 세 사람과 융합하는 마법이…….”

         

       그들은 등에서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아직 그들이 개발 중인 기술이었다. 그 발상을 떠올린 것은 고작 며칠 전의 일이었다. 그때, 그들은 최소 몇 년은 연구하고 합을 맞춰야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셋이서만 나눈 대화를 교주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우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있었어.’

         

       세 사람은 턱을 덜덜 떨었다. 그들은 원더스타인이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도시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직 미숙한 저희로서는……감당할 수 없는 힘입니다.”

       “흠, 그러면……호텔에 쳐둔 이 마법은 어떻게 할 거죠?”

       “다, 당장 해제하겠습니다!”

         

       마리오 삼 형제는 각자 하나씩 품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사방에서 쿵 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호텔 건물과 직원들이 주술의 속박에서 벗어나면서 일제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역시 게임에서처럼 그들 품에서 물건들을 떨어트려 놓으면 마법이 깨지는 모양이었다. 원더스타인은 ‘훔치기 도적’이라는 예능 플레이로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그들을 공략했던 것을 떠올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것을 본 마리오 세 사람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저 웃음. 그는 자신들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 이제 저희는 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마리오 삼 형제는 그의 앞에 엎드려 바짝 고개를 조아렸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지팡이의 장식을 톡톡 쳤다.

         

       원래라면 그는 이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다. 그들의 최종 비기인 군체 융합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고농도의 산성 액체를 입에서 내뿜어 그들을 육신째 불살라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최종 기술을 시도하지 않았다. 아직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전의를 상실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그들을 당장 죽일 명분이 없게 됐다.

         

       그렇다고 이들을 체포해 경비대에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들의 입에서 자신의 비밀이 새어 나갈 수도 있었다.

         

       원더스타인이 내쉬는 한숨에서 뭔가를 감지한 삼 형제는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교주는 지금 자신들의 목숨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교, 교주님!”

       “시, 심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마리오 삼 형제는 이번 일이 어떻게 촉발된 건지 알고 있었다. 부교주는 베르그송 상회에 목줄을 채워놓고 싶어 했고, 원더스타인은 상회의 회장을 옆에 두고 싶어 했다. 그걸 둘 다 충족시킬 방법이 그들에게 있었다.

         

       “베르그송 자작은 저희가 잡은 걸로 하겠습니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어차피 도플갱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본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원래 잡고 난 뒤에 아지트 중 한 곳에 가둬두려 했었습니다!”

       “저희 선에서 격리한 것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의 제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들을 죽인다면 부두교의 경계심만 올라갈 뿐이었다. 토끼 마녀가 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려 들지 몰랐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들을 이용해 그녀의 눈을 속이는 게 맞았다.

         

       “좋습니다. 그러면 당신들을 믿고 맡기겠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마리오 한 명이 소리치며 친구들을 돌아봤고 나머지 둘도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원더스타인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마당에 그런 멍청한 짓을 시도할 리 없었다.

         

       “물론입니다!”

       “믿어주십쇼! 깔끔하게 처리해 보이겠습니다!”

         

       그때, 호텔 입구 쪽에서 신호탄이 연달아 쏘아 올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황실 휴양지 방향에서는 횃불을 든 병사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건물과 직원들에게 걸린 마법이 풀리면서 외부에 소식이 닿은 듯했다.

         

       “좋습니다. 한 번 믿어 보죠. 서둘러 빠져나가도록 하세요.”

         

       원더스타인은 마리오 삼 형제의 몸을 일으켜 다친 데를 몇 군데 치료해주었다. 괜히 부상 때문에 늦장 부리다가 경비대에 붙들리는 것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가, 감사합니다!”

       “그, 그럼 펴, 평안하시길…….”

         

       세 사람을 떠나보낸 그는 병사들이 내려오는 숲 쪽을 바라보며 설리반에게 연락했다.

         

       -그쪽은 어떻게 됐습니까?

       -안 그래도 막 끝난 참입니다. 여간내기가 아니더군요.

         

       벤이 거친 숨을 토했다.

         

       -근처로 병사들이 가고 있습니다.

       -네. 보입니다.

       -빠져나올 수 있겠습니까?

       -제 몸 하나 빼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이 사냥꾼 녀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더스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내버려 두고 오세요. 주모자 한 명은 넘겨줘야 경비대도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테니.

       -알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연이어 다른 단원들도 무사한지 확인해가며 천상 욕탕으로 향했다. 아나이스와 니카, 두 사람은 욕탕 근처에 있는 다용도실에 숨어있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욕탕에 도착한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잿더미로 변해 다 무너져 내린 건물뿐이었다. 암살자들이 지른 불이 온천에 딸린 건물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이런.”

         

       워낙 ‘물’의 이미지가 강한 목욕탕이었기에 불을 지른다는 발상을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그는 다용도실이 있었던 부근을 뒤졌다.

         

       다행히 시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온천 내부를 살폈다. 그곳의 상황도 거의 끝나 있었다.

         

       직원들에게 걸린 주술이 풀리면서 암살자들의 수적 우위가 무너졌다. 그 와중에 니카와 아나이스를 찾으러 그들의 일행 4명까지 근위대 측에 합세하자 그들이 일방적으로 밀렸다. 순식간에 수세에 몰린 그들은 원더스타인이 도착했을 때는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

         

       “크윽, 페렌츠 대장도, 후발대도 다 이더로 간 건지…….”

         

       마지막으로 남은 암살자가 분을 토했다. 그것은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그의 목은 곧 근위 기사가 휘두른 검에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제압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살아 있는 놈은 어차피 많이 있다. 지금 우리 수도 별로 없는데 많이 살려둬봤자 전하가 기습당할 확률만 올라가지.”

         

       근위 기사는 부하들에게 살아남은 포로들을 찾아내 묶어두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자신들을 도와준 4명에게 다가갔다.

         

       “드미트리 경, 때마침 잘 나타나 주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전하께 휴가를 받은 줄 알았는데…….”

         

       코카를 호위하던 근위 기사가 드미트리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드미트리는 두 노인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대답했다.

         

       “고작 일주일 휴가인데 멀리 떠날 수 있겠나. 마침 근처에 사촌 동생이 와 있어서 같이 놀던 참이었네. 그러다 무장 괴한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왔지. 그래. 전하는 무사하신가?”

       “일단 최소한의 조치는 다 취했습니다. 전하께 모셔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경호 규칙상 근무 외 인원은…….”

       “그래. 최악의 경우는 다 상정해야지. 나는 나중에 전하를 찾아뵙겠네.”

         

       드미트리에게 코카의 목숨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 그가 궁금한 것은 이곳에 왔던 니카의 행방이었다. 하지만 괜히 그것에 대해 캐물었다가 상대의 관심을 자극할까 봐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다행히도 그 질문은 아나이스의 집사인 바텔이 대신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실례지만 여기 전하의 부름을 받고 왔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들 말이오? 전하가 칼침을 맞고 난 뒤 바로 욕탕에서 빠져나갔소.”

         

       그의 말에 네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 싸움에 휘말려 다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저들도 두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가? 멀리서 네 사람을 지켜보던 원더스타인은 이만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일단 주루로 가보기로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만한 곳으로 거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남자애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회색 머리의 소녀, 니카였다.

         

       “니카 양.”

       “워, 원더스타인 씨…….”

       “무사히 빠져나갔던 모양이군요.”

       “네. 덕분에……. 단장님은 그 마도사들을 물리치신 건가요?”

       “물론이죠. 비록 놓쳐버렸지만요.”

         

       원더스타인은 그렇게 말하곤 등 뒤편을 가리켰다.

         

       “당신의 수행원 둘은 저기 있더군요.”

       “그,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니카는 두 호위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냉정한 척했어도 사실 두 사람을 많이 걱정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아나이스 님은 어디 갔습니까?”

       “그분이랑은 중간에 헤어졌어요.”

         

       네 사람을 전장으로 떠나보낸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원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두 사람의 숙소 방향은 반대였기에 중간에서 갈라졌다.

         

       그렇게 기어서 숙소에 간신히 도착한 니카는 이름표를 몸에서 떼어 내고 다시 옷을 갖춰 입었다. 그러고 바깥 동정을 살피던 그는 직원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마법이 풀렸다는 것을 느끼고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아나이스 씨도 아마 숙소로 갔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힘든 일이 많았으니 피곤할 겁니다. 수행원분들이랑 숙소로 돌아가서 쉬세요.”

       “단장님은 그러면……?”

       “저는 아나이스 님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러시군요. 음, 저 그런데…… .”

         

       니카가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는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왜 마도사들이 한낱 술집 종업원에 불과한 아나이스를 노리는 건지, 그와 그녀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되는 건지, 무엇보다 코카에게 거래 조건으로 제시했던 정보들을 정말로 알고 있는 건지.

         

       그러나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원더스타인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먼저 질문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이 배역 이름표에 어떤 이름을 썼는지 궁금…….”

         

       그러나 그는 상대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질문을 입에 담는 순간, 니카가 쌩하니 그를 지나쳐 온천 쪽으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자, 자세한 얘기는 내, 내일 해요!”

         

       원더스타인은 그의 목소리가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으로 뒤범벅된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뭔가 이상한 걸 썼나?

       저 애는 남자애 같은 면이 있으니 설마 웃통을 벗고 남자 흉내를?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망상에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아무리 절벽 가슴이라고 해도 여자애를 가지고 이런 음습한 상상이라니.

         

       아마 아나이스와 부부 사이나 남매 사이 따위를 연기한 정도가 상식선일 것이다.

       그래. 그 정도면 부끄러울 만하지.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원더스타인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음과 동시에 자신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멍멍!”

       “헥헥!”

         

       보일러실로 향하는 길목의 복도에 나신의 여인이 개처럼 혀를 내민 채 네발로 기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그의 후원자인 아나이스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살엔딩 님, 100코인 후원!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는 더 힘을 내보겠습니다! 독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월은 일이 많습니다. 해외 여행도 가고, 설도 있고. 그래도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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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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