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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2

       갑작스러운 외모 공격에 충격을 받은 왕필이 차게 웃는다.

         

       “흐흐흐…, 기대하거라. 네놈의 얼굴을 제외한 모든 살과 근육, 그리고 뼈를 발라내 주마. 그러고도 그 주둥이를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자.”

       “어…, 아마 가능할걸. 내가 원래 물에 빠져도 주둥이는 둥둥 뜨는 사람이라.”

         

       전투에 앞서 상대의 심기를 거세게 뒤흔들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것이 바로 주둥이다.

         

       백우진은 지금까지 이 주둥이로 숱한 위기를 넘겨왔다.

         

       물론, 반대로 숱한 위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키아아앗!”

         

       분노에 찬 비명을 내지른 놈이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큼지막한 식칼을 내리긋는다.

         

       언뜻 보기에 아무런 묘리도 없어 보이는 막누가내식 움직임.

         

       허나, 그것은 눈속임일 뿐.

         

       무질서한 움직임이 하나의 형을 이루어 질서를 이루는 무공이 더러 존재한다.

         

       왕필의 무공은 그런 류의 것이었다.

         

       거칠고, 어떤 묘리나 형을 따르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 무엇보다 질서정연한.

         

       “이크.”

         

       그렇기에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겉으로 봐선 좀처럼 공격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다음 공격이 어디로 이어질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기에.

         

       그리고 그것은 백우진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해 이리저리 나풀거리는 주선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검술.

         

       취객의 움직임이 어디 정해진 대로 움직이던가.

         

       주선검결 또한 마찬가지다.

         

       자유롭고, 위태롭기 짝이 없으나 그 안에는 오직 검을 휘두르는 이만이 알 수 있는 일정한 형태가 깃들어 있다.

         

       어쩔 수 없다.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검술이라는 틀에서 묶어내기 위해선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니까.

         

       카앙! 챙! 차르륵!

         

       날카롭게 벼린 검과 식칼이 순식간에 수십 차례 합을 나눈 뒤, 서로 거리를 벌린다.

         

       식칼을 타고 흘러들어온 격한 손맛을 느낀 왕필이 즐겁다는 듯 웃어대기 시작했다.

         

       “흐하하하! 네놈, 나와 비슷한 것을 익혔구나.”

         

       왕필이 익힌 무공의 이름은 ‘도살검(屠殺劍)’.

         

       가축의 숨통을 무자비하게 끊어내는 도살자의 검을 하나의 형태로 엮어낸 검술.

         

       “캬아악!”

         

       그래서일까.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짙은 피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검법 자체에 배어 있는 살검의 흔적이 그의 경지에 힘입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

         

       일검, 일검이 오직 상대의 숨통을 완벽하게 끊어내기 위한 무시무시한 살검(殺劍).

         

       평범한 이였다면 짓눌리고도 남을 기세가 깃들어 있다.

         

       또 한 번의 공방이 막을 내린다.

         

       탐색전이라도 벌이듯, 상대의 공격을 수월하게 받아넘긴 백우진이 감상을 토해냈다.

         

       “그 검술, 혈교의 무공은 아닌가 봐.”

       “크크크…! 감이 좋은 놈이로구나.”

         

       도살검은 혈교로부터 사사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왕필은 가난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동물의 목숨을 빼앗는 아비의 모습을 보며 자라왔고, 조금 더 컸을 때는 아비의 뒤를 이어 백정이 되었다.

         

       그의 아비는 늘 어린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내 아비는 매일 같이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흐흐!”

         

       못난 아비의 밑에서 태어나 마찬가지로 백정의 길을 걷게 만든 것이 그리도 안타까웠다.

         

       “근데 그거 아느냐?”

         

       그러나 아비의 구구절절한 미안함은 왕필에게 조금도 와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아비가 백정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백정이 된 것이 아니었기에.

         

       “난 백정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백정이라는 직업이 좋았다.

         

       죽음을 앞둔 동물들이 자아내는 애처로운 움직임을 보는 것도, 두꺼운 거죽을 뚫고 들어가 살과 근육을 자르고 숨통을 끊어내는 손맛도, 고통에 펄떡펄떡 뛰다가 이내 축 늘어진 채 급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도, 또 그것의 일부를 배에 채워 넣는 것까지.

         

       그렇다.

         

       그는 살아 있는 것의 생명을 빼앗는 데에 심취해 있었다.

         

       처음에는 동물을, 그다음에는 자신을 업신여기던 이웃을, 그다음은 그들의 가족을.

         

       어느덧 살인자가 되어버린 그는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도망자 신세로 중원 전역을 떠돌았다.

         

       그러다 혈교의 눈에 들었다.

         

       사람을 죽이고 그 피와 살을 취할 수 있다기에 왕필은 일말의 고민 없이 혈교도가 되었다.

         

       “흐흐, 내 손으로 직접 네놈의 온몸을 난도질하고 싶었으나 쉽지 않아 보이는구나.”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그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생을 빼앗고, 갈취하고, 맛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쓸모없어진 것을 재활용하는 것까지.

         

       한껏 기운을 끌어 올린 그가 허리춤에서 자그마한 종을 꺼내어 흔든다.

         

       딸랑딸랑!

         

       “일어나라, 나의 노예들아!

         

       그가 광기 어린 함성을 토해내는 순간.

         

       대치하고 서 있는 두 사람 주변의 땅거죽이 울룩불룩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지진이라기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울림.

         

       불쑥불쑥 솟아오른 작은 둔덕 안으로부터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솟구쳤다.

         

       ”…….“

         

       그것은 다름 아닌 거뭇하게 썩은 살점과 누더기 같은 의복 조각들이 뒤덮고 있는 팔이었다.

         

       콰드드득!

         

       솟구친 팔이 주변의 흙을 헤집고, 그 틈으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팔, 머리, 가슴, 다리.

         

       마침내 땅 위를 딛고 선 것은 살아 움직이는 시체였다.

         

       ”좀…, 아니, 강시?“

         

       순간 튀어나올 뻔한 이세계의 단어를 갈무리한 채 이곳에서의 명칭을 입에 담는 백우진.

         

       이에 왕필이 미소 속에 흉흉한 살기를 피워 올리며 입을 열었다.

         

       ”흐흐! 그렇다. 혈교의 비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강시술이니라.“

         

       땅거죽을 뚫고 올라온 강시들이 백우진의 주변을 빼곡하게 감싼다.

         

       그 수는 눈으로 전부 헤아리기 힘들 정도.

         

       ‘어림잡아 수백.’

         

       주변을 둘러싼 놈들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 거리를 좁혀오는 것들까지 전부 더하면 능히 그 정도는 되리라.

         

       ”어쩐지 숲속으로 들어온다 싶더라니.“

         

       성문 근처의 땅은 단단하기 그지없어 시체를 숨기기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성벽 위에서 보초들이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겠지.

         

       그래서 왕필은 홀로 나타나 자신을 제지하는 보초 둘을 때려죽이고 곧장 숲속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자신에게 더없이 유리한 환경 속에서 싸우기 위해.

         

       ”큭큭!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 상황이 마냥 즐거운 듯 하염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조롱하는 왕필.

         

       이에 백우진이 희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회라니? 누가?“

         

       왕필이 숲속 한가운데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매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정체가 강시라는 것이 조금 놀라웠을 뿐.

         

       수백을 헤아리는 강시에게 둘러싸인 지금도, 백우진은 후회 따위는 하고 있지 않았다.

         

       ”푸흐…, 허세도 거기까지다.“

         

       그가 다시 한번 종을 흔들었다.

         

       딸랑!

         

       ”자아, 나의 충실한 노예들아! 눈앞의 적을 갈가리 찢고, 물어뜯어라아!“

         

       크하하하핫-!

         

       산을 쩌렁쩌렁 울리는 광소와 함께 강시들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한다.

         

       뿌드득!

         

       빠득!

         

       강시들이 섬뜩한 뼛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한 걸음, 두 걸음.

         

       비척거리던 움직임에 점차 속력이 붙더니, 빠른 속도로 내달려 백우진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을 들이민다.

         

       압도적인 물량 속에 좀처럼 찾기 힘든 틈.

         

       그러한 와중에도 백우진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냈다.

         

       사방에서 노리고 들어오는 무차별한 탐욕을 피하고, 검을 크게 휘둘러 단숨에 강시 여덟 마리의 목을 베어낸다.

         

       순식간에 비어버린 여덟 마리의 틈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시들에 의해 채워진다.

         

       ‘생각보다 압박감이 거센걸.’

         

       물량에 의해 좁혀지는 거리와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의 밀도가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강한 압박은 이를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몸을 더 빨리 지치게 하는 법.

         

       제아무리 체력에 자신이 있는 그라고 해도, 이 상태로 오래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백우진의 눈이 번뜩인다.

         

       지금 상황은 그에게도 썩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켜보는 눈이 없다는 것은 그 또한 비장의 한 수를 꺼내기에 주저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기에.

         

       그의 발이 가볍게 땅을 구른다.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그러나 뒤따라 몰려오는 파급은 결단코 가볍지 않다.

         

       쩌저적!

         

       다시 한번 땅이 갈라진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땅의 울림을 타고 드러난 균열이 강시들의 발밑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꽈과과광!

         

       갈라진 균열로부터 거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 위에 서 있던 강시들을 산산이 부수었다.

         

       ”미, 미친…!“

         

       이를 본 왕필의 입에서 거친 욕지거리가 쏟아졌다.

         

       가볍게 내지른 발걸음에 준비한 강시의 절반이 못 쓰게 되다니…!

         

       ”후우….“

         

       느슨해진 압박 속에서 짙은 숨을 뱉어내는 백우진.

         

       아직 익숙지 않은 천마군림보를 이만한 위력으로 펼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작 걸음 한 번에, 화경에 이른 무인의 내공이 절반 가까이 날아갔으니 오죽할까.

         

       몸은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백우진은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흡!“

         

       짧게 숨을 머금은 그가 조금 전보다 훨씬 넓어진 강시들의 틈을 누빈다.

         

       이를 본 왕필이 뒤늦게 합류하여 그를 제지하려 했으나.

         

       카앙!

         

       그가 달려들었을 때는 이미 강시들의 수가 이 할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크으으…, 이, 이놈이…!“

         

       분노하는 왕필.

         

       그러나 머릿속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차분하기 그지없다.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도모하기엔, 상대의 경지가 생각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

         

       ‘하는 수 없지. 비장의 무기를 꺼내는 수밖에…!’

         

       딸랑!

         

       그가 종을 흔들자,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강시 둘이 땅을 헤집는다.

         

       넓게 파인 땅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관이었다.

         

       ”자아, 일어나라…!“

         

       딸랑딸랑!

         

       종이 흔들리고, 관의 덮개가 터져 나간다.

         

       뻥 뚫린 관 속에서 한 사내가 몸을 일으킨다.

         

       앞서 일어난 강시들과는 형태부터 확연하게 다르다.

         

       살점 하나 썩어 있지 않고, 정갈한 무복 위에 두꺼운 갑옷마저 두르고 있다.

         

       수려한 외모에 창백한 피부가 더해져 생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강시에게 단 하나의 흠결이 있다면 다름 아닌 목.

         

       잘린 것을 이어 붙이기라도 한 듯, 실로 꿰맨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가 비장의 무기랍시고 일으킨 강시는 백우진 또한 알고 있는 이였다.

         

       ”백…, 우진…, 죽…인다…!“

         

       백우진에 대한 원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강시의 생전 이름은 독고천.

         

       그가 제 손으로 직접 해치운 배신자가, 적의 손아귀에서 깨어나 울부짖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안하다 고천아,,, 한 번만 더 죽자,,,!

    늦게 연재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어제 글이 하도 안 써져서 새벽 다섯 시까지 붙잡고 있다가 결국 넉다운 상태로 잠이 들고 말았읍니다.

    부랴부랴 글 완성하니 어느덧 이 시간이네요.

    다음 편은 좀 더 빨리 준비될 수 있도록 바로 가보도록 하겠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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