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42

       

        

        

        

        

        

       ───쿵!

        

        

        

       “있는 여력, 없는 여력 다 짜내서 왔구만. 아주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어.”

        

       “플레어 멋있네요.”

        

        

        

        청명한 하늘 위를 수놓는 플레어, 주변에 떨어지는 미사일, 그리고 허공에서부터 내려오는 무인 공수전차 다섯 대. 그런 행렬이 무려 다섯, 그리하여 스물다섯 대의 무인 전차가 옐름이라는 도시 위로 떨어져내린다.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가동을 시작한 건 덤이었고.

        

        포구초속이 마하 8에 달하는 전열화학포를 탑재한 전차의 캐터펄트가 굴러가는 사이, 합동 기지의 남쪽에 위치한 초대형 군사기지의 어느 즈음에서부터 몇 발의 지대공 미사일이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아군 수송기가 플레어를 쏘아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알루미늄 조각과 불꽃 덩어리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화려한 폭죽놀이 비스무리한 게 시작된다. 그 와중 수송기 한 대가 엔진에 불이 붙긴 했지만 추락하지는 않았다. 본래 저런 종류의 비행기는 엔진 하나로도 비행할 수 있었으니까.

        

        SAM이 20발 넘게 날아들었는데 엔진 한두 개 정도만 까먹은 거면 기적의 교환비지.

        

        

        

       “…아, 아. 현 시간부로 전선을 돌파합니다. 목표 지정 바랍니다.”

        

       “확인.”

        

        

        

        그러던 와중, 굴러가다 말고 갑자기 탱크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아무래도 전차 내부에 달린 음성 합성기가 작동한 듯한 모양이었다. 이제부터는 이카루스 기어에 달린 적외선 레이저 지시기를 활용할 시간이었다.

        

        탱크 옆면에 손을 짚고는 내부 시스템에 접속, 다양한 기능이 팝업된다. 탄약이나 부족한 전술 장비를 보충할 수도 있었지만, 이 즈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추후 격전지에 도달했을 때 이카루스 기어의 광학미채 기능을 증폭시키는 설정을 켜는 것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뜬금없이 날아든 폭격이나 포격에 탱크가 박살날 수도 있고, 방해 전파 등등으로 인해 액세스가 안 될 수도 있으니…가 아니라, 그럴 확률이 사실상 100%에 가깝게 수렴하니까. 다년간의 전장 경험으로 인해 알아차린 사실이었다.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가디언은 오랜만에 보네요. 뉴욕에서 싸돌아다닐 즈음에서도 시제품만 봤었던 건데.

        

       -아르테미스를 완전히 박살낸 다음에나 개발 진전이 빨라졌으니, 지금 즈음에선 본격적으로 보급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가보지.

        

        

        

        M3 가디언 무인 전차.

        

        과거 DARPA에서 프로토타입이 굴러다니는 것만 적당히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걸 이제 전장에서 보게 되다니 실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구체적으로는 하모니와 다이스를 쏙 빼놓고 로건과 비밀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웅장해졌다.

        

        크기와는 정반대의 낮고 작은 엔진음과 함께 캐터펄트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나와 로건이 먼저 근방의 받침대를 밟고 탱크 위에 올라타자 하모니와 다이스도 쭈뼛쭈뼛 올라탔고, 그러자 근방에 있는 유저 전원이 너나할 것 없이 탱크 데산트를 시행했다.

        

        물론 이 즈음에서 탱크의 연산력을 빌려 광학미채의 크기를 좀 키워놔야 나중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없었다. 다른 유저들이 그걸 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략 4분 가량이 지나 우리가 앵커 발사기를 탱크에서 보급받고 있을 무렵, 드디어 수천 명의 유저가 녹아내린 허허벌판에 다시 도착했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좀 강한 친구들을 꽤 데리고 왔다.

        

        

        

       ───투웅!

        

        

        

        레일건 사격음과 주포 소음을 적당히 섞어 믹스한 듯한 괴랄한 소음, 그리고 폭발이 일시에 겹친다. 백 개 가량에 달했던 무인 포탑이 순식간에 하나둘씩 침묵해가는 가운데, 절반 가량의 전차가 포신을 하늘 방향으로 돌리고는 사격을 개시했다.

        

        콰앙. 그 순간 하늘에서부터 연달아 터져나가는 무언가. 뭔지는 안 봐도 뻔했다. 날아오는 자주포 포탄 등등을 요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쪽의 화력지원이 워낙 강력했기에 전부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전차에 가해질 결정적인 폭격은 손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우리가 타고 있던 전차가 광학미채 증폭을 시작했다.

        

        

        

       “무운을 빕니다.”

        

        

        

        고폭탄을 연신 쏘아대는 와중 음성합성기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오로지 나만큼은, 그리고 로건은 저것이 단순히 인게임에서의 보이스가 아니라 현실에서부터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탱크가 보유한 연막탄 열다섯 개가 사전에 짜놓은 기동 루트 위로 일제히 살포되었다. 다른 탱크 몇 대 역시 이에 호응하여 연막이 쉽게 휩쓸려 사라지지 않도록 네다섯 개 가량을 뿌려대었고, 삽시간에 뻥 뚫린 벌판 위로 꽤 거대한 크기의 연막 구름이 형성되었다.

        

        그 사이를 달려나간다. 한 눈에 보아도 무식하기 짝이 없는 크기의 대형 기지. 수십만 명의 무식한 숫자를 동원하여 산을 거의 통째로 밀어버리고 그 위에 기지를 지어버린 게 틀림없었다.

        

        

        

       ───카앙!

        

        

        

        발사기에서부터 튀어나간 앵커가 위 어딘가에 걸린다. 여전히 위에서는 기관총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고, 수백 미터 뒤에서는 폭격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WW2인가 싶었지만 원래 전장이란 이딴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로 괴상망측한 공간이긴 했다.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게 더 중요했기에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등강기에 줄을 꽂은 채 벽을 타고 오른다. 기본적으로 토치카는 십자포화를 기준으로 사격각을 조절하는 게 보통이니, 자칫 광학미채가 해제되면 부드러운 옆구리나 등짝에 총알을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하여 속도는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바로 그 점이 피를 말리게 했다.

        

        대략 수십 미터를 올라갔을 즈음 성과가 보였다.

        

        

        

       “…이 새끼들은 진짜 WW2에서 막 건져올린 프랑스군이랑 정신머리가 비슷한 것 같은데.”

        

       “마지노선 축소판이긴 하네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이걸 파냈을지.”

        

        

        

        말 그대로 빽빽하게 이어진 방어선, 산을 깎고 땅을 파들어가 만든 거대 기지.

        

        주변을 휙휙 둘러보던 로건은 지도를 펴 이곳과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 간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했고, 이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일단 할 수 있는 것까지 해보고, 안 되면 벙커버스터나 레이저 수소폭탄을 들이부어보자고.”

        

       “결국 답이 그거라니,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이 없네요.”

        

       “어림짐작을 통해 도출된 결론과 실측을 통해 도출된 결론의 무게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 비교적 깨끗하게 확보해야 하는 합동 기지와도 거리가 꽤 있으니 마음 편히 화력을 들이부어도 될 거야.”

        

        

        

        철컥.

        

        나와 로건, 그리고 다이스가 사전에 약조한 대로 증기 네이팜과 화염 수류탄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사이, 하모니는 손가락을 바쁘게 놀려 이카루스 기어를 조작했다.

        

        해킹용 펄스가 반경 300m를 뒤덮는다. 이제부터 하모니는 시설의 기본적인 조작 기능을 일부 사용 가능했고, 우리는 그걸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예정이었다.

        

        

        

       “산소 생성 기능은 다들 아시죠? 저산소증으로 기절하면 곤란하니 항상 UI 잘 보면서 유의하시길.”

        

       “넵.”

        

       “그럼 이제부터 돌입합니다.”

        

        

        

        네 명으로 이뤄진 충격군이 시설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펑!

        

        

        

       “흐아악, 뜨거워!”

        

       “케헥, 케흑…!”

        

       “세묜, 빌어먹을…!”

        

        

        

        환풍구가 꺼지고, 게이트가 폐쇄되며, 불꽃이 피어오른다.

        

        유사시 침입한 적들을 가둬놓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역량을 모조리 짜내어 건설된 요새, 그리고 그 안의 격벽이었지만, 그 기능 자체를 탈취당한다면 완전한 말짱 도루묵. 지원군이 차단당하고 아군은 퇴로가 막히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모두가 가정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 위로 도래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그 무엇보다도 더없이 처참했다.

        

        

        

       “감마-3 섹터에 적 확인! 퇴로가 차단되었다! 나갈 수가 없어!”

        

       “응전하라, 빔펠 팀. 폐쇄회로 확인 결과 적은 단 넷이다.”

        

       “그 네 명 때문에 여기 있는 모두가 각개격파당하고 있다고!”

        

        

        

        교전 강령은 실로 간단했다.

        

        첫 번째, 게이트를 폐쇄하여 적들을 분단한다.

        

        두 번째, 천장의 불을 전부 꺼버려 어둠 상태로 만든다.

        

        세 번째, 네이팜을 터뜨린다.

        

        이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교전 우선순위는 열화상 혹은 나이트비전을 통해 적을 식별할 수조차 없게 만들었고, 적들은 나가는 길조차 찾지 못하다가 어둠 속을 틈타 접근한 살인전차 두 명에 의해 목이 꺾여 죽거나, 머리가 몸통과 분리당해 죽거나, 혹은 저산소증에 의해 기절하듯 요단강을 건넜다.

        

        불은 산소를 태웠고, 환풍기조차 작동하지 않아 산소 유입은 제로. 다용도 파우치에 여분의 산소 마스크, 그리고 이카루스 기어를 통한 산소 생성이 가능한 오퍼레이터만이 저산소, 혹은 무산소 공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렇게 손실 인력이 점차 늘어나자, 어쩔 수 없이 연합군 역시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폭발물 가져와, 격벽 뚫고 아군 구출한다! 나머지 루트는 전부 봉쇄해!”

        

       “진작 좀 하지, 빌어먹을….”

        

        

        

        두께만 10CM에 달하는 거대한 철제 격벽 앞으로 차곡차곡 쌓여지는 폭발물들. 조달 가능한 재료와 가용 가능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초대형 방공호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방폭문까지는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산산이 찢겨나가는 방폭문. 심지어는 밖에서 교전 중이거나 후속 포격 준비를 위해 열심히 재장전을 시행하고 있던 자주포 부대조차 탄약고가 유폭되었나 하여 긴급 연락을 걸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었다.

        

        폭발이 걷인 후 안쪽으로 밀려들어가듯 찢어진 문 사이로 하나둘씩 호다닥 빠져나오는 연합군 병력들. 하나같이 눈에 공포가 깃든 상태였다.

        

        

        

       “병력 재편할테니 예비 부대로 빠져!”

        

       “히익, 온다! 죽지 않는 불사신이 화염을 두르고! 저 격벽, 저 격벽!”

        

       “완전히 미쳤구만.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리하여 총구를 겨누고 혹시나 모를 적들을 기다렸지만, 당연히 뻥 뚫린 공간에서 적들이 멀쩡하게 기어나올 리가 없는 노릇. 기지 사령관은 병력을 뒤로 물리고는 손실한 아군 숫자와 격리 구역을 상부에 보고한다.

        

        그러나 실로 난감한 사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길 쳐들어온 적들이 고작 네 명이라고? 고작 네 명한테 32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걸 나더러 믿으란 말인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설령 기지 사령관의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 그 사실을 십분 이해한다고 쳐도, 그걸 상부에 보고한 후 밤하늘의 별처럼 수놓아지는 폭언의 향연을 정면으로 얻어맞게 된다면 바다조차 마르고 증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다. 고작해야 4명이 쳐들어온 것은 말 그대로의 사실이었고, CCTV에 잡힌 악몽과도 같은 광경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뒷받침해주고 있었으니까.

        

        이 순간에도 감마 섹터의 CCTV가 하나씩 깨져나간다. 섹터와 섹터 사이를 차단하는 브릿지를 전부 회수하고 격벽으로 잠가놓긴 했지만…만약 적들이 그 ‘그림자’라면? 죽여도 죽지 않는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이라면?

        

        굳건하게 차단된 회의실 안에서 오만가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저들이 다음은 어디로 올 것 같은가?”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최대한 주변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 후 요새 구조가 한눈에 저장된 사령부나 서버실로 가지 않겠습니까?”

        

       “정신 차리시오, 저들이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란 걸 간과하면 안 되오. 고작해야 펄스 몇 번만 쏴도 내부 청사진을 얼추 알 수 있소.”

        

       “어지럽군.”

        

        

        

        뾰족한 답이 나올 리가 있나.

        

        그럼에도 아예 모르고 얻어맞는 것과 알고 얻어맞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적어도 후자는 언제든지 문의 수동 개폐가 가능하도록 급하게 병사들을 교육시키는 한편, 산소 마스크와 산소통을 긴급하게 불출하여 유사시 교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남은 건 대응하는 것뿐. 내부 전력을 더 이상 상실하게 된다면 후방의 자주포대대와 시애틀 앞바다에 머물고 있는 리데르급 구축함의 순항 미사일 없이는 기지의 통제권을 쥐고 있기가 어려웠다. 적은 공수전차를 통해 포탑을 하나씩 철거해나가고 있었다는 점 역시도 크나큰 위협이었고.

        

        잠시 생각하던 그가 덧붙였다.

        

        

       

       “감마 섹터의 푸쉬킨 준장과는 연락이 되나?”

        

       “…13분 전 연락이 끊겼습니다.”

        

       “데이터 파기는?”

        

       “리셋 완료되었고, 네트워크 차단도 성공적입니다.”

        

       “그가 최대한 적은 정보를 뱉었길 바라야겠군.”

        

        

        

        침중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회의.

        

        그 이후로도 참모진들은 계속해서 하위 병사들의 보고를 종합하여 올렸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며 – 그로부터 대략 20분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수뇌부는 갑작스럽게 4인 침투조가 베타 혹은 델타 섹터…혹은 그 어디에서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연하겠지만, 그 상황을 두고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는 정신나간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고작해야 네 명이서 섹터 하나를 통째로 갈아엎을 정도라면, 얌전히 도망가기는커녕 분명히 어디엔가 숨어서 상상조차 못할 흉계를 꾸미고 있을 확률이 수백 배 높았다.

        

        

        그리고 그 말대로였다.

        

        

        

       ───치지직!

        

        

        

       “근방에 오는 사람 있나요?”

        

       “아직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네요.”

        

       “확인. 앞으로 30초만 더…퇴로 먼저 확보하고, 퇴출 지점에서 얼쩡거리는 적들은 전부 깔끔하게 처리하고 계세요.”

        

       “물론이죠.”

        

        

        

        새카만 어둠으로 물든 격납고 내부에서부터 섬광이 튀어오른다.

        

        이스칸다르 미사일의 차체 겉면을 토치로 잘라낸 뒤, 미사일의 외피를 가르고 300kg 가량의 구체를 적출한다 – 산 호세에서 유진이 직접 제안하였던 작전. 평행세계의 로건은 알고 있었지만, 이쪽 세계의 로건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광기어린 내용이 풀린다.

        

        로건마저 한순간 입을 다물 정도의 대담한 작전.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잘만 풀린다면 오늘 안에 이 거대한 요새를 송두리째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거란 사실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핵탄두는 나와 네가 하나씩 든다. 다이스를 데려가지. 막내는 로렌티나가 아끼는 녹색 고양이랑 함께 가면 되겠어.”

        

       “확인. 퇴출 지점은 어디로 할까요?”

        

       “리스폰이 된다면 구태여 신경쓸 필요 없이 함께 산화해도 되긴 하겠지만, 그건 찝찝하니…북쪽에 5번 고속도로가 있는 걸로 보이는데, 그 길을 타고 서쪽으로 빠져나간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끄응…!”

        

        

        

        누가 봐도 무지막지하게 무거워보이는 원형의 쇳덩이가 간신히 가방 안에 꾸겨져 들어간다. 일반인들보다 걸음이 훨씬 빠른 유진과 로건이 드디어 하모니와 다이스와 발걸음을 맞추었다.

        

        네 명의 인원이 차례로 사다리에 발을 올려놓는다. 두 명은 300kg의 등짐을 지고 사다리를 탄 다음, 하마터면 망가질 뻔한 등강기를 뒤로 하고 미리 잘라놓은 옥상 부분으로 빠져나와 사전에 약조한 대로 흩어진다.

        

        

        

       ‘방송을 안 켜길 잘했네.’

        

        

        

        그런 생각이 유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로건에게는 이 핵탄두와 연결된 자이로센서에 특정 신호를 가해 기폭시킨다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아무래도 다이스와 하모니에게까지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건 영 좋지 못할 것 같았기에 이따 폭탄을 설치할 때는 눈을 감으라고 할 심산이었다. 혹은 다른 데를 보게 시키거나.

        

        그녀는 대강 그리 생각하며 하모니와 델타 섹터로 향했고, 로건과 다이스는 베타 섹터로 이동했다.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하모니의 말.

        

        

        

       “어릴 때 국방TV를 우연히 본 적 있는데, 거기서 핵가방이라는 걸 처음 봤어요. 여태까지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는데…유진 씨 덕분에 알게 되네요.”

        

       “이건 알아도 피와 살이 되지는 않으니, 쉬쉬해야 할 거예요.”

        

       “진짜 환장하겠네요.”

        

        

        

        하모니, 그리고 아마도 다이스까지.

        

        그녀-들-은 오늘도 세계의 어둠 속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었다.

        

        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