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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2

       *** ***

         

       소천마 위서련의 가르침은 간단했다.

         

       “비었군.”

         

       “커헉!”

         

       나를 옴팡지게 두들겨 팼다.

         

       다만 단순하게 날 두들겨 패는 건 아니었다.

         

       지독할 정도로 약점만 때렸다.

         

       쉬쉬쉬쉬쉭!

         

       위서련의 권장각이 어지러울 정도로 허공을 수놓았다.

         

       퍽! 퍽!

         

       동강난 참암검 대신 연무장에 있던 가장 큰검을 들어 막아내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타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위서련과 나는 분명 같은 초절정이지만 나와 위서련 사이에는 상당한 실력 차이가 있었으니까.

         

       무공 경지를 등산에 비유해보자.

         

       등산을 하는 이들의 목적은 다 다르겠지. 체력증진이 목적일 수도 있고 높은 산에 올라 내려다 볼 경치가 목적일 수도 있으며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 과시하고 싶기 때문에 산에 오를 수도 있다.

         

       각자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보통은 산이 있으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마련이었다.

         

       성취감도 있고 경치도 볼 수 있고 자랑도 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어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나 역시 무공을 갈고 닦으며 ‘높이’를 추구했다.

         

       가장 빠르게 초절정이라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등산로를 찾고 오직 등산로를 걷기 위해 몸을 조절하고 단련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경지는 일반적으로 강함의 척도로 쓰인다.

         

       무인들이나 문파나 경지를 올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가르침을 베풀고 단련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높이’에 오른 이들은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체력’을 지니게 되기에 고하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서련은 다르다.

         

       위서련은 자신이 서 있는 높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산에서 자신의 몸을 단련할 뿐이었다. 나무를 오르고 폭포수에서 정신을 수양하고 절벽을 오르며 악력을 기르고, 바위를 굴리며 근력을 키우고, 산을 달리며 몸을 빠르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그렇게 단련하다보니 어쩌다 보니 나와 비슷한 높이에 있는 것일 뿐.

         

       나와 위서련의 체력, 즉 ‘강함’은 애초에 비교할 수 없는 선상에 있다.

       

       “일반적인 무공의 방식과 천마신교의 방식 중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각 방식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나는 위서련의 공세를 떨치려고 온 힘을 다 하고 있었지만 위서련은 여유롭게 나를 몰아붙였다.

         

       “무공이 제시한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은 그 무공이 가진 장점을 취함과 동시에 결함이나 빈틈마저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과 같다.”

         

       폭발적인 힘으로 단번에 상대를 압살하는 경운무심공. 그리고 그런 뇌공의 힘을 살릴 수 있는 일격필살의 단사패검.

         

       위서련은 나에게 일뢰를 만들 시간도, 단사패검의 초식을 뿌릴 빈틈도 내어 주지 않았다.

         

       큰 힘과 빠른 속도를 낼 출력을 모으기 위한 준비 시간.

         

       그게 바로 나의 약점이었고 위서련은 그 시간을 허용치 않으며 내 무공을 무력화시켰다.

         

       쉬익!

         

       위서련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헐거워진 방어 사이로 위서련의 주먹이 파고들었다. 어떻게든 온 몸을 비틀어 명치를 내어 주는 것은 피했지만 옆구리에 맞은 주먹에 실린 힘을 상쇄하지 못해 몸이 둥실 떠올랐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완패.

         

       약점을 완전히 공략당해서 너덜너덜해질때까지 흠씬 두들겨 맞았으니 완패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무공의 약점은 그대 스스로를 키워 보완해야 할 것이다.”

         

       흑묘가 후다닥 달려와 너덜너덜해진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거지가 형님하고 달려들 몰골이 된 나와 다르게 산뜻하게 땀 몇 방울 흘린 위서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나와 위서련의 격차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모습.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피부로 확 와닿았다.

         

       추상적이었던 목표가 좀더 뚜렷해진 느낌이랄까.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교다운 가르침이었다.

         

       “이렇게 서서 말하기에는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군. 식사나 함께 하며 논하도록 하지.”

         

       위서련의 손짓에 연무장 구석에 있던 정자에 곧바로 상이 차려졌다.

         

       꼬질꼬질해진 몸을 적당히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자니 위서련이 입을 열었다.

         

       “아까 본교의 초절정 무인들이 보통 백 개가 넘는 무공을 익힌다 말했지. 그렇다면 본교의 무인들은 어디서 무공을 익히는지 아는가?”

         

       “무공을 모아놓은 서고가 있다 들었습니다만.”

         

       “그렇다. 이 마교에는 천마비고라는 곳이 있다. 모든 마교의 무인들이 익히는 무공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

         

       천마비고.

         

       마교 무사들의 성장이 근간이자, 천하 모든 마공은 물론이고 그 외 수많은 무공이 모여 있는 무공의 요람.

         

       역시 나에게도 천마비고를 열어주는가.

         

       사실 위서련의 날 천마신교에 초대하겠다고 말할 때부터 천마비고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다.

         

       “그대에게는 천마비고의 출입증인 지(地)패를 주겠노라.”

         

       …다만 위서련의 배포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지패.

         

       천마신교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큰 공훈을 세우지 않는 이상 출입이 불가능한 상승무공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패.

         

       사실상 천마비고 자유이용권이라고 봐도 무방할 고등급의 서고출입권이다.

         

       아마 외부인이 지패를 받은 것은 이 천마신교 역사상 내가 처음이 아닐까.

         

       전무후무한 일로 남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일이었다.

         

       호의가 너무 무겁다.

         

       아니 적수 키우기에 어디까지 진심인 거냐고.

         

       빛나는 것을 보면 일단 수집하고 보는 까마귀처럼 천마신공을 익힌 자, 천마들은 일단 호기심을 품으면 보면 건드려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 과한 호의를 받고 나니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우선은 일주일의 기한을 주겠다. 비고에서 쓸만한 무공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겠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고 웃고 있는 위서련의 시선이 어쩐지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일주일 후, 그대가 비고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평가할 것이다.”

         

       벌써부터 일주일 뒤가 기대된다는 듯이 붉은 눈을 반짝이고 있는 위서련이 쐐기를 박았다.

         

       “부디 본녀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천마비고 출입권과 함께 본격적인 마교 생활의 막이 올랐다.

         

       *** ***

         

       천마비고에 대한 내 첫인상은 간단했다.

         

       엄청나게 큰 장서각.

         

       천마비고라는 대단한 이름에 비하면 아주 평범한 장서각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무인들이 천마비고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시립도서관 같은 곳이 연상되는 풍경이었다.

         

       수많은 무공서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무공이 무엇일지 눈에 불을 켜고 무공서를 살피는 무인. 책상에 앉아 무공서를 정독하고 있는 무인. 무언가 영감을 받았는지 책을 한 손에 잡고 손을 휘적거리는 무인까지.

         

       이런저런 무인들을 구경하며 10급부터 5급까지의 무공이 놓인 영역을 넘어갔다.

         

       4급 이상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검문을 통과해야 했다.

         

       “…지패? 외부인이?”

         

       잠시 내 터무니없는 패에 소란이 있었지만 내 감시원 겸 안내원으로 붙은 무사들이 나서 해결해 주었다.

         

       4급 이상의 영역부터는 한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더욱더 엄중한 방비와 검문이 뒤따랐다.

         

       3급부터는 아예 사람이 붙었다. 감시 인원 겸 안내 인원이라고 봐야 할까.

         

       아무튼 그렇게 2급을 넘어서 1급에 도달했을 때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를 안내하던 비고의 무사가 입을 열었다.

         

       “천지인 급의 무공을 보기 위해서는 더 들어가야 합니다.”

         

       “찾는 것이 1급부터 4급의 영역에 있을 것 같아 말이오.”

         

       “…그러니까 천지인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고 우선 1급부터 4급까지의 영역을 뒤지겠다는 말입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안내 무인이 미친놈 보듯이 날 바라보았다.

         

       천급, 지급, 인급의 무공은 10급부터 1급까지의 무공과는 수준이 다르다. 인급으로 분류된 무공서만해도 외부에서 절학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니까.

         

       내가 익힌 경운무심공도 이 천마비고의 분류기준으로 따지자면 아마 인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았다.

         

       인급이 이정도이니 지급은 그야말로 신공절학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지.

         

       그런 신공절학을 마음껏 열람할 수 있는데 굳이 1급부터 4급의 영역에서 무공을 찾겠다고 하니 안내 무인이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그런 신공절학이 아니었다.

         

       경운무심공은 결코 부족한 무공이 아니다.

         

       나를 충분히 화경을 이끌어줄 상승의 무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무공이 추구하는 바 역시 나의 필요성과 딱 알맞다.

         

       경운무심공은 누가 봐도 극단적인 무공이다.

         

       오늘 위서련에게 탈탈 털렸듯이 속공과 연격에 무척 취약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습에도 취약하고 다수의 약자에게도 취약하며 지구력에도 문제가 있는 무공이다.

         

       그런데 나는 어째서 경운무심공을 찾아 익혔는가.

         

       고점이 높기 때문이다.

         

       많은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모든 힘을 단 한번에 쏟아 내는 것에 특화되어 있어서 나보다 강한 무인일지라도 한 순간이나마 대등한 승부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평범한 상승무공을 익혔다면 사천성에서 싸운 초절정 고수들을 일수에 제압하거나 위서련의 팔에 상처를 낼 수 있었을까.

         

       다 경운무심공이라는 무공의 고점을 잘 살려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서련은 나 자신을 키워 경운무심공의 약점을 메워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경운무심공은 태생이 송곳과 같은 무공이었다.

         

       그렇다면 비어버린 면을 채우는 대신 더욱더 길고 날카로운 송곳을 만들어야 했다.

         

       경운무심공이라는 주 재료는 이미 구비되어 있었으니 필요한 것은 부 재료들.

         

       송곳을 더 길게 보강하고 손잡이를 단단하게 만들기에는 딱 이정도의 등급이 적절했다.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천마비고 안내자를 향해 물었다.

         

       경운무심공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공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무도 찾지 않는 잡공은 어디쯤에 모여 있는지 아시오?”

         

       내 물음에 안내인의 표정이 한층 더 기괴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비고(숨겨져 있지 않음)

    산해진미를 내버려 두고 똥을 찾음.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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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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