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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2

       과거 이 나라의 한 섬에서 본인이 억지를 부리려 했을 적에는 순수하게 도술을 펼칠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객기였지. 세상 따위가 나를 막으려 들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여 세상에 그림을 박아 넣는 것으로 본인의 의지를 이룰 셈이었으니.

       

       그 때문에 상황이 예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에 적당한 선에서 그를 놓아주고 말았다.

       

       끝까지 억지를 부렸다간 그 날 내 옆에 머무르던 신수의 목숨이 사라졌을 터이고, 내가 서 있던 섬이 흩어졌을 것이니.

       

       사실 그 둘이야 없어지건 말건 별 신경 쓰지 않는다마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너무 눈에 띄지 않으냐.

       

       허나 지금은 다르다. 아피스의 세상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다 하더라도 무어라 할 사람은 없다.

       

       기껏해봐야 가상의 공간이 박살날 뿐일 지언데 그 누가 목소리를 내겠는가.

       

       그러니 끝장을 보자꾸나.

       

       준비를 끝마친 나는 혈도를 눌러 안의 내기를 폭주시켰다.

       

       작금의 본인과 비할 수 없이 약하다 한들 화경의 육신이다.

       

       이 몸의 단전은 옛 사람들이 바다라고 착각할 만큼 거대한 호수일 지어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요동은 단순한 파도라 아니라 폭풍에 가깝다.

       

       이성을 잃은 채 제 주인을 물어뜯으려는 녀석들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그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한다.

       

       허어. 절정의 육신을 다룰 적에도 까탈스럽다는 생각을 했다만 화경 즈음 되니 난도가 무척 높군.

       

       오래는 견디지 못하겠어. 애초에 오래 견딜 생각이 없으니 신경 쓸 까닭도 없지만.

       

       단전 안에 억지로 끌어 모은 내기를 본인의 의지에 담는다.

       

       이번에 본인이 하려는 것은 도술이지만 도술이 아니다.

       

       바루는 말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도가 담겨 있느라고.

       

       그렇다면 말이다.

       

       본인의 무를 도술로 재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느냐?

       

       심호흡을 하고 자세를 취한다.

       

       택한 것은 처음 빌어처먹을 무림에 전생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반복해봤던 자세.

       

       그 어떤 순간에도 잊어본 적이 없는. 오감 모든 것을 잃어버리더라도 취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한 자세.

       

       천마신공도 마공도 무어도 아닌. 너무나도 단순하고, 단순하기에 강한 것.

       

       정권.

       

       눈을 감아 풍경을 지운다.

       

       귀를 닫아 소리를 지운다.

       

       주변의 냄새를 지운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지운다.

       

       그 모든 것을 없애고 난 후 내 몸에 남은 것은 내가 쌓아온 무의 기록뿐이었다.

       

       발을 움직일 때에 그려지는 것을 본다.

       

       허리를 움직일 때에 세상에 새겨지는 것을 살핀다.

       

       주먹을 내지를 때에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관찰한다.

       

       유심히 바라본 적이 따로 없음에도 정권이 그려내는 풍광은 너무나도 친숙했다.

       

       이는 본인이 그려내던 이치와 한없이 닮아있지 않나.

       

       그렇기에 내기를 담은 의로 그를 재현하는 일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

       

       정권이 그려내는 길이 무척이나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권의 형상을 완성하고서 눈을 뜬 순간에 본인은 보았다.

       

       본인이 그려낸 것을 잠식하려드는 수많은 도의 풍광을.

       

       어설프다.

       

       그렇게 개떼처럼 달려들어 보아야 천마신공의 먹이가 될 뿐.

       

       포악한 짐승 같은 녀석들이 주둥이를 벌림에 따라 도의 기운이 집어삼켜지고 본인이 그려낸 그림이 기세를 키운다.

       

       자아. 어찌할 테냐.

       

       가만 바라만 보고 있으면 본인이 그림이 도화지에 상처를 낼 터.

       

       본인의 권이 세상에 새겨질 터. 천마신공의 검붉은 기운으로 그림을 덧칠하기를 반복하고 있으려니 본인이 바라는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 사이사이에 생겨나기 시작한 공백. 그림을 지워 백지로 돌리려는 존재.

       

       나는 그를 보고서 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바루는 저를 해결하기 위해 도술적 관점에서 접근을 했다만 그는 본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본인은 무인이고 천마다.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부수어 버리는 존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저 녀석이 본인을 막으려 든다면 부수고서 지나갈 뿐.

       

       어디 한 번 승부를 겨루어 보자꾸나.

       

       그대의 의지가 강할지. 본인의 권에 담긴 의지가 강할지.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공의 풍경에 의를 새긴다. 념을 박아 넣는다.

       

       부수어 져라.

       

       헛된 저항임을 깨닫고 무너져라.

       

       바닥에 쓰러져라.

       

       감히 세상 따위가 본인을 방해하지 말란 말이다!

       

       도화지의 주도권을 두고서 백과 적이 대치를 이어나가던 때에.

       

       본인은 보았다.

       

       백 속에 무언가가 새겨지는 것을.

       

       공백의 자리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호. 그래. 이제 진심을 낼 마음이 들었더…

       

       [오류]

       “흠?”

       

       갑작스레 나타나 본인의 시야를 가리는 반투명한 창에 미간을 찌푸렸다.

       

       방해다. 이제 딱 좋을 때이거늘 귀찮게 굴지 말라!

       

       본인은 그를 치워버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 창은 다른 것과는 다르게 나의 생각을 따르지 않았다.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오류]…

       

       사라지기를 바랐던 녀석은 없어지기는커녕 증식하여 완연히 내 앞을 가려버렸다.

       

       [시스템의 과부화 확인]

       [게임을 강제종료 합니다.]

       

       마지막 문구가 떠오름에 따라 화면이 검은 색으로 물들더니 이내 현실의 천장이 본인을 맞이해주었다.

       

       보통 가상현실에서 빠져나오면 가상의 공간에 내던져질 터인데 어찌하여 바로 현실로 내쫓긴 것인지.

       

       몰두하던 것이 갑작스레 끊어져버린 탓인지 육신의 내기가 날뛰려 들기에 그를 엄히 다스린 후 다시금 접속을 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VR기기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무언가 타는 냄새를 느끼고는 기기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서 보게 된 것이다만. VR기기 뒤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부에 불이 붙은 것인가.

       

       그를 대충 꺼버린 후에 다시 VR기기를 켜보았으나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맛이 가버린 모양이구나.

       

       어쩔 수 없지. 이것이 고장이 났다면 과거에 쓰던 것을 사용하는 수밖에.

       

       서랍 깊숙한 곳에 들어있던 소형 VR기기를 꺼내어 착용한 본인은 다시금 아피스에 접속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가상의 세상에 들어가는 데에는 성공했다만 아피스에 들어가려 하자 이런 문구가 떠올랐던 것이다.

       

       [현재 긴급한 오류가 발생하여 점검 중입니다.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를 확인해 주십시오.]

       

       “이건 또 무슨.”

       

       짜증이 나는 군.

       

       무언가 성과를 보려던 참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백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려는 찰나였단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 오류가 발생했다고? 장난하는가?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미간을 찌푸리던 나는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 어쩌겠느냐.

       

       이는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의 영역이니.

       

       바루와 방금 있었던 현상에 관해 이야기라도 나누어 보자꾸나.

       

       그리 생각을 하고 화룡무인에 접속하려 했던 본인이다만 실패하고 말았다.

       

       아피스에 들어가려 했을 때와 똑같은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대체 왜 이러는 게냐.

       

       성질이 난 본인은 이런 저런 게임에 접속을 시도해 보았다.

       

       그 중에는 되는 것도 있었고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허나 되지 않는 것들에는 한결 같이 똑같은 메시지가 떠오르곤 했다.

       

       정체를 알 수 없구나.

       

       본인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싶었던 나는 가상 세계에서 엔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녀석이라면 무언가를 알겠지.

       

       “화령 씨!”

       “방송 중이더냐?”

       “네! 지금 난리에요! 아니 화룡무인 퀘스트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게임이 꺼졌다니까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전화를 건 것이다만. 무언가 알아낸 바가 있느냐?”

       “있긴 하죠. 지금 시청자 분들하고 같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보고 있거든요. 화령 씨도 같이 보실래요?”

       “그러자꾸나.”

       

       엔리의 방송으로 들어가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거기에 적힌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서버에 과부하가 생겼다. 지금 긴급하게 점검 중이니 무언가가 정해지고 나면 다시 공지를 올리도록 하겠다.

       

       “당분간 해결 될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구나.”

       “…곤란해요. 요즘 양질의 VR게임은 대부분은 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단 말이에요!”

       

       엔리가 이야기를 하길 아피스와 화룡무인을 운영하는 이 게임 회사는 VR게임 계의 거두라는 모양이다.

       

       수많은 기술들이 이 회사에서 뻗어 나와 시작이 되었던지라 이 곳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드물 지경.

       

       당장 본인과 엔리가 예전에 플레이 했던 에픽 레전드나 쓰레드. 던 이스케이프 같은 곳도 이 회사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지라 이 회사의 서버가 막혀버리면 그런 게임들을 할 수가 없다는 듯 했다.

       

       어쩐지 안 되는 게임이 많더라니. 회사 자체가 터져버려서 답이 없었던 것인가.

       

       무언가 결말을 보게 될 것 같아서 기뻐하고 있었다마는.

       

       이래서야 일을 뒤로 미뤄야하지 않으냐.

       

       하아. 이것이야 나중의 일로 부쳐둔다 치더라도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존재한다.

       

       “곤란하구나. 그렇담 저 서버가 복구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냐?”

       

       오늘 방송을 켜서 무얼 하란 말이더냐.

       

       어제의 일이 다소 지루하게 끝났으니만큼 오랜만에 아피스를 켜 여러 튜토리얼의 끝을 보여주며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 생각이었거늘.

       

       “그렇진 않죠. 이 회사가 많은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모든 게임이 저 아래에 있는 건 아니니까.”

       

       당장 먼 과거 엔리와 함께 했던 여러 인형들이 등장하는 그 게임을 만든 곳처럼 아피스 운영사 측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곳도 있으니 그 곳의 게임을 하면 된다고 엔리는 설명했다.

       

       “근데 여기 바깥으로 나가면 좀… 괴악한 게임들이 많아서. 잘 골라야 해요.”

       “괴악한 게임이라 함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움직임을 강요한다거나. 감각 적용이 괴상하게 되어있다거나.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거나.”

       

       그런 게임을 여러 번 해보았던 것인지 질린다는 기색이 느껴지는 엔리의 목소리에 헛웃음이 샜다.

       

       대체 왜 그런 것을 체험해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된 기억이겠구나.

       

       “화령 씨는 해보지 않은 게임이 많으니까 검증된 것부터 하세요.”

       “그래. 그래야 겠구나.”

       

       본인은 불쾌함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나누며 조언을 구하던 중 다른 곳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가 감추어진 채 걸려온 전화. 엔리의 양해를 구한 나는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정체 모를 이의 연락을 받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몇 개월 전에 들어보았던 목소리였다.

       

       스쳐 지나간 이는 잘 기억하지 않는 본인이다만 이 자의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때 느꼈던 포근한 털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백호더냐? 오랜만이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자 서버가 불타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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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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