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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2

    <342 – 정답을 아는 아이>

     

    <상급반 마나증진> 강의를 듣고 나오는 길에 문득 생각났다.

    티토소가에게 전해주려고 구한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의 수련은 어떻게 됐을까?

    분명 리프에게 교육을 부탁하기는 했는데.

    목요일 2교시는 공강이기도 하니 잘하고 있나 한 번 살펴보러 가볼까?

    슬쩍 리프의 이름으로 빌린 단체훈련장에 찾아가서 방문허가를 요청하자 문이 개방됐다.

    잠깐의 기다림도 없이 문이 열린 걸 보니 리프가 미리 손을 써뒀나보다.

    역시 우리 메이드는 일을 잘한다.

    그런데 훈련장 안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 보였다.

     

    “힝잉잉. 자세가 너무 힘들어요.”

    “우는 소리 마십시오. 아가씨라면 거뜬하게 소화했을 동작입니다.”

     

    리프의 엄한 교육과 잉잉 우는 티토소가는 예상 그대로의 광경이다.

     

    “양동이를 떨어뜨리지 마십시오. 나중에는 찻잔의 흔들림조차 허락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완성해야 비로소 마나의 상시연공이 가능해집니다.”

    “저 그냥 청소메이드로 살면 안 될까요?”

    “에이프릴. 당신은 청소메이드 기준으로도 갈 길이 아득히 멉니다.”

    “멍멍! 부족하대! 부족하대!”

    “…해피 저 꼴통수인은 왜 저희랑 같이 수련하는 겁니까?”

    “당신만 몰랐을 뿐이지 해피는 재단의 수인장학생들을 담당하던 또 다른 꼬리입니다.”

    “저 멍청한 해피가!?”

    “으르릉. 해피 멍청하지 않아!”

     

    스파이메이드 에이프릴과 개수인메이드 해피가 열심히 구르는 것도 나름 예상범주 내에 있었고.

     

    “제게도 고칠 점을 알려주십시오.”

     

    예상을 벗어난 인물은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을 익히는 수련생 무리에 끼어있는 유난히 커다란 체구의 광전사, 챕터보스 헤스티아였다.

     

    “억지로 지적할 부분조차 없습니다. 시간이 약이니 초조해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꾸준히 수련하면 성과를 보게 될 겁니다.”

     

    팔뚝의 굵기만 해도 티토소가의 허리보다 굵은 그녀가 메이드용 마나연공법을 익히는 광경은 몹시 기괴했지만 수련을 하는 당사자는 진지해보였다.

    턱에 땀이 맺히고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수련에 매진하는 것이 보여 더욱 당혹스러웠다.

     

    “리프! 헤스티아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첫 수련을 할 때부터 자발적으로 찾아왔습니다.”

     

    마나연공법을 익히지 못한 헤스티아.

    그녀가 연공법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생소한 이벤트는 아니다.

    제국도 변방도 허락하지 않은 기회를 붙잡고자 아카데미를 찾아온 그녀가 아니었던가.

     

    “오크노디. 혹시 내가 티토소가랑 같이 연공법을 배우면 폐가 될까?”

    “전혀요! 그냥 놀라서 그랬어요. 헤스티아라면 다른 연공법도 충분히 배울 수 있을 텐데.”

     

    싱이 안전성을 내다버린 심법으로 수명을 줄여가며 딜량을 늘리는 운용법으로 사용되듯이 헤스티아 또한 광전사의 특징을 적극 살리는 운용법이 인기였다.

    HP나 정신력이 일정비율 이하로 줄어들면 발동하는 광화를 연공법의 발동과 동시에 상시 터뜨릴 수 있는 광전사 전용의 마나연공법.

    잘못된 행공으로 데미지를 입는 주화입마를 인위적으로 유발하여 매번 의도적으로 잘못된 길에서 시작한 행공을 올바른 길과 뒤섞어 사용하는 위험천만한 이 연공법은 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입문도 불가능하다.

     

    ‘블라디버스트가 헤스티아한텐 딱 맞는 연공법인데!’

     

    기존에 다른 마나연공법을 익혀서 체력을 늘린 사람들은 연공법의 상식을 깨는 운공에 소름이 끼쳐서 끝까지 행공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연공법을 익히지 않았어도 극한까지 신체를 단련하지 않으면 인위적인 주화입마 유발을 견디지 못하고 행공이 중간에 끊기게 된다.

    헤스티아처럼 정말 극한까지 신체를 발전시켰으나 연공법과 인연이 없던 전사들만이 입문할 수 있는 연공법이 블라디버스트 연공법이다.

     

    “헤스티아가 원한다면 다른 연공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는데. 어때요?”

    “그 연공법을 익히면 위력은 더 대단하겠지?”

    “물론이죠!”

    “메이드용 마나연공법보다 잠재력도 더 대단하고.”

    “분명 그렇겠죠? 입문난이도부터 천지차이니까요.”

    “그런 연공법이라면 신체는 크고 단단한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겠지?”

    “장래에 2m30cm가 되려면 꼭 익혀야하는 연공법이기도 하죠!”

    “그럼 필요 없어.”

     

    오늘따라 사람 놀라게 하는 NPC들이 많다.

     

    “신체단련이라면 질리도록 했어. 근육을 키우고 몸을 강하게 만들고. 그렇게 혼자가 되어보니 깨달았어. 이런 건 내가 원하는 강함이 아니라고.”

    “그럼 헤스티아가 원하는 강함은 어떤 건데요?”

    “너.”

    “저요?”

    “누구보다 작은 키로도 모두를 구할 수 있는,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몸. 그런 몸을 만들고 가꾸고 싶어.”

     

    팔자 좋은 소리다.

    난 거꾸로 헤스티아 같은 몸이 되면 좋겠는데!

    133cm에서 230cm까지 키우는 것보단 190cm에서 230cm까지 키우는 쪽이 훨씬 쉽잖아.

    그래도 본인이 싫으면 싫은 거지.

    헤스티아의 뜻은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메이드 마나연공법은 기본적으로 외관을 중시하기에 기존의 부풀린 근육이 슬림한 체형이 되도록 계속 압축에 압축을 거듭해야 할 거예요.”

    “바라던 바야.”

    “티토소가는 원래 작으니까 압축에 걸리는 시간도 적겠지만 헤스티아는 반대로 몸이 커서 압축에 걸리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거고요.”

    “인내라면 평생 해왔어. 방법이 생긴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해.”

    “그럼 모처럼 싱도 훈련시키는 김에 헤스티아도 같이 훈련시켜드릴게요!”

    “고마워.”

     

    개인수련 때문에 바쁠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는 내버려뒀지만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더 챙겨줄 걸 그랬네.

     

    “그럼 주말에 강의 끝나면 점심 먹고 만나요!”

    “점심? 아침부터 봐도 되는데.”

    “저는 주말에도 강의가 있어요!”

     

    헤스티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 잠깐. 그러고 보니 오크노디는 강의를 열세 개나… 대체 어떻게 시간을 내겠다는 거야?”

    “강의가 없고 과제를 안 할 때에?”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날 위해서 과제까지 땡땡이 치고 도와주려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마!”

     

    아니 진짜 괜찮은데.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고정과제 답안지는 진즉에 다 작성했다고?

     

     

    * * *

     

     

    “시주의 도움이 필요하오.”

     

    스님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대머리 남자.

    브론즈 교수에게 명호스님이란 그 정도 인상에 불과했다.

    변방출신 교수들은 서로 교분을 나누는 경우도 적은데 브론즈 교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다른 교수들과 겉도는 편이었다.

    그래서 명호스님의 도움요청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프라이머라는 학생의 뒤를 캐고 다니는 건 알았지만 일이 잘 안 풀렸나보네. 다른 교수들에게 배척당하는 괴짜교수를 다 찾아오시고.”

    “오크노디와 연관된 일이오.”

    “그 아이가 내 수제자라는 건 알고 있겠지? 남의 제자 함부로 건드리지 마.”

     

    너도 이 아이의 재능을 탐내는 거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명호스님은 강하게 부정했다.

     

    “불법의 가르침에도 남의 삶에 강요하지 아니하고 내 삶에 적용하라 하였으니, 불필요한 오지랖을 부리러 온 것이 아니오.”

    “악의는 없는 것 같네. 그럼 망한 신을 모시는 우리 의리 있고 신실한 동방사제께서는 뭘 원하시지?”

    “오크노디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에 살심을 보이던 교수들이 있었소이다. 사다코 교수. 그리고 디스트로이어 교수.”

    “제자로 눈여겨본 학생을 보호하는데 민감한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나 또한 내 가르침이 그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용인하고 있을 뿐이야.”

    “브론즈 교수께서 보이는 태도와는 정도가 달랐소. 소승이 느낀 바로는 무언가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있었다고 보오.”

     

    다른 교수의 사적인 일에 끼어드는 것은 사양이지만 모처럼 점찍은 의적수제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나결계>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결계를 펼친 뒤, 브론즈 교수는 다리를 꼬고 의자에 삐딱하게 등을 기댄 자세에서 반듯한 정자세로 돌아왔다.

     

    “프라이머 1년생의 뒤를 캐던 것과 관련이 있나?”

    “소승은 재단과의 결탁을 의심하고 있소.”

    “…당신, 지금 얼마나 엉뚱한 소리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이미 제국파벌의 레이브 교수가 재단의 배에 올라 오크노디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아시리라 믿겠소.”

    “입이 가벼운 대장장이가 흘린 말이라면 들었지.”

    “그 프라이머 1년생이 레이브 교수의 포섭을 중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정황이 드러났소.”

     

    명호스님은 교장의 명령을 받아 오래도록 오크노디의 주변을 지키거나 그녀와 관련된 정보를 조사했다.

    본신의 능력도 충분한 사람이다.

    정보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소승은 저주에 당한 오크노디를 구했던 사다코 교수와 디스트로이어 교수에게도 혐의를 두고 있소.”

    “그들이 재단과 결탁한 교수이고 오크노디의 비밀을 감추고자 어려운 일을 자진해서 맡았다?”

    “재단은 본디 이렇게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조직이 아니었지만 오크노디를 중심으로는 일을 벌이는 것을 감추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고.”

     

    명호스님의 깊이 침전된 눈에는 지층처럼 쌓이고 억누른 어두운 감정이 일렁거렸다.

    당대의 천하제일대도라 불리는 브론즈 교수에게 그 속마음을 엿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더욱 확신을 얻고 싶어하는군.”

    “오크노디의 무리한 강의수강. 그것을 교수들이 돕는다면 13개나 되는 강의수강과 지나치게 여유로운 오크노디의 행보, 완벽한 과제도 모두 납득이 가오.”

    “알아내야 하는 건 과제인가?”

    “오크노디의 방에 몰래 침투해서 파악해주시오. 교수들이 넘긴 답안지, 혹은 이를 넘겨받고 사용했다는 증거가 남아있는지.”

     

    의적의 수제자가 재단의 품에 휘둘리는 것은 브론즈 교수로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한 시간이면 충분해.”

     

    그 길로 브론즈 교수는 오크노디의 기숙사 개인실에 잠입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아직 주어지지도 않은 2학기 과제들의 정답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답안지뭉치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상한아이 +100

    큐령님의 오크노디 팬아트가 표지로 올라갔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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