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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3

       “그 동안에 잘 지냈느냐?”

       “전혀 잘 지내지 못했다. 특히 오늘 그대 때문에 머리가 빠질 것만 같아.”

       “그건 곤란한 일이군. 통통한 볼살과 까칠한 털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말이야.”

       “…굳이 그 때의 일을 꺼내야겠나.”

       

       내가 현대로 돌아오기 전 마음대로 녀석을 가지고 놀았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더니 백호의 목소리가 떨떠름해졌다.

       

       왜 좋은 기억이지 않나. 적어도 본인은 그 때의 일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바루를 만나기 전에 스스로 털을 쓰다듬을 수 있게 내어주는 녀석은 그대가 처음이었던지라.

       

       “다른 이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일이지 않았나. 그대도 속으로는 즐기고 있었을 터.”

       “굳이 내가 험한 말을 꺼내야겠나?”

       

       으음. 이리도 거세게 나오는 것을 보면 백호에게 그 때의 일은 역린이 되었나 보구나.

       

       안타까운 일이다. 본인은 그 때 진심으로 즐거웠다만 아무래도 본인만이 즐거웠던 모양이야.

       

       언제 다시금 백호를 만나 그 털을 쓰다듬어도 되냐 물어볼 일이 생길지 모르는 바. 저 녀석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으니 화제를 돌리자꾸나.

       

       “어찌되었든 무슨 일로 전화를 걸었느냐.”

       “앞서 말하지 않았나.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고.”

       “본인이 무어를 했는가?”

       “진심으로 말하는 거냐?”

       

       아예 한 일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본인의 앞에 도사린 벽을 부수기 위해 힘을 쓴 것은 사실이니.

       

       “최소한 잘못된 행동은 한 적 없다.”

       

       허나 그것이 무어가 문제더냐. 무인이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터. 본인이 어찌하여 타박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군.

       

       “잘못하지 않았다고?! 지금 그대 때문에 서버가 과부하 되었단 말이다!”

       “본인 때문에?”

       “그래. 네 놈 때문에!”

       

       그러니까 본인이 공을 부수려 했을 때에 여파로 인해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리인가? 그 무슨 바보 같은 이야기인가.

       

       “그 말이 진실이라면 그대들의 서버라는 것. 너무 허술하지 않으냐?”

       

       어떻게 한 사람의 일탈로 인하여 문제가 생길 수 있단 말인가. 그대들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 한 두 사람이 아닐 터인데.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 왔다.

       

       “허술? 허수우우울?!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 없는 서버에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할 소리냐! 지금 네 녀석 때문에 이 쪽 사람들은 며칠 간 밤을 새게 생겼다고!”

       “어. 음. 그것은 미안하구나.”

       

       농담 삼아서 한 이야기였다마는 내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나보구나.

       

       진지하게 사죄를 담아 목소리를 내었더니 백호도 씩씩거리기만 할 뿐 이 이상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다.

       

       그런데 기이하구나. 그대들은 여러 개의 세계를 만들어 운영하던 곳이지 않나.

       

       그런 그대들일지언데 나 하나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겨우 사람 하나가 벽을 넘으려 했을 뿐인데?

       

       “어쨌든 또 그런 일 저지르지 마. 그랬다가는 네 계정을 영구밴 시켜버릴 거니까!”

       “그건 곤란하구나. 가상의 세계에 쌓아둔 인연이 있는데.”

       “그러니까 조심하라는 거다!”

       

       이것 참. 아주 화가 단단히 나셨군.

       

       더 이상 건드렸다가는 게임에 접속할 수조차 없게 되겠어.

       

       백호가 속한 곳의 생리가 어찌 되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세계를 넘어 다니는 저 녀석이 낮은 곳에 있을 리는 없으니. 불합리를 강요할 정도의 힘은 지니고 있겠지.

       

       “진짜 밴 해줄까? 어?!”

       “혹시나 싶어 경고하자면. 그런 일을 벌였다가는 그대도 불합리함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대가 그 쪽에 힘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만 본인도 본인 나름대로의 힘이 있어서 말이야.

       

       그를 몸으로 느껴 본 그대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쭈그러든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그렇다면 되었다.

       

       “용건은 이것으로 끝인가?”

       “그래. 부탁할 테니 제발 자중을 해다오. 우리의 세상에서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야 이해하겠으나 세상을 부수진 말아달란 말이다.”

       “알겠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쪽의 게임은 본인도 즐기고 있으니. 지켰으면 지켰지 부술 생각은 없느니라.

       

       “아. 참. 백호야. 한 가지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무어냐.”

       “그 서버는 언제 복구 되는 것이냐?”

       

       이는 본인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다. 바루와 논의해야 할 것이 있는 것도 있는 것이지만 당장 오늘 방송을 해야 한단 말이다.

       

       본인의 업이 달린 진중한 문제이기에 물은 것이거늘 백호는 답하는 것보다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일으킨 문제가 크다. 복구 예상시간은 일단 이틀로 잡혀 있는데 정확하게 언제 복구가 될진 짐작이 안가.”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가.”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하나 더. 네 계정이 복구되는 데에는 일주일 이상 시간이 소요될 테니까 그런 줄 알아라.”

       “…어째서?!”

       

       어찌하여 본인만 차별을 하는 것인가! 본인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야 그대 때문에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이니까.”

       “억울하다!”

       

       본인의 행동으로 인하여 서버에 부하가 간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그것에는 제한을 두지 않은 그대들의 잘못도 있지 아니한가.

       

       오롯이 본인에게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라 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투덜거려보았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괜히 전화를 걸었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쪽이 나 혼자서 운영하는 곳인 줄 아는가. 이런저런 절차가 필요하단 말이다.”

       “까탈스럽군.”

       “일주일 정도 밖에 안 걸리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내가 아니었더라면 영구밴이 되었을지도 모르니.”

       

       백호는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고는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으니 이만 가보겠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연락처를 받아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무어 다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기면 또 다시 서버를 터트려버리면 되겠지.

       

       자아. 그러면 정리를 해보자꾸나.

       

       아피스나 화룡무인을 비롯하여 본인이 무공을 쓸 수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은 분명하다.

       

       물론 현실에서 공을 부수는 것을 시험해보는 것도 가능하다만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단 말이지.

       

       수많은 세계를 유지하던 곳에 부담을 줄 정도면 현실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터. 힘을 감추고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너무 눈에 띄는 일을 하고 싶진 않다.

       

       이럴 때엔 확실히 현대라는 시대가 귀찮군. 무림이었다면 산 하나 섬 하나를 없애버렸다 한들 본인의 정체를 추적할 수 있진 않을 터인데.

       

       검증할 곳이 마땅찮으니 일단은 멈출까. 나중에 바루나 백주 혹은 신선 쪽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나서 생각을 해봐야겠어.

       

       이것 이외에 고민거리라면 역시 방송을 켜서 할만한 게임인가.

       

       으음. 분명 예전에 사람들이 추천해 준 것이 있었지.

       

       오랜만에 본인의 방송 게시판에 접속을 해보았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대부분은 오늘 아피스를 관련 수많은 게임이 터져버린 사태에 대해서였다.

       

       아피스 승급전 거의 다 이겼는데 튕겼다거나. 에픽 레전드에서 마지막에서 탈주 당했다거나. 랭겜에서 지기 직전이었는데 서버가 터져서 살았다거나.

       

       본인이 벌인 폭발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과 득을 본 이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은 이것이었다.

       

       [화령 방송 안 하는 거 아니지?]

       

       하던 게임이 모두 터져버려서 할 게 없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켜줬으면 좋겠음.

       

       그냥 노가리나 까면서 곰방대 피는 모습만 보여줘도 괜찮으니까.

       

       화령 방송 보는 게 삶의 낙이란 말야!

       

       – 킹치만 방장이 하는 게임 전부 다 터졌는걸.

       

       – ㄱㅊ. 마이튜브 보면 됨.

       

       – 안 해도 괜찮으니까 공지만 올려줬으면 좋겠어.

       

       – 다른 회사 게임 하면 안 됨?

       └ ㄹㅇ

       └ 화령 안 한 게임 많으니까 괜찮은 거 여러 개 있는데.

       

       호오. 그래? 괜찮은 게 여럿 있다고?

       

       – 말씀 해주세요. 알아볼게요.

       

       흥미가 생겨 그 아래에다 댓글을 달았더니 내 글을 기점으로 무언가가 우수수 달렸다.

       

       └ 찐임?

       └ 찐이네?!

       └ 와. 화령님! 팬이에요!

       └ 팬 아니면 누가 여깄음ㅋㅋ

       └ 점프맵 가즈아아아!

       └ 화령이 점프맵 해봐야 얼마걸리기나 하겠음? 그것보다는…

       └ 당신이 찾던 갓겜! 여기 있습니다!

       

       댓글이 달리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수십 개의 새로운 글이 등장하기를 반복했다.

       

       대개는 쓰잘데기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개 중엔 내게 진지하게 게임을 추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메모장에 정리해 보았더니 꽤 많은 이름이 튀어 나왔다.

       

       엔리가 이야기한 대로구나. 본인이 여러 종류의 게임을 한 것이 아니다 보니 할 것이 차고 넘치는 군.

       

       물론 이 모든 것이 할만한 게임은 아니리라. 중간에서 걸러낼 건 걸러내야 하겠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먼저 확인을 해볼까. 혹시 아는가. 이 중에 본인이 아는 것이 있을지.

       

       “오. 이것은.”

       

       본인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모르는 이름이었고 그 중에는 이런 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가 싶은 괴악한 것도 있었지만 과거 다른 이에게 추천 받았던 게임이 그 속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복수를 위해 학원에 입학한다.]

       

       과거 쓰레드에서 나비린을 만났을 때 녀석이 추천해준 게임.

       

       여성향 미연시라는 장르에 속해 있는 저 게임은 본인의 취향과는 괴리된 부분이 많았다.

       

       본인이 남정네에게 아양을 떠는 걸 즐기는 사람은 아니니까.

       

       나비린이라 하여 이 사실을 모르진 아니했다. 그녀는 과거 현실에서 본인과 만나 술을 마셔보았던 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추천해준 까닭은 이 게임을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보스 때문이었다.

       

       ‘일종의 패배이벤트인데요.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의 가문이 군대에 휩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기사가 진짜 더럽게 강해요!’

       

       그 기사라는 것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된 유저는 무기를 들고 기사에게 대항해 볼 수 있었지.

       

       허나 여태까지 그 누구도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일반 유저. 스트리머. 심지어는 현재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사람들 까지도.

       

       ‘지금은 도전하는 사람들마저 사라져 버렸어요. 어차피 못 깨는 컨텐츠니까. 그치만 화령님은 규격이 다른 분이잖아요! 분명 가능할 거에요!’

       

       나비린이 호들갑을 떨어대던 그 기사가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다마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줄 정도는 되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버를 알림벨로 쓰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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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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