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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3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그것도 이제 막 작업이 들어간 따끈따끈한 작품.

   이는 독자들에게 미치기 딱 좋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신작을 들은 독자가 몸을 떨고 있다.

     

   바로 에벨아스크다.

     

   “주머니가 우람하시네요.”

     

   미친 듯이 날뛰는 주머니 탓에 결국 세이랑도 이쪽을 눈치챘다.

     

   그녀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크라슈를 보자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세이랑 님, 혹시 신작에 관해서 말입니다. 다른 독자 쪽 의견도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다른 독자라면.”

   “기존에 세이랑 님 작품을 줄곧 읽던 녀석이 있거든요.”

   “소, 소녀의 작품을요?”

     

   세이랑의 얼굴에 당황함이 서렸다.

   그도 그럴 게 세피라의 공주가 관능 소설을 쓰는 건 줄곧 비밀이었으니 말이다.

     

   “딱히 다른 곳에 소문 퍼지는 건 생각 안 해도 될 겁니다.”

     

   어차피 이 녀석 다른 친구 없으니까.

   크라슈는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소녀야 감상을 들을 수 있다면야 좋긴 하지만.”

     

   독자의 감상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세이랑 입장에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그녀는 조금 떨떠름해 하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에벨아스크가 들어 있던 주머니가 조용해졌다.

   보아하니 기절한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지만.

   원래도 책에 파묻혀 살던 그녀이니 크라슈는 그러려니 했다.

     

   “그럼 이제 연애 이야기부터 부탁드려도 될까요?”

     

   세이랑의 질문에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크라슈의 연애 이야기는 하루 정도 걸려 이루어졌다.

     

   중간중간 기억 나는 부분들을 보충 설명해서인지.

   이야기가 꽤나 오래 길어졌다.

     

   하지만 세이랑은 그 이야기를 전부 귀담아듣고 있었기에 크라슈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세이랑은 만족한 듯 숨을 내쉬었다.

     

   “좋네요. 역시 연애는 현실 이야기가 더 참고되는 법이죠.”

     

   세이랑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괜찮은 소재가 떠올랐어요. 이걸로 작업해 보면 되겠네요.”

   “도움이 된 겁니까?”

   “네, 충분히 도움 됐답니다.”

     

   그렇다면야 다행이다.

     

   크라슈로서는 이야깃거리가 되나 싶지만.

   작가의 눈으로 본다면 또 다르겠지.

     

   ‘관능 소설은 솔직히 어떤지 모르겠긴 하는데.’

     

   결국 관능 소설이라는 게 로맨스의 더 나아간 부분이니.

   크라슈는 그러려니 했다.

     

   “자, 그럼 전 집필을 들어가겠어요. 그 전에 크라슈 님이 부탁한 일을 처리하죠.”

     

   세이랑은 자기 손을 크라슈에게 내밀었다.

     

   “예전에 블라비에게 천살성을 받아 갈 당시, 분명 내어준다고 마음먹으면 된다고 하셨죠?”

     

   세이랑은 블라비가 천살성을 넘겨줄 때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크라슈가 어떤 식으로 스킬을 받아 갈지 알았다.

     

   “이렇게 쉽게 내어줘도 괜찮겠습니까?”

   “거래니까요. 무엇보다 세피라에 이어지는 세이블은 어린 시절 점성술을 통해 본 예지를 잊지 않고, 담아 두기 위해 배우는 스킬이라서요.”

     

   이미 어린 시절이 지난 세이랑에게는 굳이 가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크라슈도 이를 어느 정도 알았기에 세이랑을 찾아온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훨씬 도움 되겠죠.”

     

   세이랑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고마웠다.

     

   크라슈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서 블랙 후드의 빛이 흘러나왔다.

     

   [ 대상 ‘세이랑 세피라’ ]

   [ 스킬 세이블 ]

     

   곧이어 크라슈는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는 스킬 세이블을 느꼈다.

   이제껏 얻은 스킬 중 가장 쉽게 얻은 스킬이지 않을까 싶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세이랑은 그리 말하며 이만 몸을 돌렸다.

     

   “소녀는 이만 작업하러 가볼게요. 대략 일주일이면 초본이 나올 것 같으니 그동안 세피라에서 편히 지내주세요.”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야 나은 이야기다.

     

   마침 크라슈도 아우라의 내단과 세이블을 응용해보고 싶었다.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조디악 쪽 소식이 들릴 때까지 좀 기다리고 싶고.’

     

   움브라를 지닌 조디악이 최소한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움직일 수 있다.

     

   사람 찾는 것은 크림슨가든과 에벨아스크가 더 전문이니 그쪽은 시간 낭비하지 않고, 기다리는 게 나았다.

     

   ‘사건이 아주 끊이지를 않는군.’

     

   크라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지금은 훈련에 집중할 때다.

     

   아우라의 내단을 이용해 창제무신을 완성하지 못하면 결국 익시온과 맞설 수 없으니까.

     

   크라슈는 그렇게 세피라에서 훈련에 들어갔다.

     

     

   * * *

     

     

   크라슈가 훈련에 들어갔을 무렵.

     

   푸른색 하늘, 푸른색의 호수 위.

   새하얀 원탁과 열 개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나원, 매번 이렇게 번거롭게 모이는 것도 피곤하지 않아?”

     

   잠깐에 침묵 속.

   책상 위에 상체를 기대어 누워 있던 한 중년의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이름은 메르지아 메리골드.

   금역 금광을 관리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마리골드의 주인이자 천하십강 중 하나.

     

   금왕(金王)이다.

     

   “금왕, 매번 마왕이 고생해주고 있지 않나. 그를 봐서라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지.”

     

   그런 그를 노인이 다그쳤다.

   그러나 얼굴만 노인인 그의 몸은 터무니없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늦은 나이에 전 투황 듀란달의 감명을 받고, 무위를 익혀 천하십강까지 오른 노인.

     

   투왕(鬪王) 자이드였다.

     

   “그럼 뭐해요. 영감님, 한 명은 오지도 않았는데?”

     

   투왕의 말에 금왕은 낄낄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말대로 열 개의 자리 중 하나는 공석이다.

     

   “그쯤 하지.”

     

   그런 둘을 보고, 팔짱을 끼고 있던 붉은 머리칼의 노인이 말하였다.

     

   염왕, 아돌프 이그리트.

   이그리트 가문의 가주인 그는 마왕을 돌아봤다.

     

   “오늘 여기 모인 건 그 이야기 때문이겠지?”

     

   염왕의 질문을 들은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천하십강 후보, 검룡, 크라슈 발하임이 천하십강에 올림을 결정 내리기 위함입니다.”

     

   이곳에 모인 여덟은 세계를 내로라하는 열 명의 강자.

     

   천하십강이다.

     

   호왕이 전사한 탓에 비어 천하구강이 되긴 했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들은 마왕의 텔레포트를 이용해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곳에 정기 회의를 위해 모였다.

   그 주제는 다름 아닌 크라슈 발하임이 천하십강에 오르는 걸 논하기 위함이다.

     

   “그 애, 올해 17살이라면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금왕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린 얼굴을 지닌 그녀는 손을 올려 턱을 괴었다.

     

   “나랑 못해도 20년은 차이 나는 거 같은데 사회적으로 괜찮겠어? 그 애를 위해서라도 조금 더 뒤에 진행 해야 한다고 보는데.”

     

   최연소 천하십강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값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타이틀 탓에 오는 잡음도 존재한다.

     

   시기와 질투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지닌 감정이니까.

   분명히 이에 관해 못 마땅해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고, 이건 크라슈에게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급할 건 없지 않아? 3년 뒤에 천하십강으로 올려도 최연소 타이틀은 딱히 깨지지 않고.”

     

   금왕은 객관적인 평가하였다.

   이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바였다.

     

   “그러기에는 시대의 흐름이 영 좋지 않죠.”

     

   하지만 그 부분을 지적해온 건 신성왕국의 성왕, 테르사다 베아키스였다.

     

   “익시온이 저지른 사건으로 제국이 크게 흔들린 바가 있는 상황, 하물며 호왕도 세계 침식자의 손에 죽었죠.

   천하십강 자리가 공석이면 시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테르사다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금왕은 이를 바로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차피 원래도 다른 후보가 한 명 있었잖아. 패황님의 자식, 글라이드 락테아 말이야.”

     

   패주, 글라이드 락테아는 본래도 천하십강 후보에 있던 이다.

     

   “걔라면 검왕이랑 동년배 세대고 문제없지 않아?”

     

   금왕이 검왕, 라이 발하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그러자 그녀의 말을 끊은 건 거대한 덩치의 인간인지 의문이 드는 사내.

   해왕, 다이노 바르돈이었다.

     

   “패주, 글라이드 락테아는 천하십강 자리를 크라슈 발하임에게 넘겼다. 이는 내가 직접 시험으로 확인했다.”

     

   해왕의 시험은 천하십강으로서 최소한의 규격이 되는지 무력을 시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다른 천하십강도 모두 알고 있는 바였다.

     

   해왕이 인정했다면 크라슈의 실력은 이미 확실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미 쌓아 놓은 명성도 손색없네.”

     

   그러자 이번에는 조용히 있던 독왕, 하우란 라그렌도 동조를 해왔다.

     

   “애초에 이중 크라슈 발하임이쌓은 명성만큼 되는 이도 드물걸세.”

     

   그의 말대로 크라슈가 해온 일은 천하십강이라도 해내기 쉽지 않은 명성이다.

   오죽하면 지금 가장 세계에서 많이 거론되는 게 그의 이름이겠는가.

     

   “쩝, 난 눈으로 본 적이 없으니 도통 모르겠네. 그 애가 그렇게 대단해?”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금왕은 겸연쩍어했다.

     

   “나는 꿈나무가 괜히 섣불리 높은 자리에 올렸다가 자만심 찰까 봐 걱정인데.”

     

   이는 어린 나이에 흔히 있는 일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 때도 있지만 망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하하, 그놈이 자만심이 차?”

     

   그러자 이번에 반응한 건 염왕이다.

   천하십강 회의 자리를 늘 시간 낭비라 여기던 그이기에 완전히 뜻밖인 반응이다.

     

   “14살 때쯤인가, 그때도 천하십강에 올랐다고 한들 자리 탓에 망가질 놈이 아니었다.”

     

   염왕은 크라슈를 처음 본 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자신을 향해 몸을 불사지르는 공격을 날리던 소년.

   그 눈에 담긴 독기는 자리 따위로 망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더한 놈이 됐겠지.”

     

   염왕은 고얀 놈이라며 혀를 찼다.

     

   “무려 투황님의 제자라지 않나. 그 정도는 돼야지. 나도 찬성일세.

   나이로 기회를 판단하는 건 늙은 세대 맞춤이지 젊은이를 위한 건 아니니 말일세.”

     

   그러자 투왕 쪽도 찬성을 해왔다.

     

   “더불어 익시온은 현재 크라슈 발하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마왕은 크라슈를 천하십강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를 추가 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천하십강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후에 익시온과의 전쟁을 대비해서라도 그도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전쟁에서 이름만큼 큰 힘을 지닌 것도 없으니까요.”

     

   크라슈를 전쟁에서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그에게는 그만한 자리가 있어야 했다.

     

   마왕까지 이리 나오자 금왕은 한숨을 쉬었다.

     

   “다들 이런 분위기라면야 나도 굳이 반대는 안 하겠어.”

     

   그녀는 마지막으로 검왕을 돌아봤다.

     

   이중 유일하게 크라슈와 같은 핏줄인 그다.

   발하임은 무력이 곧 가문을 상징한다.

     

   가주를 목표로 하는 그에게는 크라슈의 자리가 달갑지 않을 수 있었다.

     

   “발하임이 강대해지는 길입니다.”

     

   검왕은 덤덤히 말을 전했다.

     

   “반대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는 늘 발하임을 우선으로 하는 남자였다.

   애초에 그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검룡, 크라슈 발하임이 천하십강으로 올리는 것에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마왕이 이번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며칠 뒤.

   크라슈 발하임이 천하십강에 올랐다는 말이 전 세계적으로 공표됐다.

     

   더불어 그의 별호도 따라 새롭게 지어졌다.

   최단기로 별호를 갈아치우고, 최연소로 천하십강에 오른 이.

     

   용왕(龍王)

   크라슈 발하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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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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