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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4

       

        

        

        

        

        

       “상황은?”

        

       “3분 전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에서 남서쪽으로 1.5km 가량 떨어진 적 요새에서 1kt급 폭발 두 번이 발생했습니다. 지하에서 폭발하여 후폭풍은 비교적 심각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 서부가 하나같이 쑥대밭이 되어가는군. 남은 임기 동안 복구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

        

        

        

        센트럴 파크 HQ 최고위 회의실, 브리핑을 진행하는 참모장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물론 다른 이들이라고 딱히 다르지는 않았다. 회의실 내부에는 미국 대통령이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 헨리가 떨고 있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 자조어린 농담이 허공으로 녹아들었지만 그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그것이 현실이었으니까.

        

        그나마 ‘비교적’ 온건하게 수복한 미 동부와는 다른 실질적인 전면전. 미군을 투입하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본격적인 핵전쟁이 시작된 지 오래였다. 만들어는 놓았지만 사용할 날이 오지 않길 바란 채 사일로 속에 잠들어있던 탄도미사일들이 미 서부에 아낌없이 퍼부어졌으니.

        

        추후 세상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역사서는 지금을 제3차 세계대전의 시대로 부를 것이었다.

        

        

        

       “사전에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걸 보니 계획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번에도 그 말썽쟁이들이 사고를 친 건가?”

        

       “아닙니다. 대거 팀은 전혀 관계없다는 통신을 보내왔습니다.”

        

       “오늘도 WW4에서 돌멩이와 나무 막대기로 싸우는 걸 막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가는군. 요즘은 꿈에서도 버섯구름이 나올 지경이야.”

        

        

        

        근방에 앉은 장성들의 입술이 씰룩댄다. 대통령의 살벌한 농담에 표정 관리가 힘겨워진 것이었다.

        

        말썽쟁이라. 대거 팀에 대한 실로 적절한 별명이었다 – 사실 말썽쟁이라기보다는 컨트롤 가능한 유성에 가까웠지만. 적군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연합군 전력을 뭉텅이로 깎아먹는 것도 모자라 한 전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존재들이었으니.

        

        그 와중 이어지는 참모장의 말.

        

        

        

       “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번 폭발은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 및 시애틀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봐주시겠습니까.”

        

        

        

        허공으로 떠오르는 사진들.

        

        지름이 2km가 넘는 거대한 요새. 미 서부를 장장 수 년동안 방치한 결과는 시애틀의 완전한 요새화로 되돌아왔다 – 남쪽과 동쪽, 그리고 북동쪽. 시애틀로 향하는 거의 모든 길들은 굳건하게 막혀버렸다. 도시 주변을 둘러싼 붉은 장벽은 마치 마지노선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몇 분 전 남쪽을 통제하는 요새가 원자의 힘 아래에 송두리째 분해되었다. 비록 폭심지는 방사능에 쩔어버린 탓에 기동 시 반드시 피해가야만 했지만 그건 비교적 사소한 단점에 불과했다. 적잖아 적 전력의 10% 이상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으니.

        

        

        

       “이것도 그 ‘그림자’의 짓인가?”

        

       “아무래도…그런 것 같습니다.”

        

       “우호적인 세력이란 건 알겠지만, 통제가 불가능하니 상당히 곤란하군.”

        

        

        

        무어라 해야만 할까. 마치 대거 팀의 작전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이 통제 가능한 곳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사용한 수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에는 정교한 화력 및 폭발 통제로 인해 적 요새만을 갈아마셨다고는 해도, 다음 번 – 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 에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럼 이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보도록 하지. 현재 상황은 어떻지?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하면 좋겠나?”

        

       “서부 총괄 사령관인 파월 중장…진급했으니 대장이로군요. 파월 대장이 대거 팀의 도움 아래에 방공망을 하나씩 철거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서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 이외에 별도로 추진해야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해야만 한다는 일임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후 물자 소모량이 얼마까지 치솟을지 벌써부터 훤히 보이는 수준. 이미 탄도미사일 보유량은 기존의 절반 가량으로 하락한 상황이었고, 인프라 복구가 충분치 못한 탓에 생산량이 소모량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

        

       그나마 이카루스가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를 산산조각낸 덕에 무인기 생산이 어느 정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실로 천만다행이었다.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우선, 이제부터는 귀관들도 몇 가지 사항에 대해 골몰할 필요성이 있네.”

        

       “경청하지요.”

        

       “귀관들의 군사적 식견과 지식은 늘상 큰 도움이 되지만…미국의 수복을 앞둔 지금, 이제부터는 최대한 경제적으로 적을 꺾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만 하네.”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진다.

        

        수많은 연방 행정부의 장관들과의 미팅을 통해 ‘미 서부 파괴의 용납 범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만 했다. 적 연합군을 얼마나 값싼 비용으로 서부 앞바다에 처박아버릴 수 있는지를 알아야만 전후 복구 비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어림짐작할 수 있었으니.

        

        기껏 러-중 연합군을 전부 갈아마신다고 한들, 그 과정에서 도시를 평탄화시켜버리게 된다면 재건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추산조차 되지 않는다. 자칫하면 기껏 간신히 응집시킨 미국이 산산조각날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으니.

        

        시애틀 인프라에 값어치를 매기고, 그것이 파괴되었을 시의 복구 비용 등등을 계산하느라 사람이 좀 많이 갈려나가긴 하겠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진즉에 미국의 허리가 박살났을지도 모르겠군.’

        

        

        

        대강 그리 생각한 뒤, 헨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미 출발한 물자들까지만 보내고, 시애틀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적 지원의 여부를 결정함세.”

        

       “파월 대장에게 그리 전달토록 하지요.”

        

        

        

        헨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간다 – 그리고 이 또한 시애틀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었다.

        

        일본의 요코스카 해군 기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제1함대와 제3함대와의 연락이 재개되었다. 기동타격대가 하와이에 있는 연합군의 대형 재밍 베이스를 성공적으로 무너뜨림에 따라 태평양을 가리는 거대한 전파 장벽이 무력화되었고, 그리하여 상호 통신이 가능해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한참 동안이나 불가능했던 정보 공유가 시작되었고, 말 그대로 물음표 그 자체였던 태평양 건너편의 상황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완전히 평탄화되었고, 동아시아 전체가 불바다에…싼샤 댐을 박살낸 덕분에 중국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라. 저쪽 상황도 그다지 만만치가 않구만.”

        

       “상황만 보자면 중국은 재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군요.”

        

        

       

        그리고 그제서야 회의실의 장성들 역시 헨리가 최대한 ‘경제적으로’ 적군을 꺾어야만 한다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두 나라가 척추가 완전히 접혀버린 이상, 그 사이를 틈타 최대한 미국의 내부 상황을 정상화해둬야만 추후 큰 문제 없이 침략군들에게 깽값을 청구할 수 있었고, 설령 저들이 배를 째버린다 해도 직접 집까지 쳐들어가 곳곳에 압류 딱지를 붙여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농담 아닌 농담.

        

        

        

       “앞으로 공병의 규모를 2배로 늘리면 되겠습니까?”

        

       “농담치곤 뼈아프군.”

        

        

        

        실로 그 말대로였다. 전후 복구 시에는 공병이 그 무엇보다도 힘이 강해질테니.

        

        한편 그 외에도 함대 전력 중 일부를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 역시도 논해졌지만, 각자 맡은 바가 너무 막중하다는 이유로 불발되었다.

        

        전후 미국의 스탠스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아니, 여기는 무슨 건물마다 적이 있어요!?”

        

       “미국 수복이 그렇게 쉬울 줄 알았어요?”

        

        

        

        한편, 시애틀.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창고, 건강 시설, 관공서, 체육관, 군사 시설, 그리고 공항.

        

        제20보병연대 5대대 본부, 1-14 수색대대, 23여단 공병대대…그야말로 시애틀의 미군 전력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그레이 군사공항의 남쪽, 수천에 달하는 그림자가 무인 탱크를 앞세워 진격한다.

        

        UI를 통해 순차적으로 팝업되는 각 스쿼드의 목표와 그에 발맞춰 보조하는 전차, 그 와중 하늘에서 끝도 없이 떨어지는 적 포격과 폭격. 무려 65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전장에 이제 막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에서의 교전은 벌써부터 아수라장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막아! 이곳이 뚫리는 순간 도시로 가는 길이 그대로 열린다!”

        

       “울리야나-3 구역에 추가적인 포격 요청! 화력에서 밀리고 있다! 토치카가 하나씩 파괴되고 있어!”

        

        

        

        불사신들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이 시애틀에 구축해둔 방어선은 너무나도 단단하였으며, 수뇌부는 ‘아무튼 최대한 방어적으로 일관하면서 미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면 적당히 종전하지 않을까?’ 하는 WW2 시절에나 있을 법한 행복회로를 돌려댔다.

        

        그 결과, 현장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히며 소모되는 것은 장병들과 그들 자신의 포탄 비축량이었으나 – 아쉽게도 이들이 한참 전에 털어제낀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를 비롯한 근방의 군 부대는 말 그대로 천조국의 기상을 연상하게 만드는 자원의 천국이었다.

        

        그리하여 어느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영혼의 한타가 시작되-는 가운데.

        

        

        

       “남쪽은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라네요.”

        

       “성동격서를 시행할 시간이로군요.”

        

        

        

        무릇 상대를 그냥 후려까는 것보단 다른 곳에 시선이 팔린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까는 것이 더 아프고 치명적인 법.

        

        말 그대로의 전면전, 혹은 대규모 교전이 발생하고 있는 남쪽에 비하면 네 명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 유진 팀은 그야말로 개미같은 전력이었으나,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사보타주와 폭발에 극도로 능숙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적들은 곧 무지막지하게 골치가 아플 예정이었다.

        

        그리하여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기동한 네 명이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린 곳은 포트 루이스의 노스웨스트 합동 교정시설, 요컨대 군 교도소였고 – 이들은 그 순간부터 남쪽에 비하면 비교적 앙증맞은 ‘장난’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는 실시간 중계가 포함되어 있었다.

        

        

        

       “새크라멘토에서 근거지 삼았던 교도소랑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여기는 훨씬 더 수월한…아, 이번에는 진짜로 안식처 이름 그렇게 안 지을 거예요.”

        

       “…믿어보지요.”

        

        

        

       -전적이 있다고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도 뚠뚠콘다 얘기 나오면 엉덩이에 불벼락을 내려버리겠다는 표정www

       -로건만 이해못하는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털찐콘다 어떻게참음?????? 이건 윾진련이 한번쯤 양보해줘야하는거않???임???????????

       -패딩콘다 돌려내 십련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개소리를 진압하거나 허튼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무력만큼 손쉬운 것이 없었고 – 유진이 본격적으로 MK47을 갈겨대자마자 로건을 제외한 전원은 합죽이가 되었다.

        

        날카로운 메스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방어선을 절개해 들어간 뒤, 마치 바이스와 같이 서서히 조여들어간다. 본래라면 기도비닉과 신속한 움직임이 전제되어야만 했으나, 오늘만큼은 적 연합군 전체가 교전에 돌입한 만큼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할 남부에 이목이 쏠린 상황.

        

        다시 말해, 서쪽에서의 비교적 자그마한 소란은 급박한 상황 와중 ‘요청 누락’이라는 명목으로 무시되거나 설령 들어주더라도 해당 지역의 방위를 맡은 연합군이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지원해줄 확률이 낮아진다는 소리였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10분도 안 되서 기지가 뚫렸는데 왜 지원을 보내줄 수 없다는 거야, 이 무능한 머저리들!”

        

       “저런. 그거 안타깝네요. 이제 총 내려놓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주시면 되겠습니다. 광학장비 떼는 것까진 용인해드리지요.”

        

       “…빌어먹을, 많이도 항복했군. 알겠다.”

        

        

        

        태스크포스 유진 팀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적군들. 방탄조끼는 벗어던진 지 오래였고, 미군 시설에서 하나씩 건진 값나가는 이오텍, 혹은 ACOG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만을 손에 하나씩 든 채 침울한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마주한다.

        

        등 뒤에 둥둥 떠다니는 드론이 항복한 적군의 얼굴을 스캔하였고,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따라들어온 UGV 한 대가 인수인계를 맡았다. 대략 수 시간도 되지 않아 이들을 교전구역 외부, 남쪽의 포틀랜드 미군 전진기지로 옮겨줄 무인 트럭이 도착하리라.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서쪽에서부터 입전! 4명으로 이뤄진 타격팀과 지속적인 교전 보고 및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4명? 남쪽의 아군은 죽지도 않는 망할 불사신 수천 명이랑 싸우고 있는데 고작해야 네 명조차 못 막아? 환장하겠군, 알아서 막으라고 해!”

        

        

        

        윗선의 오해 아닌 오해, 인원수와 1 : 1로 비례하지 않는 정신나간 전투력, 그리고 남부 방공망이 핵의 불길 아래에 소실되며 본격적으로 개시된 UAV 정찰까지.

        

        수만 개의 톱니바퀴가 부딪히며 서로를 깎아 부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잊혀진 서쪽의 상황이었지만, 그것이 누구도 신경쓰지 못한 30분 사이 무지막지한 크기의 불덩어리가 되어 다가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7보병사단 HQ 건물 돌파, 팬들턴 애비뉴 대교차로에서 교전 발생! 점점 HQ를 향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서쪽의 그 등신들은 뭘 한 거야! 이런 빌어처먹을!”

        

       “인원수가 넷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후퇴하지 않으면 지휘소가 포위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망할….”

        

        

        

        반복적인 무시가 불러온 참사.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적들이 턱 밑까지 파고들기 시작한 이상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리데르급에게 연락을. 순항미사일 폭격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해. 유사시 핵탄두 사용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이고.”

        

       “알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선봉을 꺾지 못하면 나중에는 시애틀로 가는 길을 통째로 내줘야만 할지도 모른다! 더 큰 불로 변하기 전에 진화한다! 사령부 철수 준비하고, 예상 후폭풍 계산해서 착탄 지점 좌표 준비해!”

        

        

        

        철컥!

        

        목에 걸고 있던 키카드를 패널에 삽입함과 동시에 화면을 가득히 메우는 붉은 색의 경고. 현장 지휘관의 책임 하에 상부에 핵 사용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자료를 파쇄하고, 하드디스크 및 데이터 저장소를 밖으로 빼내는 아군들을 뒤로 한 채 이어지는 계산. 허공에 펼쳐진 홀로그램 맵에 의거하여 컴퓨터가 빠르게 계산을 시작했고, 수집한 여러 데이터들을 토대로 적합한 폭격 지점을 산출한다.

        

        리데르급과의 컨택 역시 동시에 끝났고, 음성 합성기가 무기질적인 음색으로 폭격이 30초 후 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알림 : 미사일 발사됨.]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애틀 앞바다에서 주둔 중인 리데르급 구축함이 지르콘 순항미사일을 쏘아보내고, 그것이 마하 8로 가속하여 지정 위치에 착탄하는 광경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그와 동시에 맵 위로 떠오르는 미사일. 초속 3km에 육박하는 미사일이 시애틀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며 다가온다. 거리는 대략 90km 가량이었으므로 앞으로 30초 안에 착탄하리라.

        

        이걸로 괜찮을지를 묻기엔 이미 이 전쟁은 너무나도 멀리 왔다.

        

        사이렌이 울려퍼지며 지하에 있는 모두가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그러나.

        

        

        

       ───!

        

        

        

        파직.

        

        그런 괴이한 소리를 내며, 착탄까지 고작해야 5초밖에 남지 않았던 두 기의 미사일이 X 표식과 함께 허공에서 말 그대로 증발했다. 그로부터 5초가 지나고 10초가 지나도 들려오지 않는 착탄 후폭풍. 이는 맵의 오류가 아니라 실제로 미사일이 공중에서 자폭했다는 것을 시사했다.

        

        사령관은 어처구니가 사라진 채 황급히 리데르급과 재차 접촉을 시도했지만, 다음 순간 들려온 목소리는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아닌 심장을 저미는 듯한 음산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유감이네요. 이제부터 이 배는 미군 통제 하에 들어갈 예정인데.”

        

        

        

        태스크포스 대거.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의 초대형 레이더를 박살내고 유유히 사라진 희대의 괴물딱지 집단의 손아귀에 구축함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합동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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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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