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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4

       *** ***

         

       일주일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비고가 개방된 시간에는 비고를 탐사하고 무공서를 독파하기에 바빴고 비고가 닫힌 시간에는 그날 읽은 무공서를 몸에 익히기 바빴다.

         

       “쓰읍.”

         

       약속된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시간을 제법 낭비했기 때문이었다.

         

       그 변수는 바로 무공을 찾는 시간이었다.

         

       애초에 천마비고 전체와 무공서 하나하나가 게임 속에 구현되어 있을 수 없으니 안내인을 통해 찾는 것이 당연한 일.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 천마비고 안내인이나 서기란 인간의 탈을 쓴 검색엔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게임 속이 아니었고 서기들은 검색엔진이 아니라 사람이었으며 현실 속에 천마비고는 게임처럼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심결서(心訣書)가 어딨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오?”

         

       “끄응, 그것이 찾아는 보겠소. 하지만 잡서로 분류되는 무공들은 그 분류가 영 애매하여 시간이 걸릴 것이오.”

         

       마교의 무인들이 자주 찾는 영역에 대해서는 빠삭하지만 잘 찾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는 안내인들도 헤메기 일쑤였고 마교의 무인들이 찾지 않은 잡서의 영역은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그 덕에 내가 원하는 무공을 찾아내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목표로 했던 성과는 모두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건 정말 물불 안 가리고 필살기를 마구 써버린 덕분이었다.

         

       “마! 내가 소천마랑 으이? 비무도 하고? 어? 밥도 같이 묵고! 그런 사람이야!”

         

       연줄 동원!

         

       “담당자 나와! 천마비고 담당자 나오라고! 자네! 자네가 제일 높은 사람인가?”

         

       깽판!

         

       소천마의 손님이 깽판을 부리기 시작하자 천마비고 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서기를 동원해서 잡서의 영역을 정리하는 한 편 내가 원하는 무공을 찾아주기 위한 인력을 배치해 주었다.

         

       평화로운 병영에 나타나 갑자기 산을 밀어버리라 지시한 사단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나도 살아야지.

         

       나는 그렇게 천마비고의 담당자들을 달달 볶았고.

         

       나날이 눈밑이 검어지는 서기들의 희생 아래 간신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시간이 꽤나 넉넉했던 모양이구나.”

         

       일주일간 철야를 밥 먹듯이 한 서기들의 살벌한 시선을 견디며 천마비고를 휘저은 일주일.

         

       열심히 서기들을 갈구며 최선을 다했거늘 나를 바라보는 위서련의 시선은 매서웠다.

         

       애써 감정을 다스리려고는 하는 것 같은데 누가 봐도 속에서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질 지경.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너 스스로를 갈고 닦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을 터. 익히지도 못할 상승무공과 신공절학을 구경하기 위해 낭비할 시간이 있었던 모양이군.”

         

       이봐요, 소천마 씨.

         

       당신이 준 지패 아니었어?

         

       왜 그런데 지층에서 상승무공을 봤다고 화를 내는 거지?

         

       매우 억울한 상황이 되었지만 짚히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위서련의 저기압은 저기 서 있는 흑묘와 관계가 있는 걸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흑묘가 당당하게 서서 우리 둘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주일 전 흑묘의 참관을 마지못해 허락했던 위서련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궁금함에 슬쩍 고개를 뒤로 돌리니 흑묘가 만족스럽다는 듯한 태도로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눈을 팔 여유까지 있는 모양이군.”

         

       흑묘 쪽을 바라보니 곧바로 사나워진 위서련의 말투.

         

       …뭔가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흑묘에게 묻기로 하고 일단은 눈앞의 위서련에게 집중했다.

         

       위서련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위협적인 기세를 풍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디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성취를 이루었는지 확인해 보겠다.”

         

       위서련이 주먹을 쥐는 것을 보고 나는 황급히 대검을 뽑아들었다.

         

       경운무심공을 운용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곧바로 거리를 좁히는 위서련.

         

       일주일 전과 같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연타를 퍼부어주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일주일간 발전이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해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어쩐지 감정이 섞인 것 같기도 했지만.

         

       나는 거침없이 달려드는 위서련을 보며 지난 일주일을 떠올렸다.

         

       소천마 위서련은 마를 더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것이 바로 천마신교에서 추구하는 마공의 지향점이라고.

         

       그러나 모든 마교의 무사들이 위서련과 같이 수련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마교 무사들은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주력 무공을 익힌 뒤에 다른 무공서를 참고하여 일부 초식을 변형하거나 생략하는 선에서 그친다.

         

       누구나 위서련처럼 맨 처음부터 쌓아올려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리 마교의 가르침이 더하는 것이라 한들 마교의 무사들에게도 선배들이 쌓아올린 기틀은 필요했다.

         

       즉 마교의 무사들도 큰 틀에서는 길을 따라 가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파가 한 길을 택하면 오직 그 길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자들이고.

         

       천마는 절벽이고 폭포고 뭐고 내 맘대로 돌파하는 자라면.

         

       마교의 무인들은 갈림길이 나오면 어느 길이 제일 편한지 두리번거리며 길을 바꾸어 타거나 가끔 빙 돌아가는 길이 보이면 등산로를 벗어나 험한 길을 나아가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마교인들은 더욱더 가치 있는 무공에 집착한다.

         

       고절한 무학의 이치를 품었다는 상승무공. 그 상승무공들 사이에 자신에게 깨달음을 줄 무학의 이치가 숨어 있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더 적합한, 혹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묘리가 숨어 있다면 바로 수련에 임하거나 아니면 그 무공으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치 있는 무공을 우대하는 만큼 가치 없는 무공은 천대받기 마련이다.

         

       정파라면 선인들의 유산이라는 명목하에 어떻게든 명맥을 잇고 보존되었을 무공들은 마교에서는 이렇게 잡서라는 명목으로 한데 묶여 서고 한켠에 애물단지마냥 놓여 있게 된다.

         

       그렇다면 가치 없는 무공, 잡서로 취급받는 무공이란 대체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계륵.

         

       쓸모는 있을 것 같으나 내가 익히기에는 꺼려지는 무공들이 바로 잡서로 분류된다.

         

       가령 예를 들자면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안전착묘공.

         

       낙하 충격이 있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눈에 불을 켜고 익힐 신공이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무밧줄 번지를 감행해서라도 절벽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미친 고인물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무공을 익히려 들겠는가?

         

       아니면 발목을 견고하게 만들기에 특화된 금강철족공.

         

       발목이 튼튼하면 좋을 일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발목을 극한까지 단련시켜야 할 일일까.

         

       실전에서 적용할 구석이 없거나 익히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애매한 무공들이 바로 잡서였다.

         

       그리고.

         

       그런 잡서들이야말로 경운무심공을 보완할 수 있는 열쇠였다.

         

       *** ***

         

       위서련은 호천안과 벌였던 두 번의 대련을 차례대로 떠올렸다.

         

       ‘영휘산에서는 가능성만을 보았다.’

         

       위서련은 호천안이 일격필살의 뇌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정면으로 받아내 주었다. 호천안이 과연 흑룡기를 뚫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기에 취한 행동이었다.

         

       그 뒤로는 저번 주에 있던 대련을 떠올렸다.

         

       호천안이 익힌 뇌공은 극단적인 무공이었다. 위서련은 수백 가지의 무공을 익히고 그 묘리들을 흡수하며 성장해온 자. 많은 약점을 가진 호천안의 무공을 공략할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다.

         

       약점을 공략당한 호천안은 제대로 손발조차 뻗어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렇기에 위서련은 더욱더 화가 났다.

         

       위서련은 호천안에게 자신을 키우라 말했으나 호천안이 바로 실행할 수 있으리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그대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그대는 이제야 자신을 키우기 시작한 자.’

         

       호천안은 마교의 방식을 처음 접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위서련은 호천안이 마에 대한 소질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신공절학에 정신이 팔리지 않고, 자신을 보완하기 위한 무공을 익히기는커녕 수만 권의 비급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무공을 골라내는 작업만 끝내도 기특하게 여겨줄 일이었다.

         

       첫날 호천안이 천마비고의 상층을 뒤졌다는 보고를 들은 위서련은 호천안이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다 여기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하루뿐이었다.

         

       다음날 호천안은 천마비고에 한바탕 난리를 일으키더니 서기들을 대거 동원해 무공서를 골라내라 지시함과 동시에 지층과 인층으로 올라가 버렸으니까.

         

       위서련은 둘째날의 보고를 받은 채 안색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이겼네요.”

         

       얄밉게 승리를 선언한 흑묘.

         

       “…패배는 인정하겠으나 영 개운치 않군.”

         

       위서련은 인상을 찡그렸다. 원하는 무공을 찾을 수가 없어서 서기들이 잡서의 영역을 탐색하는 사이에 인층과 지층으로 올라가 버린 호천안.

         

       위서련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않은 돌발 상황이 발생한 셈이었다.

         

       그러나 위서련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흑묘가 기세등등한 것은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호천안이 상승무공에 욕심 내지 않고 자신을 갈고 닦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운치 않으시다면 한번 더 내기를 하시겠습니까?”

         

       “…호오.”

         

       “내기의 진짜 내용은 그 행동이 아니라 선배의 의중이니까요. 저는 잡서의 영역이 정리되어도 계속해서 지층과 인층에 드나든다는 것에 걸지요.”

         

       이쯤 되니 위서련도 약이 올랐다.

         

       “좋다. 나는 잡서의 영역이 정리되면 자신의 무공을 보안하는데 몰두한다는 것에 걸겠다.”

         

       “제가 진다면 두 분의 비무를 관전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제가 이긴다면 어찌해 주실 생각이십니까?”

         

       “….후, 내가 그대의 신분보증인이 되어주지.”

         

       “좋습니다.”

         

       위서련은 천마비고에 특명을 내렸다.

         

       당장 상층의 잡서를 싹 다 정리하라고.

         

       호천안은 본인이 사단장이 된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마교 서열 2위에 빛나는 위서련 국방부차관의 지시가 있었던 셈이었다.

         

       천마비고의 관리인들과 서기는 갑자기 떨어진 특명에 철야에 철야를 거듭하며 일주일 안에 잡서의 영역을 싹 정리했지만.

         

       그래도 호천안은 유유히 인층과 지층을 드나들었으니.

         

       “마지막 날도 인층과 지층에 출입했으니 제 승리라고 봐도 될까요?”

         

       어젯 밤, 위서련은 이를 갈면서 흑묘의 방문패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겨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단련하는 대신 상승무공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호천안의 모습을 확인해야만 했고 그에 더해서 흑묘와 한 내기에서 두 번이나 연달아 패배까지 한 상황.

         

       당연히 위서련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각오해라! 호천안!’

         

       호천안에게 달려드는 위서련의 주먹에 서린 권강이 유독 매섭게 빛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인물과 고인물을 잘 아는 듀오에게 탈탈 털려버린 위서련!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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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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