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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4

       바루는 여느 때처럼 화산의 건물 처마에 앉아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어느새 자신이 수호하는 돌산보다 화산의 부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그녀다.

       

       수많은 연구 끝에 햇빛이 가장 따스하게 드는 곳을 찾아낸 그녀는 낮 시간의 대부분을 여기서 보내고 있었다. 민가가 찾아와 자신을 보고서 바깥으로 나가자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편하게 배를 까뒤집고서 자고 싶다는 생각과 신령으로써의 품위를 지켜야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바루가 갈등하는 동안에도 화산은 여느 때와 같은 활기를 지니고 있었다.

       

       바루가 머무르는 건물 아래의 방에서 천마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작질이니 뭐니하는 단어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지존이 무언가를 한 모양.

       

       정작 지존은 시치미를 떼며 증거가 있느냐고 천마를 타박하고 있었다. 천하의 삼존이기에 가능한 잡아떼기였다.

       

       그 건물에서 벗어나 좀 먼 곳으로 향하면 화산의 무공을 배우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던 학영충의 목소리에 열기가 더해진 것을 보면 진전이 있는 모양이다.

       

       민가가 없는 화산의 본관 쪽에서는 종이 위에 먹이 칠해지는 소리가 난다. 화산의 문주가 서류작업을 일임한 탓에 외부의 사람 중 몇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바루가 듣기로 일거리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한 달 동안 나누어 해야 할 일을 하루 이틀 만에 끝내려 해서 문제가 된다고 했었다.

       

       으음. 대충 보아하니 이 곳에 찾아올 녀석은 없는 것 같군.

       

       그러면 잠시 신령으로써의 위엄을 포기하도록 할까.

       

       이변이 생긴 것은 그 때였다.

       

       바루가 편히 누워 잠을 청하려던 그 때에 화산의 소란스러움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수련장에서 드높아지던 목소리도. 화산의 본관에서 서로를 타박하던 목소리도. 민가가 자주 피우는 연초의 연기마냥 순식간에 흩어져 버렸다.

       

       어느 날. 무림의 세계에 전조도 없이 발을 들였던 외부인들이 일순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드디어 화령이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구나.]

       

       – 평생 이런 장르에는 손도 안 댈 거라고 생각했는데.

       – 근데 이 사람이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할까.

       – 공략(물리)할 것 같은데.

       – 어쨌든 공략했죠?

       

       “그대들은 대체 본인을 어떤 인간으로 보는 것인가.”

       

       방송을 켜고서 오늘 할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어 댔다.

       

       본인이 이런 종류의 게임을 좋아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다른 이에게 아양을 떠는 것을 혐오하는 게 본인이니까.

       

       허나 잘하지 못할 거라는 것은 억울하군.

       

       이래뵈도 한 때 바지로나마 한 단체를 이끌어 보았던 몸. 타인의 심리에 서투를 리가 없지 않으냐.

       

       – 충신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거랑 연애는 좀 많이 다르지 않나요?]

       

       “시끄럽다.”

       

       어디서 감히 의심을 표하는가. 본인이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련히 가능하시겠구나 생각을 하고 넘어야지.

       

       “그리고 말이다. 말을 똑바로 하도록. 오늘 할 일은 이 게임을 정상적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등장한다는 그 기사를 때려잡는 일이지.”

       

       내가 무어가 아쉬워서 남정네들에게 아양을 떨어야 한단 말인가. 본인은 그런 일이 질색이다.

       

       처음에 할 게임으로 이를 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수많은 이들이 도전했으나 번번히 실패한 끝에 공략을 포기한 것이 있다 들었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무어를 바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광경은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 실망.

       – 감없네.

       – 천마님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 노잼.

       

       저 녀석들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떼를 쓰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닌지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터무니 없는 트집일 때에는 그냥 무시해버리면 된다.

       

       저들도 속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화제가 넘어가버리면 거기에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리 생각하고서 게임을 키자 다른 게임을 시작할 때에 보았던 프롤로그 같은 것이 올라왔다.

       

       게임 속 주인공의 현 상황을 요약해주는 내용이었는데 그를 정리해보면 이랬다.

       

       주인공은 현재 나라의 주류와 반대되는 계파에 속해있는 집안이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무리한 짓을 반복했고 결국 주류 계파의 심기를 거스르고 말았다.

       

       중간중간에 주인공 쪽 집안이 선이며 나라의 주류가 악이라 묘사되는 것은 몰입을 위한 장치겠지. 나쁜 놈이 벌이는 복수극만큼이나 찝찝한 것은 없으니까.

       

       “이전에 하던 게임에 비하여 생동감이 부족한 느낌이구나.”

       

       그 영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꽤나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짧게 지나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인상을 남겨줄 정도로.

       

       허나 본인이 아피스나 다른 게임에서 마주했던 것에 비하면 부족했다. 인위적이라고 해야 할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걸 보는 것이 처음이라 어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 이것도 퀄 엄청 좋은 거임.

       – ㄹㅇ. 아피스 쪽 회사가 너무 사기인거지.

       – 다른 데 보면 영상보다 속 뒤집어짐. 물리적으로.

       – 그런데는 왜 영상 넣는지 모르겠더라.

       

       아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눈이 너무 높아진 까닭인 듯 하구나.

       

       백호가 속해 있는 그 곳의 기술이 좋기는 한 모양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이 끝난 후 시야의 앞이 검게 물들더니 검회색의 음울한 천장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허?”

       

       눈을 뜬 순간에 본인이 의문을 내뱉은 까닭은 세상이 너무도 고요했기 때문이었다.

       

       눈앞이 조용했다. 도술을 배운 후 본인에게 세상이라는 것은 형형색색으로 물든 것이었다.

       

       이후 도술에 적응한 후로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긴 했다만 그래도 본인의 세상은 언제나 여러 색으로 물들어 있었지.

       

       그 모든 것이 이 세상에는 존재치 않았다. 마치 본인이 모든 걸 지우는 도술을 사용했을 때처럼.

       

       멀쩡히 숨도 쉬어지고. 손과 발도 움직이고. 소리도 나는 걸 보면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 듯 한데.

       

       기이하군.

       

       “계속 가! 계속!”

       “죽어어어어!”

       

       손을 움켜쥐었다 풀던 중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귀를 기울이면 여러 가지가 들려온다.

       

       고함소리. 비명소리. 철과 철이 부닥치는 소리. 욕지거리.

       

       투쟁의 소리는 이 아래에서도 들려오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머잖아 이 곳에 도달하겠군.

       

       현 상황을 설명하려는 것인지 내 앞에 여러 개의 창이 떠올랐지만 읽지는 않았다.

       

       어차피 본인의 목적은 이 게임을 천천히 즐기려는 것이 아니니 알 필요가 없다 여겼지. 대신에 본인은 가만 몸 안을 관조했다.

       

       기이하군. 기이해.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내기조차 존재하지 않다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지? 피가 흐르고 숨을 쉬었다 내뱉는 이라면 최소한의 진기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터인데.

       

       그를 대신하듯 심장 부근에 마력이라 불리는 것이 존재하고는 있다만 그것도 한없이 미약해.

       

       “이것은 인간이 맞는가?”

       

       본인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육신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가공의 육신이라지만 정도가 심하군. 일단 손과 발을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는 듯 하다만.

       

       하아. 아래의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는 듯 하니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그만하자꾸나.

       

       육신의 수준은 평범한 여자아이보다 나은 정도인가.

       

       철검을 들고 열 번 정도 휘두르면 팔이 후들거릴 수준. 삼류라는 단어조차 아깝군.

       

       – 엌ㅋㅋ

       – 표정 겁나 안 좋네 ㅋㅋㅋ

       – 화령이 이렇게 당황하는 거 처음 보는 듯.

       – 괜히 사람들이 다 포기한 게 아니라니까.

       – 저 몸이 쓰레기긴 하지.

       

       단련을 하지 않았을 뿐 몸에 담긴 재능자체는 나쁘지 않은 듯 하다만 단련할 시간조차 없는 지금 이 순간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대한 유의 묘리를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보아야겠군.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으려니 다급한 발소리가 문 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생각을 끝마칠 시간인가.

       

       문이 벌컥 열리고 시녀의 복장을 한 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벌벌 떨리는 손. 질려버린 얼굴. 거친 숨소리. 작아진 동공. 복부의 옷에서 흘러나오는 핏줄기.

       

       “아가씨! 도망치셔야 합니다! 습격이!…”

       

       시녀는 끝까지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말을 하다 말고 바닥에 널부러진 그녀는 자신의 피로 복도에 그려낸 그림의 마지막을 자기자신의 시체로 장식했다.

       

       가만 그를 보고 있으려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무림에 적응해간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있을 무렵에 생겨났던 일.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경을 지워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화살표를 따라 도망치십시오.]

       

       “도망이라. 마음에 드는 단어는 아니군.”

       

       메시지를 옆으로 치워버린 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철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하는 발소리가 이 곳으로 오고 있었다.

       

       무기로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 곳은 평범한 여자아이의 방이었다.

       

       이 부분은 본인과는 결이 다르군. 본인의 방은 무척이나 살벌했었는데 말이야.

       

       “여기다! 역적의 딸이 있다!”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자는 내 모습을 마주하고는 버뜩 소리부터 내질렀다.

       

       잘 훈련이 되어 있군. 자신만의 공적에 눈이 멀 수도 있거늘 보고와 연락을 우선시 하다니.

       

       나로써는 잘 된 일이었다.

       

       어차피 처리해야 할 놈들이 저 알아 이 곳으로 다가온다는 소리지 않은가.

       

       어디 보자. 육신의 훈련은 잘 되어 있을까?

       

       근육은 제대로 잡혀 있으나 움직임에 어설픔이 묻어나는 군.

       

       어디까지나 평범한 병사에 불과하단 것인가.

       

       “저항하지 마라! 저항한다면 거칠게 대할 수밖에 없으니!”

       

       그를 보며 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더니 병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좋지 않다.

       

       얕보고 있어. 상대방이 아무리 허술해 보여도 허튼 짓거리를 할 기미가 보이면 바로 제압을 해야지.

       

       “움직이지 말라 했을 텐데!”

       

       위협을 하려는 것일까. 놈이 들고 있는 창을 앞으로 내밀었다.

       

       애초부터 날 노릴 생각이 없는 공격이었기에 앞으로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창이 옆으로 비껴나갔다.

       

       상대가 당황하는 동안 거리를 좁힌 난 어느 샌가 병사의 앞에 서 있었다.

       

       “이봐! 지금 뭘…”

       

       투구로 감추어지지 않은 턱을 후려침에 따라 병사의 몸이 허물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인체의 급소 같은 건 제대로 구현되어 있나 보군.

       

       뇌를 뒤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이 멀쩡히 서 있으면 어쩌나 싶었다.

       

       바닥에 널부러져 움찔거리는 녀석의 몸을 뒤져 쓸만한 것을 찾아냈다.

       

       창을 잃었을 경우를 대비한 단검.

       

       질이 좋지 않은데다 얇고 자그마한 녀석이었지만 지금 내가 지닌 육신에는 이 정도가 어울렸다.

       

       더 큰 것은 연약한 근육이 견디지 못할 테니.

       

       “저 쪽이다! 저 쪽!”

       

       이 곳으로 다가오는 여러 발걸음소리를 들으며 단검을 거머쥐었다.

       

       “자아. 그대들이 이야기하는 기사라는 걸 만날 때까지 놀아보도록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약?한 천마님

    —–

    시크한크시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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