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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4

   아우라.

   세계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힘.

     

   마곡, 세계의 틈에서 이 힘을 흡수해온 크라슈는 세피라의 훈련실에 홀로 서 있었다.

     

   세계의 틈을 이용해 만들어낸 아우라의 내단.

   크라슈는 줄곧 이것을 사용할 방법을 연구했다.

     

   그렇게 크라슈가 고민 끝에 연구해낸 결과.

   그것은 바로 아우라의 내단을 스킬 세이블의 독립된 공간 속에서 녹이는 것이다.

     

   ‘세이블의 독립된 공간에 들어간 것은 시간의 흐름이 정지 상태가 된다.’

     

   기억이라는 형태가 없는 것마저 담아낼 수 있는 세이블.

     

   그곳에 크라슈가 담으려는 것은 바로 이그니스를 통해 녹여낸 아우라였다.

     

   이그니스로 녹인 아우라는 크라슈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형태가 된다.

   그리고 한 번 이그니스로 녹여낸 아우라는 세이블을 통해 계속 녹여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 뒤, 아우라를 담고 있는 세이블을 몸 내부에서 연다.’

     

   크라슈의 몸속에서 열린 세이블은 아우라를 쏟아내며 바로 크라슈의 육체로 아우라를 공급할 것이다.

     

   이걸 통해 크라슈는 세계의 틈에서 경험했던 무한 공급에 가까운 아우라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세이블은 크라슈에게 일종의 새로운 그릇이다.

     

   모자란 그릇을 세이블을 통해 해결한다.

   크라슈가 세이블을 얻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였다.

     

   ‘하지만 문제는 세이블에 아우라를 담아내는 과정이겠지.’

     

   크라슈는 자기 앞에 놓인 아우라 내단을 보았다.

     

   남은 개수는 총 18개.

     

   1개는 시그린을 꺾기 위해 크라슈가 소비하였다.

     

   ‘그마저도 소비할 당시 몸 밖으로 빠져나간 게 대부분이었어.’

     

   크라슈의 육체가 넘치는 아우라를 감당할 수 없으니.

   그 힘 대부분이 허공에 흩어진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 힘을 전부 세이블로 흡수해야 한다.’

     

   크라슈는 아우라의 내단을 다시금 이그니스로 녹여 담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할 상황에 닥쳤다.

     

   크라슈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내단을 다 빼내서 망정이지.’

     

   만약 남은 내단이 그대로 있었다면 크라슈는 내단을 한 번에 녹이다가 객사했을 거다.

   몸속에 있는 걸 하나씩 녹이는 기술은 크라슈에게 없기 때문이다.

     

   크라슈는 아우라 내단 하나를 들어 올렸다.

     

   크라슈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아우라의 내단을 삼키기 위해 크라슈는 방금까지 의도적으로 백염을 쏟아냈다.

     

   그런 결과 크라슈의 아우라 그릇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시그린 때를 떠올리면 그런데도 넘치는 아우라는 몸을 박살 내려 들었다.

     

   [ 18번 정도 죽겠군. ]

     

   크림슨가든의 솔직한 평가가 이어졌다.

     

   “안 죽어.”

     

   살아온 삶이 아까워서라도 죽을 생각 없다.

     

   결심을 마친 크라슈는 자신의 아우라의 내단을 집어삼켰다.

     

   화륵!

     

   그러고는 바로 목 너머로 넘어온 아우라의 내단에 이그니스로 불을 붙였다.

   그 순간 서서히 아우라의 내단이 녹아가기 시작했다.

     

   녹아들기 시작한 아우라는 서서히 크라슈의 몸속으로 번져 갔다.

     

   ‘시그린 때와 달리 급할 필요가 없다.’

     

   그때는 당장 시그린과 맞부딪쳐야 하기에 한 번에 녹여 버렸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니 크라슈는 몸에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서서히 아우라를 녹여 끌어냈다.

     

   화르르륵!

     

   그 순간 백염의 형태로 아우라가 외부로 흘러나왔다.

     

   ‘세이블.’

     

   크라슈는 그 즉시 세이블을 발동시켰다.

   허공으로 흘러나온 백염이 바로 세이블의 공간에 먹히며 사라졌다.

     

   크라슈는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해나갔다.

     

   몸이 계속 용광로에서 타오르는 기분이었지만 못할 것도 없다.

   이만하면 지금까지 몇 번이고 해온 수준이니까.

     

   크라슈는 악착같이 아우라의 내단을 태웠다.

   그리고 기어코, 하나의 내단을 전부 태워낸 순간.

     

   “후우, 후.”

     

   크라슈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 되어 있었다.

   크라슈는 반쯤 풀린 눈으로 바닥을 짚었다.

     

   시간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나 있었다.

     

   하루 동안 꼬박 멈추지 않고, 계속 아우라를 태웠다.

   아무리 크라슈라도 이는 정신을 꽤 큰 폭으로 깎아 놓았다.

     

   크라슈는 눈앞에 주어진 남은 17개의 아우라의 내단을 보았다.

     

   앞으로 17개를 더해내야만 한다.

     

   “젠, 장.”

     

   옆에 준비해뒀던 물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크라슈의 열기 탓에 미지근했지만 괜찮았다.

     

   크라슈는 물 한 통을 비우고 따로 구비 해둔 곡물 비스킷과 육포를 거의 들이붓듯 삼켰다.

     

   그러고는 바로 바닥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한 개씩이라도 좋다.

   17개 전부 세이블에 녹여내고 말겠다.

     

   크라슈는 독기 어린 눈빛과 함께 조용히 눈을 감았다.

   훈련장에는 곧 그의 반복적인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그로부터 이주가 흘렀다.

     

   크라슈는 세피라의 훈련장에 뻗은 채 하늘을 보고 있다.

     

   새파란 하늘은 바람을 태워 꽃내음을 보내왔다.

   겨울이 가시고, 봄이 왔음을 알린 것이다.

     

   크라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동안 아우라만을 삼켜서인가.

   몸 여기저기가 찌뿌둥했다.

     

   크라슈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였다.

   다행히 어디 망가진 곳은 없다.

     

   크라슈가 숨을 기다랗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콱 쥐었다.

     

   ‘세이블.’

     

   그 순간 몸속에서 세이블이 발동됐다.

     

   화르르르륵!

     

   동시에 크라슈의 손아귀에서 백염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그 화력은 예전보다도 훨씬 거셌다.

     

   “……됐다.”

     

   크라슈가 백염을 손에서 지웠다.

   그리고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세이블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

   이주 간에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중간에 요령을 알아서 다행이었어.’

     

   아니었다면 못 해도 한 달은 아우라만 녹였어야겠지.

   2주간으로 기간을 줄인 건 전부 요령을 안 덕분이다.

     

   크라슈가 훈련실의 문을 열었다.

   크라슈는 당장 욕실로 직행했다.

     

   2주간 죽어라 아우라만 태웠으니 인간으로서 못 봐줄 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라를 태운 걸로 추가적인 이점도 있었다.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아우라의 감도가 좋아졌어.’

     

   2주간 아우라만 태운 결과 육체 자체에 아우라가 스며든 감각이 들었다.

     

   [ 아우라에 절여졌는데 당연한 거 아니더냐? ]

     

   그러자 크림슨가든이 기막힌 반응을 보여왔다.

     

   [ 나원, 소금에도 그 정도로 절여지면 죽는다. ]

   “안 죽는다니까 그러네.”

     

   크라슈는 수건으로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대답했다.

     

   크림슨가든, 이 녀석 저번부터 자꾸 죽이려 드는데.

     

   “나 죽으면 네 불사를 없애줄 녀석이 없어진다니까.”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수건을 목에 둘렀다.

   그러자 왜인지 크림슨가든이 침묵했다.

     

   [ ……크라슈. ]

     

   그 순간 크림슨가든이 불러왔다.

   조금 무거워 보이는 목소리에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목소리가 꽤 무거웠기 때문이다.

     

   [ 불사, 구태여 받아 가야겠느냐. ]

     

   크림슨가든의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는 발걸음을 멈췄다.

     

   [ 불사는 저주다. 그것도 네가 가진 것 중 최악의 저주가 될 거다. ]

     

   크림슨가든은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크라슈가 불사를 받아 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말이다.

     

   [ 당시에 나는 너는 앞으로도 혼자서 나아갈 거로 생각했다. ]

     

   크라슈는 곁에 있는 이에게 크게 정을 주지 못했다.

   거기에는 회귀의 영향도 있었고, 아서의 배신도 알게 모르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르렀을 때.

   크라슈의 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남아 있다.

     

   [ 네 곁에 있는 이들은 제 수명으로 인해 결국 하나둘 떠나갈 거다. ]

     

   크라슈는 결국 언젠가 혼자 남겨지겠지.

   자신의 소중한 이가 으스러져 가는 광경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

     

   이는 크림슨가든이 가장 잘 안다.

     

   [ 이별의 고통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익숙해질 수 없는 법이다. 고독은 더더욱 그렇고. ]

     

   크라슈는 분명 이미 이별의 고통을 알고 있다.

   그는 회귀를 통해 무수히 많은 이별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별은 계속해서 크라슈의 마음을 후벼 팔 것이다.

     

   [ 그러니 내 불사를 받아 가는 건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 ]

     

   크림슨가든이 솔직하게 말을 털어놓았다.

   그것을 들은 크라슈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내 한차례 헛웃음을 그렸다.

     

   “이미 수명을 꽤 깎아 먹어서 그건 안 되겠는데?”

   [ ……사람이 진심으로 이야기하면 들어 처먹거라. 이 고얀 놈아. ]

     

   크림슨가든이 조금 성냈다.

     

   “걱정하지 마.”

     

   그리고 크라슈는 그런 크림슨가든을 진정시켰다.

     

   “나한테는 이그니스가 있어. 정 안된다면 불사도 태워 버리면 그만인 일이야.”

   [ 그게 쉬울 것 같으냐. 내 불사는……. ]

   “내가 어떤 놈인지 크림슨가든 네가 가장 잘 알잖아.”

     

   크림슨가든이 조용해졌다.

   크라슈를 가장 옆에서 지켜봐 온 건 크림슨가든이다.

     

   그렇기에 크라슈의 말대로 크라슈를 가장 잘 아는 건 그녀기도 했다.

     

   “크림슨가든, 이건 너와 나의 약속이었어.”

     

   크라슈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대가로 불사를 훔쳐준다.

   이는 크라슈와 크림슨가든의 첫 만남부터 이어진 약속이다.

     

   “나는 약속 하나는 잘 지키거든.”

     

   크라슈는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최소한 자기 죽을 때까지는 함께 지내주기로 약속한 녀석도 있고 말이지.”

     

   주머니에 담긴 시체쥐를 크라슈가 툭 건드렸다.

   에벨아스크와의 약속도 크라슈는 잊지 않고 있다.

     

   “그러니 나중에 불사 빼앗긴다고 엉엉 울지나 마.”

   [ 너란 놈은. ]

     

   크림슨가든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더 이상 이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으마. ]

     

   대신, 허락을 담아 말한 그녀를 보고 크라슈는 씩하니 웃었다.

     

   “조만간 뺏길 생각하니 두렵냐?”

   [ 헛소리 말거라. 네 수준 정도로는 나에게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

     

   어련하시다.

     

   크라슈는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욕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크라슈는 열리는 문 앞에 선 이를 보곤 멈칫하였다.

     

   거기에는 잠옷 차림으로 손에 잉크를 잔뜩 묻힌 여성이 파래한 꼴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세이랑 님?”

     

   크라슈가 조심스럽게 그 이름을 부르자 세이랑이 손에서 원고를 들어 올렸다.

   그건 다름 아닌 새 작품이었다.

     

   “……크라슈 님, 보시죠.”

     

   크라슈가 건넨 원고를 받았다.

   그것을 끝으로 세이랑은 몸을 돌려 터벅터벅 걸어가 버렸다.

     

   그 모습은 험난한 전투를 마친 장군의 모습이었다.

     

   저쪽도 2주간 격렬했던 모양이다.

     

   “에벨아스크.”

     

   크라슈가 조용히 부르자 시체쥐가 불쑥 튀어나와 어깨 위로 올라왔다.

   시체쥐의 눈은 크라슈가 본 것 중 가장 초롱초롱했다.

     

   “읽어 보자고.”

     

   소설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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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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