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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4

    <344 – 수상한 전직용사의 강의2>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헤스티아의 손에 들린 투명망토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 더. 투명화가 걸린 물질은 형태를 감추지만 현상마저 감추지는 못한다.”

    “아.”

    “모래는 형체 없는 몬스터를 감지할 가장 저렴한 수단이지. 덩치에 맞는 투명망토를 가져왔어도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역시 교수는 괜히 교수가 아니구나.

    감탄하는 헤스티아에게 교수가 추궁했다.

     

    “투명화 마법은 2학년 상급반이나 3학년 하급반부터 배울 수 있을 텐데. 어디서 그 물건을 입수했지?”

    “특수한 시간에만 출입할 수 있는 양면띠지의 방에서 선배들이 숨겨둔 히든피스라는 보물의 정보를 찾았습니다.”

    “본관 2층의 특수결계로 보호받는 방이었나. 용케도 장난질을 계속하고 있었군.”

    “아, 알고 계셨습니까!?”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니 묵인했을 뿐이다. 간 김에 심심해서 내가 직접 작성한 양면띠지도 있었지.”

    “!?”

     

    헤스티아뿐만 아니라 오크노디까지 덩달아 식겁했다.

    학생들만의 비밀스러운 아지트가 진즉에 교수에게 발각된 것은 물론이고 온갖 교수욕이 점철된 양면띠지 사이에 교수의 함정도 숨어있다니.

    자칫 잘못하면 교수님이 판 함정에 걸려 엉뚱한 정보를 물고 억까이벤트를 당할 수도 있었다!

     

    “다른 교수님들도 알고 계세요?”

    “대놓고 계단에 술식이 쳐져있는데 알 사람은 알겠지. 대부분은 교장의 장난이라 생각하고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었겠지만.”

     

    브론즈 교수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양면띠지의 방이라는 녀석을 꼭 찾아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네 이름은?”

    “헤스티아입니다.”

    “헤스티아. 본제로 돌아가지. 자네의 답은 뭔가.”

     

    헤스티아가 자신 없는 투로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0점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반만 가는 건 평범한 강의에 한정된 이야기다. 생각하지 못하면 상황에 끌려 다니기만 하지. 그런 모험의 끝은 비극만이 기다린다. 용사조차 그럴진대 용병이라면 더하겠지.”

    “…명심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라.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오크노디를 돕고 싶다면 몰래 엿듣지 말고 당당하게 들어라.”

     

    헤스티아가 오크노디의 옆자리에 앉았다.

     

    “정답을 알려주기에 앞서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알려주지. 니알라토텝과 상단주의 계약은 많은 난민들의 호응을 받으며 번창했다.”

    “상단주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수록 식량을 배급할 블루카드도 더 많이 생산되었고, 난민들이 얻을 수 있는 식량도 많아졌지.”

    “용사는 더 많은 수익을 원했지만 상단주는 매집할 수 있는 식량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의 추가발행을 원치 않았지.”

    “의견다툼이 있던 한 달 뒤, 엄청난 양의 식량카드가 시중에 풀렸고 난민들의 사기의혹과 제국감찰관의 표적수사에 시달리던 상단주는 자살했다.”

    “어째서인지 용사는 제도를 떠나기 전에 소지금보다 훨씬 값비싼 아티펙트를 구매하였지. 이것이 12년 전의 내가 지닌 정보이자 일말의 의혹이었다.”

     

    전대용사 니알라토텝.

    그는 분명 무언가를 저질렀다.

    경과를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거짓말!”

     

    이슈타르는 부정했다.

     

    “여신님께서는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을 지혜로운 자라고 부르며 그분을 좋게 평가하셨습니다!”

     

    -유일신 소페미아님께서 꿈속에서 내게 들려주셨어. 니알라토텝의 정의로움을 배우고 너는 부디 사악하고 교활한 권모술수에 심취하지 말라고.

     

    유피와의 사적인 대화에서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슈타르의 전대용사를 향한 동경의 감정은 컸다.

    그런 니알라토텝이 정작 교활한 권모술수를 부린 당사자라니!

     

    “유일신 소페미아 말인가. 꽤나 그리운 이름이군. 안 좋은 의미로도.“

     

    디스트로이어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불신을 넘어선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 엿보이자 이슈타르조차 감히 따져들지 못하고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니알라토텝을 호평하는 건 당연하다. 녀석 때문에 크고 작은 손실을 입은 신들이 적지 않으니,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유일신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러나 신에게 사랑받는 용사가 꼭 인간에게도 훌륭했던 용사라는 뜻은 아니지. 적어도 식량카드사건 이후로 난민들은 혁명가의 지지자가 되어 큰 소란을 일으켰고, 제국병사들에게 대학살을 당했으니까.”

    “그래, 이걸 빠뜨릴 뻔했군.”

     

    식량카드사건은 삼대거악과의 첫 조우를 논하는 과정에서 거론된 사건일 뿐.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

     

    “첫 번째 혁명이 일어났던 제도. 그곳에 혁명가가 출몰한 시기와 용사파티가 수도에 머물렀던 시기는 분명히 겹쳤다.”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니알라토텝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재미있는 녀석’을 찾았다고.”

     

    용사와 삼대거악의 첫 조우 이후, 용사는 출처불명의 수상할 정도로 많은 돈을 얻었다.

    삼대거악 중 하나인 혁명가는 자신을 지지할 수많은 지지자들을 얻었다.

     

    “이게 맞나…?”

    “…자기만 떳떳하다면 대중의 지지 따위는 필요 없어. 분명 그럴 거야.”

    “흐응~ 그래? 이슈타르는 자기가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구나!”

    “불만이라도 있어?”

    “없어!”

     

    겉으로는 애써 납득해보려 시도해도 속으로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러나는 얼굴의 이슈타르.

    현직용사인 그조차 그럴진대 헤스티아와 오크노디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자명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도 강의에 들어가면 과격해지는 편이군. 설마 제국에서 정보통제에 들어간 전대용사의 비화를 이렇게까지 거침없이 까발리다니.’

     

    제국의 눈과 귀가 두렵지도 않다는 건가?

    브론즈 교수의 침묵 속에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용사파티의 공식활동을 끝마친 뒤, 12년 전의 비사를 파헤치고자 제도로 홀로 상경한 디스트로이어의 여정을 통해서.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용사파티의 여정을 되짚던 도중, 우연히 혁명가의 전초기지에 발을 들여 혁명가와 대면한 일이 있었지.”

    “삼대거악과 조우를!? 놈들이 선배님께 해코지를 하려 한 겁니까?”

    “혁명가는 건드리면 터질 폭탄을 굳이 제 집에 들여놓아서 터뜨릴 머저리는 아니다. 남의 집에 불을 붙이는 방화범이라면 모를까.”

     

    거악을 논하는 것치고는 그가 짓는 표정은 혐오나 증오만이 가득하지는 않았다.

     

     

    * * *

     

     

    혁명가는 자신을 죽일 적수를 전초기지에 초대할 정도의 대범한 남자.

    디스트로이어의 앞에서도 일절 두려움이나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된 용사행에 지친 용사파티의 일원이 대륙을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설마 소문이 사실일 줄이야. 모처럼 이니 대화라도 한 번 나눠볼까 하여 불렀네만 폐가 되지는 않았길 바라오.”

    “폐는 되지 않았지. 피차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 만난 것이니.”

     

    혁명가가 두 팔을 벌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혁명의 기치에 대해 궁금하시오? 원한다면 무엇이든 알려드리지. 제국의 시원찮은 대우에 보복하길 원한다면 혁명군의 지원도 약속할 수 있소.”

    “내가 궁금한 건 오직 하나다. 니알라토텝과 당신 사이에 있었던 거래.”

    “…재미있군. 과연, 그 니알라토텝이 데리고 다닌 동료다워. 설마 자신의 측근을 아무것도 모르는 우둔한 자로 데리고 다녔다니.”

     

    말과는 달리 혁명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군복만큼이나 딱딱한 얼굴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동반하였다.

     

    “오랜 벗에 대한 예우로 하나는 알려주지.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고 싶은가?”

     

    어수룩했던 청년이 아닌 역전의 용사로 거듭 난 디스트로이어에게 진상 따위는 이미 불 보듯 뻔했다.

     

    “필요한 만큼은 이미 알고 있다. 니알라토텝은 ‘재미’를 위해 신의를 저버렸고, 너희 혁명단이 선택받았지. 푸른 딱지의 원료를 알아낸 너를 체포하고 제국감찰관에게 넘기는 대신에 제국을 갈아엎을 혁명가로 일으켜 세운 것이 니알라토텝이었으니까.”

    “전부 알고 있었다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군. 굳이 이 자리를 찾아와서 캐묻는 이유가 뭐지? 외면하면 큰 이득을 얻을 것이요, 꺼내봤자 득이 될 건 아무것도 없을 텐데.”

    “도시 세 개를 불사른 암흑사교회의 거물, 공포의 시대The Reign of Terror를 열었던 테라로스가 그런 말을 하더군. 혁명의 불씨가 자신이 돌아갈 고향마저 불태우지 않았다면 그 또한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거라고.”

     

    디스트로이어의 늪처럼 깊게 가라앉은 눈이 혁명가의 오만한 군기를 시야에 담았다.

    아니, 그것은 장악이라고 불러 마땅한 행위였다.

     

    “즐거웠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며 혁명가 행세를 했던 것은.”

    “네놈…”

    “가치가 있었나? 너희의 혁명에 그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릴 만큼의 가치가.”

     

    혁명가의 기세 이상으로 피어오르는 디스트로이어의 분노어린 노기에 혁명가 또한 마주 기세를 끌어올렸다.

    막사가 터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혁명군 전초기지 전체가 태풍에 휩쓸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거칠게 요동쳤다.

    모든 것을 불사르는 혁명의 불씨만큼이나 거센 기의 공명현상이 전초기지 전체의 대기를 초토화시키려던 순간, 혁명가가 입을 열었다.

     

    “용사가 제국감찰관의 표적수사를 이용하여 자살시킨 상단주. 그는 내 친부였다.”

    “…!”

    “그는 난민을 모아 제단을 만들었지. 난민들은 자신이 무얼 만드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거대한 공동묘지나 다를 바 없었다.”

    “믿을 수 없어.”

    “믿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네가 품은 진실이 니알라토텝의 배신이듯이 내가 품은 진실은 부친의 배신이었으니까.”

     

    거친 바람 너머로 혁명가의 짧은 머리카락이 흔들렸지만 굳은 두 눈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국가에서 난민들에게 베풀 식량조차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애초에 상단주가 구한 식량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지?”

    “설마 그 식량의 출처는…”

    “제국이었다. 상단주에게 식량을 대었던 것도, 그를 이용하여 제단을 만들었던 것도, 불필요한 난민을 제물로 바쳐 악신의 신물을 얻고 악신숭배자들을 토벌할 계획을 세웠던 것도.”

     

    한 남자의 제국파괴를 향한 오랜 분노의 시작이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전부 제국의 소행이었다.”

     

    삼대거악의 등장.

    그 시작점에는 제국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혐성올림픽 새로운 수상후보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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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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