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45

       백우진의 말에 남궁학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자네 욕심이 과하단 생각은 안 드나? 무려 대환단을 내어주겠다는데, 다른 조건이라니!”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대환단은 무인에게 있어 부르는 게 값인 보물 중의 보물.

         

       그런 물건을 보상으로 내걸었는데, 다른 조건을 더 들어 달라고 졸라대니 황당할 수밖에.

         

       물론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조건을 철회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남궁세가가 생각한 것은 수휘문도 생각하겠지요.”

         

       남궁세가가 백우진을 이용해 민심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면, 그것은 수휘문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 지금쯤 연회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이를 들은 남궁학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

         

       “감히 나를 협박하는 것인가.”

         

       백우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다만,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제가 수휘문과 손을 잡았을 때 잃게 될 것들과 대환단에 작은 조건을 하나 더 얹어서 들어주는 것 중, 무엇이 더 손해일지 말입니다.”

       “…….”

         

       그를 향해 치켜뜬 눈에 힘이 점점 풀린다.

         

       사실 두 가지 조건을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손해가 막심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대환단이야 아깝기는 해도 그 존재가 남궁세가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물건이다.

         

       그에 반해 잃어버린 민심이 수휘문에게로 향한다면?

         

       대를 거듭할수록 몸집을 부풀려가던 남궁세가의 위세가 처음으로 줄어들게 될지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남궁학은 남궁세가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유일한 가주로 이름을 새기게 될 것이다.

         

       “끄응…, 좋네. 일단 그 조건이라는 것부터 들어봄세.”

         

       백우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말로는 들어본다고 했으나, 사실상 여기까지 온 거면 받아들인 것과 다름없는 상황.

         

       그는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제안을 꺼냈다.

         

       “남궁세가에 귀중한 서책을 모아두는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천뢰각이라고 있네만.”

         

       천뢰각.

         

       남궁세가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서책들을 모아둔 서고의 명칭이다.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익히는 기초 무공부터 시작하여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절기까지 모조리 보관되어있는 남궁세가 요지 중 하나.

         

       “그곳의 입장을 허해주십시오.”

       “뭐, 뭐라?”

         

       너무 놀란 나머지 남궁학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네놈이 정녕 선을 넘는구나!”

         

       그가 대노하여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천뢰각은 남궁세가의 밑천이 모두 잠들어 있는 곳.

         

       외부인이 그곳을 입장하겠단 말은 대놓고 이를 훔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알량한 것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하여 남궁을 업신여기는 것이냐!”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에 백우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다.

         

       “서책 하나를 찾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내뱉어진 그의 말에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분노가 얼굴 밑으로 가라앉는다.

         

       상대의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을 확인한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제법 믿음직한 정보통이 그 서책이 있을 만한 장소를 몇 군데 일러주었습니다만…, 그중 한 곳이 바로 남궁세가입니다.”

         

       목 언저리에서 찰랑이던 분노가 허리 밑으로 떨어진다.

         

       “남궁세가의 비급은 전부 따로 빼두셔도 좋습니다.”

         

       백우진은 마지막으로 그가 군침을 흘릴 만한 제안을 건넸다.

         

       “천뢰각에서 찾고 있던 서책이 발견되면 그것을 보상으로 내어주십시오.”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백우진을 노려보고 있던 그의 눈이 번쩍 뜨인다.

         

       “원하는 서책을 찾으면 대환단을 포기하겠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크흐으음….”

         

       남궁학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서책의 값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대환단의 값을 능가할 수는 없다.

         

       천뢰각의 출입을 허할 수 없는 까닭은 남궁세가의 무공비급이 유출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

         

       비급을 따로 빼두어 염려하는 바를 미연에 방지할 수만 있다면.

         

       또 그곳에서 백우진이 찾는 서책이 발견된다면 대환단도 아끼고, 잃어버린 민심도 되찾는,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손익계산을 마친 남궁학이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되물었다.

         

       “정녕 남궁세가의 비급을 노리는 것은 아닐 테지.”

       “결단코 아닙니다.”

         

       막말로 보라고 눈앞에 펼쳐줘도 볼 생각이 없다.

         

       이미 머릿속에 든 무공만으로도 차고 넘치다 못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기에.

         

       마침내 그가 결정을 내렸다.

         

       “좋네. 자네에게 천뢰각의 출입을 허하겠네.”

         

       두 사람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는 순간이었다.

         

         

       * * *

         

         

       안휘성 전역이 떠들썩했던 축제의 밤이 끝난 다음 날 오후.

         

       아침 댓바람부터 천뢰각에 보관되어있던 무공비급을 따로 옮겨둔 남궁학은 오후쯤에 백우진과 장삼에게 천뢰각을 개방했다.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천뢰각.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백우진과 장삼은 벽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수많은 서책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걸 언제 다 확인하냐.”

         

       유서 깊은 가문의 서고인 만큼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임은 예상했다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작게 한숨을 내쉰 백우진이 말했다.

         

       “내가 2층을 맡을 테니, 넌 1층을 맡아라.”

       “…2층 서책의 수가 1층의 반도 안 되어 보이오만.”

       “그러니까 내가 맡는다고.”

       “…….”

         

       말도 못 붙이게 만드는 뻔뻔함에 입을 닫아버린 장삼은 1층 서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직후 2층으로 올라선 백우진도 차분하게 서책들을 살펴보았다.

         

       <삼재검법에 관한 고찰>, <나려타곤에 대하여>, <천근추는 왜 만근추가 될 수 없는가> 등.

         

       무가답게 무공 원리에 대한 서책들이 줄줄이 튀어나온다.

         

       그러던 도중 이질적인 서책 하나가 백우진의 손에 쥐어졌다.

         

       “비무의 목적…, 등산의 목적, 산악회의 목적에 이은 세 번째 작품…?”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에 서책을 펼쳐본 백우진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그려둔 그림들에 눈살을 찌푸렸다.

         

       “…귀중한 서책을 모아둔 곳이라며.”

         

       조금 더 뒤져 보니 <비무의 목적>의 형님뻘 되는 <등산의 목적>과 <산악회의 목적>까지 줄지어 나온다.

         

       “얼씨구.”

         

       남궁세가의 밑천이나 다름없는 곳에 춘화집이라니, 어떤 괘씸한 녀석의 소행일까.

         

       “이런 건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지.”

         

       하는 수 없이 백우진은 세 권의 춘화집을 조용히 제 품속에 집어넣었다.

         

       천뢰각은 이런 저질스러운 서책이 꽂혀 있어선 안 되는 곳.

         

       일단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처리할 요령이었다.

         

       정말로.

         

       .

       .

       .

       .

       .

       .

       .

         

       중천에 걸려 있던 해가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몰려올 무렵이 되어서야, 백우진과 장삼은 모든 서책을 확인하고 천뢰각을 나섰다.

         

       “헛수고였구려.”

         

       장삼이 한숨을 푹 내쉬며 주저앉았다.

         

       손과 발이 부르트도록 서책을 살폈건만, 영술서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백우진은 이를 헛수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후보군 하나를 줄이는 데에 성공했으니, 마냥 헛수고는 아니지.”

       “…그렇군.”

         

       일리 있는 말에 오늘 하루를 날린 것에 대한 의미를 어느 정도 찾은 장삼이 다리에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휘에서 볼 일은 다 끝났으니, 내일 떠날 거요?”

       “그래야겠지.”

         

       남궁세가로부터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고 떠나야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백우진이 떠난다는 소식만 전해지면 안휘성 전역에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 터.

         

       그때 그들의 앞에서 주둥이 좀 털어주면 해결될 일이니.

         

       “이만 쉬러 가보겠소.”

       “그래.”

         

       떠나기 전, 백우진을 향해 짧게 목례를 하던 장삼은 그의 가슴팍이 평소보다 부풀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의아하게 여겨 물었다.

         

       “…가슴에 뭘 넣어둔 거요?

       ”몰라도 된다.“

         

       그의 물음에 가슴이 따끔해진 백우진은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앞섶을 여미고선 곧장 그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날 밤, 백우진의 거처는 동이 틀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 * *

         

         

       안휘성을 구한 영웅, 백우진이 떠난다는 소식이 안휘성 전역에 퍼져나갔다.

         

       이를 들은 주민들이 앞다투어 남궁세가의 대문 앞으로 달려들었다.

         

       백우진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수가 손가락으로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가 되었을 즈음이었다.

         

       ”벌써 떠나신다니요!“

       ”조금만 더 머물다 가셔요!“

       ”은혜를 갚게 해주시오!“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바람이 빗발쳤다.

         

       백우진은 그들을 달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에서 안휘성을 수호하겠다 굳게 약조했으니, 여러분은 크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그의 말에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궁세가에서…?“

       ”제 잇속 챙기느라 사람들 죽어 나가는 것도 모르쇠하던 놈들이?“

       ”이제는 영 믿음이….“

         

       불신으로 가득한 말들이 쏟아진다.

         

       이에 백우진이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말을 이었다.

         

       ”남궁세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더욱 성숙한 가문으로 태어나겠다 약조했으니, 그들을 한 번만 더 믿어주십시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주민들의 마음이 빠르게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래, 남궁세가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앞으로 달라지겠다고 했으니, 뭐….“

       ”백우진 대협께서 저리 말씀하시니 믿어야지, 별수 있나.“

         

       여전히 미덥지 못하긴 하나, 한 번 정도는 속는 셈치고 믿어보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남궁세가를 향한 민심을 어느 정도 회복시킨 백우진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운영된 무관에서 제가 여러분께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예, 관주님!“

         

       잠시나마 그에게 무술을 배운 이들이 그를 관주라 부르며 충성심을 드러냈다.

         

       이에 백우진이 멋들어지게 웃으며 입술을 뗐다.

         

       ”그 말을 고이 간직하여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관주님의 말씀, 깊게 새겨듣고 실천하겠습니다!“

         

       백우진은 그들에게 짧게나마 무공을 알려주었다.

         

       백가제식검법(白家制式劍法)이라 명명한, 다섯 개의 간단한 초식들로 이루어진 검법과 백가토납법(白家吐納法)이라 지은 토납법.

         

       둘 다 시중에 떠도는 삼재검법이나, 토납법보단 훨씬 좋은 것들이었다.

         

       훗날 그가 세울 백가의 초석이 될 두 기본공을 알려주며 백우진은 그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나와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그거면 되었다.

         

       그들이 백우진이 가르쳐준 무공을 꾸준히 익히고, 그가 한 말을 잊지 않는다면, 그들은 예전처럼 보호비를 걷지 못할 것이다.

         

       백우진에게서 무공을 배운 이들은 부족하나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검을 뽑아 들었으니.

         

       자기 몸 하나쯤 건사하게 되면 남궁세가든, 수휘문이든 이번처럼 오만방자한 태도로 주민을 무시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을 터.

         

       그때가 되면 비로소 꽃피우게 될 것이다.

         

       어느 한쪽이 멱살을 쥐고서 한쪽을 끌고 다니는 군림이 아닌, 상생으로 향하는 올바른 길이.

         

       할 일을 마친 백우진과 신룡조원은 길을 나섰다.

         

       

       안휘와 마찬가지로 전쟁에 시름하고 있는 지역, 남해를 향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