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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5

        

         “이 개 씨발년들아!! 이거 당장 안 풀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엘리시움 공무원 아바타 처끼고 들어와? 상도덕 없는 씹새끼들이 이젠 아예 선도 안 지켜??”

         

         “……물러나라. 귀하들은 모두 평소에도 불순한 네트워크 행실로 여러 차례 경고를 받은 전적이 있으며, 범행을 발각되지 않은 익명 유저라도 평균적으로 7종 이상의 정보통신보안법 및 사회질서유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 이번 체포 작전의 목표가 아님을 다행이라 여기도록.”

         

         일촉즉발一觸卽發, 네오 헤이븐이라는 배경에 맞춰 영어로 표현하자면 불씨(Tinderbox) 혹은 화약고(Flashpoint). 단순히 한 번만 잘못 건드려도 모든 것을 휘말려 들게 하는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급한 상태라는 뜻이다.

         

         물과 기름은 서로 확실하게 섞이지라도 않지, 이건 숫제 물과 나트륨이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득 들어찬 욕조를 어디 갈 수도 없이 의자에 묶인 채로 코앞에서 보는 느낌이랄까.

         

         일단 서로 반응하기 시작하면 욕조가 있는 월셋집은 고사하고, 건물 자체가 박살 나서 날아가버릴 같은 지독한 아찔함에.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과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양측은 모두 서로에게 증오와 아니꼬움, 그리고 혐오를 불태우느라 바빴으니.

         

         딥 웹(Deep web)은 일반적인 민간 검색 엔진으로 닿을 수 없는 인터넷 주소의 총칭, 다크 웹(Dark web)은 거기서 더 깊게 특정 소프트웨어를 통한 암호화나 허가가 필요한 영역에 걸친 어두운 부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지간에 중요한 건 시민 누구나 사용하는 표면 웹에 비해 딥 웹부터는 그 크기가 말도 안 되게 방대하고 넓어지며, 상식적으로 완전한 통제와 억압이 불가능한 만큼 엘리시움 코퍼레이션을 비롯한 여러 정보 통신 기업들도 공적인 간섭을 피한다는 것이다.

         

         묵묵히 감시만 하거나, 간혹 제삼자를 통해 몰래 몰래 교섭을 시도하고 이득이 되는 데이터를 받아가는 경우는 있어도 넘어서는 안 될 경계선은 피차 알음알음 지켜가며 미묘한 소강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는데.

         

         오늘 아주 간만에, 이렇게 대놓고. 그것도 심지어 민간 해커 쪽에서 먼저 양지에 소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오, 인터넷 공무원 계열의 탑이나 다름없는 엘리시움이 공격적으로 선을 넘은 셈이다.

         

         “애미 없이 자란 새끼들 같으니라고…. 어지간히도 똥줄 탔던 모양이네, 다짜고짜 묶어두고 가만히 기다리라는 건 무슨 심보야? 야, 넌 괜찮냐??”

         

         “…글쎄, 모듈 부작용인지 심박수가 좀 올라가긴 했는데. 그것보단 이것들 발작하는 게 해킹잘모름 놈이 세운 기치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꽤 묘하구만.”

         

         직전까지만 해도 빨간 맛 가득한 연설에 선동당해서 열이 오른 바보던, 그저 동시접속자가 많이 몰려서 마냥 즐거운 분탕이던 한데 어우러진 축제 느낌이 물씬 풍겼던 해커 커뮤니티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로 변한지 오래.

         

         용의자 겸 잠재적 범인 취급을 받는 수백 명은 센트리 팀 등장과 동시에 락다운 모듈에 갇힌 채 강제로 절찬리 대치 상태를 방관 중.

         

         그 외엔 특별 경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무난한 어중이떠중이 유저 및 어떤 식으로든 신분이 노출된 전적이 없기에 인파 속에 몸을 낮추고 유심히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실력자들도 많았지만.

         

         이제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반대편에 진영을 갖추고 바리케이드를 친 엘리시움 특전단을 밉살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는 거리라.

         

         “쯧…! 우리라고 뭐 굳이 여기 있고 싶나? 거 존나 멍청한 소리들이나 하기는.”

         

         “떨거지 녀석들한테 너무 공감해주지 말지. 상부에서도 진행 현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 공언한 작전이야. 쓸데없이 잡담으로 평가를 깎아먹진 말자고.”

         

         반면 엘리시움 측의 반응은 몇 가지로 갈렸다.

         

         난잡한 혼전이 벌어질라 긴장하는 사람, 아무래도 원래 프리랜서 해커였던 만큼 이런 구도가 영 어색한지 불편한 기색을 감추려 노력하는 이.

         또 결격 사유없이 장기간 능력을 갈고 닦으며, 마침내 대기업 취직이라는 나무랄 데 없는 성공 지표를 거머쥔 자부심과 우월감을 감추지 않는 작자.

         

         혹은 그렇게 정서적으로 밑바닥 용병들과 엮이는 것 자체가 부정 평가의 나선으로 이어진다는 듯이 시니컬한 태도로 긴급 체포 모듈을 장전한 놈들까지.

         

         죄수와 간수 사이가 좋은 게 더 이상하지 않냐는 당연한 시각도 있겠지만, 그런 점을 제하더라도 그간 기나긴 탄압의 역사와 쌓인 악연 때문에 감정의 골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명확했다.

         

         하지만 홈 그라운드에서는 개도 기세등등하가 군다 했거늘, 아무리 락다운 모듈에 구류된 유저들이 많다 쳐도 파티를 망친 훼방꾼들에게 해커들이 선뜻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센트리 팀조차 공격적으로 해커 무리를 밀어내기 부담스러워하는 사연은 다름이 아니다.

         

         양측의 시선은 언제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는 상대방에게 향해 있어도, 실질적인 관심은 엘리시움이 펼친 반투명한 바리케이드 너머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지.

         

         

         “소셜 닉네임 idkHacking, 그대는 사회 기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법령 21가지와 정보 통신 보안법 16종, 총 37개를 위반하였으며. 이는 긴급 체포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현 시간부로, 엘리시움 코퍼레이션에서는 그대의 신병 구속을 결정하였다.”

         

         

         갇힌 대상을 관찰하는 건 설치한 쪽만 가능하면 충분하다는 듯, 내부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 사양으로 구성된 격리 필드엔 체포 원칙을 고지하는 특수 요원 무리와 하마터면 해커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으로 거듭날 뻔한 작은 몽상가 겸 예언가의 모습이.

         

         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결국 암묵적으로 그어진 합의선을 함부로 넘으려는 자는 지엄한 공권력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예시를 보여주듯 음울한 꼴이었다.

         

         때로는 기막히게 설계된 디도스 분산 공격 작전으로, 가끔은 기업이 애지중지하는 기밀 데이터 탈취를 통해 프리랜서 해커나 용병들이 재미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집단을 상대하는데 나서서 대적하는 건 말 그대로 손해밖에 없는 자살 행위와 동일. 특별한 의뢰나 용무도 없다면 본전은커녕 뼈도 못 추릴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따라서 허황된 꿈이나 역전 혁명 같은 소리도 이만 여기까지.

         

         해킹잘모름은 이대로 연행되어 잡혀가고, 이후 커뮤니티에서는 그걸 보자마자 바로 신고 때린 더러운 엘첩-엘리시움 첩자- 새끼가 누구냐며 조리돌림이나 하게 되리라.

         

         그대로 체포당하고 끝이라 여겼다. 자리에 남은 누구나가.

         

         적어도 한동안 그를 인터넷 상에서 못 보게 될 건 자명한 일이니, 기왕 가는 길 해커의 시대에 대해 떠든 게 무색하도록 너무 구질구질한 태도는 보이지 말아달라는 바람을 담아 구경하고 있던 것인데.

         

         파장창!

         

         “어라…?”

         “저, 저저저 미친 새끼가! 설마 진짜 이대로 한 따까리 하려고??”

         

         락다운 모듈이 조각남과 동시에, 오만했던 건 센트리 팀뿐만이 아니라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고 미리 실망한 해커들도 마찬가지라는 걸 공공연하게 증명했다.

         

         상대는 메트로폴리스에 운석이 내리 꽂힌다는데 가진 모든 걸 다 걸은 채 금융 포지션마저 공개한 미치광이.

         

         획기적인 시각의 코드 빌딩 테크닉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유하고, 해괴한 바이러스 만들어서 뿌려놓고 성능이 어떻냐며 태연하게 평가를 기다리던 미워하기 힘든 또라이가 꽁꽁 감추고 있던 진면목이 과연 이 정도였나?

         

         얻어맞은 제압 코드로 인해 구멍이 숭숭 뚫린 아바타로부터 다크 웹과 일체화한 검은 연기와도 같은 보이드 데이터(Void data; 메모리도 차지하지 않는 파라미터가 없는 함수, 타입이 없는 무치형)를 폭력적으로 휘두르며, 기만 줄이 넘어가는 악성 코드 동시 폭주로 특전단을 쓸어버리는 고고한 자태는 사이버 세상에 나타난 악마 같기도.

         

         또는… 그 스스로가 강력하게 주장했듯이, 해커의 시대를 열기 위하여 오랜 기간 이런 싸움만을 준비해온 숭고한 투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게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가며 고심해서 만들어낸 응전 프리셋일까.

         

         웹 서버를 유지하는 메모리를 얼마나 끌어다 쓰는지 주변 공간이 숫제 해킹잘모름의 흑색 아바타를 중심으로 왜곡되어 보일 지경이었으나, 보통 때라면 지랄 말라며 서로 핀잔을 줄 해커들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존 포식자를 무참히 먹어 치우는 상위 포식자의 압도적인 위용을 지켜보며 조용히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는 이들은 일부, 대부분은 천 명이 훌쩍 넘어가는 엘리시움 증원군을 홀로 상대하는 그를 보며 무언가가 이글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느라 바빴지.

         

         “……흐으음♪”

         

         그리고 후자 쪽의 열기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억눌린 걸 눈치 챈 마리나는, 시선을 돌려 곁에서 정말 부탁받은 대로 얌전히 기다리는 로잘린을 힐끔거렸다

         

         자신이 별로 득 될 것 없는 일에 나서지 않는 주의라지만, 이건 좀… 스케일이 전혀 다른 얘기다.

         

         잘 안 풀려도 평생의 안줏거리, 흐름을 촉발할 수 있다면 역사에 남을 이력서 한 줄이 되지 않을까.

         

         다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나스타샤의 대본일지 언뜻 봐서는 절대 모르는 만큼, 재미 삼아 돕게 해달라 부탁한 처지에 독단적으로 끼어들기는 좀 아니고. …책임을 나눠가질 공범이 한 명쯤 있다면?

         

         “뭐, 계속 언니~ 언니~ 하면서 따르더니. 저렇게 엘리시움이랑 정면에서 치고 박는 체급 싸움 벌이는 건 봐도 딱히 걱정은 안 되나 봐?”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개발 건도 그렇고. 아나스타샤 언니는 별도 게이트웨이나 네트워크 경유지를 거치더라도 신호 전달 효율이 그대로인 수준의 테크닉을 보유하고 계시니까요. 저렇게 무식하게 힘싸움에 어울려 주시는 데에도 이유가 있겠죠.”

         

         은근히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부추기는 낌새를 알아챈 로잘린이 시큰둥한 대답을 돌려줬지만… 거기에서 풍기는 ‘신경 쓰인다!’는 뉘앙스를 마리나를 귀신같이 캐치했다.

         

         아직 어린 애라 그런가?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게 미숙하기 그지없다.

         그걸 만회하고도 남을 실력자이니까, 저 나이에 벌써 버젓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겠지만.

         

         요 치사한 재능충 꼬맹이 녀석들.

         

         “에이, 그래도 아는 사람이 저 엘리시움이랑 멱살잡이 하고 있다 하면 거슬리긴 하잖아~ 쟤들이랑 저렇게까지 척지고 끝이 좋았던 사람이 더 드문데.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몰라도 좀 말리거나 약간 저쪽의 관심을 분산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예전에 기업 앞잡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기는 한데, 아까 ‘기밀 정보’라고 푸신 정보도 그렇고. 저런 과격한 걸 꺼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일이 어떻게 풀릴지 다 알고 행동하시는 것 같아서….”

         

         로잘린이 뭘 봤는지는 몰라도. 마리나 또한 아나스타샤가 에나마로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는 경우나, 지금도 무슨 기 센 양아치 보디가드랑 같이 다니는 걸 본 만큼 글쎄.

         

         기업과 반기업, 편 가르기 쉬운 단순한 이분법으로 판단하기 힘든 나름의 행동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망설이는 이유가 고작 멋대로 움직였다가 실망하는 게 무서운 거라면 딱 상황에 맞는 핑계가 여기 있다.

         

         “하긴 얘가 누구 밑에서 얌전히 명령이나 받을 성질머리가 아니긴 하지. 자기 주관이 엄청 또렷하더라고~ 그렇지만 또 완전 독선적이고 마냥 이기적인 애는 아니라 은근히 남의 눈치는 살피던데…… 혹시, 이럴 때 도와달라는 말하기가 차마 미안해서 그냥 뒷말을 흐린 거면 어떡하게!”

         

         “….”

         

         그런…가? 로잘린이 움찔! 하고 묘한 논리에 설득되는 게 살짝 느껴졌다.

         

         확실히, 기업 상대로 속전속결도 아니고. 교전을 질질 끈다 한들 개인이 재미 볼 게 보통 일절 없는데, 락다운 모듈도 기합으로 깨부수는 사람이 저렇게 지지부진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면 정말 연산 용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 일지도?

         

         “사람이 이렇게 휴일까지 반납해가며 어울려 놀고, 기껏 같은 편 먹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매정하게 구경만 하기? 그건 도의가 아니지~ 분위기는 내가 만들 테니까, 일단 시작되면 제일 가까이 있는 엘리시움 따까리부터 정신 못 차리게 접속 품질 망가트리고선 저기로 뛰는 거다? 응??”

         

         구태여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로 마리나는 크게 한 걸음 나아갔다.

         

         안 그래도 뒤쪽에서 전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터라 이대로 다른 해커들이 난동을 피우지 못하게 억제만 하고 있어도 괜찮나… 고민하던 엘리시움 측 전문가들이 총을 겨누며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지만 이미 늦었다.

         

         마리나는 그들에게 무언가 말을 걸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이목을 끄는 것으로 다른 해커들을 부추길 구실이 필요했던 셈이니까.

         

         “야 이 새끼들아!! 닉네임도 우스꽝스러운, 커뮤 짬 반년도 안 찬 애가 저렇게 신나게 모범을 보이면서 싸우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쫄보 마냥 계속 구경만 할 거냐!?”

         

         “!! 거기 해커 녀석! 이건 엘리시움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특수 군사 작전이다! 그런 방해 시도 및 장애 조장 행위는 위법 사항…!”

         

         “씨바, 벌금 물리던가 말던가 어쩌라고!! 어차피 이 다크 웹 영역에 권한이 없는 건 니들도 매한가지잖아? 그럼 원래부터 신원 탄로난 애들말고는 어떻게 찾아서 체포할 건데? 설마 락다운 모듈만 믿고 그러냐??”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제지하려는 센트리 팀 멤버의 소리도 들은 체 만 체, 마리나의 격한 부추김은 계속되었으니.

         

         오고 가며 들은 말들이 있다. 뇌파 관련 계통을 건드리는 아나스타샤의 코드를 바탕으로, 악명 높은 엘리시움의 락다운 모듈 대책을 해커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뭔가 만들어 내긴 했다는 소식을.

         

         비유하자면 벽에 머리를 처박아서 더한 고통으로 마비를 억지로 풀어내는 꼼수에 가까웠지만… 답이 없는 구속력과 해석 끝난 코드 뭉치는 완전 얘기가 다르지.

         

         요즘 인터넷 상에서 흔히 보이는 백신 믿고 깝치는 등신, 호랑이의 권세를 빌린 여우.

         

         아무래도 부계정으로 접속 중이었던 만큼 기깔나는 인맥 하나 우연히 만난 게 벼슬이라고 나대는 수상쩍은 녀석아니냔 시선이 얼핏 그녀에게 향하긴 했으나, 그 이상으로 훨씬 아니꼬웠던 네트워크의 절대 질서를 무너트리는 데에 천생 반골인 해커들이 솔깃해 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기업 프로그래머들이, 수천 억 크레딧 규모의 전자장비를 동원하여 찍어 누르는 걸 단 한 명의 천재가 홀로 버텨내며 전황을 꼬아버리는 것까지 방금 구경했으니 호승심이 동하지 않으면 자존심 덩어리 해커가 아니리라.

         

         “…하긴 우리가 방법이 없어서 여태 손 놓고 있던 건 아니지.”

         

         “씨발, 락다운 모듈에서 탈출하는 것만으로도 죄목이 늘어나는데 누가 좋다고 사서 눈도장 찍힐 짓을 해? …하지만 다 같이 기업 엿 먹이는데 빠지는 건 또 재미없긴 해.”

         

         “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이 예비 범죄자 놈들!!”

         

         불온한 전운이 감도는 걸 알았다 해도, 이미 개인이 어찌 막아 보기엔 댐 자체가 수압으로 붕괴되기 일보 직전.

         

         과거 사라예보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이 1차 세계대전의 뇌관으로 작동했던 것처럼, 그저 긴장을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먼저 공격을 날리기만 해도 이 필연적인 싸움을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파지지직—!!

         

         “이 씹새끼들 같으니라고! 다 죽여버려 씨발—!!!”

         “조직적인 형태의 저항 확인! 반동 행위를 제압해라…! 주동자 놈을 체포할 때까지 전선을 굳혀!!”

         

         격리되어 있던 ‘위험 인자’ 딱지 붙은 해커들이 감옥을 깨부수며 뛰쳐나오고, 견제 목적으로 서있던 센트리 팀이 일사분란하게 응전하기 시작.

         

         질적인 부분에서는 단연코 엘리시움이 압도적인 우세였지만 한 가지 슬픈 사실이 있었다.

         

         메가 코프라 분류되는 대기업의 수도 지부라 해도 결국엔 일개 지사.

         엘리시움에서 충원하는 병력 규모가 ‘지원군’이라면, 눈이 돌아간 해커들의 군세는 가히 ‘해일’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었다.

         

         결국 따로 디코딩 작업을 할 것도 없이, 만 단위에 달하는 인파가 그녀의 닉네임을 연호하며 몰려들어 격리 필드가 으스러지는 광경은 꽤나 멋졌고. 암, 정말 멋지긴 했는데.

         

         외부 사정을 모른 채 폭동을 마주한 아나스타샤의 얼떨떨한 얼굴에 대략 ‘어허, 잠깐만. 그러는 거 아니야. 시발…!!’ 같은 말이 써져 있던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물론 아바타 마스크 때문에 당황한 티는 하나도 안 나서 이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상화 작업엔 아무런 지장이 없긴 했다만.

         

         ……사분오열되었던 해커 무리를 마침내 규합한 들개들의 왕치고는 이것 참 소박한 새가슴이 아닌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마왕군 결성!! (아님)

    엄청 지각한 점, 후반부 묘사가 부실한 점 모두 사과부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에피소드 마무리가 코앞이 되니 질질 끄는 부분을 좀 줄인 채 몰아서 올려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도져서 연재 조절이 어렵네요.

    원래는 눈치 백단 마리나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로잘린이 빵! 하고 선제공격을 가하며 아나스타샤를 구하러 출동해야 하는데 말이죠.
    나중에 꼭 벌충해서 장면을 구체적으로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루이마리 님의 500코인 후원! 너무 감사드립니다!! 후원해주신 코인은 약국에 성실히 납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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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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