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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5

     머스킷이 매직 미사일 싸개라는 멸칭을 받아도, 그 내부에 들어가는 마탄이 ‘매직 미사일’이었던 이유가 있다.

     사용자의 마력을 탄환으로 만들어 쏘기 때문.

     마석에 저장된 마나를 끌어다가 쏘기도 하지만, 체력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마력을 쥐어짜내어 쏘기도 한다.

     요점은 마나를 끌어다가 쓰는 것. 

     그렇다면 마나만 넉넉하다면, 매직 미사일을 마나가 전부 닳을 때까지 쏘고 또 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타ㅡ앙.

     한 발에 두 명.

     한 명의 머리를 꿰뚫고, 그 마탄이 뒤까지 날아가 다른 흡혈귀의 병사의 머리를 꿰뚫는다.

     “스으읍, 하.”

     호흡을 크게 들이마신다.

     동시에 머스킷을 아래로 겨누며 몸을 낮춘다.

     타다다당.

     흡혈귀 병사들이 머스킷을 꺼내 내쪽으로 날렸다.

     마탄과 실탄이 섞인 탄환은 내 위를 스쳤고, 나는 바로 병사들에게 마탄을 응사했다.

     

     타ㅡ앙.

     또다시, 한 명.

     가장 선두에서 다른 흡혈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자부터 쏘고 나니, 다른 병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기본.

     대장부터 죽여, 지휘체계를 파괴한다.

     소규모 전투에서도 통하는 말이며, 나는 가장 강해보이는 적부터 먼저 머리에 바람구멍을 꿰뚫었다.

     “이, 이 미친…! 소드 마스터가 어떻게 저렇게…!”

     대답할 이유는 없지만, 이쪽은 종합적으로 다 잘하는 편이다.

     칼 다음으로 잘 다루는 게 머스킷.

     안 그래도 그런 인간인데, 지금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감각이 날카로워져있다.

     눈에 힘을 준다. 

     좌우로 흩어지는 흡혈귀 병사들이 보인다.

     자세를 낮춰 무릎쏴 상태인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흡혈귀 병사의 눈동자가 보인다.

     “아.”

     입이 벌어지며, 놀란 사이.

     타ㅡ앙.

     가늠쇠를 보고 있던 눈을 그대로 쏴버리며 몸을 일으킨다.

     

     가장 강했던 이들을 다 잡고 나니, 남은 건 하급 기사 수준의 흡혈귀 뿐.

     “저, 저걸 죽여!”

     도망치는 게 아니라 죽이려고 한다?

     이성의 끈을 놓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내게 가장 먼저 달려드는 흡혈귀 병사는 제법 영리한 편이었다.

     도망치면 죽는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기살기로 덤벼드는 것이 생존확률이 높다.

     만.

     “고작 그 정도로?”

     계단을 따라 올라오려고 하는 흡혈귀 병사를 쏜다.

     복도 모퉁이를 돌아, 내게 머스킷을 겨누는 녀석을 쏜다.

     파ㅡ앙!

     총구를 향해 정확하게 마탄을 날려 머스킷을 망가뜨리고, 폭발하듯 터진 부품이 흡혈귀의 얼굴에 튄다.

     “사격개시!!”

     복도로 튀어나온 흡혈귀 병사 셋이 동시에 나를 향해 머스킷을 겨눈다.

     각각 열을 맞춰 쏘는 솜씨는 분명 하루이틀 단련한 솜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보인다.

     천천히 느려지는 세계 속에서, 탄환의 궤적이 보인다.

     사선으로 한 발.

     날아오는 궤적을 향해 한 발. 

     그리고 내 정면으로 날아오는 것을 향해 한 발.

     파ㅡ앙!

     마탄과 실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도탄된다.

     “뭐….”

     흡혈귀 병사들의 길게 찢어진 동공이 떨린다.

     “탄환을…허공에서 맞췄어?”

     “마스터급 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진 기본적인 테크닉이지.”

     머스킷에 마나를 불어넣어, 그대로 빠르게 방아쇠를 세 번 당긴다.

     “아쉽게도, 그쪽 황제도 가능한 거지만.”

     탕, 탕, 타ㅡ앙.

     

     또다시 셋이 죽었다.

     마나가 조금 소모되기는 했지만, 아직 마나는 차고 넘친다.

     스륵.

     안주머니에 손을 빠르게 집어넣는다.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가루를 빠르게 손으로 움켜쥔 다음, 그걸 빠르게 꺼내 입으로 당긴다.

     쓰으읍.

     코에 대고 숨을 크게 들이킨다.

     알싸한 감각과 함께 순식간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후방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모든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유감.”

     바로 머스킷의 총신 가운데를 붙잡은 뒤, 뒤로 칼을 찌르듯 감각이 닿은 곳을 향해 크게 찌른다.

     퍼ㅡㅡ억!

     “커헉!”

     “기습은 효과적이었는데, 이곳은 지브롤터 성이라서.”

     머스킷 개머리판이 정확하게 흡혈귀 병사의 안면을 때린다.

     나는 머스킷을 빙글 한 번 크게 돌린 다음, 총구의 끝을 앞으로 찔러넣었다.

     

     “윽?!”

     타ㅡ앙.

     입에 밀어넣은 총구에서 마탄이 뿜어져나온다.

     붉은 피가 터져나와야 하겠지만, 그 대신 끈적한 액체가 안에서 흘러나올 뿐.

     “백은을 빨았든 말든, 마스터도 아니면서 내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털썩.

     배후를 습격하려던 흡혈귀 병사가 쓰러진다.

     

     그 뒤, 다른 병사들이 머스킷의 끝에 달린 대검을 내게 겨누며 슬금슬금 도망친다.

     

     “도망치려고? 그러든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흡혈귀 병사들이 몸을 돌리며 사라진다.

     “…….”

     머스킷을 들고 쫓아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저런 잔챙이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건 때로는 의미가 없다.

     마스터가 오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기사들에게 맡기면 되는 일.

     “왔나.”

     으아아악?!

     성벽을 훌쩍 뛰어넘으며 달려오는 지브롤터의 기사들.

     그 선두에 멘테 경이 있고, 그 뒤에는 멘테 경을 위시한 일부 기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든 채 흡혈귀들을 추격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 남자는 군청색 머리카락에 여자는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제국의 행정관들.

     “…….”

     순간적으로, 총구가 향했다.

     나도 모르게 향한 총구에 몇몇 이들이 흠칫 놀랐지만, 나는 천천히 머스킷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식에게는 죄가 없다. 인가.”

     달은 어느새, 보름달에 가까워질 정도로 차오르고 있었다.

     * * *

     잠시 뒤, 후작성 중앙 홀.

     “멘테 경. 혹시 전황에 대해 들은 게 있나?”

     “보고드립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온 멘테 경은 흡혈귀 병사들의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채로 내 앞에 섰다.

     “오로솔은 안전합니다. 나리아 여왕 전하께서 모르가니아 구원전에서 승리했습니다. 약 1만에 이르는 제국군이 모르가니아를 공략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윈체스터 대공의 용기병들이 활약했다고 합니다.”

     “오.”

     그건, 꽤나 고무적인 성과다.

     “거기까지가 딱 좋은 소식일 것 같고, 나쁜 소식은?”

     “…세빌리야, 롤랜드가 함락되었습니다. 가모스 세빌리야 남작은 살해당한 것이 확실하고, 롤랜드 후작은 생사불명입니다.”

     “그런가.”

     황제는 전쟁에 진심이다. 

     지브롤터가 없는 전장이 이 정도로 밀리는 건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비행선이 날아오는 게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군.”

     “예. 각 영지에서 성문을 걸어잠그고 저항하고 있는 것 같지만….”

     “밤하늘에서 흡혈귀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 그건 막기 쉬운 게 아니지. 꼭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질 필요 없이, 적당히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전쟁의 패러다임은 완벽하게 변했다.

     

     더 이상 하늘은 노스트럼만이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제공권을 장악한 곳만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으리라.

     

     “멘테 경.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예, 도련님.”

     “…바토리 소장을 본 적이 있나? 피난 이후에.”

     “…….”

     멘테 경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의구심을 가지지 말고, 딱 그대가 아는 것만.”

     “…첫 번째 교전에서 크림슨 후작이 후퇴를 명령하신 이후로 따로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소식은?”

     “개조한 수송용 수레를 이용해 오로솔로 향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아마도 오로솔로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설마, 도련님. 바토리 소장이 무언가…?”

     “꼭 바토리 소장만 그런 건 아니긴 하지만, 나라면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바토리 소장 뿐만 아니라 모든 제국의 그림자가 의심되기는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함부로 의심하는 것도 문제.

     “…후.”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게 없으니 괜한 불안감만 생겨날 뿐.

     너무 믿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이가 저지른 걸까.

     “됐네. 다른 건?”

     “그. 지금.”

     멘테 경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곳으로-”

     “누아르가 오고 있나.”

     말하기 직전, 나는 후작성 내부로 들어오는 익숙한 기척을 감지했다.

     “……예.”

     정원 앞.

     “하아, 하아, 하아!”

     검은털을 가진 군마를 타고 나타난 누아르가 헉헉거리며 정문에 말에서 내렸다.

     누아르 또한 붉은 피를 전신에 뒤집어 쓰고 있었고, 언제든지 싸울 수 있다는 듯 아예 피 묻은 검을 들고 있었다.

     아마 오면서 조금, 많이 썰었을 테지.

     

     “이, 이게 무슨….”

     불타는 저택.

     가득한 제국군 시체.

     “왔나.”

     그리고 나.

     “혀, 형! 이게 도대체 무슨…!”

     누아르는 단숨에 내게로 달려왔다.

     “누아르.”

     “지, 집이 왜 이렇게 됐어?! 어, 어머니는?!”

     “……아무래도 아예 모르는 것 같은데.”

     로버트 경이 오로솔까지 몰래 달려가는 임무를 제대로 완수했거나, 혹은 누아르가 도중에 선회하여 달려왔거나.

     “동생들을 돌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형!!”

     “누아르.”

     나는 누아르를 향해 다가갔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더라.

     항상 사고를 치고 누구를 임신시켰느니 떠들었던 녀석을 향해, 매국노 그레이는 어떻게 했더라.

     일단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치거나, 복부에 머스킷 개머리판을 찌르거나, 그러다가 검을 꺼내면 바로 칼을 뽑아다가 어깨를 찔렀던 것 같다.

     “…누아르.”

     나는 누아르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진지하게 들어.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진실이다.”

     “…….”

     누아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에는 서서히 불안감과 두려움이 서리지만, 말해야 한다.

     “아버지가 황제에게 패배했다. 한쪽 팔이 잘렸고, 지금 로버트 경이 오로솔로 후송하고 있다.”

     “……뭐?”

     “그리고…마음 단단히 먹어.”

     누아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는다.

     “어머니가 실종되었다.”

     “…….”

     

     멘테 경이 나를 향해 복잡한 시선을 보내는 게 느껴지지만, 나는 멘테 경의 시선을 무시하고 오롯이 누아르만 바라봤다.

     “아직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어머니는 사라졌고,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가…왜?”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누아르. 내가 지브롤터 성을 맡으마. 너는…기사들을 이끌고 지브롤터를 수색해. 당장. 적과 싸우면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그거면, 돼?”

     누아르의 눈동자가 떨리지만, 그 미동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찾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그리고…마음을 굳게 먹어라. 살아계시든, 설령 다른 형태든. 어머니를 찾아.”

     “…….”

     누아르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확장되었으나.

     “……알겠어.”

     누아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실망…시키지 않을게. 반드시.”

     “실망하지 않을 거다. 못 찾는다고 해도.”

     “……형?”

     “누아르. 잘 들어.”

     나는 누아르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인 뒤.

     “어려서부터 이야기했지. 오로솔 아카데미에 너를 부르기로 한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네가 아버지에게 검을 직접 배우며 모두가 너를 지브롤터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칭송하기 시작했던 때부터 나는 이야기했어. 그건, 진담이다.”

     진심을 전했다.

     “지브롤터를 잘 부탁한다.”

     “형…?”

     “지금의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어.”

     누아르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혼란스럽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멘테 경, 로버트 경과 상의해. 모르가니아는…헥스 자작이 살아있다면, 그에게 조언을 구해.”

     “혀, 형!”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무너져서는 안 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그랬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지브롤터가 되어야 해. 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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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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