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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6

       아, 깃털 다 헝클어졌네.

        

       교장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다가온 모든 사람이 문제였다.

        

       특히 몰려든 사람 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심했는데, 깃털의 방향으로 천천히 쓰다듬는 것이 아니라 마구 헝클어뜨리며 만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내가 무섭게 생겼고, 나를 돌보는 사람이 황녀라는 것은 의식했는지 깃털을 뜯어가려는 인간은 없어 보였지만.

        

       대충 10분 정도 시달린 뒤에야 실비아는 다시 건물로 들어갔고,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갈 수 있었다.

        

       깃털이 마음에 들기라도 했는지 탄식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 옥상까지 날아갔다.

        

       이번에는 기물을 파손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앉아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실비아가 벌인 전투의 경위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다. 사실 알아도 무슨 소용인가 싶긴 했다. 내가 무슨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듣기로는 어떤 전쟁을 막았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면 실비아의 활약은 문자 그대로 주인공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결과, 이렇게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되었고—

        

       …….

        

       음, 나름대로 감동적으로 이야기를 끝맺어보려고 했지만, 사실 내가 참여했던 건 마지막 전투뿐이었으니 뭔가 감동하거나 공감하려고 해도 명분이 없었다.

        

       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없고, 이 세상을 지켜야 한다거나 하는 사명감도 없고.

        

       뭐, 실비아 정도라면 그럭저럭 같이 싸워줄 만한 상대였지만.

        

       “…….”

        

       한동안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역시 그냥 다시 내려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만지는 거야 노려보기만 해도 뒤로 물러날 거고. 일단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어볼까.

        

       나를 알아보지 못할 사람은 적어도 학교 부지에는 없었다.

        

       내가 먹고 나면 알아서 실비아한테 청구할 거고, 실비아가 그 청구 금액만큼 알아서 내주겠지.

        

       요컨대 어디 망가뜨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가서 음식을 뚫어져라 바라보면 상대가 알아서 하나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헝클어진 깃털을 가다듬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그럼 그리폰이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러 가기로 할까.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리폰 몸에는 디저트류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

        

       먹어서 배탈이 나거나 했다기보다는, 설탕이 많이 들어갔을 음식은 대체로 내 입에 맞지 않았다.

        

       사람이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게 된 것은 높은 열량의 음식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런 의미에서 그리폰에게 이 정도의 단 음식은 필요가 없다는 소리일까?

        

       “솜사탕은 별로 안 좋아하는 모양이네…….”

        

       내가 솜사탕을 절반도 먹지 않고 남기자, 나에게 솜사탕을 넘겼던 여학생은 조금 실망했다는 듯 말했다.

        

       참고로 내가 지금까지 먹은 것은 샌드위치, 아마도 닭고기로 추정되는 꼬치구이, 각종 쿠키들이었는데, 이 중에서 샌드위치의 내용물인 고기나 꼬치구이 정도가 아니면 내 입에 맞는 음식은 없었다.

        

       “역시 육식동물인가…….”

        

       아, 확실히.

        

       세상에는 초식동물, 육식동물,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다 하는 동물들이 있다. 하지만 그리폰의 몸을 구성하는 두 동물은 맹금류인 독수리와 고양잇과인 사자였다.

        

       그리고 그 둘 다 대표적인 육식동물이기는 했다.

        

       ……그렇다는 건, 내 입에는 채소보다 벌레가 더 맛있을 수 있다는 소리인가? 마침 머리가 새이기도 하고.

        

       “그럼 다음에는 저 앞 식당에서 파는 스테이크를 가져다줘 볼까?”

        

       귀족으로 추정되는, 부티 나게 생긴 한 남학생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내가 고개를 그쪽으로 휙 돌리자, 그 남학생은 당황한 듯 말을 버벅댔다.

        

       “왜, 왜 그러는데?”

        

       “혹시 스테이크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나?”

        

       스테이크라는 단어 말고 다른 단어들도 다 알아들었지.

        

       어떻게 해야 그 말을 바로 실행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뭐 하고 계시는 거죠?”

        

       실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녀님.”

        

       아무래도 일을 끝마치고 나온 듯한 실비아를 보고 아이들이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 상황이 익숙하기라도 한 듯 실비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고개를 들었다. 벌써 새로운 사고를 치고 다니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항변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네?”

        

       남학생이 그렇게 사과하는 것에 실비아가 놀란 듯 고개를 돌리자, 그 남학생이 말했다.

        

       “황녀님의 그리폰이 음식을 가만히 바라보길래, 먹고 싶은 건 줄 알아서, 이것저것 건네서…….”

        

       “아.”

        

       생각해보니 내 잘못은 아니네.

        

       실비아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번에도 내가 잘못한 건가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남의 애완동물한테 마음대로 먹이를 주는 것은 예의 없는 행동이긴 했다. 주인이 화내도 이상하지 않은.

        

       그걸 이 아이들도 알고는 있었겠지만, 상대가 무려 그리폰이다. 작은 강아지라면 뭘 잘못 먹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그리폰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기는 힘들 거다. 그리폰이 초콜릿 한 조각 먹었다가 죽는 것도 이상하잖아.

        

       원래 세상에서도 몸이 큰 동물일수록 이것저것 먹고도 탈이 덜 났었고.

        

       ……내가 실비아의 ‘애완동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건의 경위만 놓고 보면 딱히 내 잘못은 아닌 것 같네.

        

       “……아닙니다. 여러분이 미안할 일은 아니죠.”

        

       실비아는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드는 나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쉬고 다시 내 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실비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실비아의 시선이 슬쩍 움직였다. 내 뒤쪽을 잠깐 향했는데, 돌아봤더니 거기에는 커다란 시계가 있었다. 아카데미 건물 위쪽에 박혀있는 커다란 시계.

        

       “저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니, 당신과 어울려줄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실비아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려 실비아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음식 냄새에 이끌리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제가 친구와 만날 시간이 되기 전까지 당신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만족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만족하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고, 실비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었다.

        

       *

        

       결국 그날 내내 이것저것 많이 먹었지만, 딱히 배가 부르지는 않았다.

        

       평소에는 소 한 마리도 그 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는 나였으니까. 물론 한 마리를 다 먹으면 한동안은 식사 생각이 안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축제 분위기는 확실하게 즐겼다.

        

       “축제는 완벽하게 즐겼던 모양이네요.”

        

       나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온 실비아는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내 몸 여기저기에는 꽃이 꽂혀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 몸에 꽃이나 화관이 걸려있는 것을 알아차린 주변 사람들이 죄다 하나씩 꽂아 넣었기 때문이다. 물론 걸어 다니는 와중에, 그리고 여기까지 날아오는 와중에 몇 송이 떨어지긴 했지만.

        

       게다가 학교 주변에서 나한테 찾아와 손을 댄 사람 중에는 대단한 미인들도 꽤 있었다.

        

       그렇다면 남자 손길 조금 닿는 것 정도는 참아줄 가치가 있지.

        

       “퓌요오.”

        

       내가 기분 좋다는 듯 소리를 내자, 실비아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몇 걸음 더 다가와 나를 올려다보았다.

        

       “…….”

        

       한동안 말없이 나를 올려다보던 실비아는,

        

       “즐거웠나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즐거웠다.

        

       비록 사람의 몸은 아니었고,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쪽 세상으로 오고 나서 제일 즐거웠다.

        

       매일 학대당하던 삶만 살아왔으니까. 피가 흐르지 않는 구워진 고기를 먹거나, 치즈 같은 유제품을 먹어보거나,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꽃을 선물 받았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기분은 무척 좋은 일이었다.

        

       “저를 따라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요?”

        

       실비아가 다시 물어서, 나는 그냥 실비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실비아도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는 표정이었다.

        

       “…….”

        

       말없이 해가 진 하늘을 바라보던 실비아는 나에게 다가왔다.

        

       “야경을 보고 싶은데, 한번 날아볼까요? 이제 슬슬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어?

        

       어째 축제가 크더라.

        

       나는 몸을 아래로 깔아서 실비아가 올라오기 쉽게 만들어주었다.

        

       등에 소녀의 가벼운 몸무게가 실리고, 나는 날개를 활짝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깃털 사이사이에 끼어있던 꽃이 한 송이씩 떨어졌다. 그나저나, 겨울인데도 잘도 이런 꽃들이 있었네. 겨울에 피는 꽃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실비아와 함께 빛의 바다 위를 날았다.

        

       아직 기술력이 내가 살던 세상만큼 되는 곳은 아니었지만, 아래 펼쳐진 빛의 장막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었다.

        

       “내년에도 이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 실비아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무척 편안했다.

        

       그러게.

        

       나도 내년에도 이럴 수 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몇 년이고, 평화롭게.

        

       “퓌요오.”

        

       “그렇다고 대답하는 건가요?”

        

       내가 낸 소리에 실비아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손으로 내 등을 한번 쓰다듬었다.

        

       “좋네요. 그럼 돌아가죠. 내일은 손님이 오기로 했습니다. 준비할 게 있어서요.”

        

       실비아의 말에 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계속 지낼 나의 집으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폰 외전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내일부터는 다른 외전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매일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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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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