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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6

       해남도.

         

       중원 남단에 위치한 거대한 섬.

         

       이곳에도 혈교도는 어김없이 찾아와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허나, 그곳에 몰려든 혈교도들을 막아내는 것은 안휘성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다.

         

       수휘문과 남궁세가로 나뉘어 반목하고 있었던 안휘와 달리, 해남을 대표하는 해남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문파들이 똘똘 뭉쳐 대항하고 있었기 때문.

         

       심지어 해남파는 자신들의 지휘권을 백우진에게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본디 손에 쥔 권력을 남에게 내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건만, 그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현명한 판단과 단합력은 전쟁의 승리를 크게 앞당겼다.

         

       백우진이 해남도에 도착해 지휘권을 거머쥔 지, 열흘하고도 하루째 되던 날.

         

       “크허억…!”

         

       이곳의 혈교도들을 지휘하던 팔혈귀 중 일곱째인 칠혈귀가 그의 손에 쓰러졌다.

         

       “와아아아아-!”

         

       해남 전역에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지게 되었다.

         

       고작 열하루 만에 이루어낸 쾌거.

         

       마찬가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백우진은 제 이름과 별호가 연신 터져나오고 있음에도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이래선 끝이 없다.’

         

       지친다.

         

       작은 실마리 하나에 중원 전역을 오가는 것도, 꼬리에 불과한 혈교도들을 물리치는 것도.

         

       자신은 괜찮다.

         

       전쟁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겪어 닳고 닳은 몸.

         

       그러나 조원들은 다르다.

         

       제아무리 비정한 세계에서 태어났다고 하나, 그들의 손에 너무나도 많은 피가 묻어버렸다.

         

       누군가의 삶을 잘라낸다는 것은 정신을 마모시키는 행위다.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여도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죽이고 또 죽이다 보면 인간은 어디 한 군데가 고장나게 되어 있다.

         

       인간마다 그 한계가 다르기에 정확히 언제라고 딱 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대로 가다간 누가 됐던 주저앉는 이가 생기고 말리라는 것.

         

       ‘이 이상은 안 돼.’

         

       조원 중 누구도 자신처럼 되지 않았으면 한다.

         

       피비린내를 온몸에 뒤집어쓴 채 제가 죽인 생명의 무게를 어깨에 주렁주렁 매단 채 살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이 전쟁을 어떻게든 끝내야만 한다.

         

       그래.

         

       어떻게든.

         

       “후우.”

         

       그것이 문제였다.

         

       혈교의 본거지조차 찾아내지 못한 지금, 대체 무슨 수로 이 전쟁을 끝낸단 말인가.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만한 건 칠혈귀인데….”

         

       칠혈귀 곽산.

         

       전쟁의 막바지에서 백우진에게 패배하여 생포된 혈귀.

         

       혈교 내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키운 녀석이라면 분명 혈교의 본거지를 알고 있을 터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들에게 하나 같이 강력한 금제가 걸려 있다는 것.

         

       “…일단 가볼까.”

         

       곽산이 감금되어있는 뇌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백우진.

         

       그곳에는 이미 장삼이 묶여 있는 놈의 정수리에 손을 얹은 채 무언가를 읊조리고 있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는 장삼의 읊조림이 모두 끝났을 때 입을 열었다.

         

       “뭐 하고 있냐.”

       “방법을 찾고 있었소.”

       “무슨 방법.”

       “뭐겠소, 금제를 풀 방법이지.”

         

       장삼의 찌푸린 얼굴을 본 백우진은 깨달았다.

         

       모르긴 몰라도 금제를 풀 방법을 찾아내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을.

         

       온몸을 결박당한 채 얼굴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게 해둔 곽산이 비아냥댔다.

         

       “클클클…, 내 말하지 않았느냐. 본교의 금제를 깰 방법 따위는….”

         

       빠악!

         

       “커헉…!”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통수로 날아든 백우진의 손바닥이 놈의 입을 강제로 닫아버렸다.

         

       “잘났어, 아주. 너무 잘나서 자랑을 안 하면 못 배기겠냐, 이 자식아? 응? 응?”

       “크헤엑…!”

         

       인간의 피나 빨아먹고 다니는 몸집 큰 모기 주제에 얻다 대고 잘난 척이야.

         

       놈을 말끔하게 두들겨 팬 백우진이 손을 털어내며 장삼에게 말했다.

         

       “생각나는 방법 있으면 저 새끼한테 전부 써 봐. 비인간적인 방법이어도 좋으니까 전부.”

         

       사람을 최소 수십에서 수백은 죽인 극악무도한 놈에게 뭔들 못하랴.

         

       모두가 손가락질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방법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백우진에게는 세간의 손가락질보다 제 곁의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오.”

       “뭔데.”

       “놈의 자아를 완전히 상실케 하는 것이오.”

       “자아를 상실하게 한다고…?”

         

       자아를 상실케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면이라도 걸자는 거냐?”

       “그런 수준이 아니오.”

       “그럼?”

       “말 그대로 놈이라는 인간이 가진 정신 자체를 없애는 거요.”

         

       부연 설명이 이어졌음에도 백우진은 좀처럼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설명해 봐.”

       “그러니까…, 금제란 것이 결국 인간의 정신 위에 하나의 강제력을 심어두는 건데, 이를 벗겨낼 수가 없으니 정신 자체를 완전히 지워내자, 뭐 그런 거요.”

         

       상당히 섬뜩한 방법이었다.

         

       정신을 아예 없애버리면 곽산이라는 인간은 살아 있는 것일까, 죽은 것일까.

         

       문득 의아한 점이 생겼다.

         

       “…정신이 아예 지워져 버리면 기억도 사라지는 거 아니냐?”

         

       그러자 장삼이 박수를 치며 대답했다.

         

       “역시 조장, 이 방법의 맹점을 바로 파악하셨구려.”

       “…….”

         

       이게 매를 버는구나.

         

       백우진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장삼이 황급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노, 놀리려고 꺼낸 말이 아니오! 나도 어떻게든 금제를 풀어보려고 이 생각, 저 생각 다 해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뿐이오!”

         

       간절한 항변에 백우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도로 내렸다.

         

       ‘그래, 저놈이 무슨 죄가 있다고.’

         

       자신보다 먼저 뇌옥을 찾아 이것저것 수를 강구하고 있던 녀석에게 주먹을 쓸 수야 없지.

         

       간신히 구타의 위기에서 벗어난 장삼이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 말이나 내뱉어댔다.

         

       “이놈이 차라리 강시였으면 좋겠소.”

       “그건 또 무슨….”

       “그러면 금제가 발동되어도 죽지 않을 것 아니오, 으허허헛!”

         

       냉랭해진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시답잖은 농담.

         

       딱 거기까지였어야 할 말 한마디가 백우진에게 크나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야, 삼아.”

       “…왜 그러시오?”

         

       있다.

         

       금제가 터져도 죽지 않으며, 산 송장 주제에 말까지 할 수 있는 놈이.

         

       “아무래도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한 줄기 희망이 백우진의 머릿속에 내리꽂혔다.

         

         

       * * *

         

         

       “허억, 허억…!”

         

       오랜만에 나선 중원행에서 왕필은 지옥을 맛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지옥의 문턱에 한 발 걸쳤다가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는 표현이 맞을 터다.

         

       “새파랗게 젊은 놈의 실력이 그토록 고강할 줄이야…!”

         

       실력에 비해 소문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건만, 도리어 그 반대였다.

         

       소문이 실력을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했다.

         

       백우진으로부터 간신히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 왕필이 분노를 곱씹었다.

         

       “반드시 죽인다, 이놈…!”

         

       증오심이 들끓는다.

         

       왕필은 지금까지 제 얼굴을 조롱하는 놈을 살려둔 적이 없었다.

         

       아니, 절대로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백우진 또한 그리되어야 한다.

         

       ‘절대로 그냥 죽이지 않을 것이다.’

         

       팔과 다리를 뜯어 씹어 먹고,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살점 하나하나 얇게 포를 떠 놈의 입에다 넣고 씹게 할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형벌임을 알게 한 다음에 숨통을 끊어주리라.

         

       허나 마음과는 달리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빌어먹을! 어떻게 만든 강시인데…!”

         

       이레에 걸쳐 준비한 수백구의 강시가 재활용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 한다면 지난 몇 달간 공들인 끝에 간신히 일으키는 데에 성공한 혈마강시가 남아 있다는 것인데.

         

       왕필은 제 옆에 서 있는 강시의 상태를 확인하며 혀를 찼다.

         

       “쯧…, 손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팔 한쪽은 잘려 나갔고,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로 도배되어 있다.

         

       이를 수복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지만, 상관없다.

         

       “살려서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그의 머릿속에 긴박했던 그때의 상황이 그려진다.

         

       혈마강시는 왕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생전 품고 있던 원념을 원동력으로 삼아 주인인 자신조차 이룩하지 못한 화경에 올라섰다.

         

       그러나 백우진은 더 강했다.

         

       화경에 오른 혈마강시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온몸이 난자된 혈마강시를 향해 백우진이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 할 때, 왕필은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그의 빈틈에 십수 년을 함께한 제 식칼을 내던졌다.

         

       그로 인해 생겨난 작은 틈이, 왕필과 혈마강시를 살렸다.

         

       “휴우…!”

         

       여전히 떠오른다.

         

       부리나케 도망치는 자신들을 노려보는 백우진의 섬뜩한 시선이.

         

       솔직한 말로 그 눈빛만 생각하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럴 수는 없다.

         

       이는 혼자만의 고집이 아니었다.

         

       “백…우진…, 죽인다…!”

         

       제 걸작인 혈마강시 또한 바라는 일이었기에.

         

       적절히 휴식을 취한 왕필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주인이 움직이면 자연스레 뒤따라야 할 혈마강시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간헐적으로 백우진을 향한 증오만을 토해낼 뿐.

         

       “어서 뒤따르지 않고 뭐 하는 게냐!”

         

       왕필이 호통을 쳤지만, 혈마강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화가 난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종을 손에 쥐고 흔들며 명령을 내렸다.

         

       “어서 뒤따르래도!”

       “크으으…!”

         

       그제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혈마강시의 몸.

         

       이를 본 왕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려낼 즈음.

         

       혈마강시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붉은 안광이 그에게로 향했다.

         

       “아, 아니…!”

         

       강시는 주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다.

         

       이는 왕필이 강시에게 가장 먼저 심어두는, 어떤 명령보다 앞서 발휘되는 제일의 행동강령.

         

       말인즉, 그 어떤 명령보다 강한 강제력을 동반하고 있다는 뜻.

         

       헌데 혈마강시의 시선은 명백하게 왕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토, 통제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혈마강시가 제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는 것.

         

       “아, 안 된다, 이놈!”

         

       딸랑딸랑!

         

       왕필이 발악하듯 손에 쥔 종을 마구 흔들어대며 혈마강시에게 강제력을 행사했다.

         

       내공이 쭉쭉 빨려 나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돌볼 틈 따위는 없다.

         

       혈마강시가 제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자신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끄으으아아…!”

         

       소름 끼치는 괴성이 놈의 입에서 연신 쏟아져 나온다.

         

       강시가 된 이상 그와는 아무 상관없어진 고통을 느끼기라도 하는 것처럼 울부짖는다.

         

       딸랑딸랑!

         

       종이 울릴 때마다 그의 발악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제게서 벗어나려 했던 혈마강시를 향한 통제가 재차 이루어져 가고 있을 즈음.

         

       딸랑…!

         

       연신 떨어대던 종소리가 멎었다.

         

       빠르게 내공이 소모된 탓에 단전이 텅텅 비어버렸기 때문.

         

       “아, 안 된다, 안 돼…!”

         

       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혈마강시가 안광을 폭사시키며 온몸으로 기운을 내뿜는다.

         

       내뿜어진 기운이 주변을 휩쓸 때.

         

       왕필은 혈마강시와 자신을 잇고 있던 고리가 깨져 나감을 느꼈다.

         

       “크으으…!”

         

       혈마강시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히익!”

         

       뱀을 본 개구리마냥 얼어붙은 왕필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온 혈마강시가 그를 코앞에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라.”

       “뭐, 뭐라…?”

         

       듣는 것만으로 소름 끼치게 만드는 거북한 쇳소리가 연신 증오를 토해낸다.

         

       “그렇지 않으면…, 네놈부터 죽일 것이다.”

         

       칼이 목에 겨눠지자, 왕필은 거칠게 토해내던 숨소리마저 죽인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종관계가 역전되는 우습기 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 이제 미끼를 던질 차례,,,!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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