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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6

        

       위서련은 기절해버린 호천안을 잠시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흑묘가 얼굴을 감싸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바라보던 위서련은 흑묘도 지금 상황에서 황당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대는 호천안이 이런 무공을 익히고 있는지 알았는가?”

         

       “아뇨. 그래도 선배답긴 하네요.”

         

       “…호천안 답다?”

         

       흑묘는 쓰러진 호천안의 몸을 뒤집었다.

         

       “커어어…”

         

       흙먼지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입을 벌리고 단잠을 자고 있는 호천안. 그 태평한 낯짝에 한숨을 한번 내쉰 흑묘는 그런 호천안의 턱을 꾹 밀어 올려 닫게 만든 뒤에 멱살을 잡고 들어올려 어깨에 짊어졌다.

         

       “선배는 발밑이 아무리 위태위태해도 나아갈 공간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니까요.”

         

       위서련은 흑묘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지금의 호천안의 행보가 딱 그랬으니까.

         

       발밑이 위험하면 사람의 걸음은 느려지고 마음속에는 불안함과 망설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떨어진 경험이 있는 자라면 떨어질 때를 더 의식하기 마련이었다.

         

       호천안이 바로 그러했다.

         

       ‘저번주에 그리 약점을 지적 당했지.’

         

       일주일 전의 대련에서 호천안은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당해 손발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그렇기에 위서련은 호천안이 약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서련은 그때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어째서 나는 호천안이 약점을 메울 것이라 확신했는가.

         

       위서련은 금방 그 해답을 찾아냈다.

         

       ‘호천안을 얕잡아 보고 있었으니까.’

         

       너와 나의 거리는 짧은 시간 내에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호천안의 가능성과 별개로 위서련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호천안을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호천안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차근차근 빈틈을 메워가리라 생각했다.

         

       당장은 무슨 수를 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이니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니까.

         

       그러나 호천안은 다른 선택을 내렸다.

         

       한 걸음 내딛는 것으로 닿지 않는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두 걸음 세 걸음을 내딛겠다.

         

       응축한 경운무심공의 힘이 부족하면 그 위에 날카롭게 벼린 정신을 얹겠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아무리 일뢰를 펼친 뒤에 호천안의 힘이 급감한다고 할지라도 아예 전투를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힘겹긴 하겠지만 버티고 버틴다면 또 기회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했다.

         

       그런데 호천안은 아예 그 가능성을 끊어버리고 모든 것을 일점에 집중했다.

         

       그야말로 상리를 벗어나는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렇기에 위서련에게 닿을 수 있었다.

         

       “하…”

         

       위서련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흑묘는 호천안을 보고 발밑이 위태위태해도 나아갈 길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앞길로 나아가는 사람이라 평가했다.

         

       “하하….실로 그러하군.”

         

       약점을 메운다는 행동은 위서련을 상대로 한 비무에서 승산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한 위서련은 고개를 저었다.

         

       약점을 메운다는 선택지는 좀 더 버틸 수 있을지언정 패배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호천안은 이미 위서련과의 정면 힘 대결에서 패배한 전적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안정적으로 일뢰를 끌어 올린다 한들 과정이 달라질 뿐 결국 위서련의 힘 앞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호천안은 약점을 보완하는 대신에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는 선택지를 골랐다.

         

       고양된 집중력을 통해 일뢰의 힘에 날카로움을 더했다.

         

       그런 호천안의 선택에 위서련은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위서련은 강함을 미끼로 호천안을 꼬드겼다. 호천안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핑계로 일행과 헤어지게 만들어 이 마교로 끌고 왔다.

         

       그렇기에 위서련은 호천안이 진심으로 자신의 호적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강해지기 위해 이용할 뿐인 대상.

         

       그저 그 정도 위치에 만족하려 했다.

         

       그런데 오늘 호천안은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위서련을 꺾기 위해 달려들었다.

         

       놀라움이 가시고 당혹스러움이 가시고 나니 호천안의 행동은 그렇게 보였다.

         

       흑묘는 호천안이 본래 그런 사람이라는 듯이 말했지만 위서련에게 그런 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호천안은 맞수가 되어달라는 위서련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었다.

         

       위서련은 흑묘의 등에 짐짝처럼 실려나가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세차게 뛰는 심장의 박동을 느꼈다.

         

       앞으로 호천안은 또 어떤 식으로 자신의 무공을 갈고 닦을까.

         

       자신의 맞수가 되어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까.

         

       ‘그대는 또 나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것인가.’

         

       입을 벌린 채로 양팔을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사라지는 호천안의 뒷모습은 빈말로라도 괜찮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위서련에게는 그런 호천안의 모습이 썩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역시 그대를 그냥 놓아주기에는 아쉽겠군.”

         

       위서련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호천안을 옮기는 흑묘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한방 먹였다고 흡족해하던 흑묘의 얼굴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장수를 쏘려면 말부터 쏘라고 했던가.

         

       호천안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우선 일행인 흑묘부터 공략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씨앗은 충분히 뿌려 두었다.

         

       흑묘 역시 무인이다.

         

       아무리 호천안을 보조하기 위해 따라왔을지라도 어찌 천마비고에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기로 인해 위서련의 이름이 찍힌 방문증을 얻었지만 아무리 위서련의 이름이 찍혀 있다 한들 방문증은 방문증.

         

       흑묘가 지닌 패만으로는 천마비고의 상층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었다.

         

       결국 흑묘는 어느 방문자들이나 협력자들과 마찬가지로 마교의 일을 도와 입장권을 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위서련은 흑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입장권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흑묘는 자연스럽게 마교를 보고 느낄 것이고 종국에는 강한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어디 한번 마음껏 마교 생활을 즐겨 보시게나.”

         

       위서련은 마교를 경험하는 흑묘의 모습을 상상하며 큭큭 웃었다.

         

       *** ***

         

       천마신교 의뢰소.

         

       의뢰소의 접수원인 악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패를 제출해 주시게.”

         

       “여기 있소.”

         

       악휘는 마교 무인이 제출한 8급패를 살피고는 성의 없이 장부를 뒤적인 다음 입을 열었다.

         

       “ 상단 호위인데 하겠나? 대충 이주일정도 동행하게 될 걸세.”

         

       “너무 기간이 긴데…”

         

       “그게 아니면 기껏해야 짐 나르기나 약초 구해오기 정도요.”

         

       “…음. 하겠소.”

         

       임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8급 무인을 보면서 악휘는 입맛을 다셨다.

         

       “쓰읍. 이번에 무공서만 잘 골랐어도 8급을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마교의 심장 천마비고.

         

       천마비고에서 무공서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마교의 무사가 되어 급수를 받는 것이다. 급수에 따라 천마비고의 입장 권한이 생긴다.

         

       의뢰소 소속 무인인 악휘는 9급 무인이었고 천마비고의 9등급 무공서까지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면 9급 무인은 9급 무공서밖에 볼 수 없는가.

         

       그것은 아니었다.

         

       9급 무인이라도 8급, 7급의 무공서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무편을 모아 더 높은 급수의 무공서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8급 무공서를 보면 뭘 하나, 쓸모가 없는데!’

         

       악휘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악휘는 영 근로 의욕이 나질 않았다.

         

       며칠 전, 한 달 정도 모은 무편을 투자해 8급의 무공서를 한 권 열람했지만 영 쓸모가 없는 무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에효, 그래도 저기 있는 협력자들보다는 낫지.’

         

       악휘는 게시판 앞에서 이런저런 의뢰를 찾는 협력자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다독였다.

         

       협력자.

         

       천마신교의 일원은 아니지만 천마신교를 위해 일해주는 자들을 통칭하는 말.

         

       ‘말이 협력자지 자발적 노예지 뭐야.’

         

       누군가 악휘의 생각을 들었다면 눈살을 찌푸렸을 테지만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을 터였다.

         

       ‘어느 높으신 분들인지는 몰라도 참 좋은 생각이야.’

         

       악휘는 발 받침대에 발을 올려놓으면서 그리 생각했다.

         

       천마신교는 큰 단체이니만큼 당연히 무인의 힘이 필요한 일들이 많았다.

         

       당연히 그런 일들 중에서는 무인이라도 꺼리는 굳은 일들이 있기 마련.

         

       그렇기에 의뢰소에서는 외부인인 협력자들에게도 의뢰를 내 주었다.

         

       돈도 아닌 무편을 주고 그 대가로 온갖 궂은일을 외부인에게 떠넘길 수 있으니 이처럼 좋은 제도가 또 있을까.

         

       ‘이 제도가 없었다면 나도 해수를 퇴치한답시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타며 무편을 벌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늘어지게 하품을 한 악휘는 문득 의뢰소가 조용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못박혀 있었기에 악휘의 시선 역시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악휘 역시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게 숨을 삼켰다.

         

       그곳에는 천상에서 막 내려온 듯한 미녀가 있었다.

         

       몸이 그리는 곡선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는 듯이 매끄러웠고 피부는 옥과 같이 매끄럽고 윤기가 났다.

         

       턱선은 날카로운 듯 부드러웠고 작은 얼굴에는 하나하나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는 수려한 이목구비가 각기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경국지색.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미녀의 움직임에 따라 스르륵 움직이는 머리칼의 움직임마저 환상적일 지경이었다.

         

       멍하니 그런 미녀를 바라보던 악휘는 그 미녀와 시선을 마주치고 흠칫 놀랐다.

         

       미녀가 곧바로 악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 미녀의 섬섬옥수가 악휘 앞의 책상을 짚었다. 악휘의 앞에 서는 협력자들이 책상에 손을 올리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정도로 흔해빠진 일이었지만 악휘는 어쩐지 지금의 상황이 현실성이 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악휘의 넋이 빠져 있는 사이의 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의뢰를 받고 싶은데요.”

         

       “….아.”

         

        의뢰?

         

       악휘는 얼이 빠져 있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미녀의 시선에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굳이 벌떡 일어나 의뢰자를 맞이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악휘는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황급히 의뢰 책자를 넘기다가 정신이 들었다.

         

       “패, 패를 주시겠소.”

         

       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패를 제출했다.

         

       일정 금액만 납부하면 얻을 수 있는 협력자의 패가 아닌, 누군가에게 초대를 받았다는 방문증.

         

       악휘는 흑묘라는 이름이 음각된 패를 집어들며 묘하게 납득했다.

         

       ‘하기사, 저런 미녀라면 신분 보증을 하겠다고 달려들 이가 한둘이 아닐테니.’

         

       흑묘와 악휘는 이제 막 처음 본 상태였지만 흑묘가 신분보증을 요청한다면 악휘는 발 벗고 나설 의향이 있었다.

         

       물론 9급에 불과한 악휘에게 누군가의 신분을 보증할 권한은 없었지만 말이다.

         

       악휘는 패를 뒤집어 신분보증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위서련.

         

       ‘….?’

         

       보통 신분보증인의 이름 앞에는 직함이나 경지, 보증인의 급수 등이 들어가기 마련이었다.

         

       ‘이거 혹시 위조 신분증인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런 미녀가 굳이 방문증을 위조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서련…위서련…어딘가 낮이 익은 이름인데…’

         

       설마.

         

       “소…소….소.?!”

         

       고작 9급에 불과한 악휘에게는 하늘같은 신원보증인의 이름에 압도되어 버벅거리고 있을 때였다.

         

       “크하하하하! 의뢰를 찾나?”

         

       누군가 흑묘에게 접근했다.

         

       “보아하니 무편이 필요한 모양이군.”

         

       주변이 술렁거렸다. 흑묘는 주변의 술렁거림을 몸으로 느끼며 눈앞에 있는 거한 대머리를 응시했다.

         

       “부악도 곽희로군.”

         

       “이번에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던….”

         

       부악도 곽희는 주변의 웅성거림에 더욱더 기고만장해진 채 소리쳤다.

         

       “어떠냐? 이 어르신의 시중을 든다면 어줍잖은 의뢰의 열 배, 아니 스무 배 이상의 무편을 주겠다!”

         

       ‘미친놈아! 그만둬!’

         

       탐심이 들끓는 눈으로 흑묘를 쳐다보는 곽희의 행태에 악휘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마교의 2인자 소천마의 손님에게 찝쩍대다니!

         

       “그만 두시지요! 이분은…”

         

       “아앙, 뭐라고? 기껏해야 9급따리가 이몸의 행차를 방해하기라고 하겠다는 것이냐?”

         

       입을 열어 만류하려던 악휘는 곽희의 몸에서 뿜어지는 경과 살기에 순식간에 짓눌렸다. 인정사정없이 쏟아지는 살기에 악휘의 입이 강제로 다물어졌다.

         

       악휘는 그 기세를 느끼며 끼어든 것을 후회했다.

         

       마교는 강자존의 사회.

         

       무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지만 무인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약육강식의 행태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곽희가 자신의 말에 끼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악휘를 두들겨 패서 앓아눕게 만들어도 딱히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일이었다.

         

       악휘를 윽박지르는 곽희를 보면서 흑묘는 생각했다.

         

       천마신교 내에서는 면사도 흑립도 쓸 수 없다고 통보받았을 때부터 예정된 소란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흑묘는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며 잠시 상상해 보았다.

         

       만약 이런 일이 중원의 다른 곳에서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 못생긴 두꺼비 같은 놈이 미녀를 핍박한다고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질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의뢰소에는 수많은 무인들과 사람들이 있었지만 딱히 누구도 악휘의 행태를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마교는 이런 곳이로군.’

         

       흑묘는 구음기를 끌어 올리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강자’임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

         

       흑묘의 손이 자연스럽게 뻗어져 곽희의 도 끝에 올려졌다. 악휘에게 으르렁거리던 곽희가 흠칫 놀라 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츠즈즈즈즈!!!

         

       그 순간 흑묘의 손을 타고 곽희의 도에 흑묘의 기운이 쏟아져 들어갔다. 악휘가 대경하여 도를 뽑아내려 했으나.

         

       쩌저저저적!!

         

       순식간에 곽희의 도는 물론이요 손까지 얼어붙고 말았다.

         

       “크으윽!”

         

       구음기에 제대로 당한 곽희가 정신없이 뒤로 물렀다. 그렇게 뒤로 물러선 곽희는 고리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세, 세상에!”

         

       “강기!”

         

       흑묘의 양 손에는 그야말로 찬연하게 빛나는 강기가 휘감겨 있었으니까.

         

       흑묘는 눈을 부릅뜬 곽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실력의 고하는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쉬이 물러나지는 않겠지.

       

       흉악한 고리눈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바라보며 흑묘는 입을 열었다.

       

       “어디 한번 덤벼라도….”

         

       “죄송합니다!”

         

       그리고 곽희는 그 살벌한 얼굴 그대로 고개를 직각으로 숙였다.

         

       “….?”

         

       “제가 귀한 분을 알아뵙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곽희는 살벌한 얼굴로 어설프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소라기보다는 숫제 위협을 가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의도 자체는 흑묘에게 전달되었다.

         

       “제가 모르고 한 일이니 부디 선처를 구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여협!”

         

       흑묘는 쌩하니 도망치는 곽희의 뒷모습을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보통 흑묘에게 껄떡대던 난봉꾼들은 이런 식으로 제압당하거나 체면에 손상을 입으면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고 원한을 품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흑묘는 곧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 천마신교가 강자존의 도리로 돌아간다면 이게 맞는 일이었다.

         

       약자에게 포악을 떤 만큼이나 강자에게는 철저하게 굽혀야 할 일이었으니까.

       

       “의뢰를 주세요.”

         

       “예! 가장 좋은 의뢰로다가 대령하겠습니다!”

         

       흑묘가 악휘의 안내를 받아 의뢰를 받아 의뢰소를 나올 때까지 흑묘를 방해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흑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힘을 보였기 때문이겠지.’

         

       힘을 한번 쓰긴 했지만 그 이후로 단 한번의 방해도 받지 않은 흑묘는 묘한 감흥에 휩싸였다.

         

       나 자신을 지킬 힘만 있다면.

         

       이 마교에서는 외모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떠올린 흑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교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던 위서련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으로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거늘 반격이 꽤나 매서웠다.

         

       “쉽지 않네.”

         

       그렇게 중얼거린 흑묘는 각오를 다지며 발걸음을 옮겼다.

         

       호천안. 흑묘. 그리고 위서련.

         

       세 사람의 생각이 뒤엉킨 채 흑묘와 호천안의 진짜 마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습관성 지각이 되어버렸네요…

    내일은 반드시 꼭 정시연재!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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