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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6

        

         “어디 한 번 대가리 깨지고 싶은 새끼부터 들어와봐라 씨발!! 느그들은 어차피 회사에서 다 경비 처리해주지?? 전신 임플란트를 아주 싹 다 벽돌로 바꿔주마!”

         

         “이 떨거지 낙오자 놈들이 머릿수만 믿고 기고만장해서 달려들기는…! 고작 이런 화풀이로 뭐가 변하기라도 할 것 같나!? 억지부리지 말고 얌전히 포기해라!!”

         

         “어…… 그러니까 이게……… 다들 쌓인 게 많아서 그런지 화가 굉장히들 많이 나셨네. 음.”

         

         반 정도는 계획의 일부이긴 했다만. 어쩌다 보니 이 난장판의 중심에 서게 된 핵심 인물로서 따듯한 응원의 한마디나, 하다 못해 그럴싸한 소감이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으나…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냥 텅 빈 맞장구 치기로 공감을 대신했다.

         

         마냥 정갈한 라이브 화면과는 달리, 무대 뒤에서 치열한 스탭들의 노력과 사전 준비가 더해져야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얼렁뚱땅 진행된 사기 계약이기는 해도. 무려 방송국 현장 학습 수준을 넘어 실제 공중파 광고 촬영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 해커 업계의 드문 인재라고 나는?

         

         …그렇지만 굳이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던 격리 필드 바깥에서 이런 지랄판이 벌어졌을 줄은 나도 몰랐지!

         

         자유를 억압하는 통제 또한 질서의 일부라 정의한다면, 그 최소한의 구속마저 완전히 빗나가버린 지금 이건 틀림없이 무질서와 혼돈 그 사이 어딘가에 제대로 박힌 가시 같은 상태이리라.

         

         한 달 겨우 넘는 경력이라 해도 일단 경찰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력과 더불어 준법 시민 같은 교양 넘치는 의식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엘리시움에 별 유감이 없거늘, 현재 직업도 그렇고 직전까지 부추기던 것마저 합치면 어느새 모든 해커들의 대리인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네…?

         

         하, 이렇게 커질 일인 줄 진작 알았으면 그 놈의 닉네임만이라도 좀 더 고민해서 성의 있게 지을 걸. 시발.

         

         누가 부를 때마다 내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도 꽤 거슬리는데, 이런 한없이 진지한 싸움의 한중간에도 ‘우오옷! 해킹잘모름 녀석, 아직도 쌩썡하게 엘리시움을 압도하고 있잖아!’ 같은 외침을 들으면 기운이 그냥 쭉 빠진다니까.

         

         이래서 용병들이나 블랙 마켓에서 코드네임은 짧고 굵은 단어로 진중하게 짓는 거구나~ 하는 걸, 이번 기회에 아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네….

         

         “…그래서, 나는 체포에 불응한 채로 꾸준히 저항하는 모습을 연출하느라 난동을 피운 거라지만. 다른 유저들은 왜 갑자기 저렇게 불타오른 거야? 엿먹는 게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전통적인 이기주의는 다 어쩌고??”

         

         – 아까 수집된 동향을 바탕으로 추측을 말씀드리자면. 아나스타샤님의 네트워크 분신체를 구심점으로 삼아 집단 행동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 자체는 첫걸음을 내디딘 단계였던 만큼, 금전적 이득을 미끼로 신뢰를 사는 부분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나… 적당한 계기를 기폭제 삼아 다수의 해커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여지는 아마 충분했으리라 생각됩니다. –

         

         “십. 어이가 없네, 진짜.”

         

         그것 참 기특하기도 하지.

         아니, 그보다도. 그런 중대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분위기 타서 내려도 정말 괜찮은 거냐고!

         

         나와 편 먹고 싸울 의사가 만만한 인간들이 이렇게나 생겼다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수상한 사상을 전파하려던 인간을 두둔하는 미친 반동분자들이 이렇게나 많은 세상이었다며 새삼스레 질겁해야 할지 감이 안 오네.

         

         누구에게도 관심 받지 못한 채 간신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 한 시뻘건 맛을 다시 끄집어낸 건 약간 실수였을지도. 으으음.

         

         “이 막 나가는 테러리스트 새끼가! 방금 전까지 버거워하던 주제에, 조력이 좀 들어왔다고 잘도 한눈을 팔고 있…!”

         

         “그러니까아…! 머리가 아픈 건 아픈 거고 정신이 피로한 건 천방지축 날뛰는 사람들 탓이지, 꼭 내가 수세에 몰린 거랑 동의어가 아니라니까?!”

         

         파앙—!!

         

         이번엔 환경 데이터조차 손상되지 않게 깔끔한 화력 조절에 성공.

         

         제로와 떠드느라 움직임이 멈칫한 이때다 싶었는지, 득달같이 달려드는 센트리 요원을 레일건으로 전차 침묵시키듯 사이버 세계에서 증발시켜 퇴장 페널티를 먹여주었다.

         

         가슴 속에 품은 걸 그대로 내뱉었다간 나중에 어떤 식으로 분석될지 모르는 만큼 실제로 저런 말을 크게 떠든 건 아니고, 유일하게 일대일 대화 채널에서 내 혼잣말을 들어줄 수 있는 제로에게 그냥 뻘줌한 마음을 하소연한 쪽에 가까웠다.

         

         별도의 데이터 전송 목표 지정조차 노력하기 귀찮다는 듯이 바이러스를 사방으로 사출하며 요원 하나를 껴안고 시원하게 자폭하는 놈.

         공격당하여 정당방위가 성립한 이상 매너 플레이 따윈 없는듯, 치명적인 해킹 툴을 난사하는 엘리시움 직원.

         전쟁의 안개(Fog of war)에 의해 판단력이 흐려진 것처럼 진영 불문 아군 오사를 일삼다가 리타이어 하는 멍청이들.

         

         당장 풍경이 일대다 난전에서 집단 난투로 장르가 바뀐 순간부터 이미 충분히 골치아파 죽겠는데 대체 무슨 도발을 더 하려는 거야?

         

         네트워크 상에서 이런 인간들을 땔감으로 태워가며 시간 끄는 건 이만하고, 차라리 빨리 체포하러 와 줘! 날 이 난장판에서 합법적으로 날 좀 끄집어내 달라고요!

         

         이 인간 또 심인성 스트레스에 시달리자마자 짬 때리고 도망가려 한다는 욕을 절찬리에 먹더라도 마음의 평화를 좀 찾고 보게.

         

         “야호! 해킹잘모름 씨! 우리도 손 좀 보태 주러 왔어! 어째 이 정도면 썩 괜찮은 관중 난입 타이밍이었으려나? 응?? ……아, 예상보다 겁나 쌩쌩한 걸 보니까 역시 괜한 참견이었나 봐. 꺄아~ 이거 혼나겠다!”

         

         “저희도 도우러 왔… 아니, 막상 가까이서 다시 보니까 그렇게 막 힘들어하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설마 진짜 절 핑계로 쓴 건 아니죠!?”

         

         “…이 폭동의 원인 제공자를 벌써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조력이 목적이었다 한들 보통은 휘말릴 가능성이 무서워서라도 지역 제압 화력을 뻥뻥 뿜어내는 내 옆에 다가오는 걸 한 번쯤은 더 고민하련만.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할 리가 없다는 모종의 확신이라도 있는지, 망설임 없이 선뜻 다가온 마리나와 로잘린을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는 걸로 만든 알리바이 떡밥을 너희들이 먼저 덥썩 물어버리면 어떡하니. 얘들아!

         

         – 미스 마리나가 현상황의 원인일 확률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시행할까요? –

         

         “그냥 짐작은 가지만… 모르는 척 묻어두기로 하자 우리.”

         

         그래, 조금 경망스러운 구석이 있긴 해도 선의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데 왜 괜한 일을 만들어서 사태를 키웠냐며 타박하기?

         

         농담으로라도 절대 좋은 친구가 보일 만한 태도가 못되지 그건. 호들갑 떨 만큼의 오차로 작용하지도 않을 텐데.

         

         어차피 더 이상 선보일 기믹도 없겠다. 남은 건 내가 여기서 계속 날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목격자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뿐이었으니, 거기에 큰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다만 이제 각자 주의할 점만은 분명히 해두고….

         

         “마리나 너는 엘리시움에서 뭘 물어보던 그냥 게임하느라 아는 게 없다고 해. 사용 기록에 요즘 유행하는 걸로 몇 가지 넣어뒀으니까.”

         

         “어라…? 우리 진짜 체포당해?? 멀쩡하게 빠져나갈 방법이 있던 거 아니었어?”

         

         “총질은 겁도 없이 즐기면서 오더니만 왜 정작 그건 무서워 한대. 아마 나만 잡아가려고 할 거야 나만. 로잘린은… 번호 잘 저장해 뒀지? 오늘은 찾아온 손님이 많아서 어려울 것 같고, 나중에 엘리시움 감시도 사라지고 하면 시간 날 때 보자. 내 성격이 갑자기 바뀐 것처럼 아바타 파일럿이 달라질 테니 너무 놀라진 말고.”

         

         “…코앞에서 대놓고 속여먹겠다니. 상상이상으로 엄청 대범한 생각을 하고 계셨네요 언니는.”

         

         둘 모두 마무리 파트의 엉성함에 살짝 기가 막혀 하는 게 느껴졌으나 원래 모든 일이란 자못 성공한다 확신할 부동의 근거가 있다면 좀 대충 신경을 덜 써도 괜찮은 법이다.

         

         파지지직—!!

         쾅!! 투콰앙…!

         

         게다가 입은 한가히 떠드는 것 같아도, 내게 걸리던 부담이 줄어든 만큼 배경 전황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형국. 이미지 필터를 덧씌우지도 않은 코드는 레이저처럼 공중을 날아다녀서 SF 전쟁 씬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남은 예비 전력을 쥐어짜내는 엘리시움과 소문이라도 났는지 꾸역꾸역 추가로 사이버 필드에 들어오는 해커 덕에 이 열기는 도무지 식을 줄을 몰랐고.

         

         나 못지않게 사이버웨어를 바삐 조작하며 방화벽을 치고 중화 코드를 두르고… 두 사람 모두 머리는 안 아픈가 싶을 수준으로 있었으니까 여기서 더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그럼 아바타 컨트롤, 잘 부탁할게? 혹시 로잘린이 위험해질 것 같으면 신경 써주고, 한쪽이 너무 몰아붙여서 분위기가 더 과격해지지 않게 잘 조율하고!”

         

         – 확인 완료했습니다. 허면 엘리시움 센트리 팀의 룸 개방 요청, 지금 바로 수락하도록 하겠습니다. –

         

         음, 드디어 방문 앞에 오셨구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탈출 티켓이.

         

         제로로부터 고(Go) 사인이 나오자마자 주도권을 홀랑 넘겨버리고 가상 현실 연결을 끊었다.

         

         시꺼멓고 번쩍거리는 다크 웹 풍경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 것처럼 부스스하게 흐려지더니, 이내 VR 대여점의 말끔한 천장 시트로 변신.

         

         로그인 과정이 각종 요소들을 불러오느라 오래 걸렸다면, 로그아웃은 접속 시간에 따른 후유증만 계산한 다음 안정화된 의식을 되돌리기만 하면 돼서 그런지 다이브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도 짧게 걸린 것 같았다.

         

         들어갔을 때와 완벽히 똑 같은 풍경…은 아니랄까.

         

         날이 어두워지긴 했는지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이 좀 약해진 게 보였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방을 대실한 만큼 꽉 닫혀 있어야 할 출입문에선 웬 양복 입은 대표 한둘 및 드로이드를 경계하는 전투 요원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으니.

         

         “으엑!? 진짜 엘리시움 기동대…!”

         

         오, 마리나. 자연스러운 연기 좋았고. 유행이 190년쯤 지난 물건이지만 나도 약간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빡친 게이머 흉내라도 내줘야 하나?

         

         억울하게 연행되어 간다는 티를 팍팍 낼 생각만 했지, 갑자기 왜 시비 걸러 왔냐는 부분부터 짜증내는 편이 더 그럴싸하다는 건 깜빡했네.

         

         “뭐, 엘리시움 코퍼레이션 정도 되면 이렇게 막 시민 사생활 같은 건 개무시하고 들어와도 된다 이건가? 경호 로봇 통해서 당장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불러낸 건 알겠는데, 정작 용건이 뭐에요 결국??”

         

         “……사설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아나스타샤 발렌타인 본인이 맞나?”

         

         이 동네 사법 기관이라는 게 자본 구조가 유명무실하게 뒤틀리긴 했어도, 아무래도 메가 코프 직원 정도면 반 공무원인지라 체포 영장 같은 걸 고지하기 위함인지 으레 날리는 본인 확인 질문에 나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려울 건 전혀 없다.

         

         비상 사태인 만큼 꼬장을 좀 부리기야 하겠지만. 하는 말에 고분고분 따라주고 협조한다면 저쪽에서 독하게 굴 이유도 없을뿐더러, 정작 해킹잘모름 본인이 네트워크에서 여전히 날뛰고 있는데 용의자를 체포해서 구금한다는 건 앞뒤가 전혀 안 맞는 말이니까.

         

         이제 임의 동행을 요청하면 경찰서에서 짜장면 얻어먹는 것 마냥 잠깐 놀러가 엘리시움 구내식당도 한 번 구경해보고~ 챙겨주는 기념품이 있나 기웃거리다 이만 가보라 할 때 투덜거리며 빠져나오면 그대로 끝….

         

         “방해해서 미안하군. 사이버웨어 사용 로그만 여기에 제출해준다면 우리는 금방 가도록 하지. 폭넓은 가능성을 고려하여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라 발생하는 불편이니 이해해주었으면 좋겠군.”

         

         “……엥?”

         

         지사 본부나 다른 팀과 급하게 상황보고 연락을 하는 것처럼 머리를 움직이던 엘리시움 직원들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줄여 말하자면 ‘아무래도 여긴 꽝’이 아닐런지.

         

         아니, 그런데 그냥 간다고요? 명목 상으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라 불러도 실제로는 해커인 걸 모두가 아는 인간을 진짜 이대로 내버려둔 채로?

         

         삐릭!

         

         “고맙군. 추후에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증언을 부탁할 일이 생기면 해당기기로 공식적인 연락이 갈 테니 바로 받아주게. 현재 네오 헤이븐 정보 통신 구획은 민간인 이동이 향후 6시간 동안 봉쇄되었으며 3회 이상 연락 회피부터는 벌금형이 나오니 주의하고. …전원, 다음 구역으로 넘어간다! 빨리!!”

         

         양복남이 얼른 부탁한다는 듯이 불쑥 내민 스캐너에 얼떨떨하게 팔목을 집어넣어 열 번도 넘게 깨끗이 세탁한 서비스 로그와 사용자 행동 로그를 제출하자, 고지사항 같은 걸 와다다 쏟아낸 그는 전자 명함 하나를 휙 던져주고는 무리를 이끌고 정말 바람처럼 사라졌다.

         

         곁에 있던 마리나? 잔뜩 쫄은 게 무색할 정도로 투명 인간 취급이었다. 수사망에 포함되지 않은 동행인에겐 잠깐 할애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처럼.

         

         …혹시 너네, 이런 용의자 구금에 투자할 인력도 아슬아슬할 만큼 내부 상황이 개판이냐?

         

         과연 이게 정보통신 전문기업에 네트워크 폭탄을 떨어트린 나비효과인가?

         

         체포를 안 당하는 대신 앞으로 최소 6시간은 넘게 집에 못 들어가고 이 근처에서 밤을 꼴딱 새야 한다고.

         

         이대로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진다면 나야 나쁘지 않지만… 그, 죄송합니다 지역 주민 여러분. 이게 다 해킹잘모름이라는 웬 악당 하나 때문에 일이 참 이렇게 됐네요. 허허.

         

         “…이 어처구니없고 맹랑한 완전 범죄자 같으니라고. 얘, 아나스타샤. 그래도 이렇게 되면 저녁밥은 네가 사주는 거지?”

         

         “그, 미안. 아는 맛집 중에서 무조건 제일 비싼 곳으로 데려가도 돼.”

         

         아, 마리나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줬다. 딱히 화가 난 건 아니고 어이없어서 하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같기는 한데, 본의 아니게 무거운 비밀에 한몫 끼게 된 셈이니까 하다못해 위장에 기름칠이라도 잘 시켜줘야겠네. 응.

         

         

         

         ★ ☆ ★ ☆ ★

         

         

         

         “……이건, 설마.”

         

         ‘아바타 파일럿이 바뀌어서 성격이 달라질 수 있으니 놀라지 마라.’

         

         이게 무슨 단순 단말기 채팅도 아니고. 가상 현실에서 자주 들을 기회가 있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기에, 로잘린은 아나스타샤에게 그런 당부를 들은 시점부터 마왕 같은 포스를 줄줄 흘리는 해킹잘모름의 아바타를 더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조종사를 슬쩍 바꿔치기하는 방법이 세간에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서버에 붙은 계정 연결 자체는 남겨놓은 채로, 원래 사용자가 완전히 분리된 다음 다른 사람이 교대로 들어가면 되니까. 그걸로 사기를 치는 해커들도 있는 마당이니 뭐.

         

         다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그런 사례와는 비교하는 게 실례이리라.

         

         누군가 알아챌 만한 찰나의 멈칫거림이나 어색한 동작 변화조차 전무.

         

         그저 아바타가 잠시 머리를 돌려 주변을 스윽 훑는 행동을 했을 뿐이거늘, 거기서 비롯된 살벌한 기색에. 꼭 아나스타샤가 얘기해줘서 그런 게 아니더라도 로잘린은 무언가를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내용물이 달라졌구나. 그리고 대신 들어간 게 대체 뭐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호감을 품은 언니처럼, 혹은 아나스타샤 그 본인만큼이나 상궤를 벗어난 존재라고.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감히 그녀에게 대드는 이들에게 이 충직한 인공지능 제로가 어찌 행동하는지. 어떤 의미에서는 첫 심부름을 나간 아이가 세상과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지.

         

         아마 아나스타샤가 제대로 알았다면 마리나와 메뉴판을 둘러보며 노닥거리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며 엄포를 놓았을 것이다 분명.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무자비함의 실체와 최초로 마주한 로잘린. 걱정마세요, 우리 집 애는 허락 받으면 물어요!

    에피소드 막바지에 연재분 늘어지는 현상을 좀 줄이기 위해 분량을 좀 꾹꾹 압축하느라 자꾸 엄청나게 지각하게 되네요. 죄송합니다.
    아마 내일 마무리까지 제대로 쓸 수 있다면 늦게라도 업로드가 되겠지만, 지금 너무 비몽사몽해서… 휴재하게 될 경우 공지로 안내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효도왕여포 님의 100코인 후원! 5월에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나스타샤의 이야기와 같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눈꽃상어 님의 100코인 후원!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시고 있다니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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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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