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46

   스킬 움브라를 지닌 조디악 클로리아.

   그를 찾아 떠난 곳은 뜻밖에도 크라슈가 아는 장소였다.

     

   ‘여긴.’

     

   크라슈가 라헬른 아카데미에 막 입학했던 당시 임무로 들렀던 장소.

     

   ‘데브람.’

     

   크라슈는 황색 마탑이 존재하는 데브람에 도착했다.

   몇 년 만에 와본 데브람은 여전히 사막 한가운데서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크라슈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세이랑이 이곳에 조디악이 있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진짜 뜻밖의 장소로 와서 떨떠름한데.”

     

   크라슈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클로리아 쪽에 있을 거로 생각한 조디악이 클로리아와는 지리적으로 정반대인 데브람에 있다고 하니.

   아무리 크림슨가든과 에벨아스크라도 그를 찾을 수 있을 턱이 있나.

     

   “용왕님, 오셨습니까!”

     

   그 순간 크라슈는 텔레포트 시설을 넘어오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오는 인물을 보았다.

     

   데브람으로 넘어오기 직전.

   크라슈는 뒤늦게 자신이 천하십강에 발탁됐다는 말에 놀랐다.

     

   후보로 뽑혔을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정말로 이렇게 빨리 천하십강에 오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제국 쪽에서 밀어붙였군.’

     

   크라슈는 현재 결혼을 한 몸이긴 하나 추가로 제국의 황녀와 약혼을 한 상태다.

     

   황제는 크라슈의 이용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니.

   이참에 여러 타이틀을 선점시켜 줄 겸 밀어붙인 게 분명했다.

     

   보아하니 용왕이라는 별호를 쓴 것도 십중팔구 제국의 백룡과 관련 있을 거다.

   어떻게든 크라슈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겠지.

     

   스타론이나 발하임에서도 이미 검왕인 라이 발하임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을 테고 말이다.

     

   ‘하여튼 정치란.’

     

   천하십강이라 하여도 정치에서 멀 수 없다는 사실에 크라슈는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쓸 수 있는 카드는 적극적으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천하십강이라는 위치 또한 부작용이 없지 않다.

     

   예전에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텔레포트 시설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텔레포트를 할 때도 그쪽 나라나 도시에 미리 알려둬야만 했다.

     

   천하십강이란 하나의 국가 병기다.

   그 강함은 일반 무인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런 이가 갑자기 소식도 없이 방문해 버렸다가 누군가 천하십강에게 실수했고.

   그 결과 때문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국가에서도 천하십강의 등장은 신중을 기울여야 했다.

     

   그렇기에 크라슈도 데브람을 방문할 때 미리 자신의 방문 소식을 알려야 했다.

     

   그 결과, 크라슈의 앞으로 뛰어온 인물은 황색 마탑에 소속된 고위 마법사였다.

   오직 귀중한 핏줄만이 마법사로 추앙받는 경향이 있는 황색 마탑이다.

     

   그 또한 아마 어느 귀족 집 인물이겠지.

     

   “용왕님을 모시게 된 소이몬 피락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데브람 도시에서 상당히 이름 날린 귀족의 자제였다.

     

   “크라슈 발하임이라고 합니다.”

   “하하, 최연소 천하십강을 모시게 된다니 이런 영광이 다 없습니다!”

     

   나이만 보면 저쪽이 더 연상인 것 같은데 너무 추켜세운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어차피 적응해 나가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사전에 연락 드린 대로 제가 이번에 데브람을 찾게 된 이유는 사람을 찾기 때문입니다.”

   “예, 용왕님의 말씀대로 저희 쪽에서도 수소문했습니다.”

     

   다행히 황색 마탑은 크라슈에게 무척이나 협조적이었다.

   이름이라는 건 이럴 때만큼은 참으로 유용하다.

     

   “듣기로 얼마 전에 조디악 클로리아로 추정되는 소년이 서쪽 구역 바깥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서쪽 구역이라면 혹시 이름 모를 신의 묘지가 있는 방향 아닙니까?”

   “아, 아시고 계셨군요! 맞습니다.”

     

   크라슈는 미묘하게 눈빛을 띄웠다.

   왜냐하면 크라슈가 데브람에서 임무를 했던 장소가 바로 이름 모를 신의 묘지였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신의 묘지는 다름 아닌 밤의 신의 묘지다.

   크라슈는 그곳에서 밤의 신에게 녹스를 받았었다.

     

   ‘그림자를 쫓는 토끼.’

     

   크라슈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월묘는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 당시, 밤의 신의 묘지에서 농성했던 적이 있다.

   밤의 신의 묘지는 오직 밤에만 나타나니 말이다.

     

   ‘그러다 그 농성을 막기 위해 마황이 밤의 신의 묘지를 통째로 날렸고.’

     

   노한 밤의 신이 밤을 앗아가 한동안 백야만이 이어졌다.

     

   이는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이야기였다.

     

   크라슈가 다시금 턱을 눌렀다.

     

   밤의 신, 조디악, 스킬 움브라, 월묘.

     

   ‘어쩌면.’

     

   회귀 전에도 이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 이미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크라슈는 패주, 글라이드 락테아가 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움브라에는 세계 침식의 힘을 담을 수 있다.’

     

   과연, 조디악이 이 사실을 모를까?

     

   ‘그림자가 토끼와 함께 있다.’

     

   어쩌면 그는 쫓기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크라슈의 머릿속에 조디악과 월묘는 처음부터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디악은.’

     

   월묘의 종일 가능성도 있었다.

     

   월묘에게서 받은 세계 침식의 힘을 그림자 속에 담아둔 채 꺼내지 않는다면.

   그는 세계 침식자의 종임을 들키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지낼 수 있다.

     

   크라슈는 조디악 클로리아에 관해 많은 걸 알지는 못한다.

   단지, 회귀 전 그가 종종 보였던 묘한 행동이 몇 가지 맞아떨어졌다.

     

   ‘월묘가 죽은 후, 조디악은 얼마 안 가 창공의 세대를 제 발로 나갔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유였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크라슈는 왜 지금 시기에 조디악이 밤의 신의 묘지로 향했는지 눈치챘다.

     

   “하, 씨, 머리 복잡하게 움직이네.”

     

   크라슈가 보기에 세계 침식자는 지금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익시온을 옹호하는 파.

   다른 하나는 익시온의 행동이 못마땅한 파다.

     

   끝내 세계 침식자의 전쟁이 되기 전까지.

   검존에 속한 온건파들은 웬만하면 사람과의 전투를 피했다.

     

   세계 침식자들 중에서도 조용히 살기를 바라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조용히 살기 바라는 자 중에는 월묘도 포함되어 있었다.

     

   ‘월묘가 우연히 익시온이 조디악을 노린다는 걸 알게 됐고. 자기 종을 지키기 위해 조디악을 밤의 신의 묘지로 보냈다.’

     

   이번 행동은 그렇게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용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크라슈가 생각에 잠겨 있자 소이몬이 의아한 듯 물어왔다.

   그의 물음에 크라슈는 겨우 생각을 멈추곤 고개를 들었다.

     

   나머지는 밤의 신의 묘지로 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아닙니다. 밤의 신의 묘지로 가는 길은 제가 알고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겠습니다.”

   “가는 길은 전부 사막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금방이니까요.”

     

   소이몬은 눈을 깜빡였다.

   그도 그럴 게 밤의 신의 묘지로 가는 길은 빨라도 일주일 이상을 잡아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천하십강.

   이런 걸 논해봤자 의미 없는 강함을 지닌 이다.

     

   “예, 그렇다면 돌아오시는 대로 황색 마탑을 다시 찾아주십시오. 바로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배려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크라슈는 그 말을 남기고는 텔레포트 시설 난간에 대뜸 올라섰다.

   그걸 본 소이몬이 멈칫했을 때는 크라슈의 인영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사라진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소이몬은 그 광경을 보고, 과연 천하십강임을 되새겼다.

     

   “저 어린 나이에 부럽구만.”

     

   이거야말로 재능의 격차라고 생각하며 소이몬이 돌아선 사이.

   크라슈는 데브람 도시의 지붕 위로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그의 몸에 서린 엑셀 덕분에 크라슈는 가속하며 쭉쭉 나아갔다.

     

   그러고는 끝내 순식간에 서쪽 구역 성벽을 넘어 사막에 착지했다.

     

   “우왁!?”

     

   서쪽 구역으로 진입하던 상인들이 크라슈의 착지에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지 모를 소년을 보고 그들이 당황했을 때.

     

   쾅!

     

   크라슈는 바닥을 박참과 동시에 또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어난 모래바람과 함께 크라슈가 사막 위를 질주했다.

     

   예전에는 소이몬의 말마따나 일주일은 주파해야 했던 거리지만.

   지금의 크라슈에게 이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크라슈는 새삼 라헬른 아카데미를 처음 입학했던 당시와 지금의 차이를 느꼈다.

     

   머리 위에 쏟아지는 땡볕도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에 비하면 조금도 뜨겁지 않았다.

     

   크라슈가 그렇게 사막 위를 한참 질주했다.

     

   어느새 하늘 위에 뜬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을 무렵.

   크라슈는 유적의 흔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밤의 신의 묘지는 밤이 되었을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이곳은 월묘가 농성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오는 길 조디악의 기척은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조디악은 이미 묘지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리일 터.

     

   크라슈가 얼마간 유적의 앞에서 기다렸을까.

     

   쿠구구궁!

     

   모래들을 무너뜨리며 유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쩌억 벌려진 입구가 드러나자 크라슈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냉큼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자 곧 예전에 보았던 묘지의 복도가 보였다.

   크라슈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변이 조용하다.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묘지답게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크라슈의 제 육감은 무언가를 선명히 반응하고 있었다.

     

   월묘는 밤의 신의 힘을 탐했다.

   월묘의 능력은 달이 떠오른 밤일수록 그 힘이 더더욱 강해진다.

     

   그렇기에 밤의 신의 힘은 월묘에게 가장 탐이 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런 지금, 밤의 신의 스킬을 지닌 이가 누군가.

     

   바로 크라슈다.

     

   크라슈가 손을 들어 벽을 짚었다.

   그러고는 서서히 자기 몸에 깃들어 있던 녹스를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일어난 녹스의 밤이 크라슈의 손끝으로 번져왔다.

   곧이어 녹스의 기운이 벽을 타고 스며들기 시작했다.

     

   우웅-

     

   크라슈가 녹스를 발동시키자 묘지 전체가 떨렸다.

     

   이곳은 밤의 신의 묘지다.

   밤의 신의 힘에 반응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밤의 신의 힘에 반응한 건 묘지만이 아니다.

     

   쿠구구구구궁!

     

   저 멀리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크라슈는 손에서 흘러냈던 녹스를 거둬내며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미끼를 물었다.

     

   콰아아아아앙!

     

   곧이어 묘지의 외벽이 부서짐과 함께 무언가가 착지했다.

     

   거기에는 검은색 토끼 귀가 머리 위로 솟은 새까만 머리칼의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앙증맞은 토끼 귀와 별개로 그 아래 자리한 몸은 범상치 않았다.

   근육과 흉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외벽을 뚫고 나타난 여성이 붉은 눈을 빛내며 천천히 이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곧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밤의 신의 힘을 빼내 간 도굴꾼이 여기 있었나.”

     

   그녀가 바로 세계 침식자, 월묘.

   달토끼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