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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7

       “이제 좀 조용해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혈교 놈들이 준동하는 것이냐.”

       

       신림을 이끄는 중. 마료는 부하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마료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일에 매진해야만 했다. 그가 바라서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신림에 방문하는 외부인의 무리도 너무도 많은 까닭이었다.

       

       신림이라는 문파는 어디까지나 소림에서 빠져나온 이들이 차린 약소문파. 수도 없이 많은 외부인을 받아들이고 관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게 줄만한 무언가를 준비할 수도 없고 말이다.

       

       그렇기에 마료가 택한 것은 시험이었다. 이 곳에 지원하는 이들 중에서 심과 신이 준비된 자를 골라 택하려 한 것이다.

       

       허나 지원자의 수는 줄기보다 늘기를 좋아했으니. 마료가 주관하는 시험이 끝날 날은 한없이 멀어지기만 하는 듯 했다.

       

       허나 그것도 오늘까지였다. 갑작스레 외부인들이 사라짐에 따라 여유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반적인 문파들은 커다란 역할을 해주던 외부인이 모습을 감춰버림에 따라 혼란에 빠졌지만 신림은 달랐다. 이 곳은 이 평화와 평온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허나 그 작은 바람마저 사치라는 듯 그 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혈교의 인원들이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짧은 평온은 끝을 맞이했다.

       

       “숲에서 이 쪽으로 오고 있다고?”

       “예. 강시들을 대동한 것으로 보아 마을을 습격할 생각인 듯 합니다.”

       “문파원들은?”

       “모두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죽을 각오는?”

       “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움직이자꾸나.”

       

       이 곳의 주민들은 한낱 한량에 불과했던 우리들을 먹여 살려준 은인들이다.

       

       이제 드디어 그 은혜를 갚을 날이 찾아왔으니. 목숨을 거는 것에 한 치 망설임이 없으리라.

       

       *

       

       다수와 다수와의 다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전투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그 가짓수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숫자. 장비. 전략. 대충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전투의 성패를 가르니 말이다.

       

       허나 전투가 시작된 후라면 중요한 것은 하나 뿐이다.

       

       기세.

       

       전장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유리한 요소를 많이 지녔다 하더라도 이 기세를 지니지 못한다면 패한다.

       

       지도 위에서 전략과 전술을 짜는 이들이 골머리를 앓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길 수밖에 없도록 판을 짜두었는데 패배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바꾸어 말하자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맹장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선두에 서서 전장을 휘젓는 한 사람의 존재는 상대의 기세를 빼앗아 아군에게 더해주는 존재이니 말이다.

       

       내게 달려든 녀석의 손 한 짝을 날리고 미간을 걷어차 기절시킨 후에 주변을 살핀다.

       

       “쫓아라! 쫓아!”

       “우리의 영지를 더럽힌 놈들을 추격해라!”

       “조져! 죽여!”

       

       전황은 명백했다.

       

       상대가 수가 더 많고 장비가 더 좋았고 훈련된 정도도 더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군은 오합지졸이요 아군은 하나 같이 맹렬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선두에서 적장을 바닥에 눕히고 내게 달려드는 병사들을 하나하나 병신으로 만들어주고 공포를 심어주는 것으로.

       

       전장의 승패가 명확해졌으니 더 이상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으리라.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검을 내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군.”

       

       허술하다 못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서 기행을 펼치는 건 상당한 고행이었다.

       

       만일 이 몸을 가지고서 무와 무를 겨루었다면 내 광인과 같은 웃음을 지었을 터이나 이번 일은 무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본인에게는 그저 귀찮은 작업일 따름이었다.

       

       “대체 그 놈의 기사는 언제 등장하는 것이냐.”

       

       그 빌어먹을 놈을 잡아 죽이기 위해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왜 아무리 전투를 거듭해도 기사가 나오질 않는 게야.

       

       – 이겜1000시간함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처음 보는 루트라 우리도 몰라요.]

       

       – 몰?루

       – 원래 같았으면 진즉에 만났어야 했는데.

       – 그러게 원래 루트를 탔어야지.

       – 우리는 재밌어서 좋음 ㅋㅋ

       – 화령이 똥꼬쇼 하는 거 첨 보는 듯.

       – 근데 여러분 이 게임 미연시 아니었나요?

       – 이젠 아닌 듯.

       

       젠장.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일찍 눈치를 챘더라면 되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이제는 벌인 일이 너무도 많다.

       

       내가 여태까지 한 것이 많기도 하고, 방송을 보는 아해들 또한 내가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기를 바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게임 속 캐릭터의 가문을 이끌고 앞으로 나서야 할 터. 이 여정의 중간에 그 기사라는 녀석이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나의 옆으로 콧수염이 다가왔다.

       

       “아가씨! 덕분입니다! 완벽한 승전을 거두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저택을 습격한 왕국군을 상대로 도망치지 않고 앞으로 나섬으로써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히든 루트 [반란]이 시작됩니다!]

       

       – ㅁㅊ

       – 아니 이 쪽에 진짜 뭐가 있었네?

       – 이게 진입 방법이었구나.

       – 아닠ㅋㅋㅋ 게임사 빌어먹을 새끼들아.

       

       히든 루트를 만들었으면 갈 수 있게 하라고! 갈 수 있게!

       

       “무어냐. 내가 처음 가는 루트라면서 어찌 그대들은 아는 듯한 기색을 내비치는가.”

       

       – 언팩했거든요.

       – 루트가 있다는 건 알아냈는데 진입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음.

       – 난이도가 이러니까 못 찾지.

       – ㄹㅇ. 화령도 버거워 하는데 일반인들이 어떻게 뚫음?!

       

       과연. 각본의 이름이 있다는 건 알려졌지만 이 각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단 것인가.

       

       그는 이해했다만서도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구나.

       

       “버거워하진 않았다. 다만 지루하고 귀찮다 생각했을 뿐.”

       

       버거워했다는 표현은 이상하다. 그래서야 본인이 저들을 상대로 간신히 승리했다는 것처럼 비추어지지 않나.

       

       본인은 단 한 번도 힘듬을 느껴본 일이 없다. 다만 귀찮다는 생각을 했을 뿐.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치. 노피격으로 무쌍하시는 분한테 힘들다는 표현은 좀 글치.]

       

       “그래. 그대의 말이 옳다.”

       

       – 간신이다! 간신!

       – 근데 크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

       – 아. 아무튼 힘들어 했다고. 인정하라고.

       

       모처럼 본인의 능력을 믿는 이가 나와 그를 칭송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이가 보였다.

       

       처음에는 적인가 싶었다만 내 옆에 있는 콧수염이 반가움 어린 목소리를 내기에 살의를 거두었다.

       

       “프란! 프란입니다! 가주님과 함께 출정한 기사이지요! 가주님이 돌아오시는 겁니다!”

       

       콧수염은 저 기사가 희망의 상징이자 이 소란의 끝을 알리는 존재라 여겼다.

       

       허나 내 생각은 달랐다. 좋지 않은 표정. 여러 잔 상처. 무기 하나 들리지 않은 손. 무엇보다 저 기사가 혼자라는 사실이 내게 비극을 예고했다.

       

       “아…가씨?!”

       

       거친 숨과 함께 내 앞에 도달한 기사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는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다만 그는 자신의 사정을 말하기보다 먼저 이 곳의 이야기를 물었다.

       

       어찌 된 일이냐고. 이 곳에 왕국군이 오지 않았냐고. 거기에 콧수염이 날 주축으로 왕국군을 몰아냈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기사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과연! 사자의 딸도 마찬가지로 사자라는 것이군요! 오오! 감사합니다! 아가씨! 정말로 감사합니다!”

       

       짧은 촌극이 끝나고 기사가 진정한 후 콧수염이 기사에게 전황을 물었다.

       

       전장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냐고. 가주의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할 기사가 이 곳에 온 까닭이 무엇이냐고.

       

       기사는 거기에 쉬이 대답하지 못했으나 내 얼굴을 보고서 다시금 목소리를 냈다.

       

       “…패전입니다.”

       “프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왕국은 저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간단한 이야기다.

       

       이 도시에서 학살을 벌인 이들은 군을 우회하여 기습을 한 자들이 아니었다.

       

       이 영지에 도사렸던 가문이 박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이들인 것이다.

       

       “현재 가주께서는 남은 군을 규합하여 재정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 결과는 희망적이지 못합니다.”

       

       이 기사가 이 곳에 홀로 온 까닭도 그러했다.

       

       이 자는 원군이 아니었다. 원군을 찾아 헤매는 패잔병 중 하나일 뿐.

       

       본래라면 프란이라는 이름의 기사는 이 영지를 약탈하던 자들에 의하여 죽을 운명이었다.

       

       허나 나라는 변수가 끼어듬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졌다. 속으로 바라면서도 비현실적이라 생각했을 원군이 이 영지에 생겨난 것이다.

       

       “아가씨. 가문을 지키는 기사가 이런 말을 한다는 사실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허나 이제 가문의 희망은 당신뿐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선택지]

       [1. 저들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다. 프란의 말을 따라 군을 도우러 간다.]

       [2. 패잔병에게 희망은 없다. 프란의 말을 무시한다.]

       

       하아. 정말. 이 빌어먹을 세상은 자꾸만 내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구나.

       

       이 자가 하는 말은 과거 본인이 정파에 대한 복수를 하던 무렵에 찾아온 신교의 사람들이 하던 말과 완벽히 일치하고 있잖은가.

       

       ‘소천마시여. 아니 하늘에 올라서 만마를 둘러보는 유일한 천마시여! 이제 신교의 유일한 희망은 당신입니다. 저 쳐죽여야 할 정파의 대지를 제패하고 신교의 이름을 굳건히 세우소서!’

       

       그런 이야기를 내게 전하는 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천마신교는 문파임과 동시에 미치광이들의 종교였으니.

       

       본관이 멸망했다하더라도 그 잔당은 수많은 곳에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지.

       

       허나 본인은 그 모든 이야기를 쫓아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무림에 떨어져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빌게 될법한 일을 당하던 본인이다.

       

       저들이 울고빌고 빈다 하더라도 신교에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천마신교를 다시금 세우게 된 까닭은 한 사람이. 한 남자가. 후일의 교주가. 내가 실리를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선 신교가 일어서야만 합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빌어먹을 녀석의 세치혀는 장난이 아니었다. 작금에 이르러서도 녀석을 말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을 지경이니 원.

       

       그야말로 광신자들을 이끄는 교주가 되기 위해 태어난 자였다. 화룡무인의 세상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게 천직인 모양이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님? 왤케 오래 고민함?]

       

       후원음성을 듣고서 과거의 일에서 빠져나왔다. 과거의 일을 떠올리다가 거기에 빠져버리고 말았군.

       

       이게 다 이 빌어먹을 게임 때문이다.

       

       이 곳의 내용 하나하나가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니 어찌할 수가 없는 노릇이야.

       

       “그래. 선택을 해야지.”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 두 선택지를 살폈다.

       

       저 중에 본인이 선택해야 할 것은. 그리고 방송을 보는 아해들이 선택하기를 바랄 것은 정해져 있었다.

       

       “더 어려운 적을 상대하러 가자꾸나.”

       

       본인의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박살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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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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