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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7

   월묘, 달토끼.

     

   분명 이름만 떠올린다면 귀여운 토끼를 떠올리겠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토끼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여성이 지닐 수 있는 한 최대치에 도달한 지방 따위는 없는 우람한 팔근육.

   태평양 같은 어깨와 역삼각형 몸매.

   거기에 타이트하게 조여진 허리 아래 드러난 허벅지는 남자가 봐도 감탄할 만큼 선명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한 근육과 얼굴까지 이어지는 흉터는 그녀의 야성미를 더더욱 돋보이게 했다.

     

   크라슈는 그녀에게 남은 흉터가 누구 탓인지 알고 있다.

     

   ‘검존.’

     

   세계 침식자 중 유일하게 월묘가 믿고 따르는 이.

   그건 바로 그와의 승부에서 생긴 상처였다.

     

   단, 그녀에게도 토끼라는 특징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머리 위에 솟아난 검은 귀와 꼬리다.

     

   그녀가 바로 월묘, 지니묘아다.

     

   ‘나도 월묘는 많이 마주치지 못했어.’

     

   결국 검존이 검을 들며 세계와 세계 침식자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 무렵.

   지니묘아 또한 검존과 같은 편을 이루고 있었기에 세계와 전쟁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검존은 샬롯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도 세계의 승리로 넘어가는 듯했으나.

   이를 용납 못 한 지니묘아는 밤의 신의 재단에서 집요하게 공성을 반복했었다.

     

   그리고 그 뒤, 마황이 직접 나서며 밤의 신의 재단과 함께 농성으로 지칠 대로 지친 지니묘아를 통째로 날려 버렸으니.

     

   지니묘아와는 동선이 그리 많이 겹치지 않았던 크라슈는 멀찍이서 말고는 그녀를 본 적 없었다.

     

   그런 지금, 그녀를 마주하고 나니 깨닫게 된다.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전투의 기운이 크라슈의 피부를 따끔거리게 했다.

     

   ‘천하십강.’

     

   지니묘아는 최소한 그들과 동급이다.

     

   괜히 그녀가 세계 침식자 내에서도 강자로 꼽히는 게 아니겠지.

   더불어 익시온이 그녀를 익시온에 들이는 것을 끝까지 실패한 것 또한 말이다.

     

   “보아하니 나를 의도적으로 불러낸 모양인데.”

     

   그러는 순간 지니묘아가 손에 묻은 벽가루를 털며 입술을 쭈욱 찢었다.

     

   “도굴꾼치고는 용감하군?”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잠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크라슈는 자기 눈에 조용히 날을 세웠다.

     

   “진짜 도굴꾼이 누군데? 밤의 신의 힘을 탐하려 한 건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지니묘아는 과거 자기 종, 주요 이르마를 통해 밤의 신의 힘을 빼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크라슈에 의해 제지되었다.

     

   그 뒤, 밤의 신의 묘지를 방치하던 그녀는 며칠 전 자기 종, 조디악 클로리아와 함께 묘지를 방문했고.

   그제야 밤의 신의 힘을 누군가가 훔쳐 갔음을 깨달았다.

     

   지니묘아가 자기 턱을 천천히 쓸었다.

     

   “그 머리카락 색.”

     

   그런 그녀가 반응한 건 크라슈의 말이 아닌 크라슈의 머리카락 색이었다.

     

   “발하임인가?”

     

   검푸른 머리카락 색.

   이 머리카락 색은 발하임을 상징하는 세계의 유일한 색이다.

     

   당연히 그녀 또한 그 머리카락 색에 관해 알고 있었다.

     

   “무황은 아닌 거 같고.”

     

   무황, 발록 발하임은 마주친 시점에서 그녀가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크라슈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검왕이라고 보기에는 어리군.”

     

   하물며 검왕에 비하기에는 크라슈는 너무 어렸다.

   검왕은 30대 남성이니 말이다.

     

   고작해야 이제 10대 후반으로 들어선 크라슈를 검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그놈인가. 검룡?”

   [ ‘용왕’이다. ]

     

   그러자 크라슈 대신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머릿속에 대답했다.

   용왕을 구태여 강조한 걸 보면 그녀는 십중팔구 크라슈를 놀리기 위함이다.

     

   어쩌면 일촉즉발인 상황에 자신을 놀릴 생각을 한다니.

   크림슨가든답다면 크림슨가든다웠다.

     

   혹은 이제는 크라슈를 그만큼 믿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 순간 지니묘아가 자신의 옆에 있는 벽을 콱하니 잡았다.

     

   콰강!

     

   그러자 대체 어떻게 되먹은 압력인지 돌로 된 벽이 그대로 그녀의 손에 무너져 내렸다.

     

   “나는 네가 훔쳐 간 밤의 신의 힘을 돌려받아야겠다.”

     

   크라슈는 그런 지니묘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니묘아는 전투를 숭상하는 종족, 묘토족이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

   자기가 이기면 전부 맞는 말이고, 지면 전부 승복한다.

     

   “말이 왜 이렇게 많아.”

     

   지니묘아를 상대할 때는 설득할 필요가 없다.

     

   “그냥 덤벼.”

     

   싸워서 승리한다.

   그거면 되는 일이다.

     

   크라슈의 말이 이어진 순간 지니묘아의 두 눈이 휘어졌다.

   그녀의 몸에서 전투를 향한 절절한 의지가 쏟아져 나와 주변을 휘감았다.

     

   “발하임은 생각보다 더 괜찮은 가문이군!”

     

   무위에 관해서는 최강이라 일컫는 발하임.

     

   그곳의 직계가 보자마자 자기보다도 먼저 승부를 청했으니.

   지니묘아는 발하임을 높게 평가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파앙, 파앙, 파앙!

     

   크라슈의 귀에 뒤늦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소리로 판단했을 때는 늦은 거다.

   본인은 이미 그 장소에 없을 테니까.

     

   뽑아 나온 크라슈의 우뢰성이 백염과 함께 치솟았다.

     

   콰아아아아앙!

     

   이윽고, 크라슈는 검에서 온 충격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갔다.

   몸을 휘어 감는 바람을 휘날리며 크라슈가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파앙!

     

   또 한 번 아까 전 소리가 한 박자 늦게 크라슈의 귀를 울렸다.

     

   머리 위, 날아가는 크라슈보다 먼저 도달한 지니묘아가 자기 다리를 가슴까지 당기고 있었다.

   그 다리는 아까보다도 각력이 집중되며 근육이 비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입안 가득 입꼬리를 끌어 올리더니 이내 망설임 없이 다리를 뻗었다.

     

   콰직!

     

   우뢰성에 두른 검날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콰아아아아앙!

     

   뒤늦은 충격과 함께 크라슈가 묘지의 바닥을 몇 개는 부서트리며 아래로 추락했다.

     

   빠르다.

   제 육감을 발동시키고 있음에도 지니묘아는 쫓기 아슬할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그녀의 움직임 또한 독특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듯 벽과 바닥을 마구잡이로 박차며 도약해왔다.

     

   어떻게 되먹은 탄성인 것인지 그녀는 고무공마냥 미친 듯이 벽과 바닥을 질주한 것이다.

     

   하나, 본래 저 정도 힘과 속도로 박차며 움직인다면 벽과 바닥이 부서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녀의 독특한 도약법은 벽과 바닥의 충격을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벽과 바닥은 멀쩡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신, 박차면 박찰수록 그녀의 다리에 담기는 힘을 한층 더 끌어 올릴 뿐이다.

   검은색의 털이 달린 그녀의 다리는 다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출력을 올린다.

     

   묘토족의 비기, 달 방아 찧기.

   토월(兎月)이다.

     

   이는 검광과 무척이나 비슷한 구조다.

     

   ‘그야, 그렇겠지.’

   

   검황이 만들어낸 비기, 검광은 바로 지니묘아의 도약술 토월을 맞댄 뒤, 검술로서 창안한 거니까.

     

   그렇기에 검황이 만들어낸 비기는 안타깝게도 정작 후세에게는 이어지지 못했다.

   세계 침식자를 보고 감명받은 검술을 남기면 후대에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검황의 검광은 그녀의 묘지 안에 함께 고이 묻혀 있었다.

     

   이것을 알고, 파낸 것이 시그린이고.

   그리고 지금 그런 시그린에게서 검광을 훔친 게 크라슈다.

     

   크라슈의 눈에 다시금 지니묘아가 비쳤다.

     

   그녀는 크라슈로 박살 내놓은 바닥의 파편을 짓밟으며 공중에서 마구잡이로 도약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가 도약하는 바닥 파편은 토월의 묘리로 인해 하나도 부서지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했다.

     

   이는 그녀가 도약할 수 있는 파편이 끝도 없이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이래서는 흐름이 안 좋다.

   크라슈는 부서졌던 우뢰성의 날을 새롭게 형성함과 동시에 허공에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고는 우뢰성에 즉시 출력을 불어넣음과 함께 위를 향해 내질렀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일식(一式)

   멸화발검(滅火抜剣)

     

   뻗어나간 백염의 불길이 지니묘아가 짓밟던 바닥 파편들을 녹여버렸다.

     

   크라슈가 한순간에 모든 바닥 파편을 지워 버린 순간.

   크라슈는 지니묘아를 놓쳤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크라슈는 자기 몸 전체에 백룡의 기세를 즉시 끌어 올렸다.

     

   콰아아앙!

     

   그러자 순식간에 가해진 충격과 함께 크라슈가 바닥 아래까지 추락했다.

   크라슈가 도달한 곳은 모랫바닥이었다.

     

   위에 있는 천장이란 천장은 다 부수고 내려온 결과.

   유적이 맞닿아 있는 모랫바닥까지 도달한 것이다.

     

   지니묘아가 입힌 거센 충격이 몸 전체를 저릿저릿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발차기 한 번에 몸을 이루는 뼈 전체가 아픈 느낌이다.

     

   ‘누가 천하십강 수준 아니랄까 봐, 더럽게 강하네.’

     

   하지만 이럴 틈은 없었다.

   크라슈는 즉시 바닥을 구름과 함께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콰아아앙!

     

   그러자 방금까지 크라슈가 있던 장소가 움푹 파여 들어가며 모래가 치솟아 올랐다.

     

   치솟은 모래 사이로 지니묘아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크라슈가 바로 검을 끌어 올리자 어느새 크라슈의 코앞에 지니묘아의 발이 도달해 있었다.

     

   착지와 동시에 타고난 탄성으로 도약하여 내지른 다리였다.

     

   카앙!

     

   하지만 크라슈의 검도 그에 못지않게 빨랐다.

     

   ‘엑셀.’

     

   가속한 크라슈의 검이 그녀의 다리를 막아섰다.

     

   동시에 크라슈의 입에서 새하얀 열기의 증기가 솟아났다.

   크라슈의 눈이 어느새 도마뱀을 연상케 변하고, 머리 위에 뿔이 돋아났다.

     

   크라슈의 비기 멸천화룡(滅天火龍)이 발동된 것이다.

     

   “호오?”

     

   다리를 내지른 자세 그대로 지니묘아가 짧게 감탄했다.

   그러고는 그녀는 내지른 다리를 회수함과 동시에 허공을 향해 공중 제비를 돌았다.

     

   쿵!

     

   그리고 이번에 그녀가 박찬 것은 다름 아닌 허공이었다.

   대기를 박찬 그녀는 회전하는 자세 그대로 크라슈를 향해 다리를 내려찍었다.

     

   원을 그린 다리가 내려찍어지자마자 크라슈의 검이 바로 그걸 받아 냈다.

     

   하지만 그녀의 발은 찧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쿵쿵쿵쿵쿵쿵쿵쿵!

     

   마치, 방아 찧기를 연상케 하듯 그녀의 다리가 미친 듯이 크라슈의 검을 두드렸다.

     

   크라슈를 아주 모랫바닥 안쪽까지 박아 넣어 버릴 작정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크라슈의 검에도 푸르스름한 기운이 서려 나갔다.

     

   그 기운은 한순간에 크라슈의 검에서 백염으로 변질하더니 이내 폭발적인 화력을 쏟아냈다.

     

   화르르르륵!

     

   크라슈가 지니묘아를 뿌리쳐냄과 동시에 백염을 흩뿌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회전한 지니묘아가 바닥에 착지했다.

     

   그녀는 크라슈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백염을 보고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어딘지 모르게 내 토월과 비슷한데.”

     

   눈 한번 좋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크라슈의 검에는 충분한 검광의 힘이 서렸기 때문이다.

     

   크라슈가 다리를 뒤로 뺌과 동시에 그의 눈에 붉은색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밤의 신의 힘을 달라했지.”

     

   크라슈의 몸속 깊은 곳, 녹스의 밤하늘 위 천살성의 일곱 별이 일제히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힘은 고스란히 백염의 재료가 되어 백염의 불길을 한계치까지 타오르게 했다.

     

   크라슈는 그것을 그녀를 향해 전력으로 내려그었다.

     

   “어디 받아 가봐.”

     

   크라슈의 검에서 백룡의 불길이 울부짖었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칠식(七植)

   멸천백룡(滅天白龍)

     

   밤의 신의 묘 아래가 백염의 불길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밤의 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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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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