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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8

    그렇게 시간이 지나, 루크의 가족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루크는 여행길에서 귀환한 예르나를 맞이했다.

     

    “다들 잘 다녀왔어요? 여행은 재미있었나요?”

    “응, 정말 재미있었어. 너도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예르나는 진한 아쉬움이 남은 목소리로 루크를 품에 안았다.

    그런 예르나에게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전염이라도 되었는지, 루크도 그에 화답하듯 예르나의 등을 감싸며 웃었다.

     

    이처럼 누군가를 안는다는 건, 꽤 만족스러운 감각이 드는 행위였다.

    케이트가 자신에게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가 어느정도는 이해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동안 집 잘 보고 있었어? 아카데미에서도 별 일은 없었고?”

    “물론이죠.”

    “그럼 다행이야.”

    “먼 길이었을 텐데, 피곤하시죠. 얼른 들어오세요. 식사와 목욕물을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루크는 모두에게 얼른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물론 요리나 목욕물은 루크가 저택에 인챈트한 기본기능에 의해서 그리 쉽게 식거나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오래 되지 않은 편의 만족도가 더 높지 않겠는가.

     

    그러자 가장 먼저 뛰어들어가는 것은 파이리스와 디아나였다.

     

    “와! 배고팠는데!”

    “냄새 좋다!”

     

    집 안쪽에서부터 퍼져오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향기에 뒷창을 밟아가며 급하게 신발을 벗어던지는 아이들의 뒤를 향해 ‘꼭 손은 씻고 먹어라’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루크의 모습을 보며, 다이튼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언제 오냐고 물어보더니, 이거 준비하려고 그랬던 거야?”

    “물론이지.”

    “그거 참 기특하네.”

     

    다이튼은 그런 루크를 기특하다는 듯 쓰다듬었다.

    예전이었다면 ‘머리 헝클어진다’며 화를 냈을 루크지만, 이번에는 예르나에게 배운대로 머릿결을 따라서 엉키지 않도록 살살 쓰다듬으니 괜찮은 듯 보인다.

    오히려 조금은 손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루크는 그냥 자신이 머리를 쓰다듬는 게 싫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그런건 아니고 자신이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것이 정말로 싫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이제 자신도 아비로서 루크에게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

    다이튼은 아기때부터 길러온 기억이 없는데다 루크를 알게 된 것도 고작 1년 남짓이라 아직 루크가 자신의 딸이라는 실감은 잘 안 나지만, 루크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루크 쪽에서 마음을 먼저 열어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무언가 작은 보람도 느껴지는 듯 했다.

     

    “너무 기특해서 나 완전 눈물 나올 것 같아.”

    “그럴 필요 없네. 그저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했을 뿐이야.”

     

    다이튼의 부드러운 쓰다듬을 받으며, 루크는 담담하게 답했다.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이 받고 싶은 대접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잘해주고, 꼴 보기 싫은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자신이 받고 싶은 대접을 먼저 베풀게 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호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

    마땅히 내키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행한대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상대에게 먼저 호의를 베풀면, 자신 또한 그에 상응하는 호의로 보답받을 것이다.

     

    뭐어, 이게 딱히 내키지 않는 행동이라는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베풀기만 하는 것도 문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호의인 줄 모르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적당하게 티를 내고 언급을 하는 것도 중요한 법.

    루크는 예전과는 달리 굉장히 부드러워진 다이튼의 손길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제야 그대의 손길이 좀 맘에 들게 되었구나.”

    “하하하, 그래?”

     

    하하, 이렇게 보니까 루크도 나름대로 아이다운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았다.

    루크가 귀여운 외모라는 건 다이튼도 백번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예전같은 애늙은이 같은 행동거지가 귀엽다고 하기는 좀 힘든 감이 있었으니까.

    —-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루크가 설거지를 하러 간 사이.

    다이튼과 예르나가 식탁에 남아 간단히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축제에 놀러갈 수 없을 것 같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예르나의 말을 듣고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는 다이튼.

    축제는 돌아오는 길에도 예르나가 그토록 기대하던 날이 아니었던가?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런 날에 일정이 있다는 것인가.

     

    “으응, 그게. 갑자기 아는 친구한테서 연락이 와서 말야.”

     

    친구의 연락이라니,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렇게 기대하던 루크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말이었다.

     

    “너, 루크의 카페 엄청 기대하고 있지 않았어?”

    “그렇긴 하지만. 중요한 일이야.”

     

    대체 얼마나 중요한 친구이길래 그런단 말인가?

     

    “미루는 건 안돼?”

    “응, 안 될 것 같아.”

     

    예르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보면 딱히 만나는 것이 신나고 기대되는 친구는 아닌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대체 어떤 친구이길래 그래?”

    “그, 옛날 친구야. 엄청 가까웠던.”

    “뭐, 괴롭히던 녀석이기라도 해?”

     

    다이튼의 날카로운 질문에 예르나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괴롭히던 친구라고 해야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어어……. 그런 거 아니야.”

    “방금 조금 망설인 거 아냐?”

    “그럴리가. 내가 누구한테 괴롭힘을 당하겠어?”

    “흐음. 그건 그렇지만……. 혹시 남자야?”

    “남자긴 한데……. 잠깐,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아니, 그런 거 절대 아니야! 말하자면 좀 비즈니스적인 친구라고 해야하나? 그래, 그냥 업무적인 친구야!”

    “……그래?”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는 예르나의 귀여운 반응에 다이튼은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날고 기는 숲지기부대 중에서도 최고의 업무난이도를 자랑하는 루크 숲에서 현직 대장을 맡고 있는 예르나를 괴롭힐 수 있는 존재는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급한 일이, 그것도 업무적인 일이 있다는 건데…….

     

    업무라면 혹시 숲지기와 관련된 건가?

    그런 거라면 말 못하는 것도 이해는 좀 된다.

    숲지기도 엄연히 공식적인 무력단체인만큼, 작전상 극비사항 같은 건 있으니까.

     

    ‘옛날 친구’라는 것도 그냥 그런 자세한 이야기를 풀 수 없어서 적당히 둘러대는 것 일 수도 있다.

     

    “…….”

     

    그래도 이제는 가족인데, 가족 사이에 뭔가 비밀이 생긴 것 같아서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응, 그러니까 너라도 사진 좀 많이 부탁해.”

     

    예르나는 힘없이 웃으며 부탁했다.

    이제는 왜 다른 숲지기들이 루크의 사진에 그토록 집착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애들은 금방금방 자라서, 옛날의 그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지금도 종종 옛날에 루크의 사진을 더 많이 찍어 둘 걸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루크가 귀엽지 않다는 건 전혀 아니지마는, 지금은 옛날 같이 쪼그만 아이같은 귀여움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아이의 성장은 기뻐할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왠지 루크는 너무 급하게 성장하는 것 같달까.

    루크는 다른 아이들처럼 조금은 느긋하게 자라도 될 텐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뚜르르르…….

     

    예르나의 표정을 읽은 다이튼이 묻는다.

     

    “그 친구야?”

    “응. 나 잠시만. 통화 좀 하고 올게.”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살짝 찝찝하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밝히기 껄끄러워 하는 걸 말해달라고 고집부리는 것도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그래.”

     

    예르나가 자리를 일어나자,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온 루크가 차를 내며 물었다.

     

    “예르나가 축제에 못 온다고?”

     

    다이튼은 루크가 놓아둔 차를 들어 입가를 적시며 답했다.

     

    “들었구나? 응. 그렇다네.”

    “아쉽구나, 예르나에게는 특히나 훌륭한 티타임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루크는 찾아올 예르나를 위해서 따로 빼 두었던 찻잎을 떠올리며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게, 정말 아쉽네.”

     

    예르나하고 같이 축제 데이트라도 할 생각에 한창 들떠 있었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올 해 티그축제엔 적당히 애들이나 데리고 놀아주는 수 밖에.

    그 때, 루크가 막 떠오른 듯이 말했다.

    “아 참, 헌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운영하는 카페는 사진 찍기 유료라네. 마음대로 찍으면 안돼.”

    “엑. 사진 찍기가 유료라고? 뭐 그런 카페가 다 있어?”

    “나야 모르지. 뭐, 일단 방침이 그러하다네.”

    “무슨 카페 방침이 그래? 이상한데?”

    “내가 정한 건 아니고, 부장인 케일라가 정한 것일세.”

    “부장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무슨 사진 찍히는 게 싫은 녀석들만 잔뜩 모인건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

     

    그 시각, 전화를 받으러 간 예르나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정말 내일밖에 안 되는 건가요?”

    “그래, 공교롭게도 그 날 외엔 시간이 나지 않아.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상황이야. 준비는 되었나?”

     

    예르나는 과거 자신이 건네 받은 자료들 속에서 발견한, 뿔 달린 고양이의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이는 그냥 둔다면 루크의 장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돌부리를 제거하는 것 역시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르나가 받은 건 당연히 NTR 협박 전화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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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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