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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8

       

        

        

        

        

        

        

        

        

       “적 석유 운송선 긴급 출항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오퍼레이터가 신속히 대응하길 바랍니다.”

        

       “오퍼레이터 하모니, 다이스…! 현재 통로와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현재 항구 크레인 확인했고 폭약 설치해서 물길 막아보겠습니다!”

        

       “확인.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외부로 나가는 길을 최대한 빠르게 틀어막으세요.”

        

        

        

        부르릉!

        

        두 명이 간신히 탈 수 있는 ATV에 탑승한 하모니와 다이스가 뒤에서부터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달아나더니, 이내 컨테이너 하역용 크레인이 줄지어 늘어서있는 물길 인근에서 급격히 속도를 줄이고는 그 사이로 빠르게 숨어든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르는 시커 마인. 녹색으로 빛나던 그것이 바닥에 닿자마자 붉은 빛으로 점멸하며 급격히 역주행을 시작했고, 뒤따라오던 GAZ 티그르의 밑으로 데구르르 굴러가더니 폭발하며 차량을 말 그대로 뒤집어 엎어버렸다.

        

        그러나 쉴 시간은 없었다. 다이스가 굴러떨어질 뻔했을 정도로 격하게 급정거한 ATV, 그리고 해당 차량을 엄폐물 삼아 마구 총을 갈겨대는 둘. 고관통 탄환이 방탄유리를 사정없이 깨부순 뒤 운전수의 머리를 케찹 범벅으로 만들어버린 순간 차량이 사정없이 뒤흔들린다.

        

        

        

       “가서 폭약 설치해요! 여긴 제가 막아볼 테니까!”

        

       “좀 오래 버텨줘야 하는데, 괜찮아요?”

        

       “안 괜찮아봐야 죽는 것뿐이죠, 뭐어. 재수없는 소리는 여기까지만 할 테니까 빨리 가요!”

        

        

        

       -얘네들 도대체 뭐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찍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요즘나오는 개븃1신같은 영화들보다 300배 정도 낫다

       -이게 낭만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익스펜더블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쯤 뒤뚱거리는 듯한 움직임. 그러나 하모니의 등에는 30kg 가량의 최신형 폭약이 잠들어있었고, 하모니는 세 대씩 늘어진 거대한 크레인 리프트를 펄스로 훑고는 어디를 어떻게 부숴야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물길을 틀어막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블록형 폭약이 곳곳에 붙여지고 쌓여지는 동안에도 날아드는 총탄.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몇 분 전으로 잠시 되돌아가야만 했다.

        

        

        

       “어…앞으로 계속해서 2인 1조로 다닌다구요?”

        

       “작전 지역이 과도하게 넓은 터라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중요한 건 그때그때 변하는 전술적 상황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해요.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이동 가능하도록 이동수단을 찾아봐야 할 거예요.”

        

        

        

        평소라면 에이, 그래도 유진 씨랑 같이 다닌 전적이 있는데-라고 자신감을 뿜뿜 드러낼수도 있었겠지만, 하모니와 다이스의 센서는 이 양반이 이렇게까지 못을 박아둘 정도라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싶다는 점을 빠르게 감지했다.

        

        그리하여 이 둘은 수송부 차량 보관소를 습격하였고, 가장 기동성이 괜찮은 ATV를 발견하고는 근방에서 뻐팅기던 적들과 교전을 벌이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이들은 유진이 그리 말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인컴을 통해 울려퍼지는 지원 요청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상념에 잠길 시간도 없었다. 저 멀리에서 거대한 뱃머리가 보인다. 눈 앞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던 과거 회상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짐과 동시에 하모니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손놀림은 빨라진다.

        

        그것과는 별개로, 귓전에는 작전 시작 전 로렌티나 및 유진과 나눴던 대화가 환청이 되어 고장난 라디오마냥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 작전은 상당히 골치아프게 돌아갈 것 같네요. 긴장의 끈을 최대한 놓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진짜 그 정도예요?

        

       -두 분은 작전 지역 맵만 봐도 견적이 잡히는 전문가잖아요.

        

       -뭐, 그도 그렇겠지만…백문이 불여일견. ‘제대로 된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한 명의 오퍼레이터가 감당해야만 하는 일의 무게를 느껴보시길.

        

        

        

        그리고 이 시점에서 두 명은 그 말뜻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제대로 된 작전, 다시 말해 턱없이 모자란 작전 투입 인원수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적군이라는 두 가지 대전제가 깔려있는 작전에서는 한 명의 오퍼레이터가 한계 이상의 일을 해내야만 작전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3단계를 통과한 사람들 전부를 불렀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들이 과연 이 정도의 과도한 압박 속에서 무사히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그 또한 그닥 미덥지 못했다.

        

        하지만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듯한 대혼란 속에서도 하모니는 제 역할을 해냈고, 뱃머리와의 간격이 어느덧 수백 미터밖에 남지 않은 순간 폭발 준비가 끝났다.

        

        

        

       “폭약 설치 완료!”

        

       “좋아요. 타이밍에 맞춰서 기폭하세요.”

        

        

        

        누가 명령했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반쯤 빈사 상태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교전 중인 다이스에게 합류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하모니가 그녀와 교대할 시간이었다. 어둠이 짙게 내린 20평방킬로미터의 구역 위에서 연신 총구 불빛이 반짝이며 적 연합군이 한 명씩 스러져갔다.

        

        그와 동시에 항구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소음.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유조선의 함교가 그대로 폭발했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컨트롤타워가 증발했을지언정 관성은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인컴을, 그리고 귓전을 가득히 메우는 기폭 신호와 함께 폭약이 크레인의 다리를 분질렀다.

        

        

        

       ───콰아앙!

        

        

        

        풍덩!

        

        수천 톤의 쇳덩어리 세 개가 물길 속으로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심연에서 막 퍼올린 듯한 불길한 끼기긱 하는 소음과 함께 유조선 바닥과 부딪혀 마구 구르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기름 유출로 번지려나 싶긴 했지만, 저게 시애틀 앞바다에서 좌초되서 주변을 원유 범벅 비스무리한 걸로 만드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하모니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기름이 번져나오고 있긴 했지만 그닥 많은 양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출구 쪽의 물길이 닫히고 있었기 때문에 – 수문이 닫히고 있다는 사이렌이 저 멀리서 보였다 –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복귀했어요. 도와줄까요?”

        

       “네, 저 다리에 힘 다 빠졌어요….”

        

        

        

        그 와중 자가치유를 끝마친 다이스가 다시 돌아왔고, 두 명을 쫓아온 적들은 제자 1호와 2호가 뿌려대는 소분대교전 수업 F학점을 받아든 채 요단강 직행열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그러나 두 명 또한 그다지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다친 곳은 없을지언정 불과 몇 분 안에 심신을 한계치까지 불태운 여파가 슬슬 몸을 휩쓸었기 때문이었다.

        

        숨막힐 듯 몰입하던 수십만 명의 시청자가 한시름 돌린 건 바로 그 즈음부터였다.

        

        

        

       “현재 가용 전력 누구 있는지?”

        

       “하모니와 다이스, 현재 움직일 수 있습니다아….”

        

       “현재 대량의 중장비가 부서진 게이트로 향하고 있어요. 좌표는 얼추 찍어놨으니, 높은 곳에 올라가서 표적지시기로 순항미사일 유도만 하면 될 거예요.”

        

       “네에, 갑니다…!”

        

        

        

       -와 일거리가 쏟아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3단계가 그리 빡센가 했더니 그정도도 못하면 템포를 따라올 수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단계 통과자(최소조건)

       -칭호작 포기해야겠다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동타격대특)준내빡셈

        

        

        

        부아앙!

        

        다시금 차량에 올라탄 둘이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도로를 질주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시설 곳곳에서는 사보타주가 발생하고 있었고,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는 즉각적으로 해킹되어 연합군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 아수라장 사이를 돌파한 너덜너덜한 ATV 한 대. 그 위의 두 명은 즉각적으로 내렸고, 이내 근처의 크레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명은 주변을 살핌과 동시에 총구에 달린 표적지시기를 통해 레이저를 겨누었고, 하모니는 펜스에 단단히 케이블을 연결한 뒤 패스트로프 탈출로를 확보했다.

        

        그러던 와중 인컴에서부터 들려오는 급박한 지원 요청.

        

        

        

       “KW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 창고 인근에 갇혔다. 화력지원을 부탁하지.”

        

       “이쪽에서 아슬아슬하게 보이니, 순항미사일 유도해볼게요…!”

        

        

        

        마치 고양이처럼, 하모니는 크레인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올라간 뒤 쌍안경을 꺼내 지원 요청이 입감된 지점을 살폈다. 무려 탱크 세 대가 도로를 굴러다니며 주포를 쏴대고 있었다.

        

        그 와중 UI에 표시되는 순항미사일 발사 표기. 앞으로 3분 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ETA 3min, 조금만 버텨주세요.”

        

       “끔찍한 3분이 되겠구만!”

        

        

        

        목표 고정.

        

        거리는 대략적으로 1.3km. 저격하기에는 상당히 멀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닿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에, 하모니는 기도 메타로 전환한 뒤 바이포드를 펴고 빠르게 사격을 시작했다.

        

        해풍과 소음기 낙차 등으로 인해 적을 맞추기에는 심각한 애로사항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20발을 소모하여 세 명 가량의 연합군에게 스틱스 강 편도 티켓을 끊어주었-으나, 폭격까지 대략 10초가 남은 시점에서 크레인을 향해 적 공격 일부가 퍼부어졌다.

        

        

        

       “RPG-!”

        

        

        

        콰앙!

        

        크레인 다리 한 쪽이 너덜너덜해지는 가운데, 아래에 줄지어 늘어선 적들로부터 사격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두 명은 이를 악물고 레이저 지시기를 통해 순항미사일을 유도했다.

        

        물론, 그 중 한두 발 가량은 다이스와 하모니가 올라가있는 크레인 근처로 모여든 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고작해야 수십 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착탄했다.

        

        데인저 클로즈.

        

        

        

       ───끼기긱…!

        

        

        

       “꽉 잡아요!”

        

       “우와악, 떨어진다아아-!”

        

        

        

        풍덩!

        

        새까만 물길 속으로 다이빙한 두 명은 즉시 숨을 참으면서 물 속으로 쏟아지는 콘크리트 파편을 간신히 피해냈고, 이카루스 기어의 힘을 빌려 2백 미터 이상을 잠영한 끝에 간신히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 수가 있었다.

        

        출렁이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두 명은 진이 다 빠진 표정으로 힘겹게 인컴에 덧붙였다.

        

        

        

       “…차량 없어요. 기동력 완전 소실. 누락된 장비 검사까지 포함하면 대략 3분 가량은 전투에서 빠져야만 할 것 같아요.”

        

       “수고했어요, 두 분.”

        

       “최대한 빠르게 재정비하고 갈게요.”

        

       “괜찮아요, 이제부터는 조금 쉬어도 될 거예요.”

        

        

        

        네? 라고 반문하기도 전, 물 속에 퐁당 빠져있는 두 명은 마치 짠 것마냥 허공을 직시했다.

        

        그와 동시에, 십수 대의 수송기들이 굉음과 플레어를 창공으로 힘차게 내뿜었고, 수십 개의 검은 점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렸다. 어디선가 본 듯한 광경. 두 명의 입가 위에 미소가 지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상황을 대변하듯 유진은 새로이 갱신된 맵을 두 명에게 전송하였다.

        

        

        

       “주변을 싹 돌면서 지대공 미사일들을 전부 청소한 보람이 있군요.”

        

        

        

        낙하산을 펼친 채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리는 수십 대의 무인 전차 – 전열화학포 탑재 버젼. 그리고 혼란스러운 항만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그리고 쐐기를 박기 위해 다가오는 수천 명의 유저들까지.

        

        마음을 상쾌하게 씻어내리는 듯한 수송기의 엔진소리를 뒤로 한 채, 하모니와 다이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덧붙였다.

        

        

        

       “이게 대거 팀의 작전 방법이었구나.”

        

        

        

        한 사람에게 부과된 짐은 막중하지만, 반대로 그걸 성공시켰을 때, 이들의 작전은 교전 구역 전체의 흐름을 뒤바꾸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몸 속에서부터 새로운 기력이 차오르는 듯한 감각과 함께, 두 명은 물길에서 벗어나 다시금 지상에 발을 디뎠다.

        

        

        

       “장구류 이상 없음. 작전 투입 가능. 마음대로 써먹어주세요.”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저와 로렌티나와 합류하죠. 슬슬 큼직큼직하게 분리된 적 세력들을 때려부숴야 하니까.”

        

        

        

        물론 거절은 없었다.

        

        한밤중이었지만, 어쩐지 금방이라도 동이 터올 것만 같았다.

        

        

        

        

        

        

        

        

        

        

       

         

        

        

        

        

        

        

        

        

       “다친 사람 있나?”

        

       “없습니다.”

        

       “그래. 좀 쉬자고.”

        

        

        

        오전 6시 20분, 타코마 정유 공장으로부터 3km 가량 떨어진 한 고층 건물.

        

        수 킬로미터 건너편에서부터 발생하는 교전이 점차 격화되고 있었다. 상부는 정유 공장에서의 작전이 잘 풀리고 있음을 확신하자마자 가용 전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투입 가능한 모든 무인기를 투입하였고, 밑져야 본전인 셈으로 정유 공장에 지원을 해달라고 그림자에게 읍소했다.

        

        그 결과 발생한 것이 저 상황이었다.

        

        전차 주포가 불을 뿜고, 위에 달린 미니건이 돌아가며 근방의 모든 걸 갈아엎는다. 그런 무인기들이 적어도 24기, 20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항구를 쏘다니며 잘 벼려진 칼날이 케이크를 파고들듯 잔존 연합군 세력들을 쪼개고 으깨어 부순다.

        

        

        

       “장관이네요.”

        

       “이제 절반 정도 왔나요?”

        

       “그것보단 조금 미약하지.”

        

        

        

        그리 말했지만, 모두의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수평선 너머 현재진행형으로 떠오르고 있는 태양의 이야기기도 했지만, 대거 팀의 기준에서는 조금 다른 뜻이었다. 이제 몇 발자국 남지 않았다. 다 깨진 창문 너머로 불어닥치는 바람은 꽤나 스산했지만 그닥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를 밟아 끈 오웬스가 힐끔 반대편을 보았다. 시애틀의 전경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타코마는 주요 공장이 전부 몰려있었기 때문에 항상 공기가 엿같았지만, 미국을 걸어다니는 사람 일곱 명 중 여섯 명이 황천으로 떠나버린 지금은 아니었다.

        

        죽은 듯이 잠들어있는 시애틀 도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에 미군을 처박으면 볼만하겠어.”

        

       “헨리가 인중에 콧수염을 달고 오지 않는 이상은 무리겠죠. 그리 생각해보면 막내가 없었더라면 미 서부가 꼼짝없이 먹혔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유물론이 형편없이 박살나는 것보단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유권자 친구들의 목숨 보전이 훨씬 중요하지.”

        

        

        

        실로 시니컬한 농담이 폭격처럼 떨어졌다.

        

        게다가 사실을 각색한 농담일수록 안에 들어있는 말의 날카로움은 커지는 법이었다. 실제로 이들의 말 전부가 사실이었다.

        

        미 서부에 들어찬 연합군 병력만 적어도 몇 개 집단군 수준이었으니, 그림자가 없었더라면 미국은 그닥 재미없는 수준의 강화 조약을 맺고 침공군을 무사히 지네들 집으로 돌려보내줬어야만 할지도 몰랐다. 혹은 미국 지도가 1846년 이전으로 돌아갈지도 몰랐고.

        

        요컨대 미 서부가 통째로 적성국의 손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단 소리였다.

        

        

        그건 안 되지.

        

        내가 여기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런 엿같은 엔딩으로 WW3을 종결시킬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게 뭐가 있을까요?”

        

       “후방 사보타지, 밴쿠버 정찰, 탄도미사일 무력화 정도겠지. 그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고.”

        

       “그렇겠네요.”

        

        

        

        잠시간의 정적.

        

        그 후 이어지는 말.

        

        

        

       “밴쿠버의 일까지 전부 마무리되면, 우린 뭘 하고 있을까요?”

        

       “쉬겠지. 엄청 오랫동안.”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더니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전투의 격렬함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자주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라. 글쎄. 이젠 안 그런 것 같은데.”

        

       “맛있는 것도 계속 퍼먹다 보면 배가 부른 법이지요. 지금이라면 전투를 제외하고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큭큭거리는 소리.

        

        그걸 지켜보던 나는 이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고, 그에 다들 짠 것마냥 옥상으로 힘겹게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옥상문을 부수고 진입하자 한 대의 블랙호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돌아가서 쉬다 보면 좀 더 건설적인 이야기가 나오겠죠. 얼른 타세요.”

        

       “역시 믿을 사람은 막내밖에 없구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타요, 증말.”

        

        

        

        그렇게 아홉 명을 헬리콥터에 태워 보낸 뒤, 이카루스 기어로 온 문자를 확인했다.

        

        

        

       -[Harmony : 이제 오늘 스케줄 다 끝났죠? 제발 끝났다고 해주세요 ㅠㅠ]

        

       -[Harmony : 죽을 거 같아요 힝힝]

        

        

        

        오늘따라 앙탈이 심하네.

        

        로렌티나에게 하모니 볼살 주무르기권 30분을 수여한다는 메시지를 전송하고, 점차 멀어지는 블랙호크를 뒤로 한 채 로그아웃을 시행. 그리고 다시 로그인해주면 놀랍게도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로 즉시 복귀할 수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로 떠오르는 칭호 하나.

        

        

        

       <대거 팀>

        

        

        

       “으휴.”

        

        

        

        그렇게 나는 두 번이나 대거 팀 소속이 되었다.

        

        이제 도시로 진입할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거팀이 3단계까지 테스트를 짠 이유

    안 그러면 따라갈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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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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