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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8

       복수를 위해 아카데미에 잠입하다.

       

       줄여서 복수아카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이전부터 기대받던 VR게임 제작사에서 내놓은 게임이었다.

       

       아피스 쪽 제작사가 너무 괴물 같아서 그렇지 이 정도면 어지간한 VR게임을 가볍게 씹어 먹는 수준이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VR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고,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도 괜찮고, 성우도 좋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전투 이벤트의 퀄리티도 높았지.

       

       뭣보다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했던 부분은 압도적인 수준의 분량이었다.

       

       유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공략대상과 그마다 존재하는 서로 훌륭한 퀄리티의 루트. 거기에 더해 파고 들면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여러 가지의 히든 루트.

       

       이만한 분량을 지닌 만큼 복수아카라는 게임의 가격은 꽤 높은 편이었지만 이를 산 사람 중에서 그 가격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높은 가격과 그에 비례하는 압도적인 분량이 마케팅 수단이 되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켰지.

       

       이겜1000시간함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영소도 그 무수한 유저 중 하나였다.

       

       온갖 남성향 미연시를 하다 못해 결국 여성향 미연시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 그는 그야말로 악귀라 부를 만한 사람이었다.

       

       한 게임을 접하면 공략률 100%를 달성할 때까지 파고 들고, 100%를 달성하면 언제 열심히 했냐는 듯 바로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는 그에게 복수아카의 분량은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이었다.

       

       당연하게도 영소는 공략률 100%를 향해 내달렸고 개처럼 멸망했다.

       

       온갖 기행을 거듭하며 수많은 히든 루트를 개척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전은 99%라는 숫자에서 멈춰버리고 만 것이다.

       

       1%. 단 1%. 엔딩 단 하나가 부족했기에 영소는 복수아카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설마 미연시에 이런 루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고.”

       

       그런 그였기에 지금 이 순간. 상대의 군단에 단독으로 뛰어 들어가 무쌍을 펼치는 화령의 모습에 머리를 쥐어 싸맬 수밖에 없었다.

       

       영소를 화나게 하는 점은 무수히 많았다.

       

       이 히든 루트의 퀄리티가 본편의 어지간한 엔딩보다 퀄리티가 좋다는 것이라던가.

       

       화령 같은 괴물이 아니고서야 돌파할 수 없는 난이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라던가.

       

       애초에 왜 미연시에 전국 통일 같은 엔딩이 있는 것이냐던가.

       

       따지고 싶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영소는 결국 한숨과 함께 모든 걸 내려놓았다.

       

       화령을 따라 저 히든 루트를 공략하는 게 무척이나 재밌을 것 같았으니까.

       

       “똑같은 방식으로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정보는 얻을 수 있으니 열심히 봐야지.”

       

       영소는 화령처럼 무쌍을 펼치진 못한다. 그건 화령이라는 이름의 괴물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그렇지만 저 곳에서 나오는 NPC. 여러 루트. 상대 적군. 주변에서 보이는 여러 단서. 이런 것들은 영소가 히든 루트를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했다.

       

       – ㅁㅊ. 혼자서 전장을 뒤집었어.

       – 군사적 열세? 혼자서 다 때려 눕히면 되는데요.

       – 맨몸에 불살 제약 플레이인데 저런 게 가능하다니.

       – 아피스 서버 생각보다 빨리 복구 될 듯?

       – 적군이 화령 쳐다보는 것 봐 ㅋㅋ.

       – 아악귀 아웃. 꿀잼 안 보이냐?

       – 삼국지 생각보다 현실적이었을지도.

       

       “도움… 되겠지?”

       

       영소는 차마 도움이 될 것이라 확언하지 못했다.

       

       *

       주인공의 아비를 구하기 위해 군세를 이끌게 된 나였으나 그 여정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선택지를 고르자마자 바로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던 것이다.

       

       백호 녀석이 이끄는 게임사였다면 군세를 이끌고 향하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재현했을 터인데. 이런 부분에서 정성의 차이를 느끼게 되는 군.

       

       나로썬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을 낭비했는데 그 진군을 함께 느끼고 있으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터인가.

       

       본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모든 이들이 공략하는 것을 포기한 기사를 상대하는 것. 여러 군대를 상대하며 그 속에서 명성을 떨치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또 다시 군세를 상대하게 된 본인에게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라면 프란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사실 나름의 군세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리라.

       

       그들은 저택에 머무르던 오합지졸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능력을 지닌 병사들이었다.

       

       그 진가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의 아비를 위협하는 무리를 마주했을 때였다.

       

       나는 여느 때 그랬던 것처럼 가운데로 뛰어 들며 적의 군세를 반으로 갈라버렸고 프란이 데리고 온 병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덕분인지는 모르겠다만 상대의 수준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더 편안했던 것 같구나.

       

       최초에 약간 고생을 하고 난 후부터는 따로 할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상대의 군세를 쫓아내고서 만난 주인공의 아비는 전체적으로 나 무인이오! 라는 티가 나는 사람이었다.

       

       죽을 위기에서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딱딱하고, 죽었을지 모르는 딸의 모습을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 한 번 짓지 않았으며, 그 딸이 자신을 구원해주었는데도 잘했다는 한 마디로 모든 걸 마무리 짓는 사람.

       

       그 모습을 마주하며 나는 다시금 이 게임이 빌어먹을 게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참으로 개 같은 것이 왜 자꾸만 본인의 예전 기억을 떠오르게 하느냔 말이다.

       

       본인에게는 아비라 부를 만한 사람이 둘이 있다.

       

       하나는 본인을 낳아준 사람이오. 다른 하나는 무림에 떨어진 후 본인의 몸에 강제로 무공을 때려 박아 준 사람이다.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아비로써 좋은 인간은 아니었다. 애초에 인간으로서 좋은 놈들인지도 의문스럽구나.

       

       그도 그럴 것이 하나는 술에 만취하여 나를 때려 패다가 경찰에 붙잡혀 갔던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태연한 얼굴로 딸을 죽음의 앞까지 내모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나마 후자가 낫다면 낫겠구나. 딸을 위해서 목숨을 걸 줄은 알았으니까.

       

       그게 나를 위해서인지 천마신교를 위해서인지를 모를 일이나 나는 그냥 날 위해서 죽은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않은가.

       

       이 자는 어떨까. 내 앞에 서 있는 이 딱딱한 얼굴의 무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서 죽음을 각오했을까.

       

       가문을 위해서? 영민을 위해서?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

       

       “네르.”

       

       주인공의 아비가 나를 호명했다.

       

       이제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이 게임 속 나의 이름은 네르였다.

       

       정상적으로 프롤로그를 진행했더라면 내가 이름을 정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정상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왔지.

       

       그랬기에 난 어쩔 수 없이 게임사에서 정해준 이름으로 불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느냐?”

       “오히려 그 쪽 한테 물어봐야겠군. 움직일 수 있나?”

       

       오합지졸을 상대로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는 나와 달리 주인공의 아비는 계속된 패전 속에서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피로를 거듭하고 있다.

       

       짐짓 멀쩡한 체를 하고야 있다만 본인의 눈을 속일 순 없다.

       

       검을 제대로 잡지도 못할 손. 피로에 벌벌 떨리는 몸. 눈 아래에 보이는 짙은 피로의 기미.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입.

       

       이 자는 언제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물론.”

       

       모든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아비는 허세를 부렸다.

       

       “움직일 수 없어도 움직여야지.”

       

       그는 말했다.

       

       지금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고. 왕국군에게 정비할 여유를 준다면 결국 압도적인 물량에 의해 휩쓸릴 뿐.

       

       나의 활약으로 기세를 붙잡는데 성공했으니 패배하던 승리하던 간에 결말을 볼 때까지 내달려야 한다고.

       

       “간단하다.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죽거나, 살거나. 죽음밖에 존재하지 않던 이 곳에 승리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 건 너다. 그러니 네가 선택해라. 죽을 테냐. 살 테냐.”

       

       [1. 아버님의 말이 옳다. 여기서 멈추면 죽을 뿐. 앞으로 전진 해야 한다.]

       [2. 승산 없는 돌격은 자살 행위다. 지금은 뒤로 물러나며 정비를 해야 한다.]

       

       나는 내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주인공의 아비에게서 시선을 떼며 입을 열었다.

       

       “못난 아비구나.”

       

       이 정도면 운명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어째 본인의 아비가 되는 녀석 중에는 아비다운 녀석이 하나가 없는지 원.

       

       가문을 왕국의 적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패전을 했으며, 그 졸전에서 간신히 구원을 해주었더니 이번엔 뭐? 네가 희망을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을 지라고?

       

       하아. 정말.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

       

       본인은 꿈 많은 소녀가 아니라 세상의 파도를 넘어 온 늙은이이니만큼 부모라는 존재가 초인이 아니란 것을 모르진 않는다.

       

       저들도 평범한 인간이다. 살아가다보니 부모가 되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하나의 인간에 불과하단 것이다.

       

       허나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이럴 때에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심을 시켜주어야지.

       

       본인의 바람이 과하였느냐?

       

       길게 한숨을 내 쉰 본인은 당연하다는 듯 첫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도주를 택하는 것은 과거의 한 번으로 족하다. 본인은 더 이상 후퇴를 택할 생각이 없다.

       

       “대체 이 빌어먹을 기사 녀석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그 놈을 만나든가 말든가 해야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아니더냐.

       

       *

       

       화음의 군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죽은 자의 무리를 보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위세를 떨치는 죽은 자들의 모습은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었다.

       

       혈교 놈들. 알음알음 활동을 하더니 왜 지금에 와서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

       

       그 까닭을 화음군수는 알지 못했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었다.

       

       저 군세를 자신이 막아내야 한다는 것.

       

       저 무리가 내뿜는 기운이 무척이나 흉흉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음군수는 그닥 긴장을 하지 않았다.

       

       과거 천마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 보았던 그다. 저 따위 무리에 겁을 먹을 리가 있나.

       

       심호흡을 하던 화음군수는 옆으로 다가온 부하를 보곤 목소리를 냈다.

       

       “다른 군의 지원은?”

       “혈교의 무리는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을 공격하고 있다 합니다. 군의 지원은 불가능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런가. 그 곳도 고생이 많겠군.”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를 우리 만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것인가.

       

       쉽지는 않겠군. 상대는 죽지 아니하는 불사의 군대이니 말이다.

       

       허나 쉬움과 어려움에 상관 없이 해야하는 일은 정해져 있는 바.

       

       고민할 것은 없다.

       

       “좋아. 우리만으로 해결을 해보자꾸나. 전!…”

       “저어. 군수님.”

       “…무어냐.”

       “다른 군의 지원이 없다고 그랬지 아예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고개를 돌린 화음군수는 두 개의 얼굴을 마주했다.

       

       “도우러 왔다.”

       

       하나는 어릴 적 그를 구원해 주었던 사람이자 여전히 은인이라 생각하는 돌산의 신령이었고.

       

       “오랜만이구나.”

       

       다른 하나는 여우 모양의 가면을 쓴 여인이었다.

       

       순간 화산의 문주인가 싶었으나 그녀와는 분위기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좀 더 활발하고, 좀 더 날이 서 있다고 해야할까.

       

       “저를 아느냐?”

       “기억하지. 정파 무리를 일소할 적…”

       “어허! 헛소리도 적당히 해라!”

       

       신령님께서 데려온 것을 보면 분명 도움이 될 사람이겠지. 아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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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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