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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8

        

         “말도 안 돼…. 너무,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 엘리시움의 안티 바이러스 시스템은 전용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어서 분명 언니도 힘과 기교로 비틀고 있었는데…?”

         

         – 이런 즉흥적인 여흥, 변덕으로 개시한 막 싸움의 단면 따위로 그분의 솜씨를 엿보려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지. 태양을 직시한다고 그 실체가 보일 리 없지 않나? –

         

         아니, 꽤 진심을 냈다. 적어도 제로가 현재 아바타 전체에 두른, 코드 분석 툴을 잘못 향했다간 과부하로 문제가 생길 수준의 밀도를 자랑하는 안티 엘리시움 프로그램에는 거의 틀림없이.

         

         그러나 마치 무수한 정보 흐름(Data flow)을 피부로 느끼기라도 하는 것처럼.

         

         원래부터 이런 정보의 바다에서 살던 물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대화하는 도중에도 달려드는 엘리시움 병력… 혹은 잔당이라 칭해야 할 정도로 마모된 이들을 미래 예지에 가까운 시뮬레이션 예측 사격으로 충실히 정리하던 제로는 로잘린을 향해 약간 비꼬는 듯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파이브 아이즈 소속 둘과 독대하겠다는 아나스타샤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그대로 기차역에 조난될 뻔한 것도 그렇고, 그들을 신경 쓴 그녀가 열차를 역주행하다가 네일 건에 복부를 가격당해 멍이 들었던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최초 조우 당시에 주인이 허리띠를 졸라가며 정성 들여 복원해준 몸체를 손가락을 잘라 날린 건….

         

         만약 아나스타샤가 늦고, 제로 자신에게 충분한 무력만 있었더라면 그때 이미 피바다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여간 제로에게는 파이브 아이즈를 좋게 봐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껄끄럽게 여기는 쪽이라면 또 몰라도.

         

         그렇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엘리시움이야말로 현재 주된 적성 세력이며, 그녀가 로잘린을 잘 챙기라 한 만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칭찬받지 못할 일.

         

         – …괜히 제 근처에 계시다가 엘리시움 쪽에 역추적을 당하셔도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귀하의 ‘직장’까지 보호하라는 명령은 없었으니까요. –

         

         “!! 웃겨 정말. 언니가 뭘 믿고 너처럼 손만 빠른 이상한 녀석한테 내 시시콜콜하게 얘기를 다 해준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우리 쪽에서 에이스 해커를 꼽으라면 항상. ……아? 인공지능 수준으로 반응이 빠르면서, 독설이 숨쉬듯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너. 설마…??”

         

         – ……. –

         

         그렇기에 대신 우러러 마지않는 아나스타샤를 흉내내서 ‘긁기’를 한 번 시도해 봤거늘, 아무래도 비교 대상 탓에 빛이 바랬어도 로잘린 또한 히로인으로 분류되던 문무겸비의 인재라는 걸 나타내듯 단박에 무시무시한 진실 언저리까지 도달했다.

         

         덕분에 사소한 불만사항을 표출하려다 자칫 원칙을 위배할 뻔한 제로는 재빨리 입을 닫았고.

         

         역시 아나스타샤님의 충고에는 틀린 게 없었다~ 하는 수상한 감탄이 그의 레코드에 추가된 건 덤, 과거의 실없는 행실이 불쑥 튀어나와 발목을 잡는 건 초인공지능조차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언니가 설마 너. 아니, 당신을… 완성…? 그건 진짜 역사서에 실리고도 남을 위업인데?? 혹시 소스 코드가 진짜 상호보완적 4중나선 구조인지만 살짝 알려주면 안 되나?! 그것만 똑바로 밝혀져도 엘리시움의 독과점 지위가….”

         

         – …당신, 생각보단 보는 눈이 괜찮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분의 믿음을 배신하는 짓만 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

         

         “씨이, 뒷부분만 그렇게 깔끔하게 무시하지 말고!”

         

         이인조가 정말 기묘하기 짝이 없는 극적 타협점에 도달한 건 여러모로 기뻐할 만한 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소리소문 없이 진행된 인공지능 혁명에 관한 토론은, 한껏 어그로를 끌어 모은 해커 혁명 소동을 진압하러 멀리서 온 이들에 의해 끊길 수밖에 없었다.

         

         각 지부 소속인 보초에 불과한 센트리 팀이라면 몰라도, 저것들은 엘리시움 본사 슈퍼 컴퓨터에 의해 보조되는 것과 동시에 ‘네트워크 청결성’을 유지하는 걸로 유명한 정예 병력이었으니.

         

         “어, 어?? 야! 인센디어리(Incendiary; 방화범, 소이탄) 팀이다!! 엘리시움 새끼들 본사 병력을 끌고 왔어!! 메트로폴리스 두 개를 건너서 오려면 지연율이 거의 2ms는 넘어갈 텐데…!”

         

         “그거 차이 난다고 슈퍼 컴퓨터로 가상현실 돌리는 씹새들한테 정면에서 꼬라 박으면 되겠냐!? 어디 중계국을 쓰는지 찾아내서 접속 자체를 못하게 존나 마비시켜야지!!”

         

         일반 해커 무리에게 다구리는 물론, 해킹잘모름을 위시한 네임드 해커들에게 눈물 나는 핍박을 당하면서도. 불리함을 인정한 일부가 기어코 저 멀리 다른 도시에 있는 엘리시움 본사에서 네오 헤이븐 네트워크까지 잇는 게이트웨이를 완성하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보통 폐쇄도시 복원 전선에 23시간 배치되어 있어서, 네트워크 환경이야 일단 몽땅 불태운 다음에 찬찬히 복원 작업을 돌리면 된다는 거지 같이 극단적인 마인드를 장착한 골칫덩이들마저 튀어나온 걸 보면.

         

         – 슬슬 화려하게 한 방 날리고 해산하면 되겠군요. –

         

         “…네가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슈퍼 컴퓨터 연산력을 상대로도 충분히 해 볼만 하지 않아? 아니면 부품 성능 차이는 너희…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절대적인가?”

         

         – 그저 무분별한 불장난이 일어나는 상황에 끼어들었다가 화재를 함부로 키우지 말라는 가르침을 적극 학습한 것뿐입니다만. –

         

         “어이가 없네.”

         

         해커들이 슬금슬금 자신의 뒷편으로 집결하고, 반대로 센트리 팀은 쌩쌩한 인센디어리 팀을 중심으로 진형을 재구축하는 와중에 제로는 태연하게 축제 막을 강제로 내릴 시뮬레이션만 무한정 계산하고 있었다.

         

         싸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정보가 새나가는 사이버 공간 특성상 쓸데없는 고집에 가까운 장기전은 엄금.

         

         아나스타샤 본인조차 ‘걔들이 나왔으면 이만 시마이(しまい)하고 퇴근해~ 딱 마지못해 져주기 좋은 타이밍이야~’라고 미리 휴전선을 그어 놨던 만큼 어울려줄 생각은 전무.

         

         이대로 양측 결정권자끼리 원만한 대화를 하던, 연막을 치고 해커 쪽이 뿔뿔이 흩어지는 구도가 되던지간에 오늘의 승리에 값진 의미를 부여할 카리스마 넘치는 언사를 그는 준비하고 있었는데.

         

         “거기, 네 녀석이 ‘idkHacking’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닉네임을 쓰는 해커인가.”

         

         본의는 아니더라도, 인신공격보다 무한대로 효과적인 ‘아나스타샤 공격’에 노출 당한 제로가 이걸 단순 연극의 일부라 치부하고 넘기긴 힘들지 않겠나?

         

         – …최선을 다해 나를 평가절하한다 쳐도, 직전까지 여기 발치 근처에서 나뒹굴던 엘리시움 기술자들의 체면이 다시 올라오진 않네만. 더 나락에 처박힌다면 또 모를까. –

         

         “아아, 딱히 무시하려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칭찬해야겠지. 갑자기 바꾼 연산 패턴 때문에 본사 감식반에서 혼란이 일어나 결과가 나오는 게 한참이나 늦어졌으니. …아주 주도면밀한 산업 스파이더군 너는.”

         

         내분이나 내통이라도 초래할 속셈인 걸까. 그런 수를 써서라도 이 반동 무리에게 리더가 얼마나 뒤 없이 미친 새끼인지를 알려 균열을 조장하라는 명령이 상부에서 내려온 걸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본사 감식반 데이터를 가시화해서 꺼내든 무명의 인센디어리 팀장은 여기서 일부 손에 꼽을 정도의 정보력을 가진 인물만… 혹은 당사자만 간신히 알아볼 사건 파일을 다짜고짜 빼들었다.

         

         “해킹잘모름, 엘리시움 기밀 기술에 준하는 네 녀석의 정보처리속도와 특징적인 패턴은 문서 번호 EAE-185946건. 얼마 전 에나메에서 자체적으로 냉동 수면 형에 집행된 카사네 아마기의 퍼스널 시큐리티 브리치에서 관측된 것과 동일.”

         

         – ………. –

         

         “그때도 보안 프로토콜을 손쉽게 비틀어 열은 걸로 남은 오토 리포트 때문에 범인 색출한다고 추측성 칼바람이 불었었는데. 도중에 아차 싶었는지, 갑자기 교전 스타일을 바꿨으나… 이미 늦으셨구만. 도망갈 기회도 놓쳤고, 소란의 장본인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이렇게 시간을 끌며 떠드는 와중에 노리고 있는 건 더는 로그아웃 통제나 락다운 모듈을 통한 재격리 시도가 아닌 접속처와 같은 유효한 단서 확보.

         

         마른 하늘에서 엘리시움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진 개인이 등장했다는 형편 좋은 논리는, 산업 스파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설에 밀려 최후의 검토안 정도로 도태된지 좀 지났다.

         

         하여간 이제 침묵을 유리함으로 해석한 인센디어리 팀장이 확실한 빈틈을 만들기 위해 해킹잘모름의 사이버웨어를 제대로 구워버리고자 입으로는 떠들며, 밑으로는 본사의 전략 자원을 이용한 기습을 준비하던 찰나에.

         

         불과 십여 분 만에 엘리시움 지사 직원들 수백 명을 개박살내서 강제로 리타이어 시키고도, 몇 겹의 자동 요격 프로그램 덕에 메모리가 남아도는 제로는 전혀 다른 걸 고민하고 있었다.

         

         가령 아나스타샤의 비자금으로 마련한 증설 서버실 중에 어느 안가에 있는 걸 실수인 척 흘려줘야 할지라던가. 아니, 적어도 이건 엘리시움이 집착하는 것 같으면 적당히 아무데나 내주라는 가이드가 있었으니 사고를 그리 오래 할당할 주제는 아니다.

         

         문제는… 아나스타샤와 한 세가지 약속과 더불어 -자잘한 조언과 훈수들을 제외하면- 남는 마지막 예외 조항 하나였으니.

         

         그건 바로 아주 심플하고 당연한 조건, 아나스타샤의 목숨과 제로 스스로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앞서 나열한 모든 제약 조건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

         

         …어찌 보면 구태여 덧붙일 필요조차 없는 명제이지만, 그걸로 간신히 억제하고 있던 게 지상 최악의 맹수라면 과연 얘기가 어떨지.

         

         “갑자기 조용해지셨군 그래? 그렇게 화려하게 날뛰고도 꼬리가 밟히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면 그건 너무 오만한 망상….”

         

         – 잠시 닥쳐보도록.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웬 시시한 좀도둑 녀석과 날 혼동한 너희들에게 내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고르고 있으니. –

         

         만약 인공지능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금방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 게 설명 가능하지 않을까.

         

         동일범 소행이라는 주장을 일단 부정하기 위해서라지만, 아나스타샤를 지칭하는데 이런 폭언을 뱉게 만든 엘리시움에 대한 제로의 부정 평가가 한층 견고히 쌓였다.

         

         우선 현 상황은 완전히 분리하려던 해킹잘모름과 아나스타샤 사이의 연결고리로 남을 수도 있는 만큼 안전과 관련된 건 분명하다. 그건 반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하지만 미스 마리나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계신 걸 방해하는 걸로도 모자라, 예전에 하셨던 작업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고하고 판단을 떠넘긴다?

         

         이게 정녕 스스로가 약조했던 적극적인 조력의 결과물이라면, 감히 아나스타샤님께 자랑스럽게 ‘가벼운 소란이 있었지만 예상 범주 내에서 상황 정리가 끝났습니다.’라는 말을 당당히 아뢸 수 있나? 글쎄.

         

         애매한 수준의 코드는 저쪽에서 역설계 공정으로 분석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인간적 변인을 항상 고려하라는 말씀에 따라 주인의 편함과 행복감마저 계산한다면…… 이거다.

         

         이미 한 번 선보여서 더 분석 당할 염려도 없으며, 그와 함께 가장 단순하면서도 모든 사이버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의 악몽과도 같은 질량 공격이.

         

         거기에 아나스타샤가 여차할 경우에 쓰라고 만들어준, 사이버 공간에서도 필수적인 시신경과 대뇌피질의 시냅스를 끊어버리는 사형 선고 코드마저 혼합한다면….

         

         – ……방금 막 결정했다. 새로운 출발에 낡은 환경과 관습을 질질 끌고 가는 건 예의가 아니지. 너희 구시대 놈들은 여기서 이만 재가 되어라.

         

         매일같이 폭주 인공지능과 술래잡기를 하는 최전선 방화광 부대에게 불타 죽으라 하는 건 보통은 망언내지 저주를 퍼붓는 요식 행위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여지껏 보여준 게 있는, 자아 실현적 예언을 일삼는 미치광이 해커의 언동이라면 무언가가 있다는 건 자명한 일.

         

         단지 대다수에게 유감스러웠던 점이라면… 안 그래도 거듭된 난전과 쌓인 부하로 인해 데이터 유동성이 엉망진창 흐트러져 있었고, 쌓인 부하도 워낙 컸던 탓에 전조 현상이 잡스럽게 뒤섞여 있어서 알아채는 게 늦었다는 것 정도?

         

         “…엥?”

         “어. 뭔가 좀 밝지 않…냐?”

         

         눈의 피로감을 호소하기 딱 좋은 다크 웹 영역에,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서서히 빛이 태어났다.

         

         엄청 모순된 말일지 모르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야 세상에 별다른 용도 없이 해킹잘모름의 아바타로부터 줄줄 새던 보이드 데이터가, 어느새 용량을 가진 더미 데이터로 변해 공중에서 뭉치고 있던 걸 체크하기엔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트래픽이 진짜 좆같이 복잡했으니까.

         

         흔한 폭죽 이모트나 레이저 쇼 같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불길한 광량, 거기에 묵직한 무게감마저 열렬히 자랑하는 그건… 정의하기에 따라서는 일종의 인공 태양에 가까운 재앙이 아닐까.

         

         사실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서버(Server)란 어떤 의미에선 엄청 단순한 개복치 같은 녀석이다.

         힘들면 퍼지고, 피곤하면 늘어지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그대로 픽 죽어버린다.

         

         어떻게, 그런 의미에서 존나 무거운 파일을 내리꽂는 걸로 판 자체를 부숴버리는 건 디도스 공격의 기초이자 근본.

         

         기가바이트(109) 다음은 테라바이트(1012), 그 다음은 페타(1015). 또 그 다음은 엑사테크 할 때의 엑사바이트(1018). 계속해서 제타바이트(1021)… 요타바이트(1024)… 론나바이트(1027).

         

         정확한 수치는 아무렴 어떠랴. 다크 웹 전체도 아니고, 여기 좁디 좁은 해커 커뮤니티 에어리어에 옹기종기 폭격 당하기 좋게 모여든 걸로도 모자라, 섣부르게 증원을 요청하겠다며 양방향 관문까지 제 손으로 설치한 치들이 있는데.

         

         싸움이 시작한 이래 최초로, 제로가 컨트롤 가능한 모든 하드웨어를 오버클럭 하여 만들어낸 초고용량 압축 폭탄.

         

         빛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무엄한 자. 그 잘난 눈을 잃고 산산히 바스러질 것이니.

         

         환경 자체와 감히 시건방진 협박을 일삼으려 한 인센디어리 팀을 집요하게 타게팅하는 종말의 어둠이 천천히 지면으로 강하하기 시작하였다.

         

         “총원 후퇴! 비상 로그아웃!! 쓸데없는 코드 분석 유지할 것없이 회사 자산부터 온존해!!”

         “씨이이이발—!!! 이 개또라이 미친 새끼가, 본사 게이트웨이 폐쇄!! 당장 처닫아!! 이딴 상식을 벗어난 더티 밤을 두 개나 미리 만들어 놓다니! 어디에 데이터 센터라도 몰래 굴리고 있나!?”

         

         “으하하학!! 저저저 썅놈의 개새끼 저거 프하하핳!!!”

         “대피소 링크 미리 남긴다 이 멍청이들아~!! 다들 나중에 살아서 보자!”

         

         고함, 욕설. 웃음, 작별. 그리고 모든 걸 집어삼키는 지독한 고요.

         

         살상을 목적으로 했다면 훨씬 더 스마트한 방식이 많았겠지.

         

         그렇지만 구체적인 반론은 제시하지 못한 채, 혹은 적극적으로 변명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수 있으므로. 일개 산업 스파이와는 근간이 다른 범죄자라는 이미지만 확고히 새겨두는 걸로 제로는 이번 대립을 마무리 짓기로 하였다.

         

         왜냐? 그는 급할 게 전혀 없었으니까.

         

         엄청 치사한 해석임과 동시에, 그런 식으로 인간미를 발휘하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아나스타샤가 알게 된다면 비명을 내지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이런 꼼수를 부릴 생각을 했다는 걸 발각되면 굉장히 슬퍼할 만큼 남용하는 건 절대 안 되겠지만 아무튼!

         

         이제 한 번 문제가 된 엘리시움이라는 메가 코프가 세상에 남아있는 한, 예외적으로 비상 사태를 선포하여 수 있는 모든 제약을 무시할 수 있는 트리거 키가 제로에게 생긴 셈이므로.

         

         고로 대치 사태가 의도했던 범위 안에서 무사히(?) 종료된 만큼, 멀티테스킹을 소홀히 하진 않았으나 더 중요한 현실 문제에 그는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

         

         

         

         “야야, 제로야. 방금 봤어? 엘리시움 애들이 얼마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지 정전 났던 거? 심지어 건너편 건물은 막 전등도 무섭게 터져 나가더라~ 아, 그리고 밖에 있는 두 사람한테도 식당에 따로 테이블 잡아줄 테니까 할 말이 있으면 밥 먹고 천천히 얘기하자고 좀 전해 줄래?”

         

         – 물론입니다. 마사나리와 미스 마르티나에게 곧바로 해당 메시지를 남기겠습니다. –

         

         “……핫?! 지금 알아챘는데. 왜 세 명 전부 마씨일까…? 서로를 소개해 줘야 하는 상황은 안 나오게 조심해야겠다. 내가 더 어색할 것 같아.”

         

         아무리 사이버 세상에서 핵폭탄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각자 대피하느라 난리가 났다 한들, 아나스타샤가 말을 거는데 대답이 늦는 건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 않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아악! 메테오 쓰는 대마법사 인공지능이다!! 튀어!!

    아잇, 1.2만 자… 이 내용을 다 제로를 위해 마지막으로 미뤄 놨으니 쓰다가 손가락 관절이 죽어 나도 싸네요. 네.
    다음에는 조금 더 구성을 예쁘게 짜서 연재 시간을 부드럽게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걸로 포츈 텔러 본편은 겨우 끝입니다! 도중에 분량 조절 실패로 늘어졌던 점 역시나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드리는 수밖에 없네요. 제 미숙함이 너무 큽니다.

    엘리시움 외전 한 편 연재 및 분량을 누락 시켰던 연재분 정정 이후, 똑같이 에피소드 사이의 휴식기를 가질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공지로 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댓글, 추천 다 너무 큰 힘이 됩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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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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