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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8

   백염의 용이 휘몰아친 공간.

   새하얀 열기가 공간을 자욱하게 달궜다.

     

   그러한 공간 속.

   몸 여기저기에 화상자국이 남은 여성이 우뚝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근육질 몸매.

   거기에 머리 위 쫑긋 솟은 토끼 귀까지.

     

   월묘, 달토끼.

   지니묘아.

     

   세계 침식자인 그녀였다.

     

   “막돼먹은 출력이군.”

     

   정면에서 받아내 보려 한 건 실수였나.

   그녀는 까맣게 타버린 자기 발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연기 사이, 크라슈의 모습이 뒤늦게 보였다.

   연기가 흩어짐과 동시에 크라슈 또한 흩어졌다.

     

   그 순간 지니묘아는 자기 고개를 뒤로 크게 꺾어야 했다.

   크라슈의 검이 코앞까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크라슈의 검이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

   몇 가닥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그의 검에 담긴 열기에 의해 금세 타들어 갔다.

     

   빠르다.

     

   토월이 최대치에 도달했을 때만큼은 못 미쳐도.

   순간적인 속도는 크라슈가 더 우세했다.

     

   “스킬인가!”

     

   신이 부여해준 능력임을 깨달은 그녀가 고개를 젖힌 자세 그대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바로 두 다리를 회전시키듯 휘둘렀다.

     

   카앙!

     

   크라슈의 검에 발이 막힌 즉시 그녀는 탄력과 함께 두 팔로 몸을 튕겨 올렸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다리를 이용해 크라슈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손 쓰는 건 취미가 아니지만!”

     

   그녀의 손아귀에 검은 달빛이 휘감아 올랐다.

   그러고는 그 즉시 장타로 크라슈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꾸구구구국!

     

   그러나 그녀의 장타는 크라슈의 몸에서 피어오른 백룡의 기세에 막혀 버렸다.

   곧이어 백룡의 기세에 백염까지 추가되자 그녀는 크라슈의 속박을 풀고 뒤로 물러섰다.

     

   발바닥으로 착지한 그녀는 크라슈를 묘한 눈으로 보았다.

     

   막대한 출력.

   인간이 아닌 듯한 육체.

   세계 침식자로서 한없이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백염.

   스킬로 보이는 터무니 없는 속도.

   밤의 신의 힘.

     

   ‘거기에 천살성까지 타고난 것 같고.’

     

   저주의 냄새도 꽤나 난다.

     

   이놈은 대체 정체가 뭐지?

     

   그녀는 크라슈를 정체 모를 눈으로 바라보았다.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크라슈에 관해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아직 어미 젖내가 나는 걸 보면 기껏해야 십 대 후반이다.

     

   그런 주제에 저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한 몸에 지녔을 뿐 아니라.

   그걸 음양의 조화와 같이 이루어 다루고 있다니.

     

   지니묘아는 세계 침식자보다도 기이한 것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너 생물이 맞긴 하냐?”

     

   인간이기 이전에 생물인지조차 의심이 간다.

   크라슈가 누군가의 악의로 똘똘 뭉쳐 태어난 존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크라슈가 한차례 헛웃음을 흘렸다.

     

   “최근에는 인간 소리 못 듣던데. 이제는 생물도 아니라.”

     

   크라슈도 본인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된 건 본인의 의도였으니까.

     

   사계와 여러 가지를 통해 조화를 맞추고 있는 상태라곤 하나.

   크라슈의 상태는 사실 부실 공사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탑이다.

     

   급할 때마다 이것저것 덧댄 것에 가까우니 말이다.

     

   “아쉽게도 내가 재능 넘치게 기초 토대를 잘 잡는 성격은 못 돼서 말이야.”

     

   크라슈는 스스로 답하듯 혼잣말을 내뱉으며 자세를 낮췄다.

     

   “덕분에 생물로서의 규격도 희미해지고 있긴 해.”

     

   그 말을 끝으로 크라슈가 질주했다.

   몸에 부여된 엑셀과 함께 달리는 크라슈의 속도는 아까보다 한층 더 빨라졌다.

     

   지니묘아도 동시에 토월의 묘리와 함께 바닥을 박찼다.

   그녀는 천장과 바닥을 미친 듯이 두들기며 속도를 높였다.

     

   크라슈와 정면으로 부딪치면 따라 잡힌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의 도약에 변칙성을 담았다.

     

   스스로도 의도와는 거리가 멀도록 무차별 도약을 반복한 것이다.

     

   덕분에 크라슈도 섣불리 그녀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때그때 엑셀을 발동하고 있긴 하나.

   직선거리 상에서는 그가 우위일지라도 변칙성에서는 토월이 우위였다.

     

   카앙! 카앙! 캉!

     

   크라슈의 검과 지니묘아의 발이 맞닿으며 계속해서 대기가 충격에 떨었다.

     

   무한으로 토월을 반복한 그녀의 속도가 탄력을 받으며 점차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검도 그녀와 맞부딪칠 때마다 검광을 발휘하며 그 색이 더 진해져 나갔다.

     

   둘의 힘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둘 다 직감했다.

     

   다음 공격에서 승부가 날 거라고 말이다.

     

   파앙!

     

   천장을 짓밟고 도약한 지니묘아의 몸이 허공을 한 번 박찼다.

     

   기이이이이잉!

     

   그 순간 그녀의 몸이 맹렬히 회전함과 동시에 그녀의 발에 달빛의 기운이 서렸다.

     

   그 기운은 그녀의 회전을 따라 거세게 돌아가더니.

   이내 그녀의 몸 전체를 휘감아 올렸다.

     

   하늘 위, 달이 추락하듯.

   크라슈를 향해 그녀의 전력을 담은 일격이 낙하했다.

     

   월묘신각(月卯神脚)

   오의(奧義)

   낙월(落月)

     

   떨어지는 달 아래.

   크라슈의 검에 서린 백염 위.

   또 다른 백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몸속 내부 깊은 곳.

   그곳에서 열린 세이블이 크라슈가 녹여낸 백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쏟아낸 백염은 고스란히 크라슈의 몸 전체로 퍼짐과 함께 크라슈의 우뢰성에 이어졌다.

     

   일대의 모든 빛이 크라슈를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류한 공기의 흐름이 백염에 의해 거세게 달궈졌다.

     

   그러한 백염의 중심.

   크라슈는 이윽고, 하나의 별이 되었다.

     

   멸화침식(滅火浸蝕)

   구식(九式)

   멸화성(滅火星)

     

   뻗어 나간 멸화의 별빛과 달이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이윽고, 두 개의 강대한 출력이 맞부딪치며 주변이 초토화되듯 날아갔다.

   밤의 신의 묘지가 거세게 흔들리며 모래 아래로 무너져 내려갔다.

     

   둘의 강대한 출력으로 인해 견디지 못하고 묘지 아래가 폭삭 무너져 내린 것이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모래 안.

     

   누군가가 쏟아지는 모래를 뚫고 나타났다.

   그것은 자기 몸 주위에 그림자를 두른 소년.

     

   조디악 클로리아였다.

     

   “흐아씨, 지니묘아!”

     

   그는 다급하게 지니묘아를 부르짖었다.

     

   밤의 신의 힘을 지닌 이가 나타났다며 냉큼 가더니.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다 이내 밤의 신 묘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모래 속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조디악이 초조함을 느낀 순간.

     

   푹!

     

   모래 안쪽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것을 본 조디악이 깜짝 놀라 그쪽으로 내려가자 손은 그대로 모래를 콱하니 뚫어내며 치솟아 올랐다.

     

   그러자 보인 것은 검푸른 머리카락이었다.

   그 머리 색을 마주한 조디악이 눈을 크게 뜬 순간.

     

   거기에는 정신 잃은 지니묘아를 들고 올라온 크라슈가 있었다.

     

   크라슈는 조디악을 보더니 이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네. 조디악 선배.”

   “크라슈?”

     

   오랜만이라는 말이 통용될 사이는 아니긴 하지만.

   한때 백양단 소속이었던 조디악도 당연히 크라슈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여기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보였던 조디악은 이내 지니묘아를 돌아봤다.

     

   정신 잃은 지니묘아가 상대한 것이 바로 크라슈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강한 지니묘아가 저런 꼴이 됐다.

   조디악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크라슈는 지니묘아를 데리고, 그대로 밖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러자 조디악도 서둘러 따라왔다.

     

   올라가는 길.

   어느 공간 쪽에 홀연히 무언가 서있는 게 언뜻 보였다.

     

   검은 인영은 진한 분노를 토해내며 크라슈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것이 밤의 신임을 눈치챘다.

     

   자신의 묘지를 개박살을 내놨으니.

   당연히 열이 뻗친 거겠지.

     

   “약속 이행해 올 테니까. 좀 봐달라고.”

     

   애초에 이름을 잃은 신인 그에게 묘지 자체는 그냥 머물 곳일 뿐.

   큰 의미가 없다는 건 크라슈도 알고 있다.

     

   그러니 너무 성내지 말라고 한 크라슈는 이내 묘지를 완전히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아직 저물어 있는 밤하늘이 보였다.

   아침이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

     

   “콜록, 콜록!”

     

   동시에 지니묘아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모래를 조금 삼킨 듯 켁켁 거리며 침을 내뱉더니.

   이내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강, 하군. 내가 졌다.”

     

   그러고는 자신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며 크라슈의 강함 또한 인정했다.

     

   전력을 다한 승부였다.

     

   하늘 위 보름달이 떴을 때라면 더 좋은 대결할 수 있었을 테지만.

   아마 그렇다고 해도 승패 자체는 그리 바뀌지 않았을 것 같다.

     

   크라슈 또한 전력을 추가로 더 낼 수 있음을 지니묘아가 눈치챘기 때문이다.

     

   “밤의 신의 힘을 받아 가는 건 포기하지.”

     

   밤의 신의 힘을 얻기 위해 크라슈와 싸웠던 만큼.

   지니묘아는 밤의 신의 힘을 얻는 걸 포기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크라슈는 대충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고는 이내 그녀에게 약 하나를 던져 주었다.

     

   “마셔. 회복하는 데 도움 될 테니까.”

     

   약을 받은 지니묘아는 순순히 자기 입에 약을 털어 넣었다.

   조금 쓴 듯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잘 먹었다.

     

   “이것까지 주는 걸 보면 나에게 할 말이 있나 보군.”

     

   그러는 사이, 조디악이 모래를 뚫고 올라왔다.

   크라슈보다 뒤늦게 온 그는 정신 차린 지니묘아를 보며 안도했다.

     

   저걸 보면 조디악은 역시 종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 익시온이 조디악 선배를 노릴 가능성이 있어.”

   “조디악의 움브라 때문인가.”

     

   역시 그녀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밤의 신의 묘지에 조디악을 데려온 건 그걸 알고, 숨기기 위함이었지?”

   “조디악은 내 조카니까.”

     

   그 순간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조디악의 핏줄에 지니묘아의 핏줄이 있었나?

     

   “정확히는 내 친구의 자식이다.”

     

   지니묘아도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을 아는 듯 추가로 말하였다.

     

   친구의 자식.

   그렇다면 조디악의 부모가 지니묘아와 친구 사이였다는 말이 된다.

     

   “조디악 선배는 네 종이 아니었어?”

   “아니다.”

     

   친구 자식 관계였을 줄이야.

   여기까지는 크라슈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검룡.”

     

   그러는 순간 지니묘아가 크라슈를 불러왔다.

   크라슈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너도 익시온에게 노려지고 있는 몸이라 대충 들은 적 있다.”

     

   익시온은 분명 지니묘아에도 접촉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크라슈에 관해 들을 일도 있었겠지.

     

   “같은 상황인 만큼 조디악을 좀 지켜주지 않겠어?”

   “지니묘아.”

     

   조디악이 그녀를 불렀지만, 지니묘아는 돌아보지 않고 크라슈를 바라봤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녀는 세계 침식자다.

   그녀가 도움을 청할 곳은 같은 세계 침식자이거나 혹은 자신뿐.

     

   조디악을 당당히 조카라고 밝히는 걸 보면 지니묘아는 그를 꽤나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런 그녀로서 할 수 있는 건 조디악을 밤이 묘지에 숨긴 뒤, 자신이 지키는 것뿐이겠지.

     

   조디악과 지니묘아를 잠시 보던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애초에 크라슈는 조디악을 지키기 위해 여기로 온 거다.

   그의 움브라가 익시온에게 넘어가게 둘 생각이 없으니까.

     

   “대신, 조건이 있어.”

     

   하지만 이참에 크라슈는 한 가지 더 일을 함께 해결하기로 했다.

     

   “검존.”

     

   그 이름이 나오자 지니묘아가 멈칫하였다.

   그러나 크라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와 만날 자리를 주선해줘.”

     

   검존과의 만남.

   드디어 그를 만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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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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