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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9

       *** ***

         

       푸드드득!

         

       “흐음.”

         

       운종 선사는 전서각으로 날아가는 전서구를 바라보았다. 점창파는 어떤 전서구가 날아드는지 다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서구가 드나드는 곳이었지만 어쩐지 느낌이라는 것이 드는 날이 있는 법이었다.

         

       운종 선사의 예감은 들어맞았고 전서각의 제자가 건네 준 편지는 운종 선사의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운종 선사는 그 자리에서 편지를 개봉하는 대신 편지를 든 채 폐관동으로 향했다.

         

       쉬식! 쉬시식! 쉬시시식!

         

       폐관동에서는 연신 칼바람과 같은 파공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풍부한 소리가 메아리치는 폐관동 안.

         

       운종 선사는 춤추듯이 움직이는 두 자루의 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조금씩 형이 잡히는구나.”

         

       두 자루의 검을 검집으로 되돌린 무인이 뒤돌아 운종 선사를 바라보았다.

         

       쌍검을 쓰는 무인.

         

       그 무인의 정체는 여일예였다.

         

       여일예는 흘린 땀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무복이 푹 젖어 맥없이 늘어질 정도로 격렬한 수련을 반복한 여일예의 눈은 아직도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지요.”

         

       “시작이 반이라 하였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예.”

         

       진심으로 수긍한 듯 보이지는 않았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여일예를 보면서 운종 선사는 달라진 여일예의 모습이 새삼 와닿았다.

         

       ‘그래 이 아이라면 잘 해낼 수 있겠지.’

         

       “편지가 왔더구나.”

         

       여일예의 표정이 바뀌었다.

         

       눈을 반짝이며 편지를 건네받는 여일예를 보면서 웃음을 지은 운종 선사는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은공…”

         

       여일예는 그렇게 중얼거린 뒤에 편지를 개봉했다.

         

       대략 1개월 주기로 날아오는 흑묘의 정기연락책. 호천안이 직접 쓴 편지는 아니었지만 흑묘를 통해서라도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여일예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흑묘의 재주에 감탄했다.

         

       그 인외마경이라는 마교에서도 다달이 연락을 보내다니. 매번 편지를 받을 때마다 놀라울 수밖에.

         

       여일예는 흑묘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보내며 편지를 개봉했다.

         

       이번달의 전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인가.

         

       세 번의 전서에는 주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호천안이 이룩한 성취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교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 것이 위험하다 판단했는지 그저 추상적인 이야기가 전부였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호천안과 흑묘가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서에 적힌 내용은 달랐다.

         

       -6개월 후, 중대한 변화가 있으니 모두 대비할 것.

         

       “…6개월이라.”

         

       여일예는 6개월이라는 단어를 되뇌이며 생각했다.

         

       마교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일까.

         

       여일예는 검의 손잡이를 꾸욱 쥐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은공의 도움이 되겠습니다.’

         

       여일예는 편지를 접어 다시 봉투 안으로 되돌려 놓고는 폐관동 한켠에 고이 보관했다.

         

       편지를 보며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촤앙!

         

       남은 기간동안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리리라.

         

       기약 없는 기다림에 조금씩 늘어지던 여일예의 각오가 바짝 당겨졌다.

         

       ‘6개월, 그 사이에 반드시 이 육일쌍연극검의 요체를 모두 소화하겠다!’

         

       “하아압!”

         

       여일예의 기합성과 파공음이 다시 한번 폐관동을 메우기 시작했다.

         

       푸드드득!

         

       그 시각, 전서구들은 다른 이들에게도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부지런히 하늘을 날았다.

         

       다음으로 흑묘의 소식이 전해진 사람은 바로 당소열이었다.

         

       “6개월이라. 서둘러야겠군.”

         

       따앙! 따앙!

         

       멈추었던 망치질을 재개하는 당소열. 그런 당소열의 대장간 한켠이는 수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당도연은 이름 모를 산기슭에서 편지를 받았다.

         

       “이 녀석을 길들이려면 시간이 빠듯하겠군요.”

         

       당도연은 불만 가득한 말의 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황실무고를 탐방하고 있던 황녀, 유야 공주에게도 전서구가 닿았다.

         

       “6개월…”

         

       혁기린은 편지를 읽고는 생각했다.

         

       신강에도 황국의 영향력을 투사하려면 서둘러야겠다고.

         

       혁기린은 주먹을 꾹 쥐었다.

         

       소천마 위서련의 강요에 반 강제로 마교행을 택한 호천안이 아니었던가. 그런 소천마의 손아귀에 갇혀 사는 마교의 생활이 결코 편할 리가 없었다.

         

       호천안과 흑묘라면 잘 헤쳐나가리라는 믿음과 별개로 그 생활이 칼날을 밟고 걷는 것과 같이 위태롭고 고단하겠지.

         

       ‘기다리세요. 호 낭인님!’

         

       혁기린이 그렇게 고단한 여정을 보낼 호천안의 모습을 상상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가겠습니다.”

         

       “음.”

         

       호천안은 천마 앞에서 야바위를 펼치고 있었다.

         

       *** ***

       

       천마와 180일간의 승부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천마와의 승부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뇌정을 보인 날 거의 곡예에 가까운 재주를 선보이길 요구했던 천마. 

       

       첫날을 경험한 뒤에 곡예와 같은 승부의 연속이 될 것이라 여겼던 나의 예상과 다르게 천마는 여유로웠다.

       

       천마는 하루에 하나씩 대표적인 도박을 맛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은 180일이나 있다는 것일까.

         

       천마는 말 그대로 느긋하게 도박을 즐겼다.

         

       물론 천마가 느긋하다는 것이 내가 느긋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파바바박!!!

         

       천마를 속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내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해서 야바위의 잔을 섞고 있었지만 천마의 눈길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잔이 멈추자 천마가 나직하게 말했다.

         

       “재미있군.”

         

       그야 재미있으시겠지요.

         

       남은 똥줄이 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서 기술을 펼치고 있는데 본인은 맞추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니까.

         

       위지천은 중간의 잔을 택했고 나는 그 잔을 들어올렸다.

         

       다행히도 잔 속에 주사위는 없었다.

         

       중앙의 잔에 주사위가 없는 것을 확인한 위지천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고작해야 잔 세 개 사이에서 벌어지는 변화 따위에 현혹당하다니. 세상은 넓고 재주는 많구나.”

         

       천마의 중얼거림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굴리고 천마는 맞추기만 하는 승부였지만 매 판이 고비였으니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절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주 신기해.”

         

       나는 중얼거리는 천마를 살피며 생각했다.

         

       천마야 그냥 유유자적 즐기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천마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었다.

         

       6개월간의 도박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천마의 의중에 대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천마의 심리야 파악하면 파악할수록 좋은 일이었지만 가장 먼저 알아내야 할 사안은 정해져 있었다.

         

       천마는 내 의중을 읽을 수 있을까, 없을까.

         

       나는 운종 선사님과의 승부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사실 운종 선사님과 내 도박 실력 차이를 감안하면 승부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무공 경지가 높은 이가 싸움에서 승리하듯이 도박판에서는 도박 기술이 좋은 자가 승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운종 선사님은 애들을 위한 손기술 몇 개를 배운 것이 다였고, 나는 도박기술을 대성한 사람이었으니 사실 승부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운종 선사님은 그 승부에서 내 야바위를 간파했다.

         

       운종 선사님은 압도적인 경지 차이를 바탕으로 내 의도 그 자체를 읽어내 버리셨기 때문이었다.

         

       천마도 운종 선사님처럼 내 의도를 읽을 수 있음에도 그저 내 도박에 어울려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내 의중을 간파하지 못하는 것일까.

         

       “다음 판을 시작하지요.”

         

       “좋다.”

         

       나는 야바위를 살피며 천마의 반응을 면밀히 살폈다.

         

       ‘쓰읍…’

         

       즐기는 기색이 만연한 천마였지만 그렇게 가벼운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나는 천마의 심리를 아주 조금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도박판에 앉아 있어도 천마는 천마라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도 손은 거침없이 기술을 펼쳤고 충분히 천마를 속였다 싶은 시점에 잔을 멈추었다.

         

       천마는 잔을 택했다.

         

       “오른쪽이로군.”

       나는 말없이 잔을 들어 올렸다.

         

       오른쪽 잔 안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승리를 거둔 천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골치가 아파졌다.

         

       이 승리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간파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찍어서 맞춘 것인지 알 길이 없으니 당연히 머리가 복잡해 질 수밖에.

         

       내가 예상으로는 천마가 운종 선사님처럼 내 의사 그 자체를 간파할 수 있을 확률은 반반이었다.

         

       운종 선사님과 승부를 벌일 때의 나는 반쪽짜리 일류에 불과했지만 지금 천마와 야바위 승부를 벌이는 나는 초절정이었으니까.

         

       천마의 괴물같은 무위를 생각해보면 내 의도를 간파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내 경지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군.”

         

       천마가 의미심장한 어조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의 사조와의 일전은 참으로 강렬했으나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렇습니까?”

         

       “고작해야 한 합을 주고 받았을 뿐이니 일뢰를 다스리며 그 자와 수 싸움을 주고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계속해서 남더군.”

         

       천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한번 계속 노력해 보거라. 무의 겨룸이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도박의 겨룸이라면 어쩌면 나를 간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거 완전히 들켰네.

         

       나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러도록.”

         

       천마와의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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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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