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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9

       “모습을 드러내라! 네르! 푸른매 기사단의 단장! 이 파바르마가 그대를 상대해 주겠다!”

       

       게임을 시작하고서 얼마나 되었을까. 여러 군세를 단독으로 찢어버린 영향인지는 모르겠다만 왕국군을 상대할 때마다 나를 깨부수어 주겠다는 이들이 여럿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굳이 굴욕을 받고 싶어하는 특이취향을 가진 이들을 볼 때마다 내 방송을 보는 아해들에게 같은 물음을 던졌다.

       

       “저 놈이 그 절대 쓰러트릴 수 없는 기사라는 녀석이더냐?”

       

       그리고 그 때마다 방송을 보는 아해들은 같은 대답을 돌려 줬다.

       

       – ㄴㄴ

       – 토너먼트에서 맨날 깨지는 기사님이네.

       – 좆밥임.

       – 아니 근데 흑기사 대체 언제 나옴?

       – 게임 진행하면서 볼 수 있는 캐릭터들 많이 나오네. 다 적이지만.

       

       “그 최강의 기사라는 녀석이 존재하긴 하는 것이냐?”

       

       여태까지 본인에게 일기토를 신청한 기사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십에 달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여전히 바라던 적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그 최강의 기사라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때마다 시청자들은 다음에 가면 볼 수 있을 거라며. 한 군세만 더 상대해 보자며. 5분만 더 하면 될 거라며. 내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권유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이 각본은 내가 처음으로 진입한 것일 텐데 어찌하여 나보다 이 각본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차고 넘치는 것인지.

       

       – 기사너무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화령님. 저 쟤가 최애캐에요.]

       

       “무어냐. 적당히 봐달라는 이야기더냐?”

       

       별 어려운 일은 아니지. 적당히 합을 겨루다가 팽팽한 대결 끝에 본인이 승리했다는 식으로 연출하는 것이야 간단하니까.

       

       원한다면 바라는대로 해주겠다 생각하고 있으려니 또 다시 후원음성이 들려왔다.

       

       – 기사너무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뇨. 처발라주세요. 바닥을 구르게 해주세요. 질질짜게 해주세요. 하악. 패배히어로 너무 조아]

       

       “…돌겠군.”

       

       – 아닠ㅋㅋㅋ

       – 당신의 이상성욕. 궁금하지 않습니다.

       – 엔리갤로.

       – 엔리갤로 보내!

       – 쳐내!

       

       아무리 익명이 보장된다고는 하나 저리 적나라한 이야기를 수 천, 아니 이제는 만 몇 천이라 해야겠군. 어쨌든 이만한 수에 달하는 사람 앞에서 내비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괜히 말을 꺼내봐야 더 깊은 심연만 보게 될 것 같았기에.

       

       “일단 이미 돈을 받아버렸으니 최대한 그대가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긴 하마.”

       

       저 기사에게 굴욕을 선사해달라고 그랬던가. 별 어렵잖은 일이지. 내가 어디 타인에게 굴욕을 심어준 것이 하루 이틀 일이더냐.

       

       먼 과거 본인은 어떻게 하면 상대가 더 심대한 굴욕 속에서 부들거릴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탐구한 적도 있는 바. 이것은 본인의 전문 분야라 해도 무방했다.

       

       앞으로 발을 옮기자 나를 따르는 군이 저 알아서 길을 만들어냈다. 이미 수많은 전장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보인 나다. 저 중 누구도 나를 의심하지 않고 의심할 수도 없다.

       

       “그대가 네르인가?!”

       

       본인과의 대결을 기대하는 것일까. 파 어쩌구하는 기사는 흥분한 기색을 조금도 감추지 아니했다.

       

       “나와 주어서 고맙다! 나는…”

       “됐다. 본인은 스치고 사라져버릴 무인의 이름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

       

       상대에게 굴욕을 선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본인이 선호하는 바는 노골적인 무시다.

       

       상대를 사람취급 해주지 않는 것. 사람을 사람으로 여겨주지 않는 것.

       

       자존감이 높은 자일수록 이런 데에 커다란 분노를 느끼는데 보통 무인이라는 존재는 자존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지라 이 무시가 잘 먹혀들어가지.

       

       “…건방지군.”

       “본인의 입장에선 아무런 실적도 없는 놈팽이가 일기토를 청했단 사실 자체가 건방지다고 느껴진다만.”

       

       보통 이렇게 무시를 당하면 화를 내거나 입술을 곱씹거나 한다. 이 기사는 후자였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노골적으로 기분이 나쁘다는 티를 냈다.

       

       “이제 처음으로 전선에 서 본 꼬맹이주제에.”

       “그래. 그대의 말이 옳다. 그러니 덤벼보거라. 그 꼬맹이 정도는 쉬이 이길 수 있을 터 아니더냐.”

       

       무기도 들지 않은 채 손을 까닥이자 파 어쩌구하는 기사가 나를 향해 내달렸다.

       

       검을 뽑아들지 않은 것은 그의 자존심일까?

       

       그래봐야 한참은 더 큰 어른이 철갑을 입은 채 달려든다는 사실부터가 불공평일 터인데. 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을 보면 멍청하단 말이 절로 나오는 구나.

       

       무어. 상관은 없다. 어차피 머잖아 검을 뽑아들게 될 테니까.

       

       저가 내지르는 주먹을 본다. 그 움직임을 보면 파 어쩌구하는 기사가 얼마나 고된 훈련을 거듭했는지는 느낄 수 있다.

       

       검수일 텐데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영 자연스럽구나.

       

       흐음. 받아내거나 쳐낼 수는 없겠어. 이 세상에는 내기도 없고 도도 없으니 말이다.

       

       본인의 몸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여자아이의 것이니. 아무리 형이 좋다 하여도 저기에 부딪히는 순간 그대로 부서지고 말겠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받아낼 수 없다면 피하면 되는 것이지 않나.

       

       앞을 본다. 주먹을 본다. 주먹을 내지르는 기사의 육신을 본다.

       

       손이. 팔이. 어깨가. 허리가. 다리가. 시선이. 상대가 내지르는 주먹이 어디로 향할 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난 주먹이 날아들기도 전에 그것이 향할 위치를 알았고. 주먹이 날아들 즈음엔 이미 다른 위치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이 모습이 기사에게는 어찌 보였을까.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걸 보아 놀란 건 분명하구나.

       

       “끝이더냐?”

       

       슬쩍 되묻기 무섭게 기사가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허나 다시 공격을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기사가 내지르는 주먹은 뻔했고. 그를 피하는 것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기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홀로 전장을 지배한 재능을 인정하겠다!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여태까지는 진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으냐? 내 그대가 발악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는데?

       

       그리고 말이다. 검을 들었다하여 무언가가 바뀔 성 싶더냐. 무기가 주먹에서 검으로 바뀌었을 뿐 그대의 수준이 올라간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결국 본인에게 읽혀 그 어떤 공격도 적중시키지 못할 터인데.

       

       이미 충분할 정도로 추해진 듯 하다만 그래도 조금 더 어울려 주도록 하마. 마음을 꺾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까.

       

       – 기사너무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부들거리는 눈 너무 조아! 역시 파바르마야!]

       

       – 그러니까 님 이상성욕 안 궁금하다니까요?

       – 역시 변태는 돈이 되는 건가.

       –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

       

       백화령은 정파를 상대하면서 벌였던 일 대부분을 기억했다.

       

       그는 그녀가 세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떨친 일이었으며, 그녀가 그 때까지 살아남았던 이유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기에 백화령은 화음군수의 얼굴을 보고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를 기억해냈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 속에서도 끝까지 목소리를 높이던 남자. 한치 물러섬 없이 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던 이.

       

       비열하고 비참한 이들만을 보아왔던 백화령은 저의 모습을 보고 변덕을 부렸고 군수의 목숨을 부지시켜 주었다.

       

       저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반가워 인사를 건네려했다만 바루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백화령의 입을 틀어 막았다.

       

       “멍청한 녀석! 그대는 저들의 원수다! 얼굴을 드러내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

       “혈교 나부랭이건 나발이건 나를 죽이려 들겠지.”

       “그래! 그를 알면서 어찌하여 조심하지 않는가!”

       

       그것이 나의 업이니까. 라고 백화령은 생각했지만 저를 입 바깥으로 내진 않았다.

       

       자신을 도와주면 두 시간동안 저항하지 않고 쓰다듬게 해주겠다는 이야기에 제안을 받아들인 백화령이다. 괜히 바루의 심기를 거스르고픈 생각은 없었다.

       

       “흐음. 그럼 신공도 사용해선 안 되겠군.”

       

       적당한 정파의 무공 중 하나를 사용할까. 본인이 저기에서 처리해줘야 할 것은 혈교의 강시일 터이니. 검을 들도록 하자꾸나.

       

       무기야 저 무리 중 하나에게서 빼앗아 오면 될 일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고. 어떤 검공을 쓸 지가 문제인데.

       

       아아. 그래. 민가 그 녀석의 문파는 화산이었지. 좋아. 화산의 검술을 쓰도록 하자. 강시들의 팔다리를 쳐날리는 데에는 육합검법 정도면 충분할 테니 말이다.

       

       “먼저 가마. 알아서 처리할 테니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거라.”

       

       저 따위 무리를 상대하는 거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

       

       “짜증이 나는 군.”

       

       난 결국 점심 무렵 시작한 방송이 한 밤이 될 때까지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사라는 작자를 만나지 못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루어 낸 것은 많다.

       

       주인공의 아비는 부모로써는 적절치 않은 사람이었지만 귀족이나 지휘관으로서는 썩 괜찮은 인간이었다.

       

       그는 다른 귀족을 설득하여 세력을 불렸고 나라는 무력을 적극 활용해가며 왕국의 영토 절반 이상을 반란군의 것으로 만들었지.

       

       아마 내일 또 다시 하루종일 저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왕국을 점령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내 목적이 왕국 점령과는 하등 상관 없는 것이라는 거겠지.

       

       대체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한 기사라는 작자는 어디에 있는가.

       

       반란의 무리가 이쯤 난장판을 쳤으면 그 최강이라는 녀석이 나타나 반란을 진압해야 하지 않으냐?

       

       어찌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인지 원. 이러다가 끝을 볼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봐 두렵구나.

       

       이럴 줄 알았더라면 처음에 설명을 잘 들을 것을 그랬어.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옛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미간을 찌푸릴 일도 없을 것인데.

       

       VR의 세상에서 빠져나온 나는 머리에 낀 것을 벗어 던지고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

       

       밥이나 먹자꾸나. 아직 시간이 그리 늦지는 않았으니 하는 곳도 많을 것 아니더냐.

       

       오늘 따라 이상하게 면이 먹고 싶었던지라 칼국수와 만두를 시킨 나는 시간도 떼울 겸 내 방송 게시판에 들어갔다.

       

       내일이면 지금 하고 있는 게임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터인데 그 때까지 백호네 회사의 서버가 복구된다는 보장이 없잖은가.

       

       특히나 나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였으니 다음에 할 게임을 찾아보아야지.

       

       [생각보다 서버 복구 빠른 듯?]

       

       공지 올라왔음. 내일 점심무렵까지는 서버 복구할 수 있을 것 같다네.

       

       – ㄹㅇ?

       

       -왜 낚시 아님?

       

       – 문제 그렇게 안 컸나 보네.

       

       – 그래서 내 승급전은 어떻게 할 건데!

       └ 날아간 승급전!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포기해라!

       └ 승급전 질 뻔 했는데 기록 날아갔죠? 개꿀이죠?

       └ ㅆㅂ.

       

       오오. 벌써 복구가 한참 진행중인 것인가.

       

       참으로 잘 된 일이로구나. 그렇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루와 도술에 관해 상의를 할 수 있는 이야기일 터.

       

       빨리 일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내 쪽에 날아든 메시지가 있음을 발견했다.

       

       누가 보낸 거지?

       

       번호가 적혀 있지 않은 걸 보면 백호일 가능성이 높은가.

       

       [넌 아직 한참 남았음. 기대하지 마셈.]

       

       …굳이 초를 쳐야겠느냐. 빌어먹을 것아.

       

       나중에 만날 일이 생기면 이 놈의 수염을 뽑아버리는 것으로 주제를 알려주어야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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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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