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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9

     제국은 지브롤터의 전투방식을 알고 있다.

     

     특히 그레이 지브롤터의 병력 운용방식에 대하여 명확하게 알고 있다.

     바르셀 후작령과의 영지전.

     그것 하나만으로도 제국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그레이 지브롤터의 전술을 인지하고 있었다.

     황제는 분명 제국군 장교들에게 그 전술에 관한 내용과 대응방식을 설파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그레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바르셀로나 영지전을 통한 노스트럼식 전투 전술교범 마련 방안’과 같은 방식으로 장교들을 훈련시켰을 것이다.

     즉, 지금 우리의 앞에 있는 제국군 병사들은 노스트럼의 기사, 그 중에서도 지브롤터를 상대하는 법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자들이다.

     “사격 개시ㅡㅡㅡ!!”

     

     투두두두.

     마탄이 쏟아진다.

     마법으로 된 매직 미사일과 납으로 만들어진 탄환이 강선을 지나 폭발과 함께 우리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온다.

     “로버트 경.”

     나는 앞으로 달리며, 검을 사선으로 들었다.

     “제국 머스킷에 대한 대응방식은?”

     “마탄은 몸으로! 실탄은 검으로!”

     “300점.”

     로버트 경의 포효와 함께, 나는 선두에서 나에게 날아오는 마탄을 향해 검을 옮겼다.

     타ㅡ앙!

     납탄은 하늘을 향해 도탄시킨다.

     나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탄환의 궤적에 정확히 검을 비스듬하게 붙여 하늘로 튕긴다.

     혼자라면 땅에 튕겼겠지만, 나의 뒤에는 다른 기사들도 있으니 위가 정답.

     투ㅡ욱.

     어깨가 무겁다.

     돌덩이가 날아와 몸에 부딪친 것처럼 무게감이 느껴진다.

     납탄이 아닌, 마력으로 이루어진 탄환.

     제국의 총병대는 머스킷 부대의 탄환을 적절히 섞어, 병사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걸로 재미를 봤다.

     마탄인 줄 알고 몸으로 막으려고 하면 실탄에 갑옷이 망가지거나 몸이 꿰뚫린다.

     실탄인줄 알고 그냥 막는다면 마탄의 마나가 폭발하며 그 타격이 몸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알아서, 구분하고, 튕겨내라.”

     지브롤터 기사들 개개인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게 정답.

     타ㅡ앙!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아무리 적의 진지에 수많은 사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사 개개인을 향해 날아오는 머스킷의 탄환은 많아봐야 6~7개 정도.

     카가가강!

     달려가는 속도는 느려질 수 있어도, 실탄만 정확히 검으로 쳐낸다면 타격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 미친!”

     들린다.

     “저, 저것들 실탄만 골라서 쳐내고 있습니다!”

     “쏴!!”

     제국군 병사들 중 일부가 장교에게 외치고, 장교의 악에 가득찬 명령은 우리가 거의 근접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제국의 전술교범에는 실탄은 검을 휘둘러 도탄시키고, 마탄은 몸으로 받아내며 신체 내부의 마나로 찍어누르며 달려오는 적을 상대하는 방법은 적혀있지 않으니까.

     “미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래.

     “괴물인가…?”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괴물, 그 자체.

     “괴물이지.”

     앞으로 검을 내던진다.

     가장 선두에서 머스킷을 장전하려고 하던 병사의 미간에 정확히 검이 찍히며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나는 바로 그 머스킷병을 향해 뛰었다.

     푸ㅡ욱.

     어깨를 밟고, 검을 뽑아들며 위로 뛴다.

     동시에 나의 옆으로 제국군 1열과 조우한 기사들이 달려오던 관성 그대로 머스킷병을 습격한다.

     카를로스 경은 머스킷병을 향해 어깨로 들이받고, 멘테 경은 머스킷의 총구 아래로 몸을 숙며 칼을 크게 휘두르며.

     “우오오오!”

     로버트 경은 한 손에 든 검으로는 총병의 목을 찔러넣고, 반대쪽 손의 방패로는 머스킷의 총탄을 튕겨내며 병사를 밀친다.

     1열 붕괴.

     하지만 제국군은 1열이 붕괴되었다고 해서 와해되는 오합지졸이 아니다.

     “거창ㅡ! 찔러!!”

     장교의 외침에 바로 2열에 있던 이들이 머스킷 아래에 대검을 장착하고 우리를 향해 찌르려들고, 3열 뒤에 있는 이들도 급히 대검을 장착한다.

     빠른 판단이다.

     햇빛 아래에서 멀쩡히 움직이는 제국군 병사들답게, 제국의 최정예 병사들로 모여있는 이들인만큼 공수전환이 빠르다.

     “느리군.”

     하지만 속도라는 건 언제나 상대적인 것.

     노스트럼의 기사들을 상대한다면 갑작스러운 근접전에 기사들이 당황하고 그러겠지만, 우리는 일반적인 노스트럼이 아니다.

     푸ㅡ욱.

     우리는 지브롤터다.

     비상식의 괴물들이며, 한 명 한 명이 전술병기인 괴물들이다.

     “뭐, 뭐 이런…!”

     “우리가 평화를 얘기한다고 해서, 우리가 약해보였더냐.”

     나는 앞을 향해 검을 찔렀다.

     “원망할 거라면 황제를 원망하라.”

     “크, 커헉…!”

     

     제국 병사의 심장에 꽂은 검을 뽑고 땅에 꽂는다.

     동시에 병사의 발을 걷어차며, 머스킷을 빼앗아 한 번 크게 빙글 돌린다.

     대검은 꽂혀있지 않다.

     2열의 병사들이 대검을 들기도 전에 이미 우리 선두는 2열까지 밀고들어왔으니까.

     3열도 마찬가지.

     타ㅡ앙!

     머스킷을 쏜다.

     마탄이 아닌 실탄이라, 마나소비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황제는 어디에 있나.”

     좌우로 지브롤터의 기사들이 밀고들어간다. 

     나는 머스킷을 한 번 더 쏜 뒤, 실탄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머스킷을 통째로 앞으로 투창하듯 내던지며 내 앞의 병사를 정확히 맞췄다.

     “황제가 없다면, 마스터라도 있어야지.”

     설령 마스터가 있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그런 마스터조차 없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여기에 진을 치고 있는 건지.”

     “으, 으어어….”

     쓰러진 병사에게서 머스킷을 빼앗아 빙글 돌린 뒤, 머스킷의 앞에 장착된 대검으로 병사의 목을 찌른다.

     푹.

     일격.

     마나를 쓸 필요도 없이, 가장 찔러 죽이기 쉬운 곳을 향해 약간의 힘으로 대검을 찔러 적을 죽인다.

     “후우.”

     잠시 걸음을 멈춰 호흡을 가다듬지만, 좌우로 나아가는 기사들의 진격은 멈추지 않는다.

     “황제는, 어디에 있나.”

     황제가 보이지 않는다.

     “내 아버지의 팔을 자르고, 이 전쟁을 일으킨 자는 어디에 있나.”

     병사들은 답이 없다.

     장교들은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지만, 상급 기사에 준하는 실력자도 결국 몇 번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쓰러진다.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은 어디에 있나.”

     “으아아아!”

     제국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총검을 내게 내지른다.

     “죽어라, 지브롤터ㅡㅡㅡ!”

     눈에 서린 것은 광기, 분노, 혹은 복수심.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청년이 이 자리까지 와서 내게 총검을 겨눈다는 건, 아마도 부모 세대 이전부터 내려오던 지브롤터에 대한 증오가 응축되어 내려왔기 때문일 터.

     “지브롤터, 인가.”

     나는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푸ㅡ욱.

     내가 나서기도 전, 이미 뒤따라 달려오다 내 옆을 스치며 나아간 기사가 내 앞 길을 가로막은 병사를 검으로 찌르며 옆으로 던져버렸으니까.

     “어리석은 자들. 고작 협곡 하나 넘어왔다고 이긴 줄 알았더냐.”

     

     나는 바닥에 쓰러진 제국군 병사의 갈라진 흉갑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크림슨 지브롤터가 쓰러졌다고 하여, 전쟁이 끝난 줄 알았더냐.”

     손에 잡히는 익숙한 종이포장지.

     “약물로 신체를 강화하여 싸운다고 해서, 너희가 우리를 죽일 수 있을만큼 강해진 줄 알았더냐.”

     이미 반쯤 사라져있었지만, 나는 그 남은 절반을 꺼낸다음 머스킷의 약실 안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전부 틀렸다.”

     앞으로 머스킷을 겨눈다.

     마나는 사용하지 않되, 머스킷의 총신 내부로 흘러들어간 백은가루의 마나를 움직여 내부에 마탄을 만들어낸다.

     “지브롤터가 있는 곳이 곧 협곡이다.”

     정면.

     “후, 후퇴!! 성벽까지 퇴각하라! 이 괴물들과 정면에서 맞서 싸우지마!!”

     아랫입술을 깨물며 군기를 크게 흔들며 지시하는 장교의 외침에 제국군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뒤로 물러난다.

     탕, 타앙, 타ㅡㅡ앙!

     그냥 물러나는 것도 아니고, 머스킷을 쏘거나 머스킷에 뭔가 장치를 조작하며 머스킷을 우리 기사들을 향해 내던지며 도망친다.

     장전, 조준, 발사.

     타앙!

     마탄이 날아드는 머스킷의 약실을 정확하게 꿰뚫은 순간.

     콰ㅡㅡ앙!!

     머스킷이 폭발했다.

     알싸한 백은의 향기가 나는 폭연이 우리를 덮친다.

     폭연 너머, 제국군 병사들이 몸을 돌려 부리나케 도망친다.

     나는 하늘을 향해 머스킷을 든 다음, 머스킷에 나의 마나를 담아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삐이ㅡㅡㅡㅡ익!! 

     평소의 파열음과는 다른, 쇠를 긁는듯한 파열음.

     약실과 강선을 백은가루가 긁는소리와 함께, 나의 머스킷 위로 회색 잿빛 탄환이 수직으로 날아갔다.

     “전군, 정지.”

     뚝.

     진격이 멈췄다.

     

     이미 한참 앞으로 나아갔던 기사들도 바닥을 향해 자신들의 무기를 찍으며 관성을 억제한다.

     그러자-

     콰과과광ㅡㅡㅡㅡ!!

     

     폭발이 일어났다.

     제국군 병사들이 서 있던 진지 끝에서부터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며 땅을 마구 헤집어놓기 시작했다.

     “도련님, 저것들 설마…!”

     “가지가지 하는군.”

     땅에 내던진 머스킷이 일차폭발을 일으키고.

     그 폭발에 반응한 마석들이 이차폭발을 일으킨다.

     “땅 밑에 폭발마석이라.”

     혁명군이나 하던 짓을.

     “…나중에 리프트 영지의 땅을 전부 뒤집어까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이 다 찾아내게 만드는군.”

     우리가 이곳까지 오기 위해 병사를 모으고 장비를 준비하는 닷새 동안, 제국군은 단순히 진지만 구축한 게 아니었다.

     “변경백 각하.”

     로버트가 다가온다.

     “길이….”

     “그래. 보이네.”

     폭연이 가라앉자, 마구잡이로 폭발이 일어난 구덩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 멀리 협곡이 보이지만, 협곡에도 이미 수많은 제국군 병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땅에는 폭발마석, 정면과 위에서는 머스킷 탄환이 비처럼 쏟아지겠지.”

     “……새삼스럽지만, 협곡의 지형 한 번 더럽게…하아.”

     “500년 동안 노스트럼을 지켜준 곳이니, 저 정도는 되어야지.”

     난공불락의 요새.

     “그런데 로버트 경. 한 가지 잊고 있던 게 있는 모양인데.”

     “협곡에 대해서, 말입니까?”

     “그래.”

     지형은 똑같지만, 난공불락은 어디까지나 제국의 입장이었다.

     “우리 쪽에서 뚫는 건 일도 아니거든.”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쉽지는 않지.”

     땅은 언제 밟으면 터질지 모르는 폭발마석이 깔려있고, 성벽 위 병사들은 난간마다 머스킷을 둔 채 마구 쏴대려고 자리를 잡고 있다.

     

     심지어 성벽 아래에서 뛰어 넘어가려고 해도, 사다리는 이미 치워져있고 협곡 위에는 비행선들이 유유히 떠 있는 상태.

     협곡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쉽지 않겠지만, 뚫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거든.”

     “지시를 내려주시옵소서.”

     “밤이 되면, 쳐들어가지.”

     나는 폭연 속 알싸한 백은의 연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늘을 나는 게 저들만 가능한 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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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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