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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9

   검존.

   세계 침식자 중 가장 강하다고 손꼽히는 이.

     

   크라슈가 그와 만나고자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왜냐하면 그는 세계 침식자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다수의 세계 침식자가 나서지 않는다.

   그가 나서는 그 순간 전쟁의 판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존의 영향력은 세계 침식자 중에서 제일이라 일컬어도 좋았다.

     

   그렇기에 크라슈는 검존을 만나야 했다.

   그를 설득해서 전쟁에 나서지 않게 한다면 세계 침식자 전체와 전면전을 할 필요 없으니까.

     

   “나 참, 검존을 만나겠다니. 그는 네가 기대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대화조차 불가능한 이니까.”

     

   그런 크라슈의 옆.

   지니묘아가 크라슈에게 조언하듯 말을 전했다.

     

   “알고 있어.”

     

   그리고 크라슈는 월묘, 지니묘아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의 말대로 검존은 대화가 불가능 한 사람이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가 유일하게 대화할 방법을 알고 있다.

     

   “나는 세계 침식자들 전체와 딱히 전쟁하고 싶지 않아.”

     

   크라슈는 솔직한 말을 전하며 걸음을 옮겼다.

     

   조디악을 지켜준다는 대가로 얻게 된 검존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월묘, 지니묘아를 떠올렸을 때부터 검존을 떠올리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더 빠르게 검존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크라슈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내가 무찌르고 싶은 건 익시온뿐. 그들이 다른 세계 침식자들에게도 위협이 될 거라는 걸 검존에게 알리고 싶을 뿐이다.”

     

   크라슈의 이야기를 들은 지니묘아는 잠깐 크라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세계라도 지킬 것처럼 비장하군.”

     

   예상보다 더 예리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지은 웃음은 꽤나 마음에 든다는 긍정적인 의미였다.

     

   “좋아. 사내대장부 포부가 그 정도는 돼야지. 네가 성공하기를 빌어주지. 나도 딱히 세계 전체랑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크라슈가 짧게 콧바람을 내쉬었다.

   다른 세계 침식자 놈들도 다 지니묘아 같은 놈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다른 의미로 큰일 나긴 하겠군.’

     

   전투광이 온 세상에 넘쳐날 테니 말이다.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 한기가 스며들어왔다.

   이그니스의 열기로 몸을 때우고 있음에도 한기가 스며드는 곳.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넓은 산맥이 프레이야 산맥이라면.

   이곳은 가장 세계에서 가장 고지대의 산, 엔마이아다.

     

   크라슈는 지금 지니묘아와 함께 엔마이아의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검존이 그곳에 있었으니까.

     

   세상을 모두 등한시한 검존은 엔마이아 산 정상에서 오직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크라슈는 엔마이아 산을 오르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엔마이아 산이다.

   당연히 위로 올라갈수록 산소는 희박해지고, 주위 온도는 한없이 바닥을 향해 나아갔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강함과 산을 오르는 건 별개인데.”

   “비슷한 걸 이미 겪어 봤으니까.”

     

   크라슈는 세계수를 검으로 한 땀 한 땀 박으며 오른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엔마이아 산을 오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조디악은 지금쯤 도착했겠군.”

     

   그러는 사이, 저 아래 먼 경치를 바라보며 지니묘아가 말했다.

     

   크라슈는 이후 조디악을 마황에게 보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마황이 직접 있는 곳이라면 아벨라도 섣불리 침입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설령 아벨라가 침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마황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벌 거다.

   서로서로 마법으로 끝없이 수 싸움을 벌여야 할 테니 말이다.

     

   ‘문제는 현재의 아벨라가 어디까지 성장했는가 겠지.’

     

   아서의 말에 의하면 아벨라는 마법의 정점을 찍어 마법의 진리를 추구하고자 세계를 마법과 교환했다.

     

   크라슈가 기억하는 아벨라는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듯싶지만.

   아벨라의 마법 실력이 거의 정점에 가까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만약 전성기 마법 실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면.

   마황이라 하더라도 아벨라를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거다.

     

   “그래, 잘 도착했을 거다.”

     

   하지만 이는 당장 걱정할 게 아니다.

   지금 크라슈가 우선해야 할 건 검존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말로 아벨라가 그 수준에 도달했다면.’

     

   이미 진작 크라슈를 납치해서 이그니스를 써먹으려 했을 것이다.

     

   ‘혹은.’

     

   굳이 납치하지 않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든가.

     

   메리를 망가뜨리고, 시그린을 끝장냈지만.

   아직도 그다지 나아진 것 없는 상황에 크라슈는 혀를 찼다.

     

   아벨라와의 결전을 끝내기 전까지는 발 뻗고 잘 수 없겠지.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어느새 두 사람의 앞에 거대한 절벽이 나타났다.

     

   얼어붙은 검은색의 돌로 이루어진 절벽은 발 디딜 곳 하나 없어 보였다.

     

   “올라가지.”

     

   하지만 지니묘아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밟으며 위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그녀의 다리는 절벽에도 밀리지 않았다.

     

   크라슈는 우뢰성의 검날을 만들어 냈다.

   그러고는 이내 도약과 함께 절벽에 검을 박아 넣었다.

     

   예전에 세계수를 올랐을 때와 같이.

   크라슈는 그걸 계속해서 반복하며 절벽 위를 올랐다.

     

   하지만 이는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쿠구구구궁!

     

   크라슈는 곧이어 머리 위가 거세게 진동함을 깨달았다.

   멈칫한 그가 고개를 들자 머리 위, 절벽이 일부 무너지며 크라슈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진 세계수와 달리.

   크라슈가 절벽에 검을 박은 진동 때문에 약했던 부분이 무너진 것이다.

     

   “이런.”

     

   크라슈는 쏟아지는 암석을 피해 옆으로 크게 도약했다.

     

   다행히 암석은 어떻게든 회피했다.

   그러나 크라슈의 몸이 점차 아래로 추락해 나갔다.

     

   크라슈는 이를 아득 깨물며 발에 흑염의 열기를 끌어 올렸다.

     

   크라슈의 신발 밑창이 타들어 갔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크라슈는 발을 절벽에 박아 넣었다.

     

   치이이이이익!

     

   암석까지 녹여 버린 흑염의 열기가 크라슈의 발을 절벽 안에 박혀 들게 했다.

     

   이거라면 절벽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오를 수 있다.

   크라슈는 발을 뺌과 함께 도약하며 계속해서 위로 올랐다.

     

   크라슈가 도약과 함께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았다.

   이제는 구름도 그들의 한참 발아래에 있었다.

     

   크라슈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산소가 모자란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기 시작한다.

   온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갔다.

     

   크라슈는 흑염을 거세게 태웠다.

   이대로 있으면 몸에 서리가 껴 얼어 버릴 판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절벽은 남았다.

   크라슈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다리를 내질렀다.

     

   그러기를 한참.

   절벽도 어느새 서서히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크라슈가 숨을 당겨 쉼과 함께 발을 전력으로 내질렀다.

   그 순간 기어코 절벽에 올라선 크라슈가 바닥을 구르다시피 했다.

     

   바닥은 죄다 얼음 바닥이었기에 더 밀려가기 전에 크라슈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왔군.”

     

   크라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눈에 지니묘아가 들어왔다.

   크라슈보다 먼저 도착한 그녀는 씩하니 미소 지었다.

     

   “중간에 추락하길래 한참 걸릴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빨랐어?”

   “알면 도와주지, 그랬냐.”

     

   크라슈는 투덜거리면서도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곧 엔마이아 산의 정상 위 풍경이 보였다.

   그곳은 무척이나 황량했다.

     

   별이 가깝게 느껴질 만큼 높은 높이다.

     

   하늘이 발아래에 있다는 게 느껴질 만큼.

   구름조차 너무 멀리 있었다.

     

   이 정도 높이에서 생물은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엔마이아 산 정상에는 황량함과 차디찬 옅은 대기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고요하기 짝이 없는 공간.

     

   후웅!

     

   그곳에서 크라슈의 귀에 무언가 들려왔다.

     

   크라슈가 그 방향을 천천히 바라봤다.

   그러자 그곳에는 키가 큰 한 남자가 조용히 목검을 내려긋고 있었다.

     

   남자는 일반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은 흑표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흑범족 출신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흑범족 출신인 것을 생각해도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사선으로 이어진 거대한 흉터 자국이 있었다.

   이 흉터 자국이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그의 눈이었다.

     

   그의 눈은 더 이상 앞을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더불어 머리 위에 있는 그의 귀는 둘 다 반 이상 찢긴 상태였다.

     

   그의 귀 또한 눈과 같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의 귀는 소리를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검사.

   그 검사가 엔마이아 산 정상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검사가 바로 세계 침식자 중 제일이라 일컫어지는 인물.

   

   

   

   

     

   검존(劍尊)

   ‘만’이다.

     

   크라슈는 그를 본 순간 그가 그곳에 서 있음에도 있지 않은 감각을 느꼈다.

   이는 그의 존재감이 희박하기 때문이 아니다.

     

   개미가 인간을 한눈에 전부 읽어낼 수 없듯이.

   크라슈 또한 검존을 전부 읽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감각에서 오류가 생겨 지금 검존의 존재감을 역으로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꽤나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천하십강에 필적하는 지니묘아도 쓰러트린 크라슈다.

     

   그런데도 크라슈는 지금 검존을 보고 도무지 이길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세계 침식자의 정점.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검존은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샬롯은 이런 검존을 꺾었다.’

     

   크라슈는 검존의 검에 수많은 천재가 무력하게 잘려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아무리 세상을 빛낼 천재라 한들.

   검존의 검 앞에서는 허무하기 짝이 없이 죽어 나갔다.

     

   하지만 유일하게 샬롯만은 달랐다.

   재능의 정점이라 일컫는 그녀의 검은 검존에게도 닿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조차 사실상 동귀어진을 택했던 것이 검존이다.

     

   ‘그리고 설령 검존과 샬롯이 있더라도.’

     

   세계의 멸망은 막지 못했다.

     

   크라슈가 조용히 주먹을 꽈악 쥐었다.

   꽤나 많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더 달릴 길이 남아 있었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이 망할 세계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

     

   크라슈는 그 결심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검존은 여전히 허공에 목검을 내려긋고 있었다.

     

   그 행동은 마치, 장인이 한 땀씩 무구를 제작하듯.

   검존은 느릿하지만, 검의 진리의 끝을 보여주듯 내려그었다.

     

   그의 뒤에 크라슈가 도착한 순간.

   그제야 검존은 검을 내려친 자세에서 멈췄다.

     

   눈과 귀가 망가졌음에도 그는 크라슈를 인식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를 바라본 크라슈는 조용히 우뢰성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우뢰성에 백염을 지핌과 함께 검존에게 겨눴다.

   검존 또한 그에게 맞게 천천히 목검을 들어 올렸다.

     

   눈과 귀가 먼 검존은 세상을 오직 하나의 방식으로만 대화한다.

     

   그의 대화법은 단 하나.

     

   검담.

     

   그렇기에 크라슈는 그에게 자기 말을 전하고자 악착같이 노력해 강해졌다.

   그에게 대화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강함을 증명해야 하니까.

     

   “자, 어디.”

     

   크라슈가 입에 긴장된 미소를 그렸다.

     

   “우리 대화 좀 해보자고.”

     

   세계 침식자의 정점과 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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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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