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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9

    <349 – 조직항쟁2>

     

    카멜라는 정말 억울했다.

    오크노디의 과제를 훔치는데 성공이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실제로 아무것도 훔치지를 못했다.

     

    -응애애애애!

    -꺄아아아악! 머리 깨질 것 같애!!!

    -누가 저 응애 입 좀 막아봐!!

    -화, 화염마법을… 으으윽. 머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마나퍼즐을 모을 수가 없어!

    -앗 따가. 이 녀석, 넝쿨에 가시를 세우고 있어!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미친 듯이 절규하며 귀청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응애 만드라고라.

    귀마개를 써가며 뭐라도 하나 훔쳐보려 시도하자 쑥숙 자라난 넝쿨이 팔다리를 마구 찰싹 때리는 통에 모두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달아나기 바빴다.

    꿩 대신 닭이라고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에 속한 다른 학생들의 방도 털기는 했다.

     

    헤스티아의 방에서는 책상 위를 꼬물거리던 미니골렘을, 이사벨의 방에서는 벽걸이에 걸려있던 황금색 국자를, 도로시의 방에서는 영롱한 하얀색 버섯을.

     

    [자동방어술식 가동]

    [파손율 89%]

     

    “히익!”

     

    …즈앙의 방에서는 방어막을 꿰뚫고 머리에 닿기 직전의 암기 하나를 얻었고.

     

    치이익!

     

    “아악. 손이 방문에 붙었어!”

    “얼음트랩이야. 파이어 마법으로 체온을 올려서 얼음을 녹여! 그대로 있다간 동상에 걸려서 손을 절단해서 의무실에 들고 가야한다고!”

     

    아이린의 방에서는 침입자의 몸을 찰싹 달라붙게 만드는 냉기마법의 매운 맛을 보았어도 그래도 종합적인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자루에 든 거 잘 챙겨서 따라오…”

    “도둑?”

    “요, 용사!?”

     

    하필이면 범행을 막 마치고 벗어나던 도중에 복도에서 이슈타르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우리 애들까지 건드린 건 아니지?”

    “절대로 안 그랬어.”

    “그 방이라면… 오크노디 쪽이네.”

     

    이슈타르는 혀만 차고 지나갔다.

     

    “밤놀이는 적당히 해둬. 그 정도로는 어차피 대차게 깨지겠지만.”

    “…”

     

    눈치 없는 조직원 한 명이 용사도 못 해낸 일을 우리는 해냈다고 뻐드기려는 순간, 카멜라의 계약의 인이 빛을 뿜었다.

     

    [입 도 뻥 긋 하 지 마]

     

    머릿속에 새겨지는 외침에 조직원이 흠칫하는 사이, 용사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저기, 카멜라? 방금 네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린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자, 돌아가자. 오크노디 패거리들이 숙실이 털린 걸 알면 보복하러 오겠지. 사감선생님과 교관님들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오늘은 룸메이트들과 방을 바꿔서 단체실 몇 개에 단체로 몰려있자.”

     

    1인당 4인실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 발각되면 벌금을 내겠지만 오늘 훔친 물건들의 가치만 해도 신변보호서비스와 벌금을 내고도 엄청난 이득이 남는다.

    자신이 주도한 상급반 학생방 털이파티뿐만 아니라 행동대장의 하급반 학생방 털이파티도 있기에 하급반 학생들의 숙실을 알차게 털어 얻은 성과도 있다.

    오늘 얻은 성과를 직접 써먹을 건 써먹고 취급 곤란한 물품은 선배들에게 잘 처분하기만 하면 끝이다.

     

    ‘딱 하룻밤만 넘기면 돼.’

     

    동아리에서 만난 3학년 선배도 사전계획을 듣고 매입의사를 드러냈다.

    오늘밤만 지나면 포인트 부자가 된다.

    희망에 찬 기대는 야밤에 창문도 아니고 정식출입문으로 들이닥친 오크노디와 헤스티아에 의해 무참히 좌절되었다.

     

    “덮쳐! 우린 여덟 명이야!”

    “잠깐, 이 바보들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여학생 여럿이 달려들었다.

    카멜라는 보았다.

    사람이 사방으로 펑펑 날아가는 광경을.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란 학생들이 복도로 나왔다가 단체실 밖으로 튕겨 나와 쓰러진 학생을 보고 흠칫 놀랐다.

    해맑게 웃는 얼굴로 복도로 걸어나간 오크노디가 쓰러진 학생의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며 말했다.

     

    “베개싸움이에요! 못 본 척 해주실 거죠?”

    “폭탄 터지는 수준의 굉음이 들렸는데 그게 어떻게 베개싸움이야…?”

    “못 본 척 해주실 거죠?”

     

    단체실 하급반 학생들이 다급히 방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끝났구나.

    문을 닫고 돌아온 오크노디.

    그 짧은 사이에 여학생들은 성난 헤스티아 한 명에게 모조리 얻어터져 쓰러져있었다.

     

    “내 응애골렘 내놔.”

     

    자루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은 응애골렘이 헤스티아를 올려다보고는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 헤스티아의 발치에 닿았다.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골렘을 거머쥔 헤스티아가 안도하는 얼굴로 응애골렘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훔친 물건들도 다 돌려주세요!”

    “알았어…”

    “하급반에서 훔친 것들도요!”

    “…그래.”

    “남자기숙사에서도 훔쳤죠?”

    “다 줄게. 다 주면 되잖아…”

    “피해보상금으로 영수증을 보낼 건데 기숙사수리비, 사감선생님 및 교관 포섭비, 정신적 피해보상비도 다 챙겨주셔야 해요!”

     

    카멜라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정말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지금은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야 할 때였다.

     

    “근데 제 과제는 왜 여기에 없어요?”

    “뭐?”

    “응애 만드라고라가 무슨 힘이 있다고 과제를 지키겠어요. 시치미 떼어도 소용없으니 빨리 내놔요!”

     

    카멜라는 억울함에 눈물마저 핑 돌았다.

    이제야 알겠다.

    오크노디가 괘씸죄로 우리에게 자기 과제를 다 떠넘길 작정이구나!

     

    “오크노디.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우린 네 과제를 건드리지 않았어. 훔친 물건은 전부 돌려주고 피해보상도 해줄 거야. 과제는 안 돼. 그건 선을 넘었어.”

     

    평범한 학점이수도 아니고 무려 38학점이나 이수하는 학생의 과제다.

    심지어 상급반 학생, 그 중에서도 안데르센 대공자만큼 어려운 강의를 듣기로 정평이 난 오크노디다.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머리에 머리를 맞대어도 도저히 다 해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과제에 실패하면.

    충분히 만족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크노디는 이를 핑계로 계속해서 더한 대가를 요구하고 아카데미 생활이 완전히 망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녀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용납해서는 안 되는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물러서, 오크노디. 말로 해서 통할 녀석이 아니야. 협상은 근력으로 해야 해.”

     

    헤스티아가 주먹을 쿵쿵 맞대자 방 전체가 쿵쿵 울렸다.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비장의 한 수를 꺼내야만 했다.

    궁지에 물린 쥐도 고양이를 문다.

    카멜라는 쥐보다 더 아픈 이빨을 지니고 있다.

     

    [나 를 지 켜]

     

    손등의 계약의 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장 눈부신 빛의 강제력.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오크노디의 눈에 놀란 기색이 어렸다.

    접근과 동시에 눈치 챈 기민함은 카멜라에게도 놀라웠지만 자각해봤자 늦었다.

     

    벌컥!

     

    열린 문에서 나타난 자는 사감선생님과 함께 복도에서 물러났던 자.

    카멜라의 계약에 조종당하는 ‘아카데미 휴학생 겸 교관’이었다.

     

     

    * * *

     

     

    카멜라의 계약에는 기믹이 있다.

    그녀가 베푸는 펫 계약서는 주인이 베푸는 호의에 따라 펫의 빚이 늘어나고, 펫의 복종에 따라 빚이 줄어든다.

    그러나 주인과 펫의 관계와 별개로 계약서를 두고 오고가는 빚의 총량에 의해 계약서 소지자는 카멜라에게 별도의 빚을 지게 된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해병. 오늘이야말로 네 잔혹한 기행이 끝날 시간이다.

    -카멜라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넌 당해 마땅했어. 중량을 쳐서 근력을 늘리겠다며 남의 실험대를 들어 올렸다가 수직으로 절단 낸 죄를 치러라!

    -훈련작은 끝냈다며 기행작으로 칭호를 올리겠다고 멀쩡한 학생을 들어다가 멀리던지기를 했던 만행, 용서하지 않겠다! 충격보호마법을 걸어줬어도 그런 끔찍한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았어!!

     

    카멜라의 계약과는 별개로 원한이 있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원한이 없고 본인이 원치 않아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학생들도 있었다.

     

    -쥬엘, 난 이런 일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았어. 정말이야. 이건 카멜라 때문에…!

    -그만. 이젠 지쳤어. 어디까지가 메이 너가 바라는 소망인지, 카멜라가 시키는 일인지 구분하고 싶지도 않아. 이젠… 널 믿을 수가 없어.

     

    2학년이 되기까지 계약서를 사용하여 은근한 압박으로 펫 계약서 사용자들을 휘둘러온 카멜라.

    본래의 루트에서 그녀에게 조종당하는 이들은 강제조종으로 서로가 원치 않는 위험한 일을 시키고 수행하는 신세가 되었다.

    사랑은 계약서의 효력을 위해 만들어진 감정일 뿐이라는 의심마저 드는 순간, 계약서를 빌미로 그렇고 그런 플레이를 하던 커플들의 훈훈함은 사라진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계약만이 관계를 묶는 수단이 되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으로 요구하는 복종의 수위와 난이도도 높아졌다.

    당연히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처음에는 반쯤은 자의로 계약에 응했던 남학생들도 나중에는 가학 속에 마음이 망가지거나 연심이 사라진 채, 굴욕과 증오만이 싹트게 된다.

     

    -저 녀석만 죽이면 한 순위가 올라가… 그러니까 쥬엘, 녀석을 죽여줘. 내 합격을 위해서라도, 제발!

     

    살인까지 요청할 정도의 빚이 쌓이는 순간, 관계는 완전한 파국을 맞는다.

    플레이어가 사건을 막고 해결해도 커플들은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막지 못한다면 그때는 학생회가 개입할 정도의 큰 사건이 되어 관련된 모든 이들의 인생이 어두운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우왕. 대박이네. 동급생 말고도 선배를 손대는 루트도 있었구나!”

     

    챕터1 챕터보스 헤스티아에게 조기억까 이벤트가 있듯이 카멜라에게도 원래 조기억까 이벤트가 있기는 했다.

    이 경우, 발생하는 원래 억까이벤트는 상급반 학생 중 한 명의 조종당하기!

    그러나 플레이어인 내 개입으로 인해 상급반 학생들에게는 손 댈 여지가 없어지자 더욱 과감하게 교관을 손대는 루트가 개방되었나보다.

     

    “카멜라를 건드리지 마라. 이대로 나간다면 오늘 일은 불문에 붙이겠다.”

    “싫다면요?”

    “교관자격을 달성한 휴학생이 얼마나 강한지 그 몸으로 직접 깨닫게 되겠지.”

     

    평범한 회차였다면 부담되었을 교전.

    파파의 저택에서 성장치를 잔뜩 땡긴 지금은.

     

    ‘되겠는데?’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관 vs 응애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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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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