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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버섯과 이끼를 드워프에게 전한 후, 나는 드워프들을 위해 만든 마지막 선물들을 꺼내들었다.

       

       

       “이건 무엇입니까?”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만든 물건들이지. 받거라.”

       

       

       나는 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한손 망치를 드워프의 대표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망치입니까?”

       

       

       음, 한눈에 알아보는구만. 뭐, 원시적인 형태의 돌망치는 지금도 존재했었으니까.

       

       재질은 전혀 다르지만 말야! 현재 가장 발전된 재질인 청동이 아닌, 무려 강철로 만든 망치니까!

       

       그것도 어째서인지 내 마력에 의해 변화를 일으킨 강철로 만들어진 망치!

       

       

       “언젠가, 너희들은 새로운 금속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 너희들이 다루는 불꽃보다 더욱 뜨거운 불꽃에서 간신히 녹아내릴 금속을. 그 금속을 다루는데에는 이런 망치가 사용될 것이니, 너희들을 위해 미리 만들었단다.”

       

       

       드워프는 내가 건네준 검은 망치를 손에 쥐었다.

       

       마력에 의해 변한 강철로 만들어진 망치. 마력에 의해 변한 은을 떠올리고서 강철이 변화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단단하게 완성된 물건이었다.

       

       내가 본래 모습으로 거머쥐어도 멀쩡한건 좀 굉장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도대체 마력이 어떻게 작용하면 평범하던 강철이 이렇게 변하는건지 궁금하구만.

       

       거기에 추가 효과로 마력을 완전히 튕겨내는 성질도 가지고 있고, 강철이 녹는 온도에도 멀쩡할 정도의 내화성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대장장이용 망치로는 최고의 물건이 아닐까 싶은 물건이 탄생해버렸다.

       

       무기로 쓰기에는 조금 짧은 감이 들긴 하지만…. 완전히 못 쓸 물건도 아니고 말이야.

       

       뭐, 단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마력을 완전히 튕겨내다보니 다른 마법을 걸어줄 수 없었다는 점과, 상당히 무겁다는 점이 큰 단점이었지.

       

       그래도 드워프의 근력이라면 잘 다룰 수 있으리라.

       

       

       “그 금속을 찾거든 뜨거운 불에 달구고 이 망치로 두드려라. 한없이 뜨거운 불꽃과 단단한 망치에 의해 단련된 금속은 너희들이 바라는 물건으로 다시 탄생할 것이니. 이는 너희들이 새로운 길을 걸어간다는 증거가 되리라.”

       

       

       내 말에 드워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들이…. 그 새로운 금속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야 물론. 하지만 그 금속이 무엇인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려줄 것은 그 금속의 존재 뿐이니. 어디까지나 네녀석들 스스로 찾도록 하거라.”

       

       “그야 물론이지요. 그것만 알려주셔도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해결해야할 일들이겠지요.”

       

       

       드워프는 수염에 가려진 입으로 씨익 미소를 짓고서 망치를 손에 들었다.

       

       역시 드워프하면 망치지. 아무렴.

       

       

       “그리고 이건 불꽃에 바람을 더 수월하게 넣기 위해 만든 풀무란다.”

       

       

       원래 계획으로는 이 녀석들에게 정령의 친화력을 넣어서 불꽃의 정령을 다루게 할 생각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정령이 이놈들의 말을 쉽사리 듣지 않는단 말이지.

       

       그나마 대지의 정령들은 제 부모였던 사가르마타의 말을 따라 드워프들이 바위에 깔려도 다치지 않도록 해주었다만. 불꽃의 정령도 바람의 정령도 이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으니까.

       

       결국 불꽃을 피우고 크게 만드는건 드워프들 스스로 할 일이었으니.

       

       죽어라 부채질하는 드워프들이 가여워서 이 풀무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그냥 아코디언식 풀무다. 마법 같은거 일절 없는 풀무. 이런걸 줘서 원리를 익히게 해야 복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양쪽을 잡고 펼쳤다가 접으면 이쪽으로 바람이 나오는 물건이란다. 부채질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지.”

       

       “오오…. 신기한 물건이군요. 게다가 뿜어지는 바람도 굉장히 강하고.”

       

       “그래. 이걸 이용해 불꽃에 바람을 넣는다면 더욱 뜨거운 불꽃을 키울 수 있을거다. 그러니 이 물건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서 다른 드워프들에게도 나눠주거라. 구조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 얼마든지 흉내낼 수 있을테지.”

       

       

       쉽게 말해, 시제품이었다.

       

       

       “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음. 열심히 하거라. 내가 너희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니 말이다.”

       

       

       자아, 내가 기억하던 드워프의 토대는 만들었으니…. 나머지는 이 녀석들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겠지.

       

       

       – – – – – – – – – – – – – – – – – – – –

       

       

       철과 망치가 노래하는 규칙적인 노랫소리가 지하도시를 가득 메운다.

       

       불꽃이라는 게걸스러운 맹수를 조련하는 능숙한 조련사처럼, 불꽃을 능숙하게 키워나가며 쇳덩이를 불에 달구는 드워프들.

       

       그들은 붉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집게로 집어 꺼낸 후 모루 위에 올려두고서 오른손에 쥔 망치를 내려친다.

       

       

       까앙!

       

       

       호쾌한 철의 비명. 본래라면 내려쳐도 약간의 흔적 정도만 남을 쇳덩이지만, 뜨거운 불꽃의 입에 물려 있었던 철은 약간 물렁해진 덕분에 모양이 변해가기 시작한다.

       

       한번. 또 한번. 계속해서 달궈진 쇳덩이를 망치로 내려친 끝에 원하는 형태로 만든 후, 기름 양동이에 넣어 급격하게 식혀진다. 그로서 쇳덩이는 더욱 더 강한 내구도를 얻게 되는 것이니.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예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드워프의 제련실력은 정말로 예술적이로군요.”

       

       

       용사는 드워프들의 솜씨를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흑철. 또는 아다만티움이라 불리우는 광석은 보통 솜씨로는 녹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해지건만, 이들은 그런 물건들을 태연하게 제련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한 솜씨 하시죠. 운이 안좋아서 종이 한장 차이로 대야장 자리를 놓치셨으니까요.”

       

       “내 실력 부족을 운 탓으로 하지 말거라. 패배는 패배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결코 지지 않을거다.”

       

       

       그런 대장장이를 돕고 있던 어린 소녀 드워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정말로 운이 나쁜 탓인걸요. 대야장이 거기서 순도 높은 미스릴 광석을 캐낼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 미스릴 광석만 아니었어도 아버지가 이겼을텐데.”

       

       “사가르마타께서 그 손을 들어주신게지.”

       

       

       대장장이는 나지막하게 말하고서 기름으로 식힌 쇳덩이를 꺼내어 살펴보았다.

       

       검은 색의 원형 방패.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방패.

       

       대장장이는 말 없이 그 방패를 다시 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구해온 흑철괴의 순도가 상당히 높은 탓에 작업을 여러차례로 나눠서 해야겠군. 미안하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듯하네.”

       

       “괜찮습니다. 어차피 한동안은 여기에서 머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물건은 확실하게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소중한 동료를 위한 방패니까요.”

       

       “걱정하지 말게. 드워프는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으니.”

       

       

       대장장이는 다시금 풀무질을 하여 불꽃을 키워냈다. 이글거리는 불꽃은 더욱 더 뜨거워져서 검은 방패를 삼키려 들었다.

       

       그런 불꽃 앞에서, 대장장이는 작은 목소리로 용사에게 물었다.

       

       

       “그래서. 용사양반. 그 마왕이라는 것은 물리칠 수 있겠소?”

       

       

       대장장이의 말에 용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용사 스스로도,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가 쏟아져나와 날뛰었고, 이미 몇 개의 나라가 무너진 상황. 세계의 절반이 마왕의 손아귀에 떨어진 절망적인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마왕은 달콤한 말로 인류를 꼬드겼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얻는다면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고.

       

       하지만 그 마왕의 요구는 결코 들어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마왕을 쓰러트려야만 했다.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목숨을 불태워서라도. 해야만 했을 일이었다.

       

       

       “과묵하군. 말만 번드르르한 놈들보다는 훨씬 믿을만 하겠어.”

       

       

       대장장이는 그런 용사를 무척이나 좋게 보았는지 수염에 가려진 입으로 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드워프 상공회에 이야기를 해두겠네. 자네들의 장비는 이곳에서 준비하게. 이곳의 장비보다 좋은 것은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물건 말고는 없을테니.”

       

       “고맙습니다.”

       

       

       용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디보자. 자네 일행이 모두 5명이었나?”

       

       “아버지. 나도 포함인거 잊으신건 아니겠죠?”

       

       “음. 못미더운 딸래미도 포함해서 6명이라. 게다가 종족도 다 따로따로. 심지어 수백년만에 나타난, 생명교단의 금지옥엽인 용의 무녀까지. 화려하기 그지없구만.”

       

       

       대장장이의 말에 용사는 작게 긍정했다.

       

       빛과 어둠의 정령과도 계약한 엘프 제일의 천재 정령사이자 뛰어난 궁수.

       

       어리지만 강한 드워프 전사 겸 대장장이 보조.

       

       일천의 적 앞에서 혼자 맞서게 되어도 물러서지 않는, 언제나 듬직한 리자드맨의 대전사.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투르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행하는 여우 수인.

       

       그리고, 생명교단의 금지옥엽이자 한번 죽었던 자신을 되살려주었던 용의 무녀까지.

       

       특히, 몬스터들의 습격에 목숨을 잃을뻔한…. 아니. 목숨을 잃었던 용사 자신을 되살려준 그녀가 아니었다면…. 용사와 동료들은 이렇게 모여서 마왕을 향해 나아갈 수 없었으리라.

       

       

       “모두 소중한 동료들입니다.”

       

       

       나지막하게 말하며, 용사는 자신의 각오를 다잡았다.

       

       

        – 어느 용사 파티의 모험 기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참내! 플러스 독점이 붙었네요!

    길고 길었다아…. 이제 정산금이 반토막 나지 않는 것이에요!

    하지만 슬프게도 노벨피아 정산금 정책이 바뀌지요. 어째서어…. 이제야 조회수가 잘 나와서 행복해지려는 참인데에….

    물론 주간 랭킹에서 50위 이내에 들면 이전보다 이득이겠지만…. 그게 어디 쉽겠어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어라 글을 쓰는 것 뿐이지만요. 어흒 마이깟.

    공모전에 재밌는 글이 많네요. 역시 공모전 무서워…

    둘러보다가 제 취향의 글을 발견하긴 했지만, 글이…. 자주 나오지 않아요… 슬퍼요… 저러면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 거두는게 힘들텐데….

    너무나도 슬플 따름입니다. 어흒.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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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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