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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옙!”

       “알겠습니다!”

       “거기 네놈! 얌전히 사역마를 내놓고 꺼지면 특별히 상처 없이 보내주지.”

       “멍청아, 사역마랑 테이머 그거 모르냐 그거?”

       “그거 뭐?”

       “그, 영혼 계약? 그래. 그거라서 사역마 팔아먹으려면 저놈을 죽여야 돼. 그래야 계약이 끊어진다고.”

       

       산적 하나가 나를 가리키며 말하자, 옆에 있던 산적이 흠칫했다.

       

       “주, 죽인다고? 나 아직 사람 죽여 본 적은 없는데….”

       “아오, 멍청아!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이럴 땐 칼에 혀라도 대면서 죽여 버리겠다고 하는 거야!”

       

       나름 목소리를 줄인다고 한 모양이지만, 워낙 목청이 컸기에 내 귀에도 다 들렸다. 

       

       ‘…다행히 평범한 잡배는 맞는 것 같네.’

       

       칼 쥐는 폼부터 제대로 싸워 본 적 없는 티가 나는 걸 보면….

       마차에 활을 쏜 저 우두머리와 그 옆에 있는 활잡이 둘을 빼고는 전투 경험 같은 것도 별로 없어 보였다. 

       

       ‘이런 곳에 숨어 있다가 좀 규모 있는 상단이 지나가면 그냥 가만히 있고, 규모도 작고 용병도 한두 명밖에 없어 보이는 이런 마차가 지나가면 덮치기로 했겠지.’

       

       지금 마이어 씨의 마차는 제국 동부와 남부에서 납품할 건 다 납품한 뒤라 히파르와 캐머해릴에 납품할 최소한의 물건들만 꽉꽉 담아서 싣고 있는 상태.

       

       게다가 히파르에서 캐머해릴까지는 길도 가파르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렘 마을에서 히파르까지는 비교적 길이 잘 닦여 있고 안전한 편이라 용병도 한두 명 구했으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대비는 한 셈이다.

       

       ‘그래서 마이어 씨도 한 명을 구하더라도 2서클 이상의 마법사로 구한다고 수주 조건을 달아 놓은 거고.’

       

       가끔 안전한 길이고 짐도 얼마 없다고 돈을 아끼기 위해 호위 없이 호위 있는 척만 하며 가는 강심장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 양반이지, 양반. 

       

       ‘그걸 저 우두머리가 몰랐을 리 없지.’

       

       즉, 놈들이 아까 ‘뭐야, 용병 한 놈이 다야?’라고 했지만 그것도 애초에 한두 명밖에 없을 것 같은 마차를 습격해 놓고 기선제압을 위해 한 소리라는 뜻이다. 

       

       ‘그리고 사역마 계약에 대해서도 반은 알고 반은 모르고 있고.’

       

       이 상태에서 내가 죽어 버리면, 매우 높은 확률로 아르 역시 생명이 위험해진다. 

       

       놈들이 원하는 대로 날 죽이고 아르를 팔아 넘기고 싶다면, 적어도 나와 아르를 제압해 생포한 다음 꽤 실력 있는 힐러를 데려다가 아르를 치유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서 진행해야 할 터.

       

       ‘죽이지 않고 계약 자체를 해제시키는 방법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저놈들이 그걸 알 리도 없고 할 수 있을 리도 없지.’

       

       게다가 나와 아르는 「신뢰의 계약」을 맺은 상태. 

       일반 사역마 계약도 웬만한 방법으로는 해제하기 힘든데, 나와 아르처럼 유일 등급 특성으로 맺어진 관계는 더더욱 끊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여튼.’

       

       아마 저 정도 놈들은 2서클짜리 마법 몇 개만 연속으로 쓰면 간단히 쫓아낼 수 있긴 할 거다.

       

       지금 놈들이 당장 안 덤비고 마음을 조금 놓고 있는 것도, 내가 테이머인 걸 확인하고 ‘다행히 마법사는 아니군’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좀 놓았기 때문일 테니까. 

       

       ‘실제로 테이머이면서 마법사인 경우는 많지 않기도 하고.’

       

       내가 레키온 사가를 하면서 보았던 대부분의 테이머들은 전투 능력이 사역마에게 몰빵되어 있었다.

       

       테이머란 직업이 원래 ‘가랏! 너로 정했다!’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말이다.

       

       ‘애초에 테이머들은 고유 특성을 그쪽 관련으로 받으니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신뢰의 계약」의 부가 효과 덕분에 마법을 빌려 쓸 수 있는 내가 특수한 경우인 거고.

       

       그러니, 용병이랍시고 무기도 안 들고 있고, 테이머인 것 같긴 한데 그 사역마가 무슨 쬐그맣고 무해한 아기 와이번인 걸 본 저놈들 입장에선 내가 우습게 보일 수밖에.

       

       ‘하지만.’

       

       나는 손을 들어 어깨에 앉은 아르를 가볍게 토닥인 뒤,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뜻으로 꼬옥 쥐고 있는 앞발을 손가락으로 펴 젤리를 문질러 주었다.

       

       “뀨우.”

       

       그리고, 손을 내린 후 놈들을 진지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감히 우리 아르한테 눈독을 들여?’

       

       그냥 멋모르고 마차 털어 먹으려고 덤빈 잡배들이라면 몰라도, 아르를 노리고 들어오겠다면 얘기가 다르다. 

       

       “어, 어쭈? 저놈 눈빛 봐라? 야! 마지막으로 기회 주는 거야!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기만 해 봐!”

       

       산적 중 가장 약해 보이는 녀석이 칼 손잡이를 손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꽉 잡으며 외쳤다. 

       

       그때 뒤에서 마이어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 레온 님. 믿고 있습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마이어 씨는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아니 정확히는 내 어깨 위를 바라보았다. 

       

       나는 마이어 씨에게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 마세요. 박살을 내 주고 올 테니까.”

       

       그리고 내가 놈들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쏴라! 사역마는 온전히 두고, 테이머를 노려!”

       

       우두머리의 벽력 같은 외침과 함께, 화살을 메기고 있던 활잡이 둘이 시위를 힘껏 당겼다. 

       

       그리고 곧바로 우두머리도 재빠른 동작으로 화살을 메겼고.

       

       쐐애애애액!

       

       세 개의 화살이 동시에 나를 향해 날아왔다. 

       

       [스킬 동기화를 사용해 ‘아르젠테’의 스킬 ‘아이스 월’을 공유 받습니다.]

       

       나는 즉시 몸을 숙여 땅에 손을 댄 채 영창했다.

       

       “아이스 월!”

       

       스스슷—!

       

       영창과 함께 땅에서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 벽이 솟아 올랐고. 

       

       티익. 틱. 틱.

       

       놈들이 쏜 화살은 맥없이 얼음에 가로막혀 땅에 떨어졌다. 

       

       “아, 아이스 월…? 분명 아이스 월은 3서클의….”

       

       뒤쪽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마이어 씨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화살을 막아낸 나는 즉시 마부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이스 월을 세워 놨으니, 마부 님은 이 뒤에서 절대 나오지 마시고 말을 진정시키는 데에만 집중해 주세요.”

       “예, 옙!”

       

       그리고 마차 밖으로 얼굴만 내민 채 내 마법에 놀라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마이어 씨에게도 외쳤다. 

       

       “마이어 씨도 마차에서 나오지 말고 기다리세요. 금방 끝내고 올 테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레온 님!”

       

       안 그래도 나올 생각이 없었다는 듯, 마이어 씨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 볼까.”

       

       나는 곧바로 아이스 월의 왼편으로 나가며 스킬을 바꾸었다. 

       

       [스킬 동기화를 사용해 ‘아르젠테’의 스킬 ‘파이어 애로우’를 공유 받습니다.]

       [금일 변경 가능 횟수를 모두 소진했습니다.]

       

       ‘으, 머리야.’

       

       아직 파이어 애로우도 난사하기 힘든 내 마력으로 3서클의 거대한 아이스 월을 한 번 세우고 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아직 파이어 애로우 한두 발은 쓸 수 있다.’

       

       내가 아이스 월 옆으로 나타나자, 산적들의 표정은 아까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미, 미친! 아이스 월이면 4서클 마법 아니냐?”

       “멍청아, 아이스 월은 3서클이야!”

       “씨발,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3서클 마법사를 어떻게 이겨?”

       “젠장할! 저 자식 테이머 아니었어?”

       “저 사역마는 페이크였나?”

       “도망쳐야 되는 거 아니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산적들의 얼굴은 벌써부터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칼을 든 산적 중에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는 이도 있었다.

       

       “다들 입 닥치고 정신 똑바로 차려!”

       

       그때 여전히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던 우두머리가 외쳤다. 

       

       “어차피 3서클 마법사가 맞는다면 도망은 못 친다. 하지만 지금 저놈을 자세히 봐라! 아이스 월 하나 세워 놓고 힘들어 하고 있는 거 안 보이나? 의뢰인 지킨다고 무리한 거라고!”

       “드, 듣고 보니!”

       “놈이 힘들어하는 지금 바로 끝낸다. 어서 죽여 버려!”

       “옙!”

       

       우두머리의 말에 사기를 조금 되찾은 듯, 산적들이 무기를 제대로 쥐고 내 쪽으로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도 그렇고, 우두머리 쪽이 역시 카리스마가 있구만. 단번에 혼비백산하던 놈들을 휘어잡았어.’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면, 우두머리만 처리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오합지졸이 될 거라는 뜻. 

       

       “파이어 애로우.”

       

       나는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 산적들을 무시하고,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있는 우두머리를 향해 남은 마력을 꾹꾹 눌러 담은 파이어 애로우를 발사했다. 

       

       쇄애애액—

       

       “젠장…! 아이스 월을 써 놓고 파이어 애로우라고?”

       

       화살을 메기느라 피하기엔 늦은 타이밍.

       우두머리는 욕설을 내뱉으며 팔로 가슴께를 감쌌다. 

       

       ‘아무리 우두머리라고 해도 이거 한 방 맞으면….’

       

       후욱—

       

       “어?”

       

       하지만 그 순간, 우두머리의 가슴께에 있던 펜던트가 빛나더니 놈의 바로 앞에 얇은 마나의 막이 생성됐고.

       마나의 막에 부딪힌 파이어 애로우는 일순 환하게 빛났지만 결국 뚫지 못하고 공중에 흩어졌다.

       

       “흐흐흐…. 회심의 일격이 실패로 돌아가셨군.”

       

       우두머리의 입에 비소가 어렸다. 

       

       “이제 끝이다! 놈을 죽여라!”

       

       나를 가리키며 외친 우두머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눈살을 찌푸렸다.

       

       “…웃어?”

       

       아직도 여유로운 내 표정에 그가 위화감을 느꼈을 때쯤.

       

       쐐애액!

       

       나를 향해 활잡이 두 명이 화살을 발사했고.

       

       “쀼우웃!”

       

       [Lv.3 「아르젠테」가 특성 ‘응용’을 발휘해 새로운 스킬 ‘아이스 실드’를 습득했습니다!]

       

       츠츠츳!

       

       내 바로 앞에 생긴 얼음 방패에 그들의 화살은 다시 가로막혀 힘없이 튕겨 나갔다. 

       

       “오, 역시 우리 아르야. 이러면 공들여 아이스 월까지 쓸 필요도 없고 바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지.”

       

       내가 씨익 웃었다.

       

       ‘원래는 마이어 씨 앞이라 아르의 마법을 숨기고 내가 전부 해결해야 하지만.’

       

       이렇게 아이스 월을 세워 놓고 마부와 마이어 씨가 전투 현장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씀.

       

       ‘아이스 월 뒤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말해 놓은 이유가 다 있지.’

       

       나는 아르의 마법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우두머리를 보며 말했다. 

       

       “꽤 쓸 만한 아티팩트를 어디서 주운 모양인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아르에게 말했다. 

       

       “아르야, 저 나쁜 아저씨들이 우리 계약 끊어 놓으려고 했거든?”

       “쀼웃…!”

       

       그 말에 아르가 작은 주먹을 꽈악 쥐며 순한 눈을 힘껏 험하게 뜨고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니 혼내 줘야겠지? 자, 쓸어 버리자!”

       “쀼우우우웃!”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아르의 입 앞에서 커다란 화염구가 마구 쏟아져 나와 산적들을 덮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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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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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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