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

        방송을 켰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언제 나와 같이 빠르게 들어왔다.

       

        – 하이하이

        – 라하

        – 용하

        – 라하라하

        – ㅎㅇㅇ

       

        “반갑구나.”

       

        어디 보자.

        인터넷 방송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콘텐츠를 진행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방송 시작 알림을 보고 들어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므로, 방송 시작 후 최소 5분에서 최대 20분 정도는 간단히 인사를 받아주며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배운 대로 대략 10분 정도가 되니, 충분히 시청자들이 들어왔다는 것이 보였다.

       

        ‘서버 증설을 해 두길 잘했구나.’

       

        초기 방송 장비는 인간들이 만든 물건을 들여왔다면, 이후에 들여온 방송 장비들은 전부 ‘에코(우주선 전용 보조 AI)’가 만들어 준 것들이다.

        그리고 맨날 마그마탕 안에 들어가 있는 터라 할 일이 없는 에코는, 저번에 북한에 마실 나갔을 때를 기점으로 내 방송을 이것저것 도와주기 시작했다.

        방송 장비를 만들어 준다던가, 프로그램을 짜준다던가 말이다.

       

        – 라나님. 소문 들었습니다.

        – 합방 하신다는 게 진짜인가요?

        – 합방? 진짜?

        – 현실 합방인가요?!

       

        “호오. 벌써 소문이 났느냐?”

       

        계획을 잡은 시간으로부터 8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 정도일 줄이야.

        역시 인간들은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 빠르다.

       

        “아마 너희들이 짐작하는 것이 맞겠지만, 혹시나 오해를 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으니 설명하도록 하겠다.”

       

        내 게이트로 직접 부를 10명의 인간들을 뽑는 과정에서 우연히 나와 같은 인터넷 방송인이 뽑혔을 때.

        사실 그때는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수많은 인간들이 모였으니, 그중에 당연히 방송인 한두 명 섞여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내 게이트에 초대된 이들을 내 눈으로 직접 살필 때.

        그때 이 최강물소…… 그러니까 ‘다우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이 게임 스트리머라는 것을 알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이 주로 하는 게임에 대해 코칭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단다.”

       

        내 방송의 주력 콘텐츠는 ‘저스트 채팅’이다.

        아직 방송 시작한 지 10일도 안 되었다지만, 어쨌든 내가 그렇게 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야장천 대화 방송만 하거나, 혹은 먹방만 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 방송이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벽에 직접 그의 방송에 찾아가 물어보았단다.”

       

        인간들이 하는 인터넷 게임에 대해 가르쳐 주는 합방을 해 줄 수 있냐고 말이다.

        그리고 잘만 된다면, 아예 최강물소만 게이트 초대 이벤트에서 빼고, 따로 단둘만 모여서 현실 합방의 방식으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도 말해주었다.

       

        다행히 최강물소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주었고, 언제든 괜찮다는 그의 말대로 바로 8시간 이후인 지금 합방을 잡은 것이다.

        너무 갑자기 잡힌 합방 계획에, 대본이나 방송 일정 등을 짜는 이들이 자다가 회사 출근하게 되어 비명을(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질렀다.) 지르기는 했지만…….

       

        – ㄷㄷㄷㄷㄷ

        – 악마야…

        – 악마룡.

        – 야근이라니…….

        – 너무 끔찍하다.

       

        “추가금으로 시간당 금액의 5배를 주었단다.”

       

        – 그럼 인정이지.

        – 혹시 저도 고용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 아! 충성충성!

        – ^^7

       

        참고로 이번에 급하게 일하게 된 이들은 내일 휴가를 받을 예정이다.

        내가 대표라는 인간에게 잘 말했더니, 곧바로 처리하더라.

       

        “일한 만큼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 그것이 고용의 기본이 아니더냐.”

       

        – ㅠㅠ

        – 고귀하시다.

        – 엉엉엉…….

        – 엄마! 나 라그나님 부하직원이 될래요!

        – ㅠㅠ

       

        이 아이들은 갑자기 왜 우는 것이냐?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청자들을 바라보길 잠시.

        마침 시간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은 후 토크코드라는 프로그램을 켰다.

        그리고 최강물소가 알려주었던 대로 프로그램을 조작하면…….

       

        띠롱!

       

        = “아아! 들리십니까?”

       

        “그래. 잘 들린단다.”

       

        – 오오! 물소형이다!

        – 형!

        – 우리형이 이렇게 컸구나!

        – 대. 황. 물. 소!

       

        내 방송에도 최강물소의 시청자들이 들어와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내 방송에서 채팅을 쳐도 최강물소에게 보일 리가 없지 않냐. 응원을 하고 싶다면 최강물소의 방송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떠느냐?”

       

        – 그러면 재미가 없음.

        – 라나님의 게임 방송이라니. 이건 못 참짘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라나님의 게임 실력이 궁금해집니다.

        – ㅋㅋㅋㅋ

       

        “이런.”

       

        또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것이구나.

        이 고얀놈들.

       

        아무튼 이렇게 된 거, 나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이미 아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객을 초대한 이로써 말하는 것이 도리겠지. 인사하거라. 최강물소라고 한단다.”

       

        = “안녕하십니까! 아트 스트림에서 FPS게임을 주로 하고 있는 최강물소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ㅉㅉㅉ

        – ㅉㅉ

        – 짝짝짝!

        – 흑흑! 우리 물소형이 드디어…….

        – ㄹㅇㅋㅋ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린 후 방금 전에 다운받은 게임을 실행시켰다.

        게임의 이름이…… ‘파이널 레이스’라는 이름이다.

       

        = “게임 접속은 되셨습니까?”

       

        “그래. 지금 접속 중이란다.”

       

        게임 접속이 끝나고, 미리 만들어 준 계정으로 게임에 접속한다.

        그러자 튜토리얼이라는, 게임에 대해 설명해 주는 영상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 뭐임? 아직 튜토리얼도 안 함?

        – 허미.

        – 합방의 기본이 안된거다!

        – 해

        – ㄹㅇㅋㅋ

        – 해

        – 명

        – 해

        – ㅋㅋㅋㅋㅋ

       

        아이들이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아무리 인간들의 심리와 행동 경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따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행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조금 답답하다.

       

        = “아. 지금 튜토리얼 진행 중이십니까?”

       

        “그래. 이 튜토리얼이라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리느냐?”

       

        = “아마 그럴 겁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해야 할 말은 잘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내 의뢰에 밤새 일한 매니저들의 대본 덕도 있을 것이고, 최강물소의 오랜 방송 경험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W, S, D, A 버튼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우스를 움직여 적을 조준하십시오.]

       

        튜토리얼을 보며 대략적인 감을 잡아간다.

        그러니까 이게 움직이는 버튼이고…… 시야는 마우스로 움직이고, 화면 한가운데의 이 십자 표시가 조준선?

       

        – 그냥 딱 봐도 뭔가 엉성해 보이는데?

        –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딱 보이네.

        – 완벽할 줄 알았던 그녀가, 사실은 게임 똥손?

        – ㄹㅇㅋㅋ

        – 게임 진짜 못 하는 게 보이는뎈ㅋㅋㅋㅋㅋ

       

        내 처참한 실력을 보았는지 시청자들이 웃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의 모습으로 컴퓨터 게임을 한 것도 거의 1만 년 이상이나 되었고, 애초에 드래곤이 된 이후로는 게임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이렇게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기물을 사용해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었다.

       

        “답답하구나.”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평생을 부족함 없이 움직이던 인간이, 갑자기 팔다리가 전부 없어지고 몸과 머리만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드래곤으로서 누리던 뛰어난 시력도, 청력도, 힘도, 순발력도…….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비루한 육체에 갇혀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팔다리를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닌, 오로지 두 손으로만 움직이는 상황에선 더더욱.

       

        “직접 팔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이라면 쉽겠다만…….”

       

        – 무슨 소리지?

        – 드래곤님은 마우스와 키보드가 익숙지 않으신듯?

        – 아하. 가상현실 게임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소리신듯?

        – ㄹㅇㅋㅋ

        – 그런 건가?

       

        = “튜토리얼 다 끝나셨나요?”

       

        “그래. 방금 막 끝났단다.”

       

        그래도 어찌어찌 튜토리얼은 끝냈다.

        게임에 대한 기초는 전부 기억했고, 남은 것은 이번 합방을 함께하기로 한 최강물소에게 배우면서 직접 경험해 보면 된다.

       

        최강물소의 지시대로 그와 팀을 맺고, 그대로 게임 전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튜토리얼에서는 설명해 주지 않은, 게임을 직접 해 본 이들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에 입각한 설명들이었다.

        역시 이 아이를 고른 것은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 이야. 물소형. 설명도 잘하네?

        – 평소 시청자들에게 많이 맞는 느낌이어서 그렇지, 가만 보면 가르치는 거 잘함.

        – 문제는 라나님이 이해하실수 있냐는 거지.

        – ㄹㅇㅋㅋ

       

        = “여기까지가 일단 기본이긴 한데, 이해 안 되시는 부분 계신가요?”

       

        “전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모두 기억하고 있으니 괜찮단다.”

       

        드래곤의 기억력을 얕보지 마라.

        한번 본 것은 적어도 1년은 잊지 않고, 절대 잊지 않기로 한 것은 적어도 1만 년 정도까지는 키워드별로 기억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드래곤이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뇌의 절대적인 용량의 차이는 어쩔 수가 없다.

        나의 경우에는 약간의 편법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망각이라는 부분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다.

       

        = “그럼 일단 클래식 모드로 한 판 돌려보겠습니다.”

       

        “그래.”

       

        클래식 모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이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아이니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이 게임에 대해…… 아니, 그냥 게임이라는 것 자체를 잘 모르는 초보자니 가만히 있기로 했다.

        오늘은 최강물소에게 게임을 배우기로 한 날이니, 스승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옳은 일일 터.

       

        두둥!

       

        = “오! 게임 잡혔습니다!”

       

        “그렇구나.”

       

        웅장한 소리와 함께 나와 최강물소의 캐릭터가 나타났다.

        모니터 화면 위에는 캐릭터 선택창과 특성 선택창이 반짝이고 있었다.

       

        – 조합! 조합이요!

        – 레피디아가 씹사기캐임.

        – 골리앗 고르세요!

        – 초보는 메디언이지!

        – ㅋㅋㅋㅋㅋㅋㅋ

        – 전부 뉴비 하나 받을 생각에 눈이 돌아갔엌ㅋㅋㅋ

       

        = “아시겠지만, 캐릭터가 주 무장과 주 스킬을 고르는 거고, 특성은 패시브 스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구나.”

       

        이 ‘파이널 레이스’라는 게임은, 하나의 공간 안에 50명의 플레이어들이 싸워서 최후의 1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라고 한다.

        이런 것을 ‘배틀로얄’ 장르라고 하던가?

        다만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근미래라는 설정이라, 각 캐릭터마다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 이라고 어떤 시청자가 채팅으로 설명해 주었다.

       

        캐릭터마다 이득을 볼 수 있는 주 무기가 다르고, 각각 가지고 있는 액티브 스킬이라는 것이 다르다.

        문제는, 이 게임은 게임 시작 후 각 필드에서 무기를 랜덤으로 주워서 사용한다는 것.

        운이 좋게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에 맞는 무기를 주웠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게임이 많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 “그래서 운빨을 좀 타는 게임입니다.”

       

        “호오.”

       

        = “물론, 단순히 그것만 있었다면 이 게임이 아직 살아 있지는 않았겠죠.”

       

        게임이 단순한 운빨 게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이 게임에는 안전장치가 3가지 존재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특성’.

        캐릭터에 일종의 ‘패시브 스킬’을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일정 코스트에 맞도록 특성을 조합하여 부착하는 것으로, 각각의 캐릭터의 장점을 더욱 부각하거나 단점을 상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각 필드에 나타나는 무기의 확률.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A라는 장소에는 권총류 무기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던가, B라는 장소에서는 기관단총이 나타난 확률이 높다던가 같은 것들.

       

        세 번째는 일정 시간마다 나타나는 보급상자와 크리처들이라고 하는데…….

       

        = “그것은 게임 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좋겠죠?”

       

        “그래. 그러자꾸나.”

       

        최강물소의 조언과,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아 캐릭터와 특성을 세팅한다.

        그리고 시간이 전부 지나고…….

       

        [ 게임을 시작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바이오 리듬이 깨진 여파가 좀 큽니다.

    요즘 잠도 잘 못자고…. 죽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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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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