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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으응…….》

        

       무언가 불만족스럽다는 듯한 목소리.

        

       -드르르륵

        

       -딸깍.

        

       그리고, 마우스 휠을 굴리고, 버튼을 클릭하는 소리.

        

       묘한 적막 속에서 그런 소리만 들려오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은, 나오나 갤러리의 글들을 띄운 브라우저를 순차적으로 새로고침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성자: 크르르]

       [제목: 크르르 못 참겟다]

       [도적하러 간다]

       –     나도 간다

       –     도적 지하 갈게요

       –     저도 도적하러 가고 있습니다

       –     최고에요 도적도적

       –     도적도적 최고최고

       –     도적 좋죠? 네! 도적 좋아요!

       –     이거 주작 아님 제가 ip바꿔서 5번 누름

       –     이렇게 무릎 꿇고 빕니다 제발 베게에 보내주세요

       –     도적…해야겠지?

        

       -딸깍.

        

       -드륵

        

       계속.

        

       [작성자: ㅇㅇ]

       [제목: 와 도적 미쳤네 진짜]

       [뭐지 왜 좋지

        

       진짜 왜 좋지]

       –     정신 차려

       –     응 픽률 1%~

       –     와 진짜 좋긴 하네

       –     도적 좋다고 생각하면 개추

       –     ㄴ 일단 나부터

       –     ㄴ 개추

       –     ㄴ ㄱㅊㄱㅊ

       –     도적 좋네요!

       –     우리 아이도 도적을 참 좋아하네요

       –     도적 좋죠?

        

       -딸깍.

        

       -드르륵

        

       무려 5분 동안.

        

       《흐응…….》

        

       뭔가 시무룩한 콧소리와 함께, 누가 뭐라고 하든 스크롤을 굴리다가 버튼을 클릭하기만을 반복하던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켰다.

        

       《이거…….》

        

       매사가 지겹다는 듯한 나른한 어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천천히 절레절레 저어지는 고개와 함께 흔들리는 카메라가 어딘가 불만족스러워하는 이예나의 심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댓글이 조금……인위적이지 않아요?》

        

       『씨1발 인위적으로 파견을 보냈으니까 인위적이지』

       『아 못참겠다』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시12팔련아 저딴 글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반응해』

       『아 형법 시발거는 누가 만들어서』

       『현직 판사입니다. 이 새끼는 패도 무죕니다』

        

       《좀 부자연스러워서……별론데.》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사람을 족쇄를 채워서 땅을 파게 해 놓고 흠……땅이 좀 부자연스러운데? 원래 평평하지 않나?】

        

       『ㄹㅇ』

       『ㄹㅇㄹㅇ』

       『나 더는 못 참아 이렇게는 못 살아!!』

        

       《으응…….》

        

       뻗어진 양 손가락이, 고민된다는 듯이 책상을 토도도독 소리를 내며 두들겼다.

        

       《이게……제가 잘못한 거에요?》

        

       『ㅔ』

       『ㅔ』

       『ㅖ』

       『니가 아니면 누군데 시팔』

       『진짜 미친년인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제발 인간의 마음을 가져주세요】

        

       《으음……일단, 알겠어요. 잠시만요.》

        

       갤러리 화면이 디스코스 채팅창 화면으로 전환되며, 게임이 끝난 직후에 이예나가 적어둔 채팅이 떠올랐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크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 죄송하지만 방송 관리 때문에 10분 정도만 자리 비울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먼저 한 판 돌리셔도 돼요]

        

       물론, 이 상황을 목격한 아크는 그저 벙찐 표정으로 이예나의 방송을 계속 보고 있었을 뿐이지만.

        

       뒤늦게 나오나 클라이언트에서 아크가 게임중이지 않음을 확인한 이예나가,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큐 안 돌리시고 기다리셨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죄송합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방송이 처음이라 시청자들이랑 소통이 잘 안 되네요]

        

       “소통……이요?”

        

       아크는 멍하니 반문하며, 자신의 방송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아크야 그동안 미안했다 넌 소통 잘하는 거였구나』

       『엄마 보고싶었어…다신 가출 안 할게… 엄마 보고싶었어…다신 가출 안 할게… 엄마 보고싶었어…다신 가출 안 할게… 엄마 보고싶었어…다신 가출 안 할게… 엄마 보고싶었어…다신 가출 안 할게… 엄마 보고싶었어…다신 가출 안 할게…』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소통왕 아크!』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어째서인지, 아크의 평가가 수직 상승하고 있었다.

        

       도배는……늘었지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소통이 참 어렵네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일단……큐 돌릴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3승 할 때까진 해야죠]

        

       * * * *

        

       =승리!=

        

       “도적 좋죠?”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 좋죠 외에 다른 멘트 아무거나 해주시면 만원 드릴게요 제발】

        

       “도적은 좋아요.”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좋…아…』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도적이…좋아요…』

       『나갔다 왔더니 얘네 상태 왜 이렇게 됐냐』

        

       2차례에 걸친, 깔끔한 승리.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첫 판과는 달리, 이어진 두 번의 게임은 무난한 2연승이었다.

        

       ……느낌 상으로, 두 판 모두 아군의 나머지 4명은 아크를 저격한 배우들이었던 것 같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도적을 픽해도 트롤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플레이하는 배우라면 환영이다.

        

       도적홍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으나-

        

       채팅창을 봐서는, 다들 도적이 좋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시작했으니, 일단은 만족이다.

        

       아직 진심이 아닌 건 안다. 하지만 원래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보면 행복해지는 거라고 하니까.

        

       저렇게 채팅을 치다보면, 언젠간 정말로 도적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뿌듯한 심정으로 아름다워진 채팅창을 감상하고 있자니, 스피커에서 아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아따먹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그 강퇴반사권 드릴 겸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아따먹님 방송으로 보고 있으니까 그냥 말씀하셔도 돼요.》

        

       “아. 그래요?”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 신기하네.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사이에 세팅을 어떻게 어떻게 바꾼 모양이다.

        

       《네네. 그래서, 그 강퇴반사권 말인데요…….》

        

       “네.”

        

       《정확히 어떤……효과를 원하시는 거예요?》

        

       아까 정확하게 설명을 안 했었나?

        

       하긴, 이런 건 명확하게 하는 게 모두에게 좋다.

        

       “아. 대단한 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최근에, 어떤 방송에서 굉장히 억울하게 밴을 당할 뻔한 적이 있었어요.”

        

       『이분 설마 도댓 방송 얘기임?』

       『양심이 있으면 도댓 얘긴 아니겠지』

       『도댓 맞을 거 같은데』

        

       《네……. 억울……하게요.》

        

       “네. 다행히 그 스트리머 분께서 결투재판이라는 탁월한 제도를 운영 중이셨던 덕에, 제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지만요.”

        

       《네……. 무죄요. 다행? 이네요.》

        

       『씹 도댓 얘기 맞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죄……?』

       『무죄의 개념이 일반인과 다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

       『대화 중인데 왜 말이 안 통하냐』

        

       평소보다도 집중해서 게임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마에서 잔뜩 느껴지는 열감 때문일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자니, 상당한 피로와 함께 갈증이 느껴졌다.

        

       어서 강퇴반사권 받고 방종하고 싶은데- 라고 생각하며 손을 뻗어, 옆에 놓인 컵에 물을 가득 따라서 들이키려던 순간.

        

       “네. 그래서, 그 때 깨달은게, ……아.”

        

       머리는 고정한 채 컵을 너무 급하게 기울인 탓에 과도하게 들이켜진 물이, 입가를 타고 잔뜩 흘러내렸다.

        

       거치대가 설치된 머리를 너무 흔들지 말아달라는 채팅창의 요청에 부응하려던게 실수였다.

        

       스트리머는 채팅창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들 하더니. 진짜네.

        

       “잠시만요. 죄송해요.”

        

       책상에 있던 휴지를 뽑아, 급하게 가슴을 닦아내렸다. 다행히도 흘린 물의 대부분이 가슴에서 멈춘 덕에, 바닥까지 물이 흐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기능도 있구나.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득 찬 습기를 대충 닦아냈지만, 이미 브래지어는 잔뜩 축축해진 상태. 찝찝한 기분에 그냥 벗어버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아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따먹님!! 아따먹님?!》

        

       “아. 네, 아크님. 죄송해요. 물을 흘려서.”

        

       티를 안 내고 브래지어를 몰래 벗어서 치울 수 있을까? 혹시라도 방송에 갓 벗은 속옷이 노출되면 정지될 수도 있으니……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은데.

        

       고개를 숙인 채 젖어버린 셔츠의 목 부분을 팔락거려 조금이나마 말려보며, 어떻게 잘 처리할 수 있을지 생각하던 순간.

        

       《그건 저도 보이니까 제발 고개부터 들어요! 당장! 뭐? 나락? 매니저, 지금 나락 치는 놈들 싹 다 밴 해! 다시보기 돌려서 다 밴해!》

        

       아크의 목소리에 따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보이는 내 방송의 채팅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극』

       『락』

       『눈나 사랑해요 헤으응』

       『극』

       『도적 좋아! 도적 좋아! 도적 좋아!』

       『ㅗㅜㅑㅗㅜㅑ』

       『ㅗㅜㅑ』

       『오늘부터 아따먹과 나는 한 몸이 된다 오늘부터 아따먹과 나는 한 몸이 된다 오늘부터 아따먹과 나는 한 몸이 된다 오늘부터 아따먹과 나는 한 몸이 된다』

       『극』

       『락』

       『저게 대체 몇 컵임???』

       『퍄…』

        

       “아.”

        

       맞다.

        

       

       머리에 카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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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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