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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잠깐 나갔다올게.”

       

       올리비아가 툭 말했다.

       

       키엘은 그걸 굳이 왜 제 숙소까지 찾아와서 이야기하냐는 얼굴이었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 남들이 오해하기 딱 좋은 시간대였다.

       

       “너 기감 좋잖아. 아무리 숙소가 다르다지만 내가 나가면 알아챌거고. 그러니까 미리 말해두는거야. 말 안하고 나가면 따라올까봐.”

       “음…….”

       

       키엘은 올리비아에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디 가는지 말해줄 수 있나?”

       “금방 올거야. 한 시간? 길면 두 시간 정도? 아카데미에 아는 녀석이 있어서 오랜만에 회포나 풀고 오려고.”

       “학생인가? 아니면 교사…….”

       “거, 내가 무슨 애냐? 그런 것까지 말해주게?”

       

       키엘이 입을 다물었다. 올리비아가 다른 꿍꿍이가 있었더라면 이런 말 따위 해주지 않고 조용히 나갔을 것이다. 

       

       “아무튼 갔다 온다.”

       “그, 그래……. 알겠다.”

       

       올리비아는 바깥으로 나왔다. 한밤 중인데도 아카데미는 빛으로 가득했다. 다들 학업에 열중하는 모양이었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하셨습니다.]

       

       올리비아의 신형이 사라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녀는 4학년 기숙사 건물 복도에 있었다.

       

       모든 교육 기관이 그렇듯이, 아카데미는 철저하게 실력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관이었다. 제국이 신분제 국가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작금의 황제는 평민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정확히는 평민 우대 정책이 아니라, 실력 우대 정책이지만.’

       

       천재는 신분이 아니라 교육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황제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실력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약간의 차등을 둘 뿐이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하층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상층에 배치하는 식으로 말이다.

       

       올리비아는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2층, 3층, 4층, 5층. 그대로 최상층까지 멈추지 않고 직행했다.

       

       눈 앞에 보이는 방은 다섯개.

       4학년 졸업반 최상위 5인이 이 층에 있다는 뜻이었다.

       

       ‘어디보자……. 몇 호실이었더라?’

       

       올리비아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벨페고르가 소환되는 날짜를 미루기 위해서였다.

       

       올리비아는 개중 [1호실]이라고 적힌 방 앞에서 멈춰섰다. 문고리를 향해 손을 가져간 그 순간이었다.

       

       “거기.”

       

       뒤편에서 올리비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여학생이 팔짱을 끼고 올리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을 잘못 찾은 모양인데.”

       

       여학생이 두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누구야, 너. 못보던 얼굴인데.”

       “…….”

       

       올리비아는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카이넬 자작가의 영애였다.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싸가지가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악마 숭배자는 아니었다.

       

       “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변명이라도 해 봐. 어디서 근본도 없는 놈이 예카테리나 공녀님의 방 앞에서…….”

       

       여학생은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구름이 걷히며, 열린 창문 사이로 아스라이 흩어진 달빛이 올리비아의 얼굴을 비췄다. 

       

       여학생의 눈이 점점 커졌다. 턱도 점점 벌어졌다. 그녀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까먹은 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어, 어어어……. 어? 어어어?”

       “날 아니?”

       “아, 아아아알죠! 다, 당연히 알죠! 마법학부 출신 중에서 올리비아님을 모르는 하, 학생은 한 명도 없을거에요. 제, 제가 방금 반말을 한 건. 그,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여학생의 입 앞에 가져다댔다.

       

       “조용히.”

       “……!”

       “할 수 있지?”

       

       여학생은 숨 쉬는 법도 까먹은 채 고개만 미친듯이 끄덕였다.

       

       올리비아는 여학생이 제 호흡을 되찾고 나서야 손가락을 떼고 물러섰다.

       

       ‘얘가 누구였더라.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졸업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면 나름 실력은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스토리 중후반에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다 보니 비중이 적었다.

       

       여학생이 입술을 덜덜 떨었다.

       

       “호, 호호호호혹시 무슨 일로 오, 오오셨을까요?”

       “…….”

       

       올리비아는 잠시 고민했다. 맘 같아서는 이 시끄러운 여학생을 잠재우고 옆에 치워둔 다음 예카테리나의 방 안으로 돌입하고 싶었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올리비아는 정신계 마법을 사용할 줄 몰랐다.

       

       ‘얼려서 방 안에 처박아둘 수도 없고.’

       

       키엘에게 ‘회포 풀러 간다면서 불쌍한 학생들을 얼려놓고 겁박하는 년’으로 기억될 순 없었다.

       

       “여기 방 주인 좀 만나려고.”

       “예, 예예예예카테리나님을요? 아, 아니. 예카테리나를요?”

       

       깨알같은 압존법까지. 

       생각보다 인성이 아주 제대로 된 친구였다.

       조용하기만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서, 설마 예카테리나를 제자로 삼으시려고요? 화, 확실히 올리비아님의 제자가 되려면 학년 수석 정도는 되야겠죠. 아니, 그래도 조금 부족한 것 같기는 한데……. 적어도 수석 마법사 급은 되어야…….”

       “조용.”

       “죄, 죄송합니다앗!”

       

       여학생이 그대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학생.”

       “에, 엘마 카이넬입니다!”

       “그래, 엘마 학생.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주겠니?”

       “아, 알겠습니다!”

       

       엘마는 올리비아의 눈치를 보며 제 방까지 뒷걸음질로 이동하다가, 살포시 문을 닫았다.

       

       쿵.

       

       올리비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다 깼겠네.’

       

       예카테리나의 방 너머에서 방금 전까지 없던 인기척이 느껴지는게 그 증거였다.

       

       야밤에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데, 안 깨는게 더 신기하다.

       

       올리비아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마력을 열쇠 구멍 너머로 흩뿌렸다. 스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올리비아는 내부로 들어갔다. 방 안은 공녀의 방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조용했다.

       

       딸깍딸깍.

       

       빛을 밝혀주는 마도구는 작동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누가 회로를 고의적으로 어그러뜨렸다.

       

       물론 그 범인이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마도구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천천히 거실을 향해 움직였다.

       

       학년 수석에게 배정된 방은 넓었다. 조금 과장해서 웬만한 교실만큼 컸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라던지, 제물로 바쳐질 인간들의 시체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누가 미쳤다고 아카데미 한복판에, 그것도 최상층에 그런 것들을 두겠는가.

       

       어지간히 미친년이 아니고서야.

       

       “나오렴.”

       

       올리비아는 벽에 대고 그렇게 말했다. 특별한 점이라고는 하등 보이질 않는, 평범한 하얀색 벽이었다.

       

       “세 번은 없다. 나와.”

       

       스르륵.

       

       새하얀 벽면에서 진득한 어둠이 흘러나왔다. 

       

       악취가 났다.

       

       어둠은 점점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다. 다리에서부터 천천히, 조금씩 오밀조밀한 형태를 갖춰나갔다. 마침내 머리카락까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흐음.”

       

       그것, 아니. 예카테리나 공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반가워요. 올리비아 선배.”

       “안 반갑고, 너 같은 마녀 새끼를 후배로 둔 적도 없단다.”

       “너무하셔라.”

       

       올리비아는 혀를 찼다.

       예카테리나의 주변에서는 상종도 하기 싫은 끔찍한 마력이 일렁거렸다.

       

       악마와 계약한 마법사.

       

       마녀의 마나는, 생각보다 훨씬 역겨웠다.

       

       ‘마법사들이 마녀한테 지랄할만 하네.’

       

       따악.

       

       예카테리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방 안에 있던 양초들이 붉게 빛났다. 일렁이는 빛 너머로 어둠이 벽을 타고 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제 비밀은 어떻게 아셨을까요?”

       

       올리비아가 코웃음쳤다.

       

       자고로 비밀은 당사자가 숨길 마음이 있어야 비밀이라고 하는거다. 만약 예카테리나가 자신이 악마 숭배자라는 사실을 숨기려 했다면, 이렇게 벽 속에서 튀어나오는게 아니라 침대에서 자는 척을 했어야 맞다.

       

       근데 예카테리나는 그러지 않았다. 

       

       당당했다. 심지어 여유롭기까지 했다.

       

       “대답을 안하시면……. 그 입을 강제로 열 수 밖에 없는데요.”

       “…….”

       “그러니까 왜 혼자 오셨어요. 키엘 공작이랑 같이 오시지.”

       

       들어온 장소가 어둠으로 가로막혔다.

       

       이제는 이곳이 기숙사인지, 심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거 아세요? 선배?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밖에서는 들을 수 없어요.”

       “그게 왜.”

       “왜긴요. 도움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이죠.”

       

       예카테리나가 고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선배가 대마법사기는 하지만……. 되신지 몇 년 안 됐잖아요.”

       “그래서, 만만해 보인다. 이 말이지?”

       “뭐, 그런 셈이죠.”

       

       이제는 모든 걸 다 아는 양 실실대고 있었다.

       

       저러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저런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

       

       하지만…….

       

       ‘별 같잖은 년이 내 앞에서 아는 척을 다 하네.’

       

       상대를 잘못 골랐다.

       

       “야.”

       

       갑작스런 반말에 예카테리나가 눈을 껌뻑거렸다.

       

       “닥치고, 벨페고르 소환진 그려진 아티팩트나 내놔.”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알죠?”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예카테리나가 방금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표정 속에 담긴 조롱을 읽어낸 예카테리나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지금 주제 파악이 안되시나본데…….”

       “잘 하고 있으니까 내놓으라고.”

       “하……. 좋게 좋게 끝내려고 했더니.”

       

       예카테리나가 곧바로 덤벼들었다. 진득한 어둠이 사방에서 올리비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도 같았다.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휩쓸어 소멸시키는.

       

       하지만.

       

       쩌저저저저적.

       

       닿지 못했다.

       

       쿵. 얼어붙은 어둠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났다.

       

       쿵.

       

       쿵쿵쿵.

       

       어둠이 산산조각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방 안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더 이상 떨어질 어둠이 없었다.

       

       ‘이게 무슨…….’

       

       예카테리나는 곧바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리의 진원지를 쫓아 고개를 내리려던 순간, 그녀의 눈이 부릅떠졌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

       

       발끝부터, 입까지. 완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가 예카테리나를 차갑게 내려다봤다.

       

       “야.”

       

       올리비아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넌 대마법사가 좆으로 보이니?”

       

       꽈드드드득.

       

       주먹을 더 세게 쥘수록, 공기가 더 차가워진다. 쩌저저저적! 온도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때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얼릴 거리를 찾지 못한 냉기는 이제 공기마저 얼리고 있었다.

       

       “……!”

       

       예카테리나의 눈동자가 몸부림친다.

       숨이, 폐가, 혈액이 얼어붙는다. 하지만 비명은 허락되지 않는다. 고통을 덜어내기 위한 발버둥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말해.”

       “흐아악! 흐, 흐, 하아아악! 흐하아아악!”

       

       아득해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올리비아는 그녀가 말을 할 수 있게, 입 부분의 얼음만 녹여주었다.

       

       “흐으……. 흐으으으으…….”

       

       예카테리나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는다.

       

       겨우 정신을 차린 예카테리나가 말했다.

       

       “나, 나를 죽이면 후회…….”

       “죽이면 뭐. 암시를 걸어둔 학생들이 자살테러라도 하니?”

       “그, 그걸 어떻게……!”

       

       올리비아가 방금처럼 같잖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예카테리나의 반응은 방금과는 달랐다.

       

       “어, 어떻……. 그걸 어떻게……. 배, 배신? 아, 아니. 그럴리 없어. 그게 가능할리가…….”

       “야.”

       

       움찔.

       

       “내가 방금 말했지.”

       “뭐, 뭐를…….”

       “세 번은 없다고.”

       

       올리비아가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사람이 물어보면.”

       “자, 잠깐…….”

       “대답을 하라고.”

       

       세계가 다시 한 번 얼어붙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저도….저도 연참을 하고 싶습니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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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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