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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35. 마트에 가자 (2)

       

       

       드래곤이 녀석들이 입을 어린이용 속옷 세트를 구입하고.

       나는 드래곤이 숨어있는 카트를 끌어, 주변 매장들을 둘러보았다.

       

       “아동복 매장은 어디에 있으려나…”

       

       찾았다.

       바로 근처에 있었네.

       나는 아동복 매장으로 카트를 운전했다.

       그러자, 화련이가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지금이야! 속도를 더 올려! 박아버려!

       

       박겠냐고.

       나는 카트를 천천히 이끌고 매장의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질문을 할 만한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출산율이 낮기에 직원을 배치조차 하지 않았겠지.

       

       ‘하긴, 요즘 시대에 누가 아동복을 사겠어.’

       

       이러면 추천을 받을 수도 없겠네.

       그렇다면 직접 옷을 고르게 하는 수밖에.

       나는 가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물었다.

       

       “얘들아, 너희는 어떤 옷 사고 싶어? 내가 특별히 옷을 너희가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샤아악-!”

       

       그에 화련이가 가방에서 튀어나와 소리쳤다.

       

       -나는 저거! 저게 제일 편해 보여!

       “이거 말하는 거야?”

       -응!

       

       끄덕끄덕-

       화련이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나는 화련이가 선택한 옷을 들어 확인을 해보았다.

       상당히 시원할 것 같은 옷이었다.

       

       “딱 너랑 잘 어울리긴 하네, 화련아.”

       -흥, 세상에 나랑 안 어울리는 옷은 없어!

       

       민소매 셔츠와 짧은 반바지.

       화련이는 얇은 옷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는 화련이가 선택한 옷을 카트 안에 넣었다.

       화련이는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지, 옷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옷 입는게 귀찮다고 했으면서. 생각보다 마음에 드나 보네.’

       

       다들 꾸미는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니까.

       옷도 자기 취향대로 입고 싶겠지.

       

       이어서.

       카트를 끌며 매장을 둘러보고 있자.

       수련이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지 내게 말했다.

       

       -아빠, 잠깐 멈춰.

       “괜찮은 옷 있어?”

       -나는 저 옷이 좋아.

       

       수련이는 걸려있는 옷을 빤히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을 쫓아 옷을 들어 수련이에게 보여줬다.

       

       “이거 맞아?”

       -맞아, 그 옷이 가장 효율적인 옷이야.

       “그런가. 내 눈에는 좀 큰 것 같은데.”

       

       수련이는 사이즈가 너무 큰 셔츠와 스포츠 점퍼를 선택했다.

       몸에 비해 너무 크고, 흘러내릴 것 같은 느낌이지만.

       수련이는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옷은 크게 입어야 해. 그래야 편하고 좋아.

       “오케이, 수련이 취향 알았고.”

       

       그다음은 초련이.

       초련이는 오래 둘러볼 필요도 없이 곧바로 말했다.

       

       -아버지, 저는 저 옷이 제일 좋아요!

       “하얀 원피스. 이거 말하는 거지?”

       -네에!

       

       하얀 원피스.

       초련이 답게 심플하다.

       깔끔해서 잘 어울릴 것 같다.

       나는 초련이가 선택한 옷을 카트에 넣었다.

       이러면 더 이상 이 매장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가자, 얘들아.”

       -어디요?

       “밥 먹으러.”

       

       나는 카트를 이끌고 지하로 향했다.

       각종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지하로.

       슬슬 배가 출출해질 때였다.

       

       

       ***

       

       

       대형 마트의 지하에서는 각종 식품을 판매한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입이 아플만큼 다양한 식품을 판매한다.

       돈을 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푸드코트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흐음, 냄새 좋네.”

       

       바로.

       시식 코너를 즐기기 위해 찾아왔을 뿐이다.

       무료니깐.

       

       ‘어디부터 가볼까.’

       

       흙수저식 뷔페.

       시식 코너.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메뉴가 좋을지를 확인했다.

       마침 근처에 시식 코너가 하나 보였다.

       

       “이 비싼 과일을 여기 아니면 어디서 먹겠어.”

       

       에피타이저로 아주 좋은 메뉴다.

       나는 녹색 이쑤시개에 꽂힌 바나나를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가방으로 들고 갔다.

       

       “너희부터 먹어 얘들아,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빨리 먹어.”

       -이게 뭔데?

       -처음 보는 거야.

       -신기하게 생겼어요!

       

       생각해보니 녀석들은 채소는 많이 먹었어도, 과일은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첫째.

       화련이의 입에 바나나를 떨어뜨렸다.

       

       우물우물-

       

       “샤아악-!!”

       “그 반응은 뭐야. 맛있다는 거야?”

       “샤아악-!”

       

       그런가 보다.

       화련이는 내게 더 달라며 입을 한 차례 벌렸다.

       그에 나는 바나나를 입에 하나 더 넣어줬다.

       

       “과일은 입맛에 맞나 보네.”

       -맛있어! 하나 더! 하나 더 줘!

       “기다려, 수련이랑 초련이도 먹어야 하니까.”

       

       자 다들 사이좋게 나눠 먹어라.

       나는 바나나를 찍어 아기 새처럼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녀석들을 먹였다.

       수련이와 초련이도 오물오물- 바나나를 맛있게 먹었다.

       

       ‘…생각보다 잘 먹잖아.’

       

       원래 빈손으로 와서 배만 빵빵해질 생각이었는데.

       녀석들의 반응을 보니, 바나나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시식 코너의 모든 바나나를 털고, 바나나 2개 뭉치를 샀다.

       

       “바나나가 그렇게 맛있었어?”

       -응, 맛있어! 나 저거 지금 먹을래!

       “지금은 먹을 거 많으니까. 집에 돌아가서 먹어.”

       -칫.

       

       혀를 차는 화련이를 무시하고.

       나는 다음 시식 코너를 향해 카트를 움직였다.

       그러던 도중,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물품을 발견했다.

       

       “계란이랑 간장. 그리고 참기름.”

       

       가끔 시간이 없을 때.

       간장 계란밥을 해 먹기 좋으니까.

       나는 카트에 계란과 간장을 넣었다.

       

       -…알이네요, 아버지. 그것도 아주 많은 알이예요.

       

       초련이가 계란을 보고 우울한 목소리를 냈지만.

       갈 길이 바빴기에, 전부 신경 쓸 수 없었다.

       사실 무서워서 외면했다는 편이 더 정확했다.

       아무튼.

       

       “여기는 소세지가 있네. 이거 먹어볼 사람 있어? 이거 맛있는데.”

       

       그러자 화련이가 곧바로 가방에서 튀어나왔다.

       

       -나!

       “알았으니까 안에 들어가서 입 벌려. 소세지 들어간다!”

       “샤아악-”

       

       화련이의 입으로 문어 모양의 소세지를 넣어줬다.

       

       냠냠-

       

       화련이는 아무 말 없이 입을 한 차례 벌렸다.

       

       “샤아악-”

       “화련아, 너 너무 잘 먹는 거 아니야?”

       

       시식 코너의 악몽.

       레드 드래곤 강림.

       

       -더 줘! 더 줘!

       

       화련이는 계속해서 소세지를 요구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식 코너에 있는 모든 소세지를 먹였다.

       참고로 초련이는 소세지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초련이는 비건이니깐.

       

       아무튼.

       수 많은 문어 소세지를 입에 넣어줬음에도, 화련이의 기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더 줘! 더 줘!

       “알았으니까 가만히 있어! 그렇게 움직이면 들켜!”

       -더 줘어! 더 줘어!

       

       크아아앙-

       화련이는 내게 계속해서 소세지를 요구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비엔나 소세지를 2팩을 카트에 넣었다.

       

       “…집에 가서 해줄게. 그럼 됐지?”

       -좋아!

       

       휴우.

       다행히 화련이가 기습 시위를 그만뒀다.

       나는 안도하는 동시에 카트의 내부를 확인했다.

       슬슬 꽉 차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돈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느낌인데…’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어도.

       이쯤이면 슬슬 부담스러운데.

       떼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결과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화련이는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가방에서 산만하게 움직이며 말했다.

       

       -아빠! 저기 냄새가 나! 저기로 가자!

       “…화련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싫어어! 나 저거 먹고 싶어! 저거 궁금해! 당장 가자! 가자고오!

       

       크아앙-

       화련이가 울부짖었다.

       그에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가자! 가자! 더 빨리 가자아!

       “이래서 애들이랑 마트에 가면 안 되는 건가.”

       

       화련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지만.

       기가 빨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빠 죽는다, 화련아…”

       -안 죽어! 더 빨리! 더 많이 먹자!

       

       그렇게, 우리는 지하의 모든 시식 코너를 돌며, 준비되어 있는 음식들을 모두 해치웠다.

       그리고, 음식들을 해치울 때마다 카트는 점점 가득 차고 말았다.

       이미 카트 내부는 소비 계획과 거리가 많이 멀어져 있었다.

       다음에는 나 혼자 와야지.

       

       

       ***

       

       

       내 계획적인 소비는 어디에 갔을까.

       계산하고 나니, 정신이 멍해졌다.

       

       “이렇게 많이 살 생각은 없었는데…”

       

       녀석들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다.

       젠장.

       나는 종이봉투에 구매한 물품을 넣으며 다짐했다.

       다음에는 무조건 혼자 오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정한 물품만 사겠다고.

       

       ‘그렇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애초에.

       K마트는 녀석들의 홈그라운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품들이 널려 있으며, 떼를 쓰면 근처 시선들이 신경쓰여 잘 통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구매한 물품을 종이봉투에 넣고 있던 사이.

       초련이가 뭐라 중얼거리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거 나무잖아요, 아버지! 어째서 인간들은 소중한 나무를 이런 잔인한 모습으로 만든 건가요!

       “지금 이 종이봉투 보고 말하는 거야?”

       -네에! 아버지, 이건 참을 수 없어요!

       

       종이봉투가 그 정도인가.

       나는 초련이가 왜 저렇게 화났는지가 궁금했다.

       

       “오히려 종이봉투는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그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환경을 지키겠다고 나무를 베어, 종이봉투를 만들면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결국 나무를 이용하는 거에요!

       “그건 그렇긴 하지.”

       -저는 오늘 인간들에게 실망했어요, 아버지!

       

       단단히 삐져버린 초련이.

       플라스틱의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 종이봉투를 사용했기 때문일까.

       환경 운동가 이초련 선생님의 마음이 불편한가 보다.

       나는 그런 초련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아, 초련아. 집에 가서 맛있는 채소 먹자. 채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오늘은 아버지의 얼굴을 봐서 참겠어요! 

       

       그래, 참아주렴.

       아빠도 오늘 기가 다 빨려서 힘들단다.

       쇼핑이 이렇게 힘든지 처음 알게 됐네.

       

       후우-

       

       나는 호흡을 내쉬고 카트를 반납했다.

       넣어놨던 지폐가 튀어나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종이봉투를 들고 출구로 향했다.

       

       “다들 오늘 고생했다. 집으로 가자!”

       -나는 여기 있고 싶은데! 집 여기로 하자, 아빠!

       -나도 더 있고 싶어. 궁금한 게 많아.

       -저도 희생된 나무들을 위해, 이곳에 나무를 심어줘야겠어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런데.

       드래곤 녀석들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보였다.

       아직 애라서 그런지 대형 마트에 환장하는가보다 싶다.

       

       “그래도 안 돼. 더 늦으면 전철 끊긴단 말이야. 빨리 돌아가자.”

       -칫.

       

       나는 드래곤 녀석들이 담긴 가방을 앞으로 멨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던 순간, 집에 돌아가기 싫다던 드래곤의 말을 누군가 들은 걸까.

       

       “다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인다-!!”

       

       탕탕-!!

       하늘을 향해 총을 쏘는 복면을 쓴 집단.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빌런들이 K마트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녀석들은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며 크게 말했다.

       

       “이 안에 폭탄을 설치했다!! 다들 죽고 싶지 않으면 엎드려!!”

       

       그리고.

       

       “그 잘난 영웅들에게 전해. 시민들을 살리고 싶다면. 지금 당장 K마트로 오라고.”

       

       복면 집단의 목적이 뭔지 모르지만.

       녀석들은 자기들이 사건을 일으키고 직접 영웅을 호출했다.

       이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화련이가 내게 질문했다.

       

       -아빠, 폭탄이 뭔데?

       “펑- 하고 터지는 거야.”

       -그럼, 이 건물 부서지는 거야?

       “아마, 터지면 그럴걸.”

       -신난다! 이거 언제 터져? 나 밖에서 꼭 볼래! 볼 거야!

       “…”

       

       이 도파민 중독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는 순간.

       화련이만 혼자 신이 나 있었다.

       화련이 다운 반응이라 해야 할까.

       나는 일단 녀석들의 말대로 바닥에 엎드려 속으로 생각했다.

       

       ‘…녀석들의 목적이 뭔지 모르지만.’

       

       일단 한 가지 사실은 알겠다.

       빌런 녀석들은 오늘.

       날을 잘 못 잡았다.

       하필 드래곤이 있는 날에 테러를 감행하다니.

       참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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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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