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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아버지는 얼굴은 잘생겼지만, 성격은 더럽지.’

     크림슨 지브롤터 변경백, 그러니까 아버지의 성격은 좋은 편은 아니다.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하냐 싶기도 하지만, 진짜로 안 좋은 편이다.

     ‘누아르, 레타르 성격이 어디에서 나왔겠어.’

     아버지뿐만 아니라 지브롤터 대대로 성격이 좋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안 좋다.

     

     -말소리보다 검이 더 빠른 사나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말로 타이르기보다는 검을 찌르는 게 우선인 사람이었다.

     아카데미 재학 시절부터 그랬고, 저택에서 일하는 이들도 그걸 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심기를 거스르려고 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미친놈이 아니면.

     “죽고 싶은 모양이군.”

     아버지가 에단을 노려본다.

     

     햇빛은 창 너머로 응접실을 화사하게 밝히지만, 분위기는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살벌하다.

     아버지는 에단을 무심히 내려다보고, 에단은 뒷짐을 진 채 정면만 바라본다.

     다른 보육원 기수들은 차렷 자세로 꼼짝도 못 하고 있고, 나는 소파라는 특등석에 앉아 느긋하게 구경 중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아, 그래.

     보육원 마지막 기수가 정식으로 들어와서 아버지에게 첫인사를 하러 왔었지.

     ‘기사의 재능을 확인하는 건 아버지가 더 확실하니까.’

     매번 아버지는 보육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몸에 마력이 흐르는지, 혹은 마력을 이미 깨우친 건지.

     꼭 마력뿐만 아니라 체격이나 골격, 자세 등으로도 아버지는 아이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내가 이 자리에 참여한 건 에단 때문만은 아니고, 인사가 끝나는 즉시 나와 나눌 이야기가 있기 때문.

     -마지막 기수까지 소득이 없다면, 보육원 예산은 삭감할 것이다.

     미리 엄포를 놓고 아이들을 들어오게 한 아버지는 눈대중으로 아이들의 재능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그의 시선이 에단에게 머물렀다.

     

     “세자르 장군의 손자. 그래. 보고는 들었다.”

     

     보육원 마지막 기수 최종 추천 명단이 나왔을 때, 나는 아버지에게 에단에 관해 상의했다.

     “그레이는 네가 군인의 자제이니, 나름의 실력은 있을 거라고 말했지.”

     그랬긴 그랬다.

     미래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없이, 나는 담백하게 현재 시점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부 밝혔다.

     “너를 받아들이면 왕가의 권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짓을 하는 것이다? 뭐, 좋다.”

     다른 이들은 모른다.

     아버지가 반역을 마음먹었기에, 세자르의 후예를 거둔다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에단 세자르. 너는 이곳에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내 질문에 대하여, 뭐라고 답했지?”

     공기가 가라앉는다.

     오른손을 허리에 찬 검 손잡이에 올린다.

     “대답하라.”

     “레타르 아가씨의 호위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에단이 입을 열었다.

     어젯밤 내 앞에서 보였던 감정적인 모습과 달리, 감정을 최대한 억누른 채 담담히 답했다.

     이것은 용기인가, 아니면 만용인가.

     그 결과는 아버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평범한 아버지라면 딸을 건드리는 남자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지.’

     딸 가진 아버지는 자기 딸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괜히 제국에서 ‘머스킷 메리지’라는 말이 생겨난 게 아니다.

     만일 어느 아버지가 딸에게 접근하는 걸 가만히 놔두거나, 딸이 다른 남자와 사귀어도 가만히 놔두거나 한다면.

     ‘친딸이 아닌 경우지.’

     아버지란 그런 존재다.

     내가 변경백으로 있으면서 봤던 여러 아버지가 다 그랬다.

     딸을 건드리면 누구나 감정적으로 폭발했기에, 나는 그걸 이용해 여러 가정을 망가뜨렸다.

     ‘호스트바라거나.’

      

     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은 굳이 할 필요는 없겠지.

     왜냐하면 그런 걸 생각할 시간에-

     “건방진 놈.”

     푸ㅡ욱.

     

     “……!”

     에단의 가슴을 향해 겨눠진 아버지의 검에 집중해야 하니까.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구나. 감히 내 앞에서.”

     아버지가 검에 마나를 흘려 에단의 심장으로 보낸다.

     “죽고 싶은 것이냐?”

     “……!”

     검이 좀 더 깊게 파고든다.

     “차라리 누아르를 위한 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면 모를까, 감히 내 앞에서 내 딸의 호위 기사가 되고 싶다고 해?”

     피부를 가르고 안으로 들어간 검날에 하얀 셔츠가 붉게 물든다.

     “예.”

     에단은 물러서지 않았다.

     “반드시 그렇게 되겠습니다.”

     레타르의 호위 기사.

     그것이 자신의 생에 마지막 남은 길이라는 듯, 눈을 꾹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다.

     “흐음.”

     아마 검 끝은 거의 심장에 닿기 직전일 것이다.

     ‘아프긴 아프겠다.’

     주르륵.

     이미 피가 흘러나온 순간부터 죽을 만큼 아플 텐데, 에단은 이를 꽉 깨물고 버티고 있다.

     ‘진짜 죽여도 이상한 거 없기는 해.’

     만일.

     아버지가 에단의 재능과 관계없이, 그냥 죽여버리기라도 한다면?

     ‘죽으면 죽는 거지.’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영웅 대부분은 이런 자리에서 쉽게 죽지 않으며-

     “……!”

     아버지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노스트럼의 태조가 그랬지.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이라고.’

     마스터의 재능은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는 것.

     “쓰읍….”

     

     아버지가 저걸 모를 리가 없다.

     에단의 몸에 흐르는 미약한 마나를.

     그 마나가 흐르는 통로의 너비, 그리고 마나가 담기는 그릇의 크기를.

     ‘어제 솜누스 꽃을 몸속에 쑤셔 넣은 보람이 있네.’

     에단은 아버지에게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딸 가진 아버지답지 않게-

     “너. 오늘부터 누아르의 아래에서 기사 훈련에 참여하라.”

     딸의 호위 기사가 되겠다는 이 시건방진 꼬마에게서 검을 거뒀다.

     “…!!”

     에단이 놀란다. 

     아버지의 검 끝에는 핏방울이 맺혀있었으나, 검신에는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았으니까.

     ‘검 끝에만 오러로 검기를 만들어서 찌르는 게 얼마나 고급 기술인지 얘들은 알까.’

     나야 뭐 잘 알고 있고, 그나마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 뒤에 있는 로버트 경뿐일 터.

     ‘아닌가. 쟤도 감각은 있나?’

     에단의 시선이 아버지의 검 끝에 고정된다. 

     어딘가 홀린 것처럼, 녀석은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잊은 듯 멍하니 검만 바라본다.

     “말콤.”

     “예, 백작님.”

     “치워. 그리고 그레이.”

     아버지는 즉시 응접실 밖으로 향했다.

     “서재로 따라오너라.”

     잠시 뒤.

     에단이 기절해 쓰러지고 말콤이 응급조치하며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 * *

     “네가 이겼구나. 100명. 기어이 마스터를 찾아내다니.”

     “정말입니까?”

     “알고 데리고 온 게 아니었더냐?”

     “설마요.”

     서재로 들어오자마자 아버지는 집무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피곤하십니까?”

     “……그레이.”

     

     아버지가 잠시, 어딘가 멍한 얼굴로 책상을 바라본다.

     “제국과의 전쟁, 아직도 진행 중이지?”

     “예.”

     “그럼 제국산 과일을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국경을 몰래 넘어간 다음, 변방 마을에서 몰래 웃돈 주고 사야겠죠.”

     “…….”

     아버지가 잠시 눈을 감는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국과의 교류는 어느정도 있었다. 네가 대략 3살쯤이었을 때지.”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해도, 교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싸우다가 잠시 휴전하고, 거래하고, 교역하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다가 제국산 상품에 대한 수입이 전부 막혔죠.”

     “그래. 세인트 지오 그 자가…하.”

     또 무능왕이냐.

     질리지도 않냐.

     “제국산 최고급 술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지.”

     “…….”

     “따지러 온 외교관을 술에 취해 목을 잘랐을 때, 협곡 앞에 3만 대군이 몰려와서 네 어머니와 한 달 동안 함께 지내지도 못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세인트 지오는 온갖 악행을 떨쳤다.

     알고는 있다.

     

     “결국 모르가니아 대공가에서 배상해줬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 이후로 제국과의 교역은 거의 끊겼지. 바다를 통해 밀수하거나 하는 자들 이외에는…하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특히 임신 중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아버지.”

     “왜.”

     “어머니가 임신하셨을 때보다, 임신하지 않았을 때가 더 자주 피곤해 보이셨습니다만.”

     “…그런 게 있다.”

     아버지는 그냥 오늘만 피곤할 뿐, 아마 최근은 펄펄 날아다닐 정도로 체력이 넘쳐날 것이다.

     왜냐고?

     어머니가 임신 5개월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심야 비밀 훈련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정기적으로 꼬박꼬박했으니까.

     “보육원을 넓힌다면, 거기에는 제국산 과일과 농산물을 길러보는 걸로 하지. 매번 협곡을 넘어갈 수는 없으니.”

     “예산은 충분히 주시는 겁니까?”

     “…그래.”

     아버지가 책상 위의 양피지를 손으로 밀었다.

     “보육원은 전적으로 네 뜻대로 해라. 단, 누아르를 위한 훈련생들은 기사단에서 관리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한 명이라도 낚으면 성공이다.

     운명은 지브롤터에게 에단을 선물했고, 에단 덕분에 나는 보육원 예산을 그대로 지켜낼 수 있었다.

     “그레이.”

     “예, 아버지.”

     “너는 그 녀석이 레타르의 호위 기사를 하겠다고 자처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

     “아버지의 감상을 먼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아버지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면 제가 맞춰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맞추면 좋은 선물을 주도록 하지.”

     “어머니를 향해 기사의 맹세를 하시던 모습이 떠오르셨겠죠.”

     하나. 아버지는 에단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했다.

     “레타르가 어머니의 딸인 만큼 아름다우니, 10살 이하 꼬맹이가 목숨을 걸 만큼 반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요.”

     둘. 레타르에게 목숨 바치겠다고 떠드는 아이들은 제법 흔한 편이다.

     “세자르 가문이 한 번 크게 바다에서 참패를 해서 그렇지, 나름 서부 해안에서는 명문가였잖습니까. 정통성도 있고.”

     셋. 에단에게 붙은 ‘세자르’라는 성은 그의 생각보다 제법 괜찮은 성이다.

     “군법으로 재판받아 작위를 박탈당한 가문의 후계자를 받는다? 왕가와 반목하기 딱 좋은 소재. 지금의 아버지께는 문제 될 게 없죠.”

     “흐음.”

     넷. 왕가를 자극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마지막입니다만….”

     “또 있나?”

     “…레타르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개로 키우시려는 거 아니셨습니까?”

     “뭐라고?”

     아버지가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레타르의 개?”

     “예. 레타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그런 녀석으로 키우려고 하신 거잖습니까.”

     “…….”

     “혹시 이건 계획에 없으셨습니까?”

     “아니. 괜찮군. 나는 그런 쪽은 아니고, 혹여나 레타르가 녀석에게 반하게 된다거나 하면….”

     “어려서부터 사위를 키우는 셈이 되겠네요. 마스터가 된다면 명분도 적절할 겁니다.”

     이 자리에는 없지만, 에단에게 축하를.

     아버지에게 재능 하나만으로 사위로 인정받은 모양이다.

     이걸로 이제 에단은 당분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누아르 밑에서 개고생하는 건 자기가 알아서 헤쳐나가야 할 일이고.’

     레타르 호위 기사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는 이미 많다.

     그들을 전부 뛰어넘는 게 당장 에단에게 주어진 과제.

     그거까지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

     마스터가 될 남자가 자기가 반한 여자를 노리는 다른 남자들을 이기지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사랑은 쟁취하는 것.

     아버지의 지론이다.

     “혹시 또다른 이유가 있던 겁니까?”

     “…내가 에단처럼 말을 했을 때, 네 외조부가 내게 똑같이 했었지.”

     아버지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자기 딸을 데려가려면 차라리 자기랑 결투해서 데려가라고. 생사결을 벌이자고.”

     “죽였습니까?”

     “멀쩡히 살아계신다. 지브롤터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찔려주셨습니까?”

     “기사도 아닌 노인네의 레이피어에 찔려서 피가 나면 마스터가 아니지. 마나가 몸을 저절로 보호했다.”

     그런가.

     에단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했구나.

     그게 가장 큰 이유였구나.

     ‘역시 아버지야.’

     한 아이의 아버지라기보다는, 여전히 아버지는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네 외조부에 대한 건….”

     “어머니가 의절한 이상, 접촉할 이유는 없죠.”

     나는 나의 외조부, ‘발자크 렘부르 군터’ 남작에 대하여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아직도 어머니를 세인트 지오 왕의 후처로 들이려고 하는 작자 아닙니까.”

     “…….”

     “어머니께서도 그게 싫어서 지금 13년, 아니, 그 이상이죠.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의절하여 아버지께 의탁했으니.”

     “네 외조부는….”

     “욕심은 많고, 능력은 없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가지고 자기 신분을 높여보려고 하는 출세 지향적 인간.”

     왕국 귀족의 평균이라고 할 수 있다.

     “딸을 도구로 여기고,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서는 소드 마스터 가슴에 칼을 겨눌 수도 있는 미친 자.”

     “틀린 말은 아니지.”

     “눈에 뵈는 게 없죠. 죽으면 죽는 대로 장례식 가는 건 곤란하지만.”

     “…….”

     아버지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겠지.

     “아버지께서는 정말 낭만적이십니다. 본인 같은 사랑꾼들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무른 분이시죠.”

     “무슨 헛소리를.”

     이건 부끄러워서 하는 말이다.

     “하여튼, 에단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의 부모도 외조부와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주제를 아니까요.”

     에단은 문제 없다.

     “걱정 되는 건 오히려 보육원 애들이죠.”

     “음.”

     에단은.

     * * *

     “정신이 드냐?”

     에단은 눈을 떴다.

     집보다도 더 포근한 침대.

     알싸한 약초의 향기.

     “저는….”

     “피를 조금 많이 흘렸더구나.”

     “집사장, 말콤 어르신.”

     어딘가 피곤해 보이던 남자, 집사장 말콤은 눈을 반짝였다.

     “그걸 기억했어? 아니면 미르딘 부인에게 들었나?”

     “네. 들었습니다.”

     “그러냐. 그러면 뭐 자세한 건 내가 말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말콤은 에단의 가슴에 생긴 칼자국을 보며 잠시 머리를 긁적인 뒤.

     “…보육원 아이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너는 그래도 세자르의 핏줄이니까 이야기해두지. 조심해라.”

     “예.”

     “주인님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

     말콤은 창밖을 가리켰다.

     “네가 제일 걱정해야 할 건 너와 함께 지낼 보육원 아이들이다.”

     “…….”

     “주인님…아니지, 그레이 도련님께서는 너를 저택이 아닌 보육원으로 보내셨지. 이곳이 아니라.”

     “그게 무슨….”

     “보육원에서 도태된다면, 너는 네가 지껄인 호위 기사는커녕 쫓겨날 거다.”

     

     말콤은 흉터 위에 하얀 반창고를 붙이며 혀를 찼다.

     “그러길래 왜 어린 것이 벌써 적을 수십 명이나 만들어서는.”

     “…이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 이 당돌한 녀석 보게?”

     말콤은 에단을 빤히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나중에 혹시 레타르 아가씨의 호위 기사가 된다면, 목숨을 걸고 지켜라. 누구처럼 납치당하게 하고 나까지 칼침 맞게 하지 말고.”

     “…그런 일, 결코 없을 겁니다.”

     “뭐. 목숨 거는 게?”

     “아, 아니오!”

     에단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데 저들이 제 앞을 가로막는다면….”

     에단은 창밖, 연무장을 돌고 있는 기사 후보생들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부, 씹어먹어 버리겠습니다.”

     * * *

     아직.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 또다른 사랑꾼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버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명백히 꺼내기 싫어하는 화제지만, 사실 이쪽이 오늘의 본론이다.

     “마침 3년 만의 방문이 아닙니까.”

     “…….”

     “아버지. 외면하지 마십시오. 오늘 저를 굳이 서재까지 부른 건 보육원 문제가 아니라, 이거 문제 아닙니까?”

     “보육원 문제 맞는데.”

     “여러 안건 중 하나가 보육원일 뿐이죠. 보육원에 막대한 기부를 하신 ‘큰 손’.”

     나는 아버지의 서재 위에 올려진 양피지 중 겉이 금색 실크로 포장된 녀석을 꺼내 펼쳤다.

     “모르가니아 대공가의 인장이 찍혀있네요.”

     “…….”

     “마침 ‘그녀’도 정식으로 이곳으로 오기로 했죠.”

     “멘테 경의 이야기를 하는 거지? 모르가니아에서 3년 동안 붙들고 있었던 건 네게 여러모로 미안한-”

     “사랑꾼 아버지, 말이 많으십니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왕비를 맞이할 준비나 하소서.”

     협곡 재정비 사업.

     지브롤터 보육원 운영 실태 파악.

     그리고 그 외 기타,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이번에는, 아버지께서 직접.”

     카르멘 왕비, 직접 시찰.

     “보육원에 제일 많은 기부를 해주신 고마운 분을 아버지가 맞이하지 않는다면, 누가 맞이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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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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