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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후웅! 훙-!

         

       “…….”

         

       오늘도 힘차게 쇠줄 넘기를 진행하는 검술학부 생도들은 늘 그렇듯 쇠줄에 맞아 쓰러지거나, 체력이 부쳐 숨을 헐떡거리던 생도들이 멍하니 그들의 교관이 행하는 수련을 보았다.

         

       아니, 저건 수련보단 고문 행위에 더 가깝나?

       보아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 광경이다.

         

       “…이봐, 도련님. 원래 기사들은 저렇게 훈련하는 게 정상이야?”

       “비꼬지 말고 그냥 이름으로 부르십시오, 용병.”

       “흥, 지도 비꼬면서.”

       “당신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청년과 소년이 싸웠다.

       둘 다 동갑내기이긴 하다만, 워낙 험하게 큰 용병 제자와 나름 곱게 큰 귀족의 자손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늙어 보이는 용병의 제자 가란드였다.

       허나 귀족의 자손, 아르노 오펜은 도리어 어린아이 같은 자신과 달리 남자다운 가란드의 생김새가 부러운 눈길이었으나 이를 애써 티내지 않으며 반박했다.

         

       “…당연한 걸 묻지 마십시오. 저런 미친 훈련을 어떤 기사가 하겠습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그래서 보고 있는 내내 믿기 힘듭니다.”

       “…그렇군.”

         

       쇠몽둥이에다 80kg 철근을 끼우고 거침없이 휘두르는 광경이라니.

         

       아마 타인에게 말한다 한들 믿을 이들이 없으리라.

       그 정도로 믿기 어려운 광경인지라.

         

       꾸득! 꾸드득!

         

       교관이 철근을 끼운 봉을 휘두를 때마다 몸에서 불길한 괴성이 일어났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같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그게 아니다.

       저건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다.

       근육이 지르는 비명.

         

       “으윽!”

         

       교관의 입이 아니라 그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저 고통을 겪어 봤으니 자동으로 나오는 거다.

         

       어릴 적부터 강해지기 위해 체계적인 수련을 쌓으면서 겪는 현상 중 하나.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

       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끔찍하기 그지없다.

         

       “저거, 아프다. 쿤타, 아픈 거 싫다.”

         

       어눌한 말투의 이국적인 생김새의 소년.

       제법 큰 장신인 가란드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쿤타가 진저리를 내었다.

       어딘지 어수룩하지만, 어수룩하기보단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쿤타이기에 감정표현이 더욱 진솔하다.

         

       지금 저 찢어지는 소리가, 근육이 찢어지는 행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임을 아는 것이다.

         

       ‘미칠 듯이 아프지…. 아니, 아프다는 것 하나로 설명이 불가능하지.’

         

       몸속 내부가 타들어가는 것 같고, 칼로 살을 난도질하는 느낌.

       찢어짐이 심하면 그 강도는 더욱 심해지며 고통은 도저히 참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 그럴 텐데.

         

       “교관, 그거 안 아픈가?”

       “아프지. 근데 참을 만은 하지.”

       “…교관, 이상하다.”

       “이상하긴. 이 정도는 기사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거짓말이다.”

       “호, 이걸 안 속네.”

         

       어수룩한 바바리안조차 안 넘어갈 거짓부렁.

       한 번 들게 해볼 셈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쿤타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물론 그렇다 한들 그의 훈련을 끝까지 관찰하고 있긴 했지만.

         

       콰앙.

         

       “후우!”

         

       쇠몽둥이를 내려놓자 진동하는 땅바닥.

       쇠몽둥이를 대충 어딘가에 거치해 놓으며 그는 땀으로 범벅된 몸을 수건으로 가볍게 닦고 곧장 제 전용 줄넘기를 들었다.

       생도들이 든 10kg보다 ‘조금’ 더 무거운 50kg 쇠줄.

       손잡이가 각각 20kg 무게로 이루어진 덤벨이었다.

         

       줄을 더 무겁게 만들고 싶었으나, 그렇게 되면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10kg이 한계더라.

         

       안타까운 일이다.

         

       허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 하듯, 다른 무게감으로 애써 만족하며 이한은 그대로 쇠줄을 넘겼다.

         

       휙휙휙휙!

         

       느릿하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숫자를 채워가며 근육이 꿀렁거린다.

         

       도중 실수로 인해 파앗, 하고 그의 살결을 때릴 때도 있었으나 이한은 아픔을 무시하며 뛰는 것을 이어갔다.

         

       쿵! 쿠우웅! 쿠웅-!

         

       그가 뛸 때마다 바닥이 들썩였으며, 사람들은 제대로 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뭐야, 저거?

         

       그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한 시선을 던지며 멍하니 있자.

         

       “너희는 안 하나? 언제까지 농땡이 부릴래?”

       “교, 교관님은 그 상태에서 아직 말할 여유가 있습니까?”

       “없어도 농땡이 부리는 놈들한테 잔소리할 여유는 내야지.”

       “…농땡이 아닙니다.”

       “입으로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

       “씨…!”

         

       도련님 조는 그렇게 다시 쇠줄 넘기기를 시작했다.

       이 미친 쇠줄 같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끊어버리고 말 테다.

         

       휙! 휙!

         

       새삼스러운 독기와 함께 그들은 이한보다 한참 느린 속도로 쇠줄을 돌렸다.

       그들보다 아득히 무거운 쇠줄을 쉽게 돌리는 그에겐 한없이 먼 속도.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그럽니까.”

       “적어도 너희보단 항상 강하려고.”

       “…….”

         

       저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아 더 두려운 생도 일동이었다.

         

       * * *

         

       이한은 남들 앞에서 수련하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도리어 남한테 시키기만 하고, 구경만 하는 게 더 불편하면 불편했지.

         

       적어도 내가 남한테 시킨 것을 직접 할 줄 알아야 하며, 더 열심히, 더 극악으로 실천하는 편이 다른 이들에게도 자극이 되지 않겠는가.

         

       ‘이거 끝나면 쿤타 녀석이랑 레슬링이나 해야지.’

         

       저놈 저거 대단한 녀석이다.

       맨손 격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능숙하더라.

       아마 생도 중 맨손으로 가장 강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더 좋다.

       안 그래도 필요했던 격투기 기술에서 연습상대가 되어주니까.

       비록 승률은 이한이 높지만, 이는 그가 완력으로 그를 앞서서이지, 기술 완성도는 도리어 쿤타가 더 높다.

         

       이밖에도 검술 대련에는 아르노.

       창술에는 가란드가 있다.

         

       로엔 녀석과도 붙고 싶지만.

         

       ‘저놈, 묘하게 날 피한단 말이지.’

         

       아마 자신과 붙으면 본심을 꺼내게 될까 피하는 것이리라.

       이상한 놈.

         

       ‘뭐, 대충 무슨 걱정을 하는 진 알겠다만.’

         

       뭣보다 [짐작] 가는 게 있어서 억지를 부리기 어렵다.

         

       전쟁 귀환자들 특유의 불치병.

       놈에게서 그게 느껴진다.

         

       ‘…회귀자는 회귀자만의 고충이 있다는 거겠지.’

         

       그걸 억지로 건드리지 않으려는 이한이었다.

       남 얘기가 아닌 병이었으니까.

         

       그때.

         

       “교, 교관님.”

       “…응?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2번 병아리 생도.”

       “아이린이에요, 교관님. 아니 그보다 제가 왜 2번이에요? 1번이 아니라!”

         

       이웃사촌인 데다 생도들 중 가장 먼저 안면을 튼 사인데, 왜 1번이 아닌가를 따지는 그녀.

       감시대상 2번이라 자연스레 2번으로 불렀다 할 수는 없기에 마땅한 핑계로서.

         

       “그러니 누가 체력 낙제를 그토록 수시로 하라고 했나? 원래는 병아리 막내여야 하지만, 안면이 있어서 2번으로 해준 것이다. 그러니 감사히 여기도록.”

         

       뻔뻔스럽게 나가기로 했다.

         

       “…팩트 폭력은 나쁜 거예요, 교관님.”

       “나쁘고 너무한 건 너의 체력이다, 아이린 생도.”

       “힝….”

         

       아이린 윈들러.

       검술학부의 유일한 마법사 생도.

       처음 그녀를 봤을 때만 해도 무수한 남성 생도가 뭇 얼굴을 붉히며 피하기 바빴다.

         

       워낙 요정과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던가.

         

       금실을 뽑아 놓은 것 같은 금발의 긴 머리칼과 푸른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눈동자.

       백자마냥 잡티 없이 새하얀 피부까지.

         

       신비종족 요정의 아름다움과 가히 비견된다.

       또한 특별한 신비를 품은 마법사이기까지 하다.

         

       단숨에 남성 생도들의 마음을 훔치기엔 충분했다.

         

       …한데 지금에 와선.

         

       ‘운동신경이 저렇게 떨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모두가 이제 그녀를 보며 얼굴을 붉히기보단 걱정한다.

       마치 언제 죽을지 모를 개복치를 보듯.

         

       ‘충격적이긴 했지.’

         

       팔다리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귀족 영애들조차 처음 줄넘기를 할 때 백 개는 하고 숨을 헐떡였으나, 아이린은 달랐다.

         

       ‘3개 하고 쓰러지는 게 사람인가?’

         

       그녀는 무려 ‘3번’ 줄넘기를 하고 땀을 비처럼 쏟으며 숨을 헐떡였다.

       무거운 줄넘기도 아니다.

       정말 가벼운 줄이었다.

         

       한데도 줄넘기를 무슨 마리오네트처럼 하더라.

       어떻게 팔과 다리가 전부 따로 놀 수 있는 걸까?

         

       저 정도면 인체에 무슨 결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든다.

         

       그래서 혹시 숨겨진 병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회복실 사제에게 보여주니, 사제는 믿기 힘든 얼굴로 발언했다.

         

       -그, 그냥 심각할 정도로 체력이 없는 것 같은데요? 뭐죠? 평소 일상생활을 어떻게 했기에 이토록 체력이 없으시죠?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기본적인 근력은 있을 텐데, 뭐 이렇게….

         

       …나중에 듣자 하니, 아이린은 모든 일상생활에서 마법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워낙 재능이 넘치니 기본 마법인 [염동력]을 손발처럼 대신 사용하는 게 가능한 그녀였다.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생활한 거냐?

       -그, 그게 마법이 사용 가능했을 때부터?

       -그래서 그게 언제냐고.

       -…열둘이요.

       -…….

         

       장장 7년 동안 침대에 누워 산 환자와 마찬가지이니, 체력이 생후 3개월 된 아기보다 약한 게 당연했다.

       말 그대로 농담일 뿐이었던 병아리 생도였는데, 그녀의 몸은 현실 병아리 수준으로 약했다.

         

       그녀야말로 넘버1이다.

         

       …뒤에서.

         

       “후우, 우리 병아리보다 약한 아이린 생도. 요새 식습관 개선은 잘되고 있나?”

       “마, 말씀하신 대로 고기랑 채소를 많이 먹고 있어요.”

       “그래, 생도는 지금 건강 따질 게 아니라 뭐든 다 먹으면 된다. 일단 살부터 찌워야 뭐라도 할 수 있다. 반드시 하루 다섯 끼 이상을 섭취하도록.”

       “…네에.”

       “알겠나? 생존의 영역이다. 생존! 살려면 더 먹어라!”

       “……네에.”

         

       자신 없는 대답.

       불안하다 불안해.

       아니나 다를까.

         

       “마법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살고 있고?”

       “그, 그게….”

       “…제발 등교할 때만이라도 마법을 쓰지 말도록 해라.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네에.”

         

       …이 병아리가 언제 닭보다 강해질까?

         

       아니, 그 전에 사람 수준으로 체력이 생기는 날이 오려나?

         

       ‘로판 주인공 애들이 괜히 툭 하면 넘어지는 게 아니었어, 몸이 이따위로 허약하니까 수시로 다치지.’

         

       로판 여주 특.

       툭 하면 넘어지고, 툭 하면 다치다 기어이 병들어 골골댄다.

         

       한데 약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안쓰러운 시선을 던지는 이한이었고, 아이린은 찔끔했다.

         

       괜히 창피해서.

         

       [창피한 줄 알아서 다행이야, 아린아. 난 여전히 네가 수치스럽지만.]

         

       ‘제발 닥쳐, 이년아! 나도 내가 창피한 거 안다고!’

         

       마법이 너무 편리해서 썼을 뿐인데, 설마 환자 수준으로 약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떻게 보면 검술학부 강의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인 셈이다.

       안 그랬다면 언젠가 자갈만 밟아도 죽는 개복치가 됐을 터.

         

       ‘지금은 그래도 줄넘기 10개는 한다고!’

         

       […자랑이다.]

         

       유령 소녀의 통렬한 잔소리.

         

       아이린은 그렇게 수치심을 느끼며 얼굴을 붉히다 애써 고개를 털어내고 있자니, 그가 물었다.

         

       “그런데 나한테 왜 말을 걸었지?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아, 맞다!”

         

       잡다한 얘기 때문에 본래 목적을 잃고 말았다며 화들짝 놀란 그녀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다, 다른 게 아니라요, 교관님. 오늘 수업에 방해꾼이 올 것 같거든요. 그거 때문에 제가 미리 사죄를 드리려고….”

       “방해꾼이라, 흠, 혹시 ‘저걸’ 말하는 건가?”

       “…네에?”

       “저거 말이다, 저거.”

       “…….”

         

       아이린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한이 잡다한 부스러기처럼 부른 상대가 있었고, 아이린은 저도 모르게.

         

       “아! 맞네요, 저거.”

         

       마법학부의 교수, 오드왈 버나드를 저거라고 부르고 말았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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