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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사람은 나이가 들며 성장한다.

   그리고 사람은 늘 이중적이다.

     

   어린 시절 지독하게 누군가를 괴롭히다가도 시간이 흘러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가로 죄책감을 지닌다.

   반면에 자신이 죄책감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오히려 더욱 성을 부리기도 한다.

     

   제니카는 올해 16살.

   세상에서는 성인이니 결혼도 할 나이라고 떠들지만, 그녀는 미성숙했다.

     

   그러니 그녀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다.

     

   비앙카가 없던 지난 1년.

   비앙카에게 못되게 구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녀도 비앙카가 없어지고 나니 차츰차츰 변해갔다.

     

   사랑이 몸이 멀어지면 떠나가듯이.

   미움도 몸이 멀어지면 떠나간다.

     

   어린 시절 저주에 걸린 상태로 비앙카를 무리하게 낳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잃은 아픔으로 막연히 비앙카를 미워했던 제니카도, 그 막연한 미움의 대상이 사라지자 갈 곳을 잃고 말았다.

     

   갈 곳 잃은 미움은 곧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 스스로를 향한 한심함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그녀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날 나이였다.

   비앙카를 막연하게 미워하기보다 그녀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를 되돌아볼 나이였다.

     

   그동안 비앙카에게 저지르던 짓들을 하나씩 곱씹어 가던 끝에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이었고, 감정이 없다는 이유로 비앙카를 몰아세웠는지 말이다.

     

   미성숙한 그녀는 성숙해 나가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비앙카가 돌아왔다.

   아직까지 성숙이란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제니카는 무심코 그녀를 향해 툭 던지듯 내뱉고 말았다.

     

   “너 왜 돌아온 거야?”

     

   지금까지 비앙카를 줄곧 그런 태도로 대해온 제니카다.

   자신이 비앙카에게 잘못한 것은 알아도 갑자기 상냥한 말을 내뱉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 그렇구나. 너 그 발하임의 반푼이라는 녀석한테 버려졌지? 하긴, 너 같이 기분 나쁜 애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겠어.”

     

   그러니 그녀는 비앙카에게 표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자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음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음 한편에 자신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지닌 채 결국 예전과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녀는 그런 미성숙한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

     

   “백설열양균을 찾으러 갈 거예요.”

     

   비앙카가 남긴 말을 듣고, 제니카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백설열양균은 예부터 사기 수단으로 많이 쓰였다.

   왜냐하면 백설열양균과 거의 똑같이 생긴 백화설균이 있기 때문이었다.

     

   상인들이라도 구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두 개다.

   비앙카가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상한 거 살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괜한 짜증이 난 제니카는 상단들을 찾았다.

   그러곤 백설열양균을 비앙카보다 먼저 몰래 찾은 결과 그녀는 정상적인 백설열양균을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딱 하나였다.

   상단에 있던 나머지 백설열양균이라 나온 것들은 죄다 가짜인 백화설균이였던 것이다.

     

   “너네 백설열양균을 비앙카에게 팔지 말라고 상단들에 다 전해. 그리 말하면 무슨 뜻인지 알 거야.”

     

   그러니 제니카는 시종들에게 시켜 상단들에게 경고를 전했다.

   그들이 백화설균을 타인에게 속여 파는 것까지는 암묵적으로 눈감아 주겠지만, 그걸 비앙카에게는 팔지 말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평소 날카로운 태도인 그녀의 말버릇은 거기서 오해를 일으켰다.

   시종들은 상단들에게 경고하는 제니카를 보고, 모두가 그녀가 비앙카에게 또 훼방을 놓은 것이라 확신했다.

     

   그야, 그녀는 늘 그래왔으니까.

     

   사실, 제니카는 비앙카에게 백설열양균을 구한 모습이 들키기 싫어 가장 측근인 집사 한 명만 대동해서 다녔으니 시종들은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비앙카 또한 당연히 자신에게 백설열양균을 팔지 않는 상단들을 보고, 오해했다.

   평생 자신을 괴롭혀온 제니카이니 또 그녀가 한 짓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하지.’

     

   하지만 정작 백설열양균을 구한 제니카는 그걸 든 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뭐 때문에 비앙카를 위해서 지금 이런 짓까지 하는 걸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다름 아닌 비앙카의 현재 신분이었다.

     

   그녀는 다름아닌 발하임의 약혼녀다.

     

   “발하임의 반푼이……. 반푼이는 아니라고 했지. 그 막내 녀석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제니카는 스스로 생각해도 납득한 결과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 한편에 비앙카에게 그동안 저지른 일에 관한 죄책감이 원동력이었지만 그녀는 애써 그것을 외면했다.

     

   ‘얼른 쥐어서 돌려보내면 그만이야.’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비앙카를 찾으려 하던 그때였다.

     

   “제니카님!”

     

   그녀는 다급하게 뛰어온 시종을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왜, 무슨 일 생겼어?”

   “비앙카님께서 혼자 산으로 가셨어요!”

   “뭐?”

     

   제니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가 곧 그녀가 왜 산에 갔는지 뒤늦게 이해했다.

     

   ‘백설열양균을 못 찾았으니까.’

     

   제 발로 직접 찾아간 것이었다.

     

   “얘, 바보야? 하덴하르츠의 산을 우습게 보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 이리 참을성 없이 돌발 행동을 한단 말인가.

     

   그녀는 초조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서둘러 기사들을 불렀다.

     

   ‘비앙카가 죽으면 발하임과의 연이 틀어지니까!’

     

   그런 변명을 마음속으로 계속 내뱉으며 그녀는 비앙카를 찾고자 최대한 빨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앙카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당당하게 산행 준비를 마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 기가 막혔다.

     

   “안 팔게 했잖아요.”

     

   그리고 그녀가 왜 바로 산을 오를 결심을 했는지도 알았다.

     

   ‘그건!’하고 변명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녀는 간신히 변명을 눌렀다.

     

   결국 자기의 날 선 태도와 평소 행실이 문제였다는 건 그녀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백설열양균을 자신이 구해놨다고 말해주기만 했어도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또다시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모진 말이었다.

     

   “하, 누구는 너 좋아서 데리고 온 줄 알아? 발하임의 약혼자인 네가 조난해 죽으면 발하임이랑 하덴하르츠의 관계가 이어지지 못하여서야!”

     

   날 선 말이 그녀의 입에서 확하니 튀어나왔다.

   이 입은 좀처럼 착하게 말하는 법을 몰랐다.

     

   “제니카 언니, 왜 직접 왔나요?”

     

   하지만 다음 질문에 그녀는 말문이 턱 하니 막혔다.

     

   “언니는 가문 일에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시잖아요. 수색조만 보내도 상관없었을 텐데요.”

     

   그 말에 그녀는 입이 열리지 않았다.

   비앙카의 말마따나 정말 수색조만 보냈더라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애써 했던 변명들이 마음 한편에 있던 죄책감을 끌어 올리며 가슴 속을 두드렸다.

   그 앞에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곤 부끄러운 얼굴을 화난 듯이 찡그렸다.

     

   “어쩌라고, 내 마음이야 그건.”

     

   그 말을 들은 비앙카는 그녀를 이해 못할 표정으로 볼 뿐이었다.

   감정이 없는 비앙카에게 있어 제니카의 변화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감정은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고, 다채롭다.

   그러나 그 다채로움은 감정이 없는 비앙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비앙카는 제니카가 지닌 감정은 분노와 원망밖에 알아볼 수 없었다.

     

   “따, 따라오기나 해. 네 얼굴 따위 보기도 싫으니, 백설열양균을 주고, 얼른 돌려보낼 거야.”

     

   그러니 정곡을 찔린 제니카는 비앙카에게 날 선 반응 밖에 보일 줄 몰랐다.

   자신의 치부를 들킨 부끄러움의 방어적인 태도가 나온 것이었다.

     

   “그런가요.”

     

   결국 두 사람을 그렇게 대화 없이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니카는 그 침묵이 불편했다.

     

   무언가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비앙카 또한 자기와 그다지 대화하고 싶지 않을 거라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우린 결국 이런 관계야.’

     

   지금껏 저질러 온 일들이 있는데 인제 와서 무슨.

   그녀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며 고개를 들었다.

     

   꽤 올라온 만큼 날이 저물 때쯤에야 아래에 도착할 듯싶었다.

   돌아가면 그녀에게 백설열양균을 쥐여 주고, 돌아가라고 하면 끝인 일이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나도 좀 같이 가도 될까?”

     

   기사와 두 사람의 뒤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사 한 명이 수상함을 느끼고 즉시 검을 뽑으려던 순간.

     

   퍼걱!

     

   날아든 도끼가 그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 놓았다.

   한순간 아주 짧게 정적이 흘렀다.

     

   순식간에 기사 한 명의 머리를 부숴버린 남자는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도끼를 뽑곤 세 사람을 보았다.

   그의 머리는 특이하게도 인간의 형태가 아닌 개에 가까웠다.

     

   툭 튀어나온 새까만 주둥이와 주둥이 사이로 드러난 이빨.

   그런 주제에 인간의 귀를 달고 있는 그는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

     

   제국의 여러 인물을 학살하고, 도주한 세계 침식자의 종.

   도살견 베르크만이었다.

     

   “안녕, 예쁜이들.”

   

   

   

   

     

   세계 침식자와 계약을 하며 나타난 현상이었다.

     

   “아가씨들, 당장 도망치십시오!”

     

   기사 한 명이 급하게 외치며 검을 뽑은 채 달려들었다.

     

   챙!

     

   “뭐야, 뭐?!”

     

   검과 도끼가 맞부딪치며 철 소리가 울려 퍼지자 갑작스러운 살인을 목격한 제니카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세계침식에 들어갈 일이 없이 곱게 자라난 그녀다.

     

   죽거나 다치는 일은 병사나 기사들에게 흔한 일이지 화초 속 영애인 그녀에게는 처음 보는 일이었기에 그녀가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탁!

     

   그 순간 그 누구보다 빠르게 한 소녀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그녀는 다름 아닌 비앙카였다.

     

   제니카와 마찬가지로 온실 속 화초로 자란 비앙카지만 그녀는 패닉에 빠질 공포가 존재치 않았다.

   그러니 그녀는 이 순간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으로 제니카의 손을 잡고 뛰는 판단을 내렸다.

     

   “달려요!”

     

   그리고 그녀의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일갈도 잊지 않았다.

   비앙카의 외침을 통해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제니카가 자세를 바로 한 뒤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렸을 뿐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정리되지 못했다.

     

   “달리는 거만 집중해요.”

     

   비앙카는 그렇게 말하며 제니카를 이끌었다.

   제니카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비앙카가 자신을 이끄는 것을 보곤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되었든 그녀는 언니다.

   비앙카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닌 제 다리로 달리기 시작한 그녀가 말했다.

     

   “이대로면 따라 잡혀.”

     

   기습이었다곤 하나 기사를 한 방에 보내버릴 실력자다.

   다른 기사 한 명이 당장 도망치라고 한 것을 보면 혼자 막기 버겁다는 소리.

     

   그렇다면 그 기사를 쓰러트리고 난 뒤에 무위를 익힌 적 없는 두 사람은 금방 따라 잡힐 게 분명했다.

     

   “방법이 있어요?”

     

   비앙카는 로칼 산맥의 지리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그러니 다른 방법이 있냐고 묻자 제니카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쪽.”

     

   그러곤 몸을 돌려 그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자 바로 비앙카도 따랐다.

     

   “로칼 산맥은 눈이 많이 오는 만큼 중간중간 자연 동굴의 구멍이 뚫린 곳 위에도 얼음이 생겨 눈으로 덮여 보이는 크레바스가 꽤 있어.”

     

   그녀는 지리적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는 듯 숲을 내달리며 그렇게 말했다.

     

   “너랑 나는 눈 위를 달리는 아티팩트를 끼고 왔으니까 상관없지만 저쪽은 달라.”

     

   얼음은 성인 무게가 닿는 즉시 무너져 그를 아래로 떨어트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쪽 방향으로 달려 내려간다면 상대도 뒤를 쫓아오기 버거울 터.

     

   “길이 돌아 가게 되긴 하겠지만 그런 크레바스가 많은 쪽이 있어.”

   “그쪽으로 가요.”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런 만큼 제니카와 비앙카는 바로 그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러는 순간 어느새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은 내리는 도중이 아니라면 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긴다.

     

   그렇기에 그는 기사를 죽인 뒤 두 사람을 빠르게 추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제니카가 초조함을 느꼈다.

     

   이대로 잡힌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도 기사처럼 죽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만 그녀의 머릿속을 장악했다.

   그사이 두 사람은 어느샌가 크레바스가 많은 눈 위를 달리고 있었다.

     

   퍼석!

     

   그 순간 뒤에서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눈이 쏟아져 내렸다.

   그 소리를 들은 제니카가 겨우 화색을 보인 순간.

     

   쿵!

     

   발소리가 또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번에는 마치, 크레바스의 위치가 전부 보인다는 듯 큰 거리를 펄쩍펄쩍 뛰는 소리와 함께 말이다.

     

   제니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자는 크레바스에 빠져도 자유자재로 나올 수 있고, 거기다 그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래서는 오히려 길을 멀리 가게 된 것에 불과했다.

     

   “나 때문에…….”

   “이쪽이요.”

     

   실수했음을 깨달은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비앙카는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앙카가 방향을 틀자 제니카도 얼떨결에 방향을 틀고 말았다.

     

   “잠깐, 이쪽으로 가면!”

   “괜찮아요. 이쪽이 맞아요.”

     

   이 방향은 하덴하르츠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하지만 방향을 틀기에는 늦었다.

     

   따라오는 발소리가 어느새 등 뒤에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 아가씨들, 내가 이야기 좀 하자고 했잖아? 말 안 들어? 나 화나려고 해.”

     

   그 순간 이제는 커다랗게 외치는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제니카의 얼굴이 사색에 질렸을 때 비앙카는 달리는 속도를 줄였다.

     

   “다 왔어요.”

   “다 왔다니, 뭘, 여기를?”

     

   그리고 비앙카의 말을 들은 순간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왜냐하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절벽 끝자락이었기 때문이었다.

     

   “너, 뭘!?”

     

   제니카가 비앙카를 돌아본 채 소리쳤을 때였다.

     

   탁-

     

   눈을 밟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 위를 달리는 건 안 익숙하다고.”

     

   그는 다름 아닌 도살견 베르크만이었다.

     

   “그래도 난 운이 참 좋단 말이야. 이런 예쁜 애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고.”

     

   확실히 그의 말대로 그는 운이 좋았다.

   제국에서 도망쳐 하덴하르츠에 산맥 숨어들었던 그는 산맥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의 귀를 기울여 보니 두 사람은 다름 아닌 하덴하르츠의 여식이라지 않는가.

   심지어 다른 한쪽은 발하임의 약혼자.

     

   인질로서는 그야말로 제격이었다.

     

   “자자, 이리로 와. 거긴 위험하잖아.”

     

   그가 다가오기 시작하자 비앙카와 제니카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망친다 한들 뒤에는 절벽밖에 없었다.

     

   제니카는 비앙카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구태여 여기로 도망친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준비해요.”

   “뭐?”

   “뛸 준비요.”

     

   제니카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금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다.

     

   자살이라도 하자는 말인가.

   하지만 비앙카와 제니카는 이미 절벽 끝자락에 도착해 있었다.

     

   “잠깐만, 너희 진짜로 뛸 생각은 아니지?”

     

   베르크만은 황당해하며 두 사람을 말리려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비앙카는 뒷발을 뒤로 당겼고, 제니카도 그녀의 팔에 붙잡혀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비명과 함께 두 사람이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아, 썅!”

     

   그것을 본 베르크만이 소리를 내지르며 도약했다.

   두 사람은 소중한 인질이다.

     

   죽게 둘 생각은 없었기에 두 사람을 붙잡을 속셈이었다.

   그렇게 그가 절벽에서 도약한 순간.

     

   그는 곧 두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왜냐하면 그가 크게 도약한 절벽 아래에 두 사람은 추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비앙카와 제니카는 절벽 끝자락에 살짝 튀어나온 턱에 서 있었다.

   제니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고, 비앙카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허?”

     

   이걸 보고 뛴 거였나?

   왜 이곳으로 왔나 했더니.

     

   황당함에 소리를 내뱉은 그는 도끼를 빙글 돌렸다.

   꼬맹이들이 머리 좋게 잘 굴렸지만.

     

   “나를 너무 무시했네!”

     

   그의 도끼가 후웅 하니 반대편으로 휘둘러졌다.

   그 순간 대기를 가르며 바람을 일으킨 도끼에 의해 그의 방향이 틀렸다.

     

   아무리 베르크만이라도 이 상태에서 추락은 면할 수 없다.

   그러나 한 명이라면 붙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느글거리는 웃음을 그린 순간이었다.

   비앙카의 팔이 허공에서 휘둘러졌다.

     

   퍼걱!

     

   그 순간 날아든 눈 뭉치가 그의 눈에 박혀 들었다.

     

   “으잉?!”

     

   한 손은 뻗고 있었고, 다른 손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

   단련된 그의 육체라 할지라도 기습적인 눈덩이는 막을 틈이 없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시야가 가린 정도.

   이미 뻗은 손으로 그들을 붙잡으려는 그 순간 그는 머리에 무언가 단단한 게 박힌 느낌이 들었다.

     

   그가 사라지는 눈 사이로 뒤늦게 눈을 떴을 때.

   거기에는 자신을 신발 바닥으로 밟고 도약한 비앙카가 있었다.

     

   “오오!”

   “비앙카!”

     

   베르크만과 제니카의 소리가 교차하고, 비앙카와 베르크만이 그대로 추락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앙카는 참지 않아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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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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