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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예선전 다음 날은 바로 본선을 치르지 않고 쉬는 날.

그래서 오빠랑 오붓하게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어.

-“마리아, 오빠랑 같이 게임할래?”

특히 오빠가 먼저 놀자고 얘기했을 땐 마리아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걸 아울러서···미니 게임? 이런 식으로 불렀던 거 같아.

오빠랑 하는 거라면 뭐라도 좋고, 처음 봐서 신기한 것들로 다양해서 최고의 하루겠다 싶었어. 분명 그랬는데.

-“좋았어. 바로 다음 판 들어가자.”

뭔가 이상했어. 오빠가 즐거워는 보였지만, 그 이유가 마리아랑 놀아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

그러다가 점심시간. 오빠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이 음식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듣고 깨달았어.

지금 이건, ‘성장을 갈망하는 오빠’라고.

마리아는 어떤 오빠라도 좋아. 어떤 오빠라도 멋있어. 그렇지만···.

스킬을 시험하거나, 연습할 때의 오빠만큼은···살짝 달라. 싫다는 게 아니라, 마치 딴 사람 같아.

-“마리아. 이번에는 오빠를 엄청 싫어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해봐.”

-“마리아 못 해. 오빠 좋아.”

-“아니야, 할 수 있어 마리아. 인간은 누구나 마음에 악의를 품고 있거든!”

-“그대···틀린 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애한테 할 말은 아니지 않더냐···?”

아군 보정이라는 패시브를 여러 방법으로 시험해 볼 적. 그 아스트레아 언니도 기겁을 하던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서.

마리아는 오빠에게 물었어. 혹시 이거 얼마나 더 할 생각이냐고.

-“어디 보자. 이제 딱 40판 채웠으니까···앞으로 960번만 더 하자.”

오빠는 이런 일로 농담을 하지 않아. 어쩌면 저것도 마리아를 배려해서 줄여준 걸지도 몰라.

마리아는 다시 오빠한테 물었어. 그거, 오빠의 성장에 있어서 필요한 거냐고.

오빠가 필요한 거라고 답하길래, 마리아는 질문을 더 꼼꼼하게 바꿨어. 오빠한테 정말로 중요하고 필수적인 거냐고.

오빠는 대단한 건 아니지만 엄청난 거라고 그랬어. 하면 좋은데, 반대로 말하면 안 해도 된다는 뜻이야.

-“이게 질리면 다른 것도 있으니까. 응? 마리아.”

아스트레아 언니랑 눈빛을 교환했어.

오빠도 뒤늦게 꼬시는 말로 수습해 보려 했지만, 늦었어. 마리아는 이미 알아버리고 만 거야.

그 ‘모드’에 돌입한 오빠는 세상의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설령 황제가 와도 오빠는 기어코 돌고 돌아 원하는 바를 이루고야 말겠지.

-“천마신공, 긴급 탈출!”

쨍그랑-!

아스트레아 언니가 마리아를 옆구리에 낀 채,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어.

마리아가 도망치거나 쓰러지면 다음이 누구 차례일지 본능적으로 안 거야.

바보 멍청이 말썽꾸러기에 가슴은 쓸데없이 크고, 오빠한테 꼬리 치는 얄미운 언니지만. 이번처럼 결정적인 순간에는 활약을 하곤 해. 평소에도 좀 이랬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창문은 왜 깼어?”

“그야 그게 멋있잖느냐.”

응. 역시 바보 멍청이. 창문값은 용돈에서 뺄 거야.

“그보다 아해야. 어디 갈 만한 곳 없겠더냐?”

내일은 S급 시험 본선 날. 오늘만 버티면 아무리 오빠라도 잠잠해지겠지.

하지만 그 말은 곧 밤이 되기까진 집에 못 들어간다는 뜻이니까. 밖에서 시간을 죽여야 해.

“우으음.”

마리아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봤어. 솔직히 저 빽빽하게 들어선 집, 아무 문을 두들겨도 마리아를 반겨는 주겠지만.

그게 민폐라는 것 정도는 마리아도 알아. 마리아는 그냥 최연소 A급 모험가로 잘 알려졌을 뿐이지, 모두랑 친구인 게 아니니까.

“모험가 길드?”

“음. 확실히 거기만큼 무난한 데가 없긴 하겠구나.”

접수원 언니들하고 수다를 떨거나, 뭣하면 무난한 의뢰 하나를 맡아야겠어.

“이제 마리아 내려줘.”

“좀만 더 이러고 있지 않겠더냐? 아해는 말랑하고 부드러운 게, 꽤나 감촉이 좋으니라. 특히 배가···”

마리아는 치한의 옆구리를 가격해서 ‘인형술사신공 – 긴급탈출’을 시전했어.

오빠가 돈 주고 산 거라서 특별히 경비대에 안 넘기고 참는 거야.

* * *

“어머 마리아. S급 승급 시험으로 바쁜 거 아니었어?”

길드에서는 비교적 덜 마주친 파란 머리 언니가 맞아줬어.

최근에는 서류 작업이 더 바쁠 시기라, 이맘때 접수처는 빨간 머리 언니 담당일 텐데.

“빨간 머리 언니는?”

“아아, 샐리 선배 말이지? 선배라면 제도 지부 쪽으로 잠시 파견 가셨어.”

어쩐지. 갑자기 부지런해진 건 아니었구나.

그러고 보니 저번에 그 언니가 총지부장 아저씨랑 같이 있었지 참.

“마리아, 혹시 오빠분이랑 싸웠어?”

“으응. 그건 아니야. 오빠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시간 때우러 왔어.”

“그렇단 말이지이···”

파란 머리 언니가 음흉한 표정을 지었어. 마침 어딘가에 일손이 필요했나 봐.

반응은 뭔가 수상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마리아뿐만 아니라 아스트레아 언니까지 스캔했으니까.

이 언니한테까지 믿고 맡긴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 없어도 되고 간단한 임무란 거겠지. 단순히 뭘 잡아 오는 일일지도 몰라.

···

“짜잔! 신참 접수원 마리아와 아스트레아 탄생!”

마리아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어. 이 파란 머리 언니, 사람 보는 안목이 정말 끔찍해.

마리아는 믿음직스러우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아스트레아 언니는 정신이 좀 아픈 불쌍한 사람인데. 

“···우리가 해도 되는 거, 맞아?”

“그럼, 당연하지~ 두 사람 다 A급 모험가이니만큼 접수원 일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잖아?”

“아스트레아 언니는 모험가 된 지 이제 한 달쯤 됐어.”

“그래서 방금 알려준 것들도 다 바로 이해했구.”

“졸긴 했지만, 뭐 알아서 대충 해보겠느니라.”

“게다가 외모도 깜찍해! 더없을 접수원 인재지, 암. 그렇고말고!”

(빠안~히)

“···난 잘못 없어. 마스터가 부족한 일손은 알아서 보충하라 그랬단 말야. 샐리 선배 파견간 게 뭐 본인 책임이냐면서···”

“···알겠어. 마리아가 도와줄게.”

“고마워어!! 기왕이면 마스터한테 일당도 마구 올려 쳐서 청구해 버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울분에 찬 말에는 애써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앞으로 돌렸어.

무시당한 파란 머리 언니는 히잉 소리를 내다가, 서류 작업 대열에 합류하러 갔어.

두 명이 충당됐는데도 여유롭지가 않나 보네. 마리아는 접수원이 되지 않길 잘한 것 같아.

“야 이 씨, 접수원! 일 처리를 왜 이따구로 한 거야?! 이게 말이 ㄷ···”

“뭐.”

“···마리아?”

자리에 앉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한 마법사 아줌마가 고성을 지르며 들어왔어.

같이 의뢰를 수행했던 적이 있는 아줌마. 그때도 의뢰 내내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거로 기억해.

“네가 왜···거기에 있니?”

“마리아 오늘만 임시로 여기서 일해.”

“···오, 오늘 날씨가 참 좋다. 그렇지? 언니는 바쁜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그럼 이만···”

“이리로 와.”

도망가려는 걸 마나 실로 잡아끄니, 아줌마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했어.

마리아가 그런 변명에 속아 넘어갈 거라 생각하고. 괘씸해.

신문 결과, 떼쟁이 아줌마는 과징금을 물게 된 걸 따지러 온 거였어. 자기가 규정을 어긴 거면서.

“아해야. 이 몸은 서류 작업을 도와주러 가 보겠느니라.”

벌써부터 지치는데, 이 언니는 하필이면.

그치만 딱히 농땡이를 피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막 밀려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 잡을 구실은 없어서 보내줘야만 했어.

결정적으로, 뒤를 돌아보니까 웬 좀비 떼가···. 하마터면 망치를 휘두를 뻔했어.

“···응. 가봐.”

* * *

참 신기해. 마리아는 오늘 분명 같은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는데, 여러 곳을 돌아다닐 때보다 특이한 사람을 더 많이 만났어.

성함이 뭔지 모르길래 이름이라고 알려줘야 하거나. 누구는 대문짝만하게 적힌 규정도 안 보이는지 억지를 부렸고. 마리아한테 작업을 거는 사람도 있었어.

다들 의뢰 중에는 멀쩡했으면서. 이 자리에만 앉으면 만만해 보이나 봐. 설마 그 아줌마가 양호한 편일 줄이야.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어.

마리아가 운이 나빴던 건지, 아니면 접수원들은 원래 매일매일 이런 진상을 상대하는 건지.

접수원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한 빨간 머리 언니는 다시 만나면 엉덩이를 걷어 차 줄 거야.

“아해야. 슬슬 돌아가자꾸나.”

“응.”

오후 6시. 좀비 떼의 부럽다는 눈길을 받으며 길드 건물을 나섰어.

그래도 하루 한 끼는 오빠랑 함께해야지. 오빠는 밥을 안 먹으니까, 이미 먹었을 걱정도 안 해도 돼.

“야, 서류 상태가 이게 뭐야?!!”

길드 건물에서는 제법 멀어졌는데, 여기까지 명확하게 들릴 정도로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

이건, 길드 마스터 아저씨의 목소리. 마리아를 포함해서 주변 행인 모두가 길드 건물 쪽을 바라봤어.

“계산은 다 엉망에, 나한테 넘겨야 할 서류는 또 왜 멋대로 결재를 했어?! 이거 한 거 누구야?!! 뭐? 일일 도우미??”

“···언니. 뭔 짓 했어.”

“그리고 접수원이 모험가를 겁박하거나 폭행했다는 민원은 왜 이리 또 많아!!”

“···.”

“아해야.”

“응.”

“튀겠느냐?”

“응.”

‘천마X인형술사 합동 오의 – 긴급 합체’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어.

일당을 청구 안 하면 아저씨도 봐주지 않을까? A급 모험가 두 명분의 몸값은 결코 싸지 않으니까.

오빠는 서고관 언니를 불러서 기어코 1,000판을 채웠다고 해. 그 언니는 좀 딱해서 밥까지 먹이고 돌려보냈어.

···근데 서고관은 24시간이 업무시간이라고 하지 않았나? 뭐, 마리아는 어리니까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가 딱히 변태는 아닌데요. 노벨피아에서 공지나 회차 수정에 들어가면 ‘수정하기’란 버튼이 있는데, 이게 또 마침 구멍 안에 펜을 쑤시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단 말이죠. 그렇다 보니 옆에 있는 맞춤법 검사도 막 다른 검사처럼 느껴지고요. 노벨피아는 어떻게 된 게 UI 구성부터가 참 야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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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Tutorial Scarec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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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허수아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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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 to lack of content, I died to a tutorial scarecrow. [Your character has died.] [Hidden Achievement Unlocked! ‘Lost to the Weakest Monster~♡︎’] And then, I possessed tha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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