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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EP.35

     

   의약당에 한참을 앉아 있으며 무협지에 단골로 나오는 ‘운기’가 당최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었다.

     

   호흡을 통해 기를 생성하고 몸속에서 흐름을 조절하는 행위.

   쉽게 말해 내력을 강화시키는 훈련을 말한다.

     

   그런데 나는 왜 내력을 강화하는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의약당에서 하던 운기에서 내력이 채워지지 않았는지.

     

   —

   [천월신공 – 天月神功]

     

   랭크 : B+

   분류 : 무공

     

   설명 : 천월문天月門의 독문무공인 천월신공입니다. 음蔭의 기운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기초 검법으로 월광검법, 기초 심법으로는 월야심법이 있습니다. 대성할 시, 달빛을 다스리게 된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 무공은 사용자의 기량에 따라 그 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더욱 큰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 음蔭의 기운이 강해 양陽의 기운을 가진 무공을 입문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제 보니 천월신공이라는 스킬이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양의 기운을 가진 문파의 무공을 배우기 어렵게 된다는 설명까지도.

     

   천월신공 관련 무공

   [ 월광검법 月光劍法 ]

   [ 월야심법 月夜心法 ]

     

   천월신공은 내가 처음으로 배운 제대로 된 전투 기술이며 동시에 가장 설명이 난해한 기술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획득한 스킬들은 게임을 연상시키는 느낌이 강했다.

   시동어를 외치면 발동하는 전심전력이라든가,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발동되는 빠른 납득은 상식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무공이라 분류된 스킬은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이건 [얻었다] 보다는…… [배웠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네.’

     

   나에게 월광검법을 펼치라 하면 화영에게서 베낀 초식까지만 펼칠 수 있다.

   배우지 않은 것이나 이해하지 못한 것은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

     

   좋게 말하면 성장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2층을 넘어가는 순간 화영의 부재로 월광검법을 더 이상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거 시간이 넉넉한 게 아니었군.’

     

   2층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뽑아먹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가까스로 감을 잡은 ‘운기’를 제대로 마무리해야 했다.

     

   “흐읍, 후우……”

     

   나는 천천히 기운을 받아들이며 당휘소가 가르쳐 준 방식을 따라 운기를 진행했다.

   심법 이름에 달과 밤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탓인지 야밤에 달 아래로 하는 운기는 꽤 정상적으로 작동을 시작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찬 기운이 들어와 몸속에 있는지도 몰랐던 열기를 조심스레 밖으로 운반한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마지막 호흡을 내뱉으며 조심스레 눈을 떴다.

     

   “후우…… 응?”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언제부턴가 내 바로 앞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화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난해했다.

   뭔가 놀란 것 같기도 하고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저기… 화영 소저?”

   “네?”

   “혹시 제가 뭔가 잘못 했습니까?”

   “……아뇨.”

     

   나의 물음에 그녀는 생각이 깊어지는지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침묵했다.

     

   ‘도대체 뭐지?’

     

   내가 그녀에게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뭔가 잘못을 하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 무슨 상황인가 싶다.

     

   하지만 그 의문이 풀리는 데는 그리 긴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좀 놀라워서요.”

   “뭐가 말입니까?”

   “음…… 뭐랄까. 정말 할 말이 많은데 할 말이 없네요.”

     

   그녀는 허리에 걸치고 있던 검을 풀며 내 옆에 가볍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인 소협은 제가 수련하는 모습을 보며 검을 익히셨죠?”

   “네 수련을 훔쳐본 것이라 부끄럽지만 소저 말씀이 맞습니다.”

   “그 기간이 정확히 이레였고요.”

   “그렇죠.”

     

   나는 그녀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납득 같은 사기 스킬이나 인간을 초월한 능력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일단 다 맞는 말이었기에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기로 했다.

     

   “제가 천월신공을 입문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화영은 나와는 달리 무림인이었다.

   모두가 검을 쓰는 세상에서 태어나 검을 쓰는 자로 성장한 사람.

   그랬기에 나는 그녀의 노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었나 보다.

     

   “15년이에요.”

   “……”

   “물론 완전 어린 시절에는 검을 그냥 마구잡이로 휘둘렀던 거라서 진심으로 검을 휘두른 건 7년 정도 됐겠네요.”

     

   그녀의 주눅 든 표정이 슬슬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7년이나 걸려서 익힌 검술을 고작 일주일 만에 카피해 버렸으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처음에 시인 소협이 월광검법을 사용했을 때는 그저 검술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었어요.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 도둑이 너무 완벽하게 월광검법을 소화하더라고요.”

   “어… 음, 죄송합니다.”

     

   나의 사과에 화영이 빙긋 미소 짓는다.

     

   “그런데 제가 월광검법을 상대해 보니 그때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이런 부분이 부족했구나…”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자신의 검 손잡이를 꼭 붙잡는다. 그러고는 어제의 비무가 떠오르는지 짧게 심호흡을 했다.

     

   “내가 검을 휘두르는 힘이 부족했구나, 조금 더 부드러울 수 있었는데 너무 거칠었구나……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느꼈죠. 아, 이 사람은 내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사람일 것 같다.”

   “……”

   “그래서 살려 뒀어요.”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나의 얼굴을 본 화영은 농담이라는 듯,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있죠. 시인 소협은 제가 한 번도 보여드린 적 없었던 월야심공을 펼치고 계셨어요.”

   “제가요?”

   “네, 조금 전에 이 자리에서요.”

     

   자신감이 결여된 얼굴이다.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등장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그런 표정.

     

   “맥이 풀리네요. 하하.”

     

   그녀는 허공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 위로랍시고 응원을 하면 상대는 더 비참해질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침묵은 도저히 말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었다.

     

   바람이 불었고 운기를 하며 흘렀던 땀이 식으며 몸에 슬슬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먼저 열린 것은 나의 입이 아닌 그녀의 입이었다.

     

   “시인 소협.”

   “네. 말씀하세요.”

   “천월신공은 저희 천월문의 모든 것이 담긴 아주 소중한 독문무공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끝을 언젠가는 꼭 보고 싶죠.”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어진 화영의 말에 나는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원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 정말인가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제가 말씀드릴 조건은 딱 세 가지. 그것만 지켜 주시면 저도 시인 소협을 도와드리죠.”

   “말씀하시죠.”

     

   문파의 독문무공을 도둑질한 나를 돕는다. 충분히 조건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로, 천월문의 독문무공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전하지 말아 주세요.”

   “네, 그건 문제없습니다.”

   “만약 제자를 두시려거든 품성과 인격이 올바른 사람에게만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키워주세요.”

     

   당연한 말이다. 애초에 나도 내 전력을 남에게 함부로 공유할 생각 따위는 없었으니까.

     

   “둘째로, 정무학관을 다니는 동안 저의 수련을 도와주세요.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제가 부족했던 것들을 짚어주시면 돼요. 특별할 건 없습니다.”

   “저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영은 강한 무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말도 안 되게 겸손한 사람이었다.

     

   내가 화영에게 본격적으로 무공을 배우기 시작하면 결국 나는 그녀의 제자가 된다. 그런데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에게 자세를 봐달라고 한다?

   그건 어지간한 마음가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지금까지는 사실 부탁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당연한 조건들이었으니.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질문은 확실히 시스템 알림이 뜨기에도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일 후에 있을 비무대회에 참여해 천월신공의 진가를 보여주세요.”

     

   띠링.

     

   [새로운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

   『스승과 제자 – 비무대회』

     

   주제 : 연계

   난이도 : B

     

   설명 : 화영은 정무학관 내에서 천월문이 구파일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껏 비무대회를 참가해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천월문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단 한 명의 본보기는 너무도 부족합니다. 화영과 함께 이번 정무학관 비무대회에 참가해 사람들에게 천월신공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임무 : 비무대회 준결승 진출

   제한 : 화영에게 인정받은 자 / 천월신공을 익힌 자 / 월광검법을 익힌 자

     

   보상 : 비무대회 상품 / 천월신공 비전서

   실패 페널티 : 화영이 실망합니다.

     

   ※ 해당 임무는 ‘연계 임무’입니다. 거절 혹은 실패 시 이전 임무가 실패 처리됩니다.

   —

     

   앞으로 강해질 이유가 충분한 내용. 왜 해당 임무가 B랭크였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이때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A랭크 임무는 뭘 시키려는 거지?’

     

   의약당의 의원인 당휘소로부터 받은 임무.

   처음에는 그저 무공을 배우는 임무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조금 더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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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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