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

       상암동까진 엔시아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그녀가 자가용을 운전할 줄 알았기에, 생각보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엔시아, 운전도 할 줄 알아요?”

       

       “예. 겨울님과 소피아님을 위해 이틀 전에 면허증을 땄습니다.”

       

       “저, 저를 위해서요···?”

       

       나를 위해 면허증을 땄다니.

       신경 써 주는 게 고맙긴 한데 뭔가 미안했다.

       

       “두 분은 수인족처럼 달리지 못하니까요. 다른 이동수단이 필요하리라 판단했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겨울님을 보좌하는 게 제 임무이니까요.”

       

       엔시아는 나를 보좌해서 무슨 이득을 보길래 저러는 걸까?

       정말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둘만 남은 이참에 그녀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가 보기로 했다.

       

       “엔시아는 귀찮지 않아요?”

       

       “어떤 거 말입니까?”

       

       “절 도와주는 일이요.”

       

       내 물음에 엔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해 보였다.

       

       “전혀 귀찮지 않습니다. 저는 겨울님을 도울 때마다 자긍심을 얻거든요.”

       

       “그,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수인족의 수가 얼마 안 돼서 새로운 수인족을 키워낼 때마다 자긍심을 느끼는 걸까?

       궁금했으나, 이는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슬슬 게이트가 있는 곳에 도달한 참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엔시아는 의외로 덤덤하네요.”

       

       “무엇이 말입니까?”

       

       “제가 던전에 들어간다 하면 말릴 줄 알았거든요. 그냥 보내주는 게 신기해서요.”

       

       음···?

       운전대를 잡은 엔시아가 눈을 굴렀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겨울님께선 반드시 던전을 클리어 할 테니까요.”

       

       “아···”

       

       엔시아는 내가 던전을 클리어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구나.

       어쩐지 그녀가 어떠한 인물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녀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던전을 클리어하자.

       그리 다짐을 하는 순간에 우리는 게이트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습니다.”

       

       “넵···”

       

       나는 엔시아를 돌려보낸 뒤,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결단을 내린 만큼 망설임 없이 들어가고 싶었으나,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다.

       

       “위험 현장이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형광조끼를 입고 있는 젊은 남자였다.

       게이트를 관리하는 공무원으로 보였다.

       

       나 게이트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저 멀리서 정장을 입은 중년 여성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괜찮으니까 통과시켜 주세요!”

       

       “예? 괜찮겠습니까?”

       

       “네, 여명 길드 쪽 사람이거든요.”

       

       그리 말한 중년 여성이 ‘출입금지’라 적힌 경찰 테이프를 들어 올렸다.

       내게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면서도 뭔가 찜찜했는지,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내가 게이트에 들어가리라는 걸 아는 듯한 말투였다.

       

       “죄송해요. 꼭 해낼게요···”

       

       “그래야죠. 안 그러면 저도 잘리니까.”

       

       “넵···”

       

       나 뿐만 아닌 다른 사람의 생계도 달려있다.

       모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던전을 클리어하기로 했다.

       

       

       **

       

       

       게이트 내부로 들어서자, 익숙한 초원이 시야에 들어왔다.

       초보자 사냥터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는 드넓은 초원이었다.

       

       “음···”

       

       평소보다 육체가 둔감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에서 마나가 전부 빠져나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수인족의 육체는 마나가 없어도 평범한 사람보단 뛰어나다는 거였다.

       몇 백미터 거리에 있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까.

       

       지금보다 불안정한 육체로 뿔토끼를 잡던 나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던전을 클리어할 만했다.

       

       나는 오감을 전부 이용해 사람의 흔적을 찾아 이동했다.

       몇배는 좋아진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금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호수 근처에, 발자국이 난잡하게 찍혀 있다.

       여러 사람의 발자국 사이에, 작은 짐승의 발자국도 섞여 있었다.

       

       사이사이에 핏자국이 섞여 있는 것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만 같았다.

       분명 대참사가 있었던 걸 테지.

       

       나는 뒤 섞인 발자국을 관찰하다가, 익숙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보다도 배는 큰 발자국.

       최진혁의 것이 분명했다.

       

       일단 이걸 따라가 보자.

       수인족 특유의 민감한 신체능력을 이용해,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대충 살펴보아도 최진혁을 쫓고 있는 뿔토끼는 수십 마리가 넘었다.

       혹여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급한 마음에 나도 뿔토끼처럼 최진혁을 쫓아 달렸다.

       

       타다닷-!

       최진혁을 쫓아 달릴수록 피 냄새가 진해진다.

       그가 근처에 있다는 걸 직감하고 활을 꺼내 드는 순간, 저 멀리서 피로 흥건한 최진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여섯 마리의 뿔토끼와 대치하고 있었다.

       전신에 생채기가 가득했지만, 딱히 큰 상처는 없어 보였다.

       

       역시 뛰어난 모험가다.

       마나 없이 여섯 마리의 뿔토끼를 상대하다니.

       존경심을 느끼며 최진혁을 향해 달려드는 뿔토끼에게 활을 겨눴다.

       

       지금의 내게 마나는 없었으나, 하루에 수백 발의 화살을 쏘았던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천막을 박살 낸 날, 마나 없이 화살 쏘는 법을 연습하기도 했고.

       

       이러한 경험과 노력은 부족함을 채워주기엔 충분했다.

       나는 모든 의심을 지워버린 채, 뿔토끼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파앙-!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렸다.

       덕분에 뿔토끼의 뿔을 노리고 나아간 화살은 뿔이 아닌 눈에 명중하고 말았다.

       

       퍽-!

       

       목표한 뿔을 맞추지는 못했으나, 눈 또한 뿔토끼의 몇 안 되는 약점이었다.

       화살이 눈에 꽂힌 녀석은 축 늘어진 채 바닥으로 추락했다.

       화살이 가죽에 맞았더라면 녀석을 죽이지는 못했을 텐데 운이 좋았다.

       

       “······!”

       

       갑작스러운 뿔토끼의 죽음에 최진혁과 근처 뿔토끼가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찰나의 틈을 타 화살을 한발 더 쏘았다.

       

       이번에는 느려진 화살의 속도를 전부 계산했기에, 뿔토끼의 뿔을 정확히 박살낼 수 있었다.

       

       마나가 없음에도 뿔토끼를 이리 쉽게 죽일 수 있다니.

       수인족의 육체는 정말로 경이로웠다.

       육체적인 습득 능력이 평범한 사람보다 배는 높은 덕분이었다.

       

       삐익-!

       

       위기감을 느낀 뿔토끼들이 어딘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나워도, 녀석들은 최하급 몬스터였다.

       천적을 향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괘, 괜찮아요···?!”

       

       다급히 최진혁을 향해 달려가자, 그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기에서··· 아니, 도와줘서 고맙다.”

       

       “넵···”

       

       최진혁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어색한 상황에 괜스레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위험하게 여긴 왜 들어온 거야.”

       

       “···마나 없이 뿔토끼를 잡는 게 제 전문이거든요.”

       

       “···그런가.”

       

       “넵··· 제가 잡는 법 알려 드릴게요···”

       

       최진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로 뿔토끼를 잡는 법이라도 있는 건가?”

       

       “네, 뿔토끼의 습성을 역으로 이용하면 돼요.”

       

       “습성?”

       

       최진혁이 그런 것도 있느냐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소피아의 말대로 최진혁은 너무 강한나머지 초보자용 몬스터인 뿔토끼의 습성을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 온 다른 모험가들도 비슷한 상태일 테지.

       그들을 위해서라도 몇 년간 축적해온 뿔토끼에 대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

       

       “마나가 없으면 눈이랑 뿔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공격이 안 먹힐 거예요.”

       

       “그, 그래?”

       

       “네. 뿔토끼의 가죽은 마나로 보호받거든요.”

       

       나는 최진혁을 데리고 뿔토끼를 찾아 움직였다.

       수인족 특유의 뛰어난 귀로 초원의 수풀 속에 숨어있는 뿔토끼 한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뿔토끼 보이시죠?”

       

       “어디···?”

       

       “저기 수풀 속이요.”

       

       “···아, 응.”

       

       최진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먼 거리에 있는 뿔토끼를 바라보았다.

       마나가 없어서 시력이 나빠진 듯싶었다.

       

       “저처럼 원거리에서 뿔토끼를 잡을 때에는 일부러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해요.”

       

       “소리를?”

       

       “네. 뿔토끼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치켜세우거든요. 그때가 공격하기 좋은 타이밍이에요.”

       

       활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일부러 근처에 떨어진 썩은 나뭇가지를 밟았다.

       

       바삭-!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에 뿔토끼가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뿔토끼가 자리에서 굳어버린 채, 귀만 움직였다.

       소리를 이용해 적을 찾아내려는 녀석의 특징을 이용해 빠르게 화살을 쏘았다.

       

       퍽-!

       

       쏘아진 화살은 정확히 뿔토끼의 뿔을 명중했다.

       녀석이 맞춰달라는 듯이 가만히 있었기에, 쏘기 전에 집중을 할 필요도 없었다.

       

       “···굉장한데.”

       

       최진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던전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걸지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 한 마리씩 잡아가면 될 거예요.”

       

       나는 가방 속에서 새총과 쇠 구슬을 꺼내 최진혁에게 건넸다.

       

       “새총···?”

       

       “네. 이거 쓰세요.”

       

       “난 원거리 무기 쓸 줄 모르는데···?”

       

       “그래도 쓰세요. 마나가 없는 상황에서 뿔토끼랑 붙어서 싸우면 위험해요.”

       

       우물쭈물 하던 최진혁이 내가 건넨 새총을 받아들었다.

       사실 활을 주어도 됐으나, 이건 내가 쓰고 싶었다.

       

       별건 아니고 그냥 욕심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이번 글은 온리 스마트폰으로 썼네요!
    손가락 아파 죽을 거 같아요 ㅜㅜ

    ───
    딩딩딩님 1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푸딩좋아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vaZWlFw8zU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