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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휴대폰을 들고있는 예르나의 표정은 어두웠다.

    휴대폰에 떠있는 문자, 그것이 그녀의 표정에 어둠을 드리운 것이다.

    -혹시 이번주 일요일쯤 시간 어떠세요? 하고싶은 이야기가있는데. 그 아이도 같이요.

    그 메세지의 출처는 더 볼 필요도 없이 세레나였다.

    분명히 저번일로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겠지.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하아…….”

    그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루크.

    파이가 예르나의 감정을 느낀것인지, 책을 읽고있던 루크를 불렀다.

    “아, 파이. 왜 그러는가?”

    -예르나.

    루크가 읽던 책에서 시선을 떼며 저쪽에 수심깊은 얼굴로 앉아있는 예르나를 바라보자, 예르나는 문득 휴대폰을 들어보고는 다시한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심상치않음을 느낀 루크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잖는가. 그대의 표정이 좋지 않다.”

    사실은 숨길수도 없었다.

    당장 메세지에 그렇게 쓰여져있지 않은가.

    루크랑 같이 오라고.

    “사실은……. 저번에 병원에서……. 기억해? 그 때 만난 남자애랑, 아주머니.”

    “시루드와 세레나 말인가, 기억하다마다.”

    서클을 지닌 알비노 하이엘프 혼혈아. 

    그런 특별한 아이를 잊어버릴수는 없으니.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예르나가 또 한번 크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분이 날 만나고 싶다고 하네. 너랑 같이.”

    “역시 그런가.”

    다시 만날거라는 예감은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쪽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할거란 예감이 들었다고할까.

    루크도 재회는 환영할만 했다.

    사실 시루드의 서클이 불안정했던것이 자못 걱정스러웠기도 했고.

    1서클이니 아직 불안정한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크는 시루드의 성격이 생각보다 강인하지 못했던 것이 걸렸다.

    ‘마법사가 그토록 감정적이어서야, 그 아이는 앞으로도 위험할수밖에 없겠지.’

    잘못 새겨진 1서클은 독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느꼈던 시루드의 1서클은 절대 제대로 새겨진 모양이 아니었으니까.

    직접 서클을 안정화시켜주며 느낀것은, 그 아이의 서클이 심장에 이미 자리잡고있는 주제에 너무나 불안정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심장을 억지로 안정화시키는 중에 조금 형태를 손봐주었으니, 발작의 빈도는 훨씬 줄었을테지만…….’

    다시한번 직접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놓일것이다.

    피차 이 시대에서 처음으로 본 서클마법사가 아닌가.

    애초에 서클이란, 본인의 간절한 소망이 없으면 새길수도 없다. 마나 감응력이 너무 높은탓에 사고처럼 새겨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를 생각하기엔 시루드의 서클은 존재감이 너무 컸다.

    ‘마나량이 일반의 두배이상이었으니…….’

    자신의 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 역시 감응력이 뛰어난편이다. 5000년 전의 시대였으면, 반드시라고해도 좋을 정도로 8서클에 도달할 수 있었을것이다.

    물론 9서클부터는 그 이상의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

    “그렇다면, 약속은 언제지?”

    “이번주 일요일. 마침 나도 쉴 수 있는 날이라서 가볼 생각이긴 한데……. 괜찮겠어, 루?”

    “물론이다. 문제 없지.”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궁금증이 솟았다.

    “그러고보니, 세레나는 하이엘프였던가.”

    “그렇지, 어떻게 알았니?”

    “트리핀드라는 성은 하이엘프에게만 수여되는 성이지 않나. 이것은 상식이지.”

    “그러니……?”

    루크는 당연한듯 말하기는 했지만, 예르나가 생각하기엔 10살남짓한 꼬마가 알만한 상식은 아닌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가문명따위에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세레나는 귀족인가?”

    하이엘프는 엘프중에서도 지도자계급의 혈통이었다.

    더욱 높은 능력을 가졌으니, 당연히 더욱 높은 위치가 되는 것이다.

    세계수, 그것을 관리하는것은 언제나 능력적으로 타 엘프보다 뛰어난 하이엘프들이었고, 세계수를 다룬다는것은 신성을 다룬다는 것.

    자신들의 신과 같은 세계수에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왕족이나 신족의 권위를 갖는 엘프사회다.

    그러니 하이엘프가 귀족이 되는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허나 그것은 5000년 전의 이야기겠지.

    “귀족……? 뭐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정치계와 기업계, 두 곳에서 꽤나 영향력을 갖는 트리핀드가문은, 확실히 현대에선 ‘귀족’이라고 부를만했다.

    하지만 루크에게 귀족이 뜻하는 것은…….

    ‘그럼 예법을 신경써야 하겠군.’

    루크가 알기로, 귀족에겐 귀족만의 예법이 필요했다.

    엘프 귀족의 인사 예법은 분명히…….

    예법을 떠올린 루크는 문득, 이 지식은 이미 5000년 전의 옛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5000년이란 세월은 짧지않다.

    예법이 진작에 바뀌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

    예법은 귀족들 사이에선 첫인상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탐색행위였다.

    그것은 물론 평민들에게도 통용되었다.

    예법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평민은 반드시 무시당하고 경멸당하기 일쑤였으니까.

    예법을 맞추지 못한 평민의 발언권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과거 마을의 촌장들이 그렇게 예법에 빠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루크는 확인을 받고자했다.

    그리고 마침, 눈앞에 엘프가 있지 않은가.

    “예르나, 잠시 봐주겠는가?”

    루크가 그녀를 부르자, 예르나는 궁금증서린 얼굴로 루크를 내려다보았다.

    “뭐때문에 그러니?”

    루크는 예르나의 시선을 느끼며, 오른손을 들어 왼쪽의 어깨에 대었다.

    그러면서 반대쪽 손은 치맛단을 살짝 꼬집듯이 왼쪽의 잠옷자락을 쥔다.

    그 후 가볍게 몸을 앞으로 숙이며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그 궤적은 지수함수 그래프와 같이 우아한 곡선을 그려야한다.

    동시에 잠옷자락을 꼬집었던 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발을 뒤로 빼면 된다.

    발끝이 발레를 하는 것처럼 들어올려지는것이 중요하다.

    ‘여성예법은 분명 이랬던 기억이 나지만…….’

    거북하긴 하지만 남성예법을 취할수는 없었다.

    여성은 여성예법으로, 남성은 남성예법으로.

    그것 역시 예절이고 법도였으니까.

    그는 지금 자신의 ‘몸’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런이상, 어색하고 불쾌하더라도 여성의 예법을 차리는것이 규칙을 존중하는 귀족의 면모.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예법은 눈으로 본 것이 전부.

    직접 몸으로 취하는것은 그러서도 처음인지라 아마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어 예르나의 표정을 보자, 루크는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표정이 굉장히 불안해 보였기에.

    “어, 어떤가……? 혹시, 완전히 틀렸는가?”

    루크는 자신의 예법이 완전히 통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시대의 차이인가, 아니면 역시 여성예법이 엉망이었던 것인가.

    사이에 끼인 파이 역시 끼잉 끼잉거리는 소리를 내며 둘을 마구 번갈아보았다.

    “그거…….”

    예르나는 처음엔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자세를 잡는것이 솔직히, 귀엽다고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슨 재롱을 떨려나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루크가 몸을 움직이자 달라졌다.

    ‘너무 우아해.’

    10살짜리 애가 취하기엔 너무나 우아하게 정제된 동작이었다.

    나이에 전혀 맞지않는, ‘경험’이라는게 느껴졌다고할까.

    대충 눈으로 보고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진심이 담겨진 예의바른 인사.

    동작 하나에 진심을 담아내려면, 대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한걸까?

    어째서 그런 노력을 해야했을까?

    그것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

    빠득, 이빨이 갈리는 느낌이 났다.

    그러자 루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예르나?”

    “아.”

    표정을 풀자.

    이 아이에겐 죄가 전혀 없지 않은가.

    예르나는 표정을 풀어내며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 좋긴한데, 세레나를 상대로는 그런 인사는 필요 없을거야. 그냥 고개를 한번 숙이면 돼.”

    “아하, 그렇군.”

    -…….!

    파이 역시 휘우, 하는듯한 휘파람 소리를 내는것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이 시대의 예법은 꽤나 간략화된 모양이구나.’

    그 생각이 드니 문득 여성예법을 제 몸으로 취한것과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게 조금 부끄러워진 루크는 머쓱한 표정으로 볼을 긁었다.

    -루크, 바보!

    “……그대, 오늘은 정말로 거슬리는구나.”

    ———–

    “죄송해요, 제가 늦었죠?”

    “아, 아니에요! 얼마 안 기다렸어요-!”

    “반가워요, 예르나 리스핀드씨.”

    “저도 반가워요. 세레나 트리핀드씨.”

    예르나와 인삿말을 나눈 세레나가 싱긋 웃으며 다가오자, 루크도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녀의 옆에 붙들려온 은발 적안의 엘프, 시루드가 루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넌……!”

    이쪽은 예법을 차렸는데, 저쪽에선 저런 반응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루크는 이런 자리에서의 어린이가 하는 삿대질정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다시 보게되어 반갑구나, 시루드.”

    루크는 가볍게 웃었다.

    시루드는 기겁했지만.

    ‘스토커가 여길 왜……?’

    여자애한테 강제로 가슴을 만져졌다는 말은 차마 부끄러워 할 수 없었던 시루드였다.

    그는 솔직히, 루크가 거북하고 꺼림칙했다.

    “어, 엄마. 나 집에 갈래.”

    시루드가 덜덜 떠는 모습을 본 세레나는 그것이 부끄러움 때문일거라 짐작해 후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왜그러니? 이참에 제대로 이야기좀 나눠봐. 엄마는 이분이랑 이야기할게 있으니까, 같이 저쪽 놀이방가서 놀고 있으렴.”

    세레나는 카페 구석에있는 아이들용 놀이방을 가리켰다.

    시루드는 정말로 가고싶지 않았지만, 어차피 엄마는 바쁜 사람이니까 오래 있을 필요는 없을거란 생각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응…….”

    뭐, 대충 휴대폰이나 하고 있으면 되겠지…….

    ‘이번엔 순순히 당해주진 않겠어.’

    역시 여자애한테 가슴이 만져지는건 좀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림체가 좀 달라졌는데…. 이거 괜찮나???? 머르겠음 수정을 좀 많이 했는데 다시그릴까 말까 으아악 하다가 그냥 올렸네요 ㅋㅋ

    너무 루크같지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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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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